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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55화 (155/230)

회귀한 탑 등반자 155화

155화 40층 (1)

등반자들에게 있어 40층은 저층부에서 중층부로 넘어가는 구간으로 스테이션 로드라고 불렸다.

40층은 스킬 금지 상태로 100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끝없는 길을 걷는 미션이 주어진다.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이쯤 올라온 등반자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들에게 있어 위협은 따로 있었다.

약탈자들.

중층부에서 생활하던 녀석들이 잠시 내려와 저층부에서 막 중층부에 올라오려는 등반자들의 물건이나 포인트를 강제로 갈취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경우도 파다했다.

보통 약탈자들은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제 막 40층에 올라온 이들에게 있어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최소 다섯 명 이상은 파티를 맺지 않으면 출발도 하지 말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간혹 자만감에 빠져 그보다 적은 인원 혹은 혼자서 출발하는 이들은 대체로 완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특히 90만 킬러미터 부근에서 수많은 등반자들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는데, 도살자 켈빈이라는 남자 때문이었다.

45층까지 오른 그는 약한 놈들을 핍박하고 죽이는 걸 즐기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였다.

오늘도 켈빈은 여섯 명의 동료들과 함께 스테이션 로드로 출근했다.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서 타깃이 나타나면 미리 정해 놓은 역할을 열심히 수행했다.

그중에 켈빈의 오른팔인 강후진은 알맞은 타깃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

아무리 그들이 중층부에 들어서지 못한 등반자들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상대해야 할 숫자가 많거나 혹은 예외에 해당되는 괴물들을 마주치면 피해야만 했다.

강후진은 기다림에 지쳐 하품을 해 댔다.

“아씨…… 오늘따라 코빼기도 안 보이네. 앞에 놈들이 다 잡아들인 거 아니야?”

몇 시간째 사람 한 명도 지나치지 않았다.

앞에서 활동하는 약탈자들이 열일을 한다고 해도 목숨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곳을 지나가길 마련인데.

아무래도 운이 지지리도 안 따르는 날인지 허탕을 치게 생겼다.

그래서인지 켈빈은 아까 전부터 저기압 상태였다.

바위에 가만히 앉아 있던 그는 끝내 참질 못하고 일어서서 강후진에게 다가와 말했다.

“오늘은 사람 거르지 말고 나타나면 말해.”

“어, 어. 알겠어.”

그러면 위험을 감수해야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켈빈이 저기압 상태일 때는 어지간해서 성질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았다.

괜히 건드렸다가 화가 나 버리면 피를 보는 건 그의 동료들이니 말이다.

강후진도 그러다 몇 번 피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빈 곁에 붙어 있는 이유는 그가 강하기 때문이었다.

켈빈이 뒤로 물러나자 강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어? 왔다.”

오늘의 첫 타깃이 등장했다.

거기다 겨우 두 명밖에 없어 노리기 쉬운 먹잇감이었으나, 스킬로 상대의 강함을 측정하는 일은 잊지 않았다.

“응? 고장 났나.”

스킬이 기계도 아니고 절대 오류를 범할 리가 없건만, 그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태껏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완전히 검정색이라고?’

하얀색에서 검정색으로 짙어질수록 상대와의 힘 격차가 크다는 뜻이었다.

강후진은 스킬을 다시 발동해 보았다.

하나 결과는 똑같았다.

괴물이라고 칭할 만한 녀석들도 많이 마주해 봤지만 이런 식의 결과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강후진은 이걸 켈빈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대장! 왔다. 왔어. 둘이야.”

그런데 그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동료 중에 하나가 켈빈에게 외쳤다.

‘저 병신 새끼.’

강후진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켈빈의 현재 상태를 보았을 때 상대가 강하다고 말해도 감정에 못 이겨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말려야 해.’

상대가 얼마나 괴물인지 가늠조차도 안 된다.

켈빈이 보도로 튀어 나가려는 것을 막아섰다.

“안 돼.”

“응?”

켈빈이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린다.

꿀꺽.

강후진이 말했다.

“저 둘은 안 돼. 아니, 정확하게는 새끼 늑대를 데리고 있는 녀석은 위험해.”

“핫!”

그가 콧방귀를 뀐다.

“까짓것이 세 봐야 얼마나 세다고. 그리고 강후진. 아까 내가 뭐라고 했지? 오늘은 사람 거르지 말고 말하라고 했을 텐데.”

켈빈이 살기를 드러내자 강후진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비켜.”

켈빈이 그를 밀쳐 내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켈빈! 저놈은 안 돼! 완전 검정색이 떴다고!”

이미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켈빈이 행동하자 다른 동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시발. 진짜.”

강후진은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칠까 고민했다.

켈빈이 세다고 해도 저자는 이기지 못한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켈빈조차도 완전한 검정색은 뜨지 않았다.

절반만 검정색이고 나머지 절반은 하얀색이었다.

“에이. 몰라!”

강후진은 본능적으로 숨어들어서 상황을 주시했다.

이내 켈빈이 동료들과 함께 기습을 취했다.

“허읍!”

강후진은 너무 놀라 숨을 삼켰다.

그래도 몇 번은 공격을 주고받을 줄 알았건만.

켈빈과 동료들의 머리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소름이 돋는 것은 저 둘의 움직임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끼 늑대를 데리고 있던 사내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그가 들고 있는 지팡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눈으로 보지 못했을 뿐이지 사내가 저들을 단숨에 죽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강후진은 손을 떨면서 생각했다.

‘안 튀어 나가길 정말 잘했어.’

아니었으면 지금쯤 자신도 저 자리에 누워 있었으리라.

잠시 후 둘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자리를 지나갔다.

“후우~.”

숨을 토해 낸 그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다 이내 머릿속에서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새끼 늑대와 지팡이…… 설마 그자가…….’

“쥐새끼처럼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았나.”

“흐어헉!?”

강후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까 전에 길을 지나쳤던 사내가 어느덧 코앞에 있었다.

“살, 살려 줘.”

다른 무엇보다 그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하지만 사내는 무표정한 눈길로 지팡이를 쳐들었다.

그것이 강후진이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 * *

나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약탈자의 싸늘한 주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쯧. 벌레 같은 놈들.”

이들에게는 일말의 자비심도 들지 않았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약탈하고 죽이고…….

수많은 등반자들이 다음 층을 도전해 보지도 못한 채 이런 놈들에게 죽어 나가는 것은 비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더는 볼일이 없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자 오진하가 대기하고 있었다.

“정리는 끝났어요?”

“끝냈지.”

“그럼 갑시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네.”

앞으로 10만 킬로미터만 더 나아가면 됐다.

“으갸갸걍!”

다칼이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오랜 시간 앉아 있기만 했더니 온몸이 뻐근하군.

그러며 몸집을 크게 만든다.

-타라.

나는 곧장 등에 올라탔다.

몸을 풀고 싶다는데 소원을 들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어서 오진하도 다칼의 등에 올라탔다.

“푸후우우~.”

다칼이 크게 숨을 내쉬곤 발을 박찼다.

주변의 숲이 흐릿한 광경으로 보였다.

이미 충분히 빨랐지만 다칼은 점점 속도를 올렸다.

‘이대로면 금방 도착하겠어.’

곧 중층부에 이른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회귀 전에는 10년은 걸려서 왔던 곳인데.’

이번에는 2년을 살짝 넘기고 다다를 수 있었다.

물론 이미 한 번 올랐었기에 수월한 것도 있었지만 도중에 얻은 새로운 기연들이 속도를 박차게 도와준 것이 가장 영향이 컸다.

나는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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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마도사

칭호: 좀비 학살자 외 7개

능력치

근력:1720(+250)

민첩:1777(+5581)

체력:1693(+3636)

정신력:1205(+250)

마나:1990(+2638)

스킬

점지(Lv5) 마나볼트(Lv25) 마법컨트롤(Lv31) 다크웨스트림(Lv10)

어스월(Lv15) 행운의룰렛(Lv7) 다크소드(Lv15) 다크소울(Lv7) 원드퍼드(Lv15)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15) 루트딥트리(Lv30) 리치네스(Lv7) 다크레인(Lv10) 컬스버닝(Lv9) 홀리크로스(Lv6) 엘리렌스(Lv10) 다크포스(Lv4) 힘의 천칭저울(Lv3)

광염(Lv5) 고양이격투술(Lv8) 다크싱어(Lv5) 악재통(Lv3) 다크스피어릿(Lv5) 소울브링(Lv3) 메테오(Lv2) 다크레이어(Lv3) 더블캐스팅(Lv4) 일렉트릭 자이언트(Lv2) 파이어랜스(Lv2) 다크퍼지(Lv1) 다크핸드(Lv2) 프로스트쇼크(Lv1) 일루전(Lv1)

고양이마법술(Lv3) 코어체인지(Lv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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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상태창을 볼 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들어서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점점 이전의 힘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이제 막 중층부에 들어서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능력치나 스킬이 모두 압도적이었다.

아직 데카인과 비교하기에는 우습지만 당장에 그와 마주쳐도 몇 초 정도는 견딜 수 있을지 않을까.

어쩌면 그보다 오래 버틸지도 몰랐다.

“준석 씨, 또 상태창 보고 있죠?”

오진하는 내가 상태창을 보고 있는 걸 귀신같이 알아챘다.

“어떻게 알았어?”

“근래 들어서 멍 때리는 빈도가 많아졌잖아요.”

이전보다 빈도가 많긴 했다.

지치거나 힘들 때면 열어 보았으니까.

“그러다 상태창 속으로 들어갑니다.”

오진하가 던진 농담에 피식 웃으며 시야에서 상태창을 치웠다.

그가 말한 대로 적당히 볼 필요성은 있었다.

* * *

약 이틀이 흘렀다.

어느덧 100만 킬로미터에 다다르면 보이는 파란 표기선이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다 왔군.’

15일이 넘는 시간 동안 똑같이 보이는 길을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칼도 있고 오진하도 있으니 덜 지루했던 것이지. 회귀 전처럼 혼자 걸었으면 엄청나게 무료함을 느꼈을 것이다.

곧 표기선을 지나자마자 시야에 알림 메시지가 떴다.

[10만 킬로미터를 무사히 완주하였습니다.]

[40층 클리어 조건이 충족됩니다.]

[기여도 순위에 들었습니다.]

[기여도 명단에 이명을 공개하겠습니까?]

“아니.”

[기여도 명단에 이명이 비공개 처리됩니다.]

[기여도 순위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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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비공개 – 18일 7시간

2위) -

3위) -

4위) -

5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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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 중에 가장 먼저 도착했기 때문에 순위에는 혼자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곧 오진하의 이름도 명단에 같이 올라갔다.

[기여도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기여도순에 따라 기본 보상이 지급됩니다.]

[하이퍼루어가 지급되었습니다.]

빳빳한 파란색의 티켓 한 장이 손에 쥐어졌다.

1위에게만 주어지는 티켓은 생김새와 다르게 신발에 필요한 강화템이었다.

그리고 이지에서 얻었던 것과는 이름이 살짝 달랐다.

하이브루어와 하이퍼루어.

이지, 노말에선 똑같은 하이브루어를 지급하지만 하드에서만 유일하게 하이퍼루어를 지급했다.

그런 둘의 차이는 성능이었다.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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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루어

내용: 최상급 바람의 정령이 깃들어 있는 코어이다.

효과: 일정 조건이 충족된 신발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준다. 단 잠재력이 이미 최대치에 이른 신발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용 가능 횟수: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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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루어는 신발의 잠재력을 중간치까지만 끌어 올려 주는 반면 하이퍼루어는 최대치까지 끌어 올려 줬다.

물론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무 신발에나 사용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미 신고 있는 목동의 날개 달린 신발을 쳐다봤다.

애석하게도 이 신발에는 하이퍼루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기보다 이미 잠재력이 최대치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걸 버리고 다른 신발에 하이퍼루어를 사용해 바꿔 신기에도 애매한 면이 있었다.

그만큼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의 효과는 엄청났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에 하이퍼루어를 사용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지.’

신발의 주인인 헤르메스를 만나 잠재력의 한계치를 늘리는 것이다.

하나 헤르메스를 만나려면 그의 영역을 직접 찾아가야만 했다.

‘아직은 아니야.’

하이퍼루어를 아공간에 집어넣곤 보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끝자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포탈과 통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통로 근처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다수는 위층에서 내려온 인원들.

40층의 통로는 일종의 시련 장소가 아닌 시장통으로 통했다.

나는 아공간에서 처분할 것과 시장에서 구매해야 될 것을 떠올리며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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