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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51화 (151/230)

회귀한 탑 등반자 151화

151화 인챈터

[남아 있는 시간이 전부 소멸하였습니다.]

[22층 미션이 종료됩니다.]

[기여도 순위에 들었습니다.]

[기여도 명단에 이명을 공개하겠습니까?]

“비공개.”

[기여도 명단에 이명이 비공개 처리됩니다.]

[기여도 순위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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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비공개 – 85%

2위) 뛰어난 점쟁이 마녀 – 4.6%

3위) 비공개 – 1.5%

4위) 철혈의 기사 – 1.29%

5위) 이변의 사도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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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기여도순에 따라 기본 보상이 지급됩니다.]

[전장의 토템이 지급됩니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으므로 기본 보상이 업그레이드됩니다.]

[전장의 광휘 토템으로 변경됩니다.]

허공에서 커다란 물건이 떨어졌다.

쿵!

내 키와 맞먹는 백색의 나무 기둥을 위아래로 훑었다.

황금빛 문양으로 뒤덮인 기둥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웅! 우웅!

빛이 번쩍일 때마다 내 심장도 같이 고동쳤다.

“캬향.”

-고대 네크로맨서가 만든 토템이군.

나는 다칼을 내려다봤다.

“어떻게 알았지? 외형만 봐서는 알 수 없을 텐데.”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익숙하다. 이전에도 이런 기운을 느껴 본 적이 있지.

“하긴. 너라면 그 녀석들과 마주친 적이 있겠지.”

지금의 네크로맨서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는 고대 네크로맨서는 차원이 다른 힘을 지닌 녀석들이었다.

한 번의 저주에 다수의 목숨을 앗아 가고 그들이 설치한 토템은 전역에 영향을 끼쳐 어둠을 드리우게 만들었다.

상층부에서 마주친 고대 네크로맨서들은 상당히 끈덕진 녀석들이었다.

리치와 똑같이 라이프베슬을 자기만 아는 음습한 곳에 숨겨 죽이기도 쉽지 않다.

하여튼. 전장의 광휘 토템은 그런 녀석들을 이끌었던 하웰로가 만든 토템 중에 하나였다.

그가 남기고 간 토템은 단 세 종류.

전장의 토템. 평화의 토템. 혼돈의 토템이다.

종류마다 남아 있는 개수는 천차만별이지만 그중에 가장 적은 개수이며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전장의 토템이었다.

1위를 차지한다고 해도 어떤 토템이 주어질지는 랜덤.

한데 그런 낮은 확률을 뚫고 전장의 토템을 얻어 낸 것이다.

토템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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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광휘 토템

효과: 사용자가 유리한 쪽으로 주변 환경을 바꿔 전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조건부 효과: 30분간 전투를 유지할 시에 사용자에게 ‘찬란한 광휘’가 깃든다.

유지시간: 1시간

사용 가능 횟수: 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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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덕분에 토템에 봉인된 힘마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개고생은 안 해도 돼서 좋군.’

봉인된 힘을 풀려면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까다로운 만큼 소요되는 시간도 긴 편인데 그 짓을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나는 시야에 있는 정보창을 지우고서 토템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감상은 이쯤이면 됐다.

두 발을 움직여 이내 도달한 곳은 마을의 구석에 위치한 자그만 집이었다.

손으로 툭 치기만 해도 집이 무너질 것처럼 벽에는 심하게 금이 가 있었다.

창문은 깨져 있었으며 지붕도 성치 않았다.

유일하게 멀쩡한 것은 문뿐이다.

똑똑.

문을 두들기자 곧바로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그는 겉치레 따윈 신경 쓰지도 않는 듯 후줄근한 차림새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오진하 씨?”

풀썩 죽어 있는 눈이 살짝 이채가 띠었다.

“하아~ 또 누가 내 본명을 말했나 보네. 의뢰하시러 온 거면 들어오십시오. 신발은 꼭 신고 들어오고. 보다시피 더러워서 말이지.”

그를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로 가득하군.’

바닥은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유일하게 깨끗한 장소는 그의 작업실로 추측되는 넓은 책상뿐이었다.

이내 책상 앞에 선 오진하는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제게 맡기실 의뢰가 뭡니까?”

나는 입고 있는 갑옷을 가리켰다.

“이거에 흑철재를 덧씌우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뭐 안될 게 있나요. 재료만 있으면 어떤 아이템이든지 가능합니다. 특히나 흑철재면 제 전문이죠. 물론 정교하게 만들어진 아이템일수록 작업하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뜻은 값도 꽤 나간다는 거지.”

오진하가 두 손가락을 비비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은 그 갑옷을 좀 봅시다.”

곧장 그에게 이뮨의 마나갑옷을 건넸다.

“오…… 상당히 괜찮은 물건이네요. 이런 물건은 오랜만에 봅니다.”

물건을 흥미롭게 쳐다보던 그는 대뜸 숫자를 얘기했다.

“다섯.”

“다섯?”

“작업하는데 다섯 시간입니다. 원래는 한 시간이면 끝내는데 이 물건은 코어를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서.”

골렘의 마나핵을 말하는 듯했다.

“재료도 주십시오.”

아공간에 있는 S급 흑철재를 꺼내자 오진하의 두 눈썹이 올라갔다.

“이거이거, 물건만 대단한 줄 알았더니 재료도 금상첨화네요.”

오진하는 재료와 물건을 가지고서 책상 앞 의자에 착석했다.

이후 말도 없이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을 시작한 지 한 5분쯤 흘렀을까.

침묵하던 오진하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5만 포인트.”

말뜻을 이해한 나는 거래 큐브를 꺼냈다.

5만 포인트만 집어넣어도 되지만 큐브에 305만 포인트를 넣었다.

그리고 큐브를 책상 위에 놓았다.

능숙하게 왼손은 작업을 오른손으로는 큐브를 집는다.

하나 이내 왼손으로 하던 작업을 멈추었다.

그가 몸을 홱 돌려 나를 쳐다본다.

“돈을 잘못 넣으신 것 같은데…….”

“아뇨. 제대로 넣었을 겁니다. 305만 포인트.”

오진하는 금액을 듣는 순간 어깨를 떨었다.

“저도 이 돈을 받고 싶긴 하지만, 제가 해 드리는 작업은 이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니 도로 가져가세요.”

“제가 언제 작업값만 치렀다고 했습니까.”

“예?”

“작업값은 그쪽이 말한 대로 5만 포인트. 그리고 나머지 300만 포인트는 그쪽을 종신 고용하는 대가.”

“종신고용이라니…… 난 딱히 직장이 필요하지는 않는데.”

“그러니까 제안하는 겁니다. 취업할 생각이 있냐고.”

대장장이이자 뛰어난 인챈터 오진하.

회귀 전에 그를 만난 것은 난이도가 통합되는 70층에서였다.

나는 그때 그의 능력을 처음 보았다.

장비를 만들고 다듬는 일도 잘했지만 아이템에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인챈트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얼마나 뛰어난지 아이템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보다 인챈트로 새로 부여된 능력이 좋을 때도 있었다.

동료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났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난이도가 서로 다른 것도 문제였다.

우연히 그와 술을 마시며 사연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오진하는 22층에서 아내를 잃었다.

그녀의 영혼이라도 되찾길 원했던 그는 22층에 3개월 주기로 나타나는 탑의 상인에게 자신과 사랑이 깊은 영혼을 끌어와 에고화를 시킬 수 있는 에고하트라는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했다.

하지만 22층의 등반자가 사기에는 에고하트는 매우 비쌌고, 그는 에고하트를 사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갔지만 천만 포인트나 되는 돈을 모으기란 매우 힘들었다.

하나 도중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이 길드마스터였고, 길드마스터는 그에게 200만 포인트를 선뜻 건네주었다고 한다.

빚을 진 그는 길드마스터의 동료가 되었고 끝끝내 그와 70층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내 동료가 되어 줘야겠어.’

그 길드마스터에게 유감이지만 앞으로 층을 오르며 아이템을 제작할 일이 생길 때 일일이 대장장이를 찾아가는 것도 번거롭고. 보다 빨리 층을 공략하려면 그의 인챈트 능력이 꼭 필요했다.

오진하는 내게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은 천천히 해도 됩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당분간은 22층에서 머무를 테니까 말이다.

공간이 부족해 땅에 묻어 둔 골드 블러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아란을 이곳으로 끌어들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동안 말이 없던 오진하가 말했다.

“근데 대체 뭘 보고 저를 고용하신다는 겁니까? 전 아직 그쪽한테 보여 준 게 없는데.”

“때론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니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상하게 보일 만한 상황이었다.

능력도 안 보고 고용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대장장이로서 가진 능력도 출중한데. 인챈트 능력에도 재능을 보인다고.”

“음. 제작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인챈트는 손님들의 물건에 내보인 적이 없는데…….”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는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 인챈트 능력을 사용 안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아무튼. 당분간 이곳에 머물 예정이니까. 충분히 생각해 보고 결정해 주십시오.”

“으음. 만일 고용이 된다고 하면 반드시 그쪽 말을 따라야 하는 겁니까?”

“반드시는 아니죠. 싫은 건 거부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쪽의 대장장이 기술과 인챈트 능력만큼은 저를 위해 써 주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나는 바깥쪽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럼 전 작업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으니 나가 있겠습니다.”

“예. 편하신 대로 하세요.”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와 닫는다.

사실 어색하거나 방해가 돼서 나온 것보다는 바깥에 온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크르르…….”

다칼이 몸집을 키우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주변를 슥 둘러봤다.

총 여섯 명이 살기를 품고 있었다.

미션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노리는 놈들이라면 둘 중에 하나이다.

당한 것을 되돌려주기 위해서 왔거나 아님 누군가의 사주로 왔거나.

힘의 천칭저울.

22층에 있을 만한 녀석들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란이 보낸 놈들이 분명했다.

“그새 많이도 왔네.”

팔만 살짝 들어 손가락을 까닥였다.

“폼 잡지 말고 들어올 거면 빨리 들어와. 병신들아.”

이내 놈들 중에 하나가 소리쳤다.

“조져!”

“크하아앙!”

동시에 다칼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개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약할 수 있지만, 인듀어 녀석들의 합공은 무시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나는 별의 정수를 하늘에 띄운 뒤 마법으로 하나씩 제거해나갔다.

여섯 명을 전부 처리하는 데까지 단 5분도 걸리지 않았다.

* * *

41층에 위치한 에펠 왕국.

왕성 내부에 존재하는 청성탑의 주인 아란은 부하에게 보고를 전달받고선 책상을 쾅! 내려쳤다.

책상은 두 쪽으로 박살이 나버렸다.

아란은 관자놀이를 두 손으로 꾹꾹 누르더니 부하에게 다시 물어본다.

“정말로 다 죽었다고? 보낸 놈들이 전부 다?”

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하아~ 이준석…… 그 새끼 때문에 계획이 전부 꼬여 버렸어.”

갑자기 어디서 들어 보지도 못한 놈이 나타나 박우철을 죽이더니 이후에는 베티를. 그다음에는 스무 명의 길드원들까지 녀석의 손에 당해 버렸다.

“후우~.”

만일 이 사실을 길드마스터 강민욱이 알게 되는 날에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수도 있었다.

그뿐이면 다행이다.

어쩌면 목숨까지도 내놔야 할 수 있다.

‘이를 어쩌지.’

이제 더는 보낼 사람도 없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아란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부하들이 당했던 사실보다 골드 블러드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말이다.

‘어떻게든 되찾아야 해.’

아란의 눈빛에 독기가 깃들었다.

그는 부하에게 고했다.

“당분간 이곳에서의 용무는 네가 처리해.”

“예? 그게 무슨…….”

“22층에는. 내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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