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탑 등반자-150화 (150/230)

회귀한 탑 등반자 150화

150화 뿔옥초 람다랑어찜

다크웨스트림.

녀석의 등 뒤로 이동한 후 등가교환을 시전해 지팡이에 뇌격을 실었다.

파지짓!

뇌격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멋대로 통제를 벗어나려고 했다.

나는 만뢰자의 힘을 이용해서 뇌격을 통제하며 녀석의 머리에 힘껏 지팡이를 휘둘렀다.

콰강! 콰가가가!

휘두른 방향으로 파랗고 하얀 빛줄기가 무시무시한 열기를 뿜어내며 곧게 뻗어 나갔다.

“크윽!”

놈은 무방비한 상태로 심장을 관통당했다.

“캬하아아!”

그때 다칼이 나서서 녀석의 팔뚝을 물고선 문 쪽으로 잡아끈다.

치이이이!

놈은 중심을 잃고서 바닥에 쓰러지더니 복면이 벗겨진 채로 질질 끌려 나갔다.

심장을 타격당해서인지 꼼짝도 하지 못한다.

털썩!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놈의 얼굴이 드러났다.

노란 머릿결의 사내가 나를 째려보았다.

상어의 눈을 닮아 있기 때문일까.

눈빛만으로도 포식자로서의 냄새를 풀풀 풍겼다.

녀석은 심장을 부여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내내 꾹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박우철, 그놈이 당했다기에 진짜인지 확인하러 온 것인데. 거짓말은 아닌가 보군.”

힘의 천칭저울.

그와 전력차를 확인해 보았다.

“하.”

결과를 보고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우철이랑 동급인 것처럼 말을 했지만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저런 놈과는 대화할 가치도 없지.’

“다칼, 물어.”

“캬하아아……! 카항?”

달려들려던 다칼이 고개를 홱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그대의 언행이 조금 신경 쓰이는군. 마치 아무개 씨한테 명령을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온다!”

“끄으응. 카하아악!”

놈이 접근해 오자 다칼이 덩치를 키우며 이빨로 위협했다. 그리고 어둠을 생성해 녀석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옭아아맸다.

“잘했어.”

그 사이 나는 엘리렌스로 속성을 강화시키고 다크딥트리를 시전했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4>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4>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루트딥트리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나무 크기가 더욱 광대해지며 줄기 성질에 변화가 생깁니다.]

쿠구구구구!

땅에서 치솟은 나무가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다칼을 견제하던 그는 크기에 압도당한 듯 멍한 얼굴로 위용 넘치는 나무를 올려다봤다.

촤륵, 스아아악!

무수히 많은 나무줄기들이 공격을 위해서 매섭게 파고들었다.

“젠장!”

그는 품속에서 급히 수십여 개에 이르는 표창을 꺼냈다.

하지만 표창이 나무줄기를 끊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치잉! 치잉! 칭!

자신의 공격이 튕겨져 나가니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크르르.”

하나 다칼이 녀석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 안 돼!”

처음으로 두려움을 드러낸 그는 겨우 단검 한 자루로 수많은 나무줄기의 공격을 받아 내야만 했다.

“으아아아!”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짜 보지만 소용없었다.

푸푸푸푹!

뾰족한 나무줄기가 녀석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뚝. 뚝.

살아 있는 게 이상할 정도로 몰골이 엉망이 된 그는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이대로…… 끝날 것 가타……? 내가 아니더…… 라도 누구가가 널 찾아…… 쿨럭!”

“더는 못 들어 주겠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표창을 집어 힘껏 던졌다.

푸학!

정확하게 녀석의 미간에 박혔다.

“크릉~.”

다칼이 몸집을 작게 만들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으어억!”

그때 뒤에서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안철호가 남자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랜스로 그를 풀어 주더니 랜스로 마무리를 짓는다.

안철호는 사람을 죽이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능력에 비해 적게 쌓인 현상금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저 남자는 갑자기 왜 죽인 것일까?

“캬항.”

-내가 나서려고 했건만. 그 전에 처리를 해 버렸군.

“우릴 도와준 건가…….”

-어찌 보면 그렇지. 너에게 달려들려는 걸 저자가 붙잡은 것이니.

다칼 덕분에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나는 안철호가 죽인 남자를 쳐다봤다.

‘저놈은 인듀어 소속이 아니야.’

그랬다면 안철호가 쉽사리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안철호는 랜스에 묻은 피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쪽을 노리는 놈들이 많은 걸 보니 현상금이 높은 것도 꼭 좋지만은 않네.”

“뭐든 쉽게 얻어지는 건 없지.”

“왕이 된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런 건가.”

그의 말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왕은 무슨.”

남들이 가지 못한 층까지 갔고 회귀까지 했으나, 결국에 내가 서 있는 위치는 여타 등반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전히 탑의 지배를 받고. 여전히 신좌들의 장기말에 불과했다.

“왜? 그쪽 정도면 그리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순위 명단의 포인트를 보니 혼자서 네크로맨서들을 전부 휩쓸었더군. 남들이 해내지 못하는 걸 해낸다는 건 누군가의 위에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지.”

“남들 위에 군림할 생각은 없어. 그저 탑 정상까지 올라 원래 있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이지. 그보다 칭찬에 무색한 사람이 갑자기 이런 칭찬을 해 오는 걸 보면 정보가 그리도 얻고 싶나 봐.”

사실 싸울 때 도와준 것도 그렇고 너무 대놓고 호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티 났나……?”

“티 났냐니. 그렇게 대놓고 표현하는데 못 알아채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공짜로 달라는 게 아냐.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서 정보를 받겠다는 거지.”

“좋아. 알려 주지.”

“뭐……? 정말 알려 준다고?”

“알고 싶던 거 아니었어?”

“아니. 거절할 줄 알았는데. 알려 준다고 해서 의외라.”

“그런데도 물어봤네?”

“혹시 모르니까. 지금처럼. 그래서 얼마를 줘야 하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포인트는 필요 없어.”

“뭐……?”

“필요 없다고.”

원래는 포인트를 주고 정보를 팔려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도와준 것도 있고 이쯤에 그에게 빚을 만들어 두는 것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옥초, 포호스의 뿔.”

“어? 옥초, 포호스의 뿔? 그걸 가지고 뭘 하라는 거지?”

“그냥 알려 준다고 해도 너무 거저먹으려는 건 안 되지. 나머지는 그쪽이 알아내.”

“파란 줄무늬의 람다랑어와 옥초…… 포호스의 뿔…….”

그는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듯 혼잣말을 반복했다.

나는 가게로 돌아가 람다랑어를 챙겨들고 나왔다.

그리고 다음에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카웰 호수 끝자락에 위치한 숲에는 옥초라는 풀이 자란다.

지구에 있던 강아지풀처럼 생겼는데. 주변과 동화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나 또한 점지가 없었다면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등가교환으로 추적을 할 수 있을 테지만 괜한 마나 낭비였다.

[이 옥초를 회수하여 다른 무언가와 조합해 먹으면 기연을 얻으리라.]

나는 옥초 앞에 떠 있는 메시지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설명이 훨씬 더 친절해졌단 말이지.”

그뿐이 아니다.

점지 레벨이 올라가면서 스킬이 적용되는 범위 또한 넓어졌다.

“응?”

눈앞에 있는 옥초를 회수한 나는 새로이 뜬 알림창에 집중했다

[이 옥초를 회수하여 다른 무언가와 조합해 먹는다면 썩 괜찮은 기연을 얻으리라.]

앞부분은 다른 것과 똑같이 적혀 있었지만 뒷부분의 설명이 달랐다.

“썩 괜찮은 기연?”

그냥 기연이 아닌 썩 괜찮은이라…….

확인을 위해 메시지가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가 보았다.

메시지의 내용은 살짝 다르지만 옥초의 외형은 다른 것과 똑같았다.

‘뭐. 어떤 차이가 있겠지. 일단은 챙기자.’

[옥초를 얻었습니다.]

이후 포호스의 뿔을 얻기 위해서 리이르 골짜기 위에 있는 초원으로 향했다.

어두웠던 분위기로 가득했던 골짜기와 다르게 초원은 밝고 청량한 느낌이었다.

두두두두두-

포호스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했다.

“히이잉!”

저들 중에 하나를 붙잡아 뿔을 떼어 내야 했다.

‘누구를 택하지?’

유심히 포호스들을 지켜보던 나는 옥초 때처럼 미묘하게 다른 문장을 발견했다.

[이 포호스의 뿔을 얻어 다른 무언가와 조합해 먹는다면 썩 괜찮은 기연을 얻으리라.]

‘또 썩 괜찮은이라고 쓰여 있어.’

“다칼, 몸집 좀 키워 봐.”

“아우우우우~!”

나는 몸집이 커진 다칼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선택한 포호스를 쫓아갔다.

다닥! 다닥! 다닥!

“히이잉!”

포호스가 자신이 쫓기는 걸 눈치챈 듯 속도를 높였다. 아무리 속도를 높였다고 한들 다른 말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옥초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몰랐는데, 포호스를 보니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포호스보다 빠르다고는 하지만 신수인 다칼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다칼은 녀석을 금방 추월하더니 목덜미를 물어 멈춰 세웠다.

“히이이이잉!”

포호스가 단숨에 제압당했다.

“그러고 물고 있어.”

나는 쓰러진 포호스에게 다가가 뿔에 주피로의 단검을 갖다 댔다.

서걱!

순식간에 뿔을 잘라 내고 그것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제 풀어 줘.”

“히이이잉!”

다칼이 풀어 주자마자 포호스는 서둘러 도망쳤다.

비록 뿔을 제거당했지만 며칠만 있으면 금방 자라날 것이다.

“후~ 이걸로 재료는 다 구했네.”

다만 히든피스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나는 우클리 마을과 우버 마을 사이에 있는 프로란 마을로 이동했다.

거기서 주방 하나를 빌려 솥에 물을 담아 포호스의 뿔을 우려냈다.

한 30분 정도 뜨거운 물에 팔팔 끓인 뒤 옥초를 집어넣고 대충 손질한 람다랑어를 집어넣었다.

람다랑어가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국물과 함께 맛있게 익은 살을 그릇에 담았다.

김이 피어오르며 향긋한 냄새가 코로 스며 들어온다.

‘어디 맛 좀 볼까.’

“후릅.”

개운하게 국물을 마신 후 건강한 맛이 느껴지는 옥초를 먹고 그다음에 람다랑어의 살을 먹었다.

살이 워낙 오동통해 입 안이 가득 차는 것 같았다.

그리고 쫄깃하며 부드러운 느낌은 한층 더 깊은 맛을 느끼게 만들었다.

“캬아아아-.”

어느새 다칼은 솥에 있는 살을 꺼내 입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나는 음식이 다칼의 입에 다 들어가기 전에 서둘러 그릇에 퍼 담았다.

이후, 맛을 음미하며 열심히 그릇을 비웠다.

그러는 와중 심장 부근이 뜨거워지는 듯하더니 따스한 느낌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마치 온탕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하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따스한 느낌이 사라져 갔다.

이번에는 반대로 냉탕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체험했다.

[썩 괜찮은 뿔옥초 람다랑어찜을 먹었습니다.]

[대량의 체력이 올랐습니다!]

[대량의 정신력이 올랐습니다!]

[체력이 즉시 회복됩니다.]

[정신력이 즉시 회복됩니다.]

[체력 회복력이 한층 더 빨라집니다!]

[정신 회복력이 한층 더 빨라집니다!]

기운이 샘솟는 만이 아니라 머리가 맑아지고 있었다.

그러며 피곤함도 가셨다.

본래 히든피스는 체력과 체력 회복력만 상승하는 것이었다.

한데 지금 먹은 음식은 정신력과 정신 회복력까지도 상승시켜 주었다.

“좋은데?”

덕분에 뜻하지 않게 피로했던 정신력을 회복할 수가 있었다.

“후~.”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이제 대장장이인 오진하를 만나러 가 볼 차례였다.

20.5층에서 얻었던 흑철재를 사용하려면 그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따로 제안할 것도 있고.’

그자를 만나러 멀리 갈 필요는 없었다.

굳이 가까운 우버 마을을 두고 프로란 마을에 온 것은 오진하 때문이니까.

주방을 나와 길거리를 배회한다.

앞으로 나아가던 것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미션을 종료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