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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47화 (147/230)

회귀한 탑 등반자 147화

147화 골드 블러드 (2)

포션의 제조 공장과 보관 창고는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베티의 모습으로 변신한 후, 신전 반대편에 있는 허름한 건물로 이동했다.

흔들의자에 앉아 입구를 지키던 남자가 날 보고 간단히 고개만 까닥여 인사했다.

딱히 길을 막아서거나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침침한 공간이 드러났다.

곳곳에 가구들이 마구 어질러져 있고 좌측 끝에는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세 명의 남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거리를 좁히니 테이블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있는 사내가 벌떡 일어나 마중을 나왔다.

“베티 님, 오셨습니까.”

나는 사내를 보며 고개만 끄덕였다.

얼굴이 똑같으니 들킬 일은 없겠지만 완벽히 베티의 행세를 하려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최대한 말은 삼가는 게 좋았다.

괜히 이상한 말을 했다가 의심하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먼저 인사를 나온 사내가 고개를 돌려 두 남자에게 말했다.

“야, 뭣들 하고 있어. 인사 안 하고.”

뒤늦게 두 남자가 인사를 해 오는 걸 받아 주곤, 조용히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중을 나왔던 사내가 헐레벌떡 뒤따라왔다.

“제조는 차질없이 진행 중입니다.”

나는 사내의 얼굴을 흘겨보았다.

‘이자가 중간 책임자인가 보군.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 줘 볼까.’

“수량은?”

“예? 아. 납품 전까지는 충분히 채워질 겁니다.”

“품질에도 문제가 없어야 될 거야.”

“아이 당연하죠! 걱정하지 마십쇼. 틈틈이 품질 체크도 하고 있습니다.”

곧 지하에 당도했다.

여전히 어둑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곳곳에 마법 전구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설이 보였다.

작업복을 입은 남녀가 커다란 가마에 담긴 붉은 액체를 퍼서 유리병에 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누워 있는 침대가 줄지어 발견됐는데, 의식이 없는지 그들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의 얼굴처럼 새파랗고 창백해 보였다.

‘피를 뽑히고 있군.’

특히나 팔과 다리를 끈으로 묶어 놓은 자들이 그러했다.

반면 끈에 묶이지 않고 침대에 편안히 누워 있는 이들의 안색은 준수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강제로 피를 뽑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는 듯하다.

스윽!

“죽어어!”

침대에 강제로 묶여 있던 자들 중에 하나가 어떻게 끈을 풀었는지 기습적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길이가 짧은 수술용 칼이 들려 있었다.

“이런 미친놈이!”

내 뒤를 따라오던 사내가 남자를 빠르게 제압했다.

“이거 놔아! 놓으라고!”

사내는 손으로 남자의 목을 잡아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베티 님. 이놈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됐다. 풀어 줘.”

“예?”

“풀어 주라고.”

사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이내 남자를 풀어 주었다.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수술용 칼은 빼앗았다.

“이 개자식!”

무기를 잃은 남자는 칼 대신에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주먹은 내 얼굴에 닿지 못했다.

“으윽!”

보호막을 때린 그는 신음을 흘리며 뻗었던 주먹을 움켜쥐었다.

겨우 보호막을 때렸다고 고통스러워하다니.

강자만 살아남는 탑에서 거주민으로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괴로울지 그 비애를 엿본 기분이었다.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무엇이 그리도 화가 나지? 너희들을 죽이려는 세력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대신에 피를 나눠 주기로 한 거 아닌가?”

“하. 보호? 네놈의 눈깔엔 이게 정당한 거래라고 생각해!? 그래! 죽는 것보단 사는 게 낫지. 그래서 우리가 네놈들의 보호를 받기로 한 거고! 그런데 일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처럼 끌려와 강제로 피를 뽑혔어! 마치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계속 뽑아 댔지! 이러느니 차라리 놈들에게 죽고 말지! 퉤!”

그가 뱉은 침이 보호막에 닿아 밑으로 흘러내렸다.

“날 풀어 줘! 더 이상 네놈들의 도움은 받지 않겠어!”

나는 계단을 가리켰다.

“가.”

“뭐?”

“말한 대로 풀어 주지.”

“어, 하지만 베티 님. 저자는 아직 할당량을 못 채웠습니다. 그런데도 보냅니까?”

“보내.”

우리들의 눈치를 보던 남자는 이내 전력을 다해 계단으로 뛰어갔다.

“베티 님, 정말 저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겠습니까? 수량을 맞추려면 저자의 피가 필요합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밖이 더 위험하단 사실을 알고 제 발로 돌아올 테니. 그땐 다시는 이런 짓거리도 못하겠지.”

“아…… 그런 깊은 뜻이! 역시 베티 님입니다!”

다행히도 의심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후, 나는 공장을 둘러보며 제조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거주민들의 피를 뽑은 후 그것을 차갑게 만들어 고체 형태로 만든 다음에 흰 뼛가루와 황금 가루를 섞었다.

그리고 뜨겁게 열을 달궈 액체화를 시키면 완성이었다.

이제 제조법이 무엇인지는 알았고, 통로 끝에 있다는 보관 창고로 이동했다.

한데 창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뒤따라온 사내를 쳐다봤다.

“저, 저는 왜 보십니까.”

“뭐 하고 있어? 안 열어?”

“아아, 네!”

사내는 급히 문 앞으로 뛰어갔다.

“하하. 저는 베티 님이 열 줄 알고 가만히 있었죠. 근데 열쇠를 잃어버리신 겁니까?”

“두고 온 것뿐이다.”

“아하…….”

사내는 노랗게 반짝이는 열쇠를 꺼내 홈에 끼워 넣고 오른쪽으로 돌렸다.

쿠궁! 그그그그그!

두께가 3미터가 넘는 문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베티 님, 먼저 들어가시죠.”

그는 정중히 두 손을 뻗으며 허리를 숙였다.

문을 지나자, 그 너머엔 수많은 유리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저것들이 전부 골드 블러드란 말이지…….’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뒤에서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입구에 서 있는 사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내는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네 녀석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베티 님이 아니라는 건 알지. 이 문을 열 때 벹티 님은 열쇠가 필요 없으셨으니까. 설마 해서 테스트를 해 본 것인데. 정말로 베티 님이 아닐 줄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렇게 아닌 척해 봐야 소용없어. 아까 그놈을 풀어 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흐음.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

“크흐흐. 거기 안에서 목 닦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무슨 짓을 하든 그 안에서는 나오지 못할 거다. 아! 그리고 포션을 건들 생각이거든 조심하라고. 그거에 손을 대는 순간 방이 폭발해 버릴 테니까.”

말끝으로 쿵! 하며 문이 닫혀 버렸다.

나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병신.”

사실 문이 닫힐 때 빠져나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

내 목적은 여길 나가는 것이 아닌 들어오는 것이었으니까.

이미 원하는 목적들은 달성했기 때문에 저 사내 또한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스르륵-

내 그림자에 숨어 있던 다칼이 튀어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크응.”

-사람의 피로 만들었다기에 얼마 없을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많군.

“그러니까 말이야. 예상을 뛰어넘네.”

포션의 개수만 해도 천여 개에 이를 듯싶다.

나는 포션에 손을 데려다가 멈칫했다.

“만지면 폭발한다고 했지.”

그 말이 허풍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면 알 일이다.

육안으로 봐서는 폭탄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건 폭발의 원흉은 마법진일 가능성이 높았다.

눈을 감고 감각을 넓혔다.

조잡한 마법진이라면 충분히 감각으로도 감지가 될 테지만. 그 어떠한 것도 감지가 되지 않았다.

결국 손을 뻗어 마법을 시전했다.

등가교환.

마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두 눈에 힘을 부여했다.

그러자 시야에 보이지 않던 흐름이 물결로 나타났다.

‘천장에 있군.’

플레어트랩 마법이었다.

중급 수준의 마법으로 중층부의 녀석들이 자주 써먹는 기술이었다.

플레어트랩을 제거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폭발하도록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똑같은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다.

같은 위치에 똑같은 마법을 시전하면 플레어트랩은 사라진다.

나는 비록 플레어트랩 마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내겐 그보다 더욱 좋은 마법이 있었다.

등가교환.

마나가 10배로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플레어트랩이 마나 소모가 큰 편이 아니기에 부담 없이 시전할 수 있었다.

곧 마법진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선반에 올려 있는 골드 블러드를 손에 쥐었다.

[골드 블러드를 얻었습니다.]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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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블러드

내용: 특별한 힘이 담겨진 혼합물 액체이다.

효과: 환각, 중독, 신체 일부 회복

조건부 영구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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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이미 들은 정보와 완전히 일치했다.

하지만 조건부 영구효과는 베티가 언급하지 않은 것이었다.

“물음표가 떠 있는 걸 보니 더 궁금해지네.”

페이크북으로 정보창을 조작할 뿐만 아니라 물음표가 뜬 것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죽은 베티를 되살릴 수도 없고.

조건부 영구효과가 무엇인지 알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날 여기에 가둔 사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중간 책임자였으니 분명히 골드 블러드의 효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럼 저 문부터 부숴야겠군.”

나는 문을 있는 힘껏 발로 걷어찼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콰아아앙! 콰가각…….

정중앙이 움푹 파인 채로 전체가 금이 갔다.

“생각보다 단단한데?”

하나 이건 견디질 못할 것이다.

파지직! 파직!

나는 다크볼트를 연사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

…….

콰가가가가강!

문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 버렸다.

그리고 저 멀리 날 가두고 사라진 사내의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뒤에는 부하 녀석들이 한가득이었다.

사내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 발로 찾아와 주면, 나야 고맙지.”

“캬하아앙!”

-떨거지들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굳이 나설 필요 없어.”

나는 그들에게 살기를 내뿌렸다.

[불안정한 음영 바다의 팔찌 ‘극한의 공포’ 효과가 발동합니다!]

“으윽!”

“크허어…….”

살기에 노출된 그들은 몸이 경직되거나 힘을 잃은 것처럼 땅에 풀썩 쓰러졌다.

그나마 중간 책임자로 있는 사내가 자신의 힘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등가교환.

그를 염력으로 끌어와 목을 부여잡았다.

“크으윽.”

“우리 어디 진득하게 대화 좀 나눠 볼까.”

사내는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래 봐야 소용없어. 발버둥 칠수록 너만 괴롭지. 하나만 질문하지. 그 질문에 답하면 고통 없이 보내 줄게. 단 거짓말을 하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편히는 못 갈 거야.”

말을 할 수 있도록 풀어 주자 계속해서 기침을 토해 냈다.

“커허어. 커허…… 이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음. 아직 대화할 준비가 덜 된 모양이네.”

지이잉!

“크하아아!”

광염을 시전해 그의 손등과 발등을 불태웠다.

사람의 가장 아픈 부위를 꼽자면 그것은 손과 발이었다.

그는 의외로 베티보다 오래 버텼다.

하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다만 그에게 들은 골드 블러드의 조건부 영구효과가 워낙 뜻밖인지라.

다시 되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말이야?”

“허헉. 헉. 내가 이제 왜 거짓말을 하겠나. 죽은 자도 산 자도 아닌 자가 골드 블러드를 먹게 되면 영구적으로 신체 능력 상승을 하게 되지.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섭취하게 되면 초월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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