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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45화 (145/230)

회귀한 탑 등반자 145화

145화 50대 1

놈들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하얀빛을 뿜어내는 자그만 별을 보고서, 대다수는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관심을 껐다.

하나 일부 감이 좋은 녀석들이 크게 경계하며 자리에서 멈추었다.

그러나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지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지지지징!

신이 직접 심판을 내리듯, 빛줄기가 여러 갈래로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신체의 일부를 관통당했다.

비명이 터져 나온 건 그로부터 몇 초 뒤였다.

“끄아아아! 내 다리!”

모두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한쪽 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크르응.”

-일부러 다리만 노렸군.

“날 노린 건 괘씸하지만 여기에 있는 놈들을 다 죽여 버려서 등반자들의 씨가 마르면 안 되니까.”

씨를 말린 건 네크로맨서로 충분했다.

그리고 녀석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천만 포인트 정도면 누구나 혹할 만했다.

다만 자신이 한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법.

지금이라도 도망을 친다면 당분간 병원 신세를 못 벗어나겠지만,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경고를 받아들이지 못한 자는.

지잉!

“크억……!”

다신 일어서지 못하도록 심장을 노렸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두 번째로 노린 공격에는 실수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

……,

경고를 무시하고 달려든 인간들이 하나둘씩 죽어 나갔다.

어느새 그 숫자가 열댓 명을 넘어서자, 내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괴, 괴물!”

대략 여섯 명 정도는 이미 경고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을 쳤고 추가로 다섯 명 정도가 뒤도 안 돌아보고 숲을 빠져나갔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올리고 있었다.

빛의 정수가 또 언제 공격해 올지 경계하는 것이리라.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달려들 기세로 온몸에 힘을 바짝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선을 넘으면 내가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시체보다 뒤에 서 있었다.

“어이가 없네.”

이게 무슨 놀이도 아니고.

정말로 선을 넘지 않으면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난 기회를 줬어.”

경고를 했을 때 도망을 쳤어야 했다.

아직도 자리에 남아 있다는 건 죽여 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지지지징!

무자비하게 빛줄기 공격이 쏟아졌다.

“커억!”

“으으윽…….”

[현상금이 오릅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

…….

…….

“쯧쯧.”

무기력하게 죽어 나가는 이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공격도 하나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왜 계속 덤벼드는지. 죽음을 직감했으면 떠나는 게 맞거늘.

그래도 빛줄기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 놈들도 있었다.

‘여덟 명 정도인가.’

이외에 겨우 도망친 인원이 흰 도복을 입은 사내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피터! 당신만 믿고 왔는데. 이게 뭐야!? 뒤에 서 있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 보라고!”

주도자를 보며 피터라고 했다.

‘제이슨 피터?’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인물이었다.

주도자이니 당연히 실력자일 것이고. 그럼 순위권에 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에 얼굴을 모르는 건 오카무라 에도와 네이슨 피터인데, 서양인이니 당연히 네이슨 피터가 유력했다.

나는 피터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는 자신의 멱살을 잡은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 이내 손을 뻗어 마치 귀찮은 날파리를 내쫓듯이 그의 얼굴을 옆으로 치워 버렸다.

그리고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와 오른손을 말아 쥐어 허리 뒤로 뺀다.

“하아압!”

기합과 함께 정권을 내질렀다.

단순한 행동이었지만 그로 인한 여파는 큰 파도와도 같았다.

파아아앙-!

주먹에서 뻗어 나온 압축된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날아들었다.

다크월.

[어스월 레벨이 올랐습니다!]

쿠구구구! 콰강!

연달아 검은 벽을 세웠으나, 생각보다 강력한 힘에 방어가 뚫려 버렸다.

아직 기세등등한 소용돌이가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힘에는 힘으로.

팡!

나는 그것을 지팡이로 쳐 내 버렸다.

그리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어넣은 마나가 전부 소모된 별의 정수가 떨어지고 있었다.

정수에 다시 마나를 쏟아부어 공격을 시킬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이미 별의 정수의 힘은 테스트를 끝냈다.

‘그보다 하늘이 노을이 졌어.’

마침 떠오르는 물건이 있었다.

아직 상대해야 할 놈들이 남아 있는 상황.

거기다 주위에는 시체들이 깔렸다.

나는 곧장 황혼의 죽음 목걸이를 꺼내 효과를 발동했다.

위잉!

목걸이의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황혼의 죽음 목걸이의 ‘저물지 않은 황혼’ 효과가 발동합니다.]

우어어어-

쓰러져 있던 시체들이 목걸이의 힘에 반응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하늘이 황혼으로 물들었습니다.]

[황혼의 죽음 목걸이의 효과가 증폭됩니다!]

[힘이 적용되는 범위와 시체들의 부활 시간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시체들마저 힘의 영향을 받아 일어선다.

어느덧 죽은 자들이 녀석들을 둘러쌌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적에게 둘러싸인 건 이쪽이었는데, 순식간에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다.

나는 죽은 자, 워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

우어어어!

명령을 받은 워커들이 각자의 능력을 이용해 적들을 공격했다.

이 힘은 네크로맨서가 죽은 자들을 다루는 것과 비슷하나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했다.

황혼의 죽음 목걸이로 부활한 워커들은 생전에 가지고 있던 힘을 절반 가까이 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단순무식하게 몸만 쓰는 일반 워커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나, 여태 살아남아 있는 녀석들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이다.

한바탕 전투가 벌어졌다.

칭! 서걱!

개중에 눈에 들어오는 놈이 있었다.

자신의 몸길이보다 긴 검으로 워커들을 도륙한 장발의 사내가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오카무라 에도?’

외형을 봤을 때 일본인이었다.

그는 귀기 같은 눈을 번뜩이며 입을 뗐다.

“탐욕으로 물든 자여! 그대의 목은 내가 가져가지!”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날리며 검을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사하아악-

나쁜 기운을 품은 검기가 뻗어 나왔다.

엘리렌스.

[각 마법의 속성이 강화됩니다.]

[각 속성의 내성이 일부 형성됩니다.]

다크소드.

똑같이 검을 소환해 날아드는 검기를 막아 냈다.

챙강!

단숨에 검기를 두 쪽을 내버리고 에도에게 보냈다.

“허엇!?”

다가오는 검을 막으려던 에도는 순간 몸이 굳어 차마 막아 내지 못했다.

푹!

“커허어……!”

복부를 찔린 그는 입으로 피를 토하더니 서서히 돌이 되어 갔다.

옆을 보니 다칼이 마안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순간 몸이 굳은 것도 마안 때문이리라.

“끄으! 비겁한…… 일대일 승부에 다른 놈을 끼워 넣다니!”

중2병에 머리까지 다친 건가.

다수로 공격해 온 건 내가 아니고 네놈들인데 말이다.

“하아~.”

스릉, 촤아악!

귀가 썩기 전에 주피로의 단검으로 직접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3위 오카무라 에도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대폭 상승합니다!]

무려 39만 포인트가 들어왔다.

하지만 천만 포인트에서 수십만 포인트가 더 들어온다고 해서 딱히 도움이 될 일은 없었다.

그저 덤비니 처리를 한 것이고, 덤으로 포인트를 얻은 것뿐이었다.

“으아아압!”

워커들을 밀어낸 것은 에도만이 아니었다.

양손과 발에 불을 품은 피터가 접근해 뒤돌려 차기를 했다.

화르륵!

고개를 숙여 피하곤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볼트.

콰아아앙!

“흐하아!”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피터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것처럼 연기를 뚫고 나와 두 발을 현란하게 움직였다.

앞차기, 옆차기, 이어차기, 공중제비차기 등등 화려한 발기술을 보여 줬다.

전부 회피하여 맞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뜨거워져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기의 산소가 타고 있다.’

발차기의 공격도 파괴적이지만 오히려 산소가 사라져 가는 게 더 위협적이었다.

하나 그것은 상대가 지치고 숨이 거칠 때나 통하는 방법.

나는 그가 내려차기를 하는 순간 손으로 발목을 붙잡고 중심을 잡고 발을 걷어찼다.

“흡!”

피터는 급히 중심을 잡아보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공중에 뜬 그를 보며 전력을 다해 손날을 내려쳤다.

콰하아앙!

“크헉!”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무력으로 해결하면 된다.

주특기가 마법이긴 하나, 현재 가진 신체 능력으로는 22층의 등반자쯤은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주먹으로 상대를 전력을 다해 때려 본 적이 없는데, 정통으로 맞은 피터는 땅속으로 숨어 버렸다.

깊은 구덩이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돌려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아직 워커들을 상대 중인 놈들도 있었으나, 절반 이상은 이미 전투불능 상태였다.

나머지도 곧 같은 길을 걸을 듯싶다.

차례대로 정리가 되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실루엣이 그곳에 서 있었다.

“강예지.”

사실 아까 전부터 그녀는 내 뒤에 와있었다.

분명히 공격할 틈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온 이들을 몰래 기습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대체 적으로 온 건지, 아군으로 온 건지…….

구별이 안 가는 모습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같이 나를 치러 왔다가 다른 이들의 목숨도 취했다가 맞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괜히 간 보지 말고 덤빌 거면 덤벼.”

그러자 강예지가 걸어 나와 단호히 말했다.

“그럴 생각 없어.”

거짓말.

“그럼 여기에는 왜 온 거지?”

“가는 길에 우연히.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는 걸 보고 무슨 일이 있나 살피러 온 거지.”

“그런 것치곤 나를 노리기 좋은 위치에 서 있던데.”

“음. 그래. 인정해. 솔직히…… 천만 포인트 정도를 가지고 있으면 빼앗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그런데 그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고. 상황적으로 봤을 때 그쪽은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래. 도와줬으니까.”

‘오호,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

사실, 꽤 그럴싸한 변명이었다.

“아. 근데 고맙다고 할 거면 됐어. 사과 받고 싶어서 한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진 빚을 갚은 셈 치지. 뭐.”

‘개인적으로 진 빚이라…… 체스방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건가.’

박우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쩌다 구한 것이긴 하나, 결론적으로 그녀를 살린 것이 되었다.

물론 빚을 졌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강예지는 남에게 그런 마음을 가질 정도로 착한 여인이 못되었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다만 현재로써 그녀가 날 노릴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나는 강예지를 뒤로 하고 다시 앞을 내다봤다.

모두가 당할 동안에 혼자서 유유히 빠져나가는 인물이 있었다.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던 남자는 내내 피터와 붙어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도망을 쳤다.

이상한 점은 그 남자가 나를 노린 놈들 중에 가장 강하다는 것이었다.

풍기는 기운으로는 알 수 없었지만 도중에 별의 정수로 공격을 했을 때 반응을 보고 알아챘다.

각자 반응하는 방식은 달랐으나, 그걸 여유로이 피한 놈은 저자뿐이었다.

이후에도 워커들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도망치는 속도도 그렇다.

‘절대로 22층의 실력이 아니었어.’

못해도 30층 수준은 됐다.

그런 자가 이곳에 내려와 굳이 날 노릴 이유도 없는데. 저들과 같이 온 연유가 무엇일까?

덤비지도 않았다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혹시 인듀어에 소속된 놈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저 자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성이 있었다.

나는 곧장 그를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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