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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44화 (144/230)

회귀한 탑 등반자 144화

144화 별의 정수

음산한 골짜기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왔구나.’

하두 긴장하고 있던 탓에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후아~.”

숨을 내쉬며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을 풀어 주었다.

“크르릉.”

-겨우 1시간을 갔다 온 것인데 반나절은 넘게 흘려 보낸 기분이군.

그 말에 동의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도 긴장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피로도가 많이 쌓였다.

-어디 가서 잠시 쉬었으면 하는데. 그대 생각은 어떻지?

“그…… 잠깐만.”

대답을 하려던 찰나 마침 메시지가 떴다.

한 시간마다 업데이트가 되는 현상금 순위 명단이었다.

조금의 변경사항이 있긴 했지만 내 이름은 여전히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저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천만 포인트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1순위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나를 노리는 것, 단 한 가지 선택지뿐이었다.

‘사전에 경고를 했지만 포인트에 눈이 돌아 분명 덤비는 놈들이 있겠지.’

미션이 끝나기 전까지는 포인트를 가져가려는 자들로부터 계속 위협을 받을 것이다.

과연 그 위협이 내게 통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준석! 준석!

“아, 어.”

-계속 불렀건만. 어디에 정신이 팔려서는.

“순위 명단을 좀 확인했어.”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어차피 그대가 1위일 테니.

“변동될 일은 없지만, 순위권에 든 사람들이 누군지 확인해 놔서 나쁠 건 없지.”

-그래서. 견제해야 될 대상이 있나?

“딱히.”

강예지와 안철호를 제외하면 오카무라 에도와 네이슨 피터뿐인데.

둘의 이름을 중, 상층부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

그 얘기는 즉 소리 소문 없이 죽었다는 것을 뜻하거나 그만큼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잠시 후, 나는 앞으로 걸어나가며 말을 이었다.

“따라와.”

“크응?”

-어딜 가는가.

“쉬자며. 적당히 쉴 만한 곳을 알고 있거든.”

골짜기에 숨겨진 동굴이 있었다.

햇볕은 없지만 통풍도 잘되고 적당히 침대도 구비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 있으며 벽에는 어두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환한 채색의 예술품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회귀 전에 발견한 장소로, 네크로맨서 중에 한 명이 이용하던 곳이었다.

대체로 네크로맨서들은 더럽고 잔악한 환경을 좋아해, 사람이 그들의 거주지를 사용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고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여기도 조금 더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다른 곳에 비하면 여관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었다.

“캬하~.”

다칼이 침대에 자리를 잡는다.

나는 그런 다칼을 바라봤다.

급한 대로 다칼의 몸에 난 상처를 치유하기는 했지만 완벽히 치유해 낸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직 그 잔흔들이 남아 있었다.

‘만월의 갑주가 없었으면 상처가 더 심했을 거다.’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다리를 배게로 삼아 머리를 기대는 다칼을 보며, 나는 문득 내가 준 돌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물어보니.

-이미 먹었다.

“먹은 걸 본 적이 없는데, 대체 언제 먹었대.”

-그대가 환각에 걸렸을 때 먹었지.

“아~.”

애초에 돌을 먹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귀한 물건을 먹었으니 무슨 변화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똑같아 보였다.

‘잠깐…… 털의 색깔이 약간 푸르게 변한 것 같은데?’

확실한 변화라고 볼 수 없지만, 검은 털에 푸르스름한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나도 그것이 어떤 돌이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크르렁. 크르렁.”

어느새 단잠에 빠진 다칼이 코를 골았다.

나는 침대 밑에 앉아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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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마도사

칭호: 좀비 학살자 외 6개

능력치

근력:350(+250)

민첩:333(+1249)

체력:422(+1094)

정신력:514(+250)

마나:781(+1187)

스킬

점지(Lv5) 마나볼트(Lv18) 마법컨트롤(Lv26) 다크웨스트림(Lv1)

어스월(Lv8) 행운의룰렛(Lv4) 다크소드(Lv8) 다크소울(Lv3) 원드퍼드(Lv7)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9) 루트딥트리(Lv26) 리치네스(Lv3) 다크레인(Lv6) 컬스버닝(Lv4) 홀리크로스(Lv2) 엘리렌스(Lv5) 다크포스(Lv1) 힘의 천칭저울(Lv1)

광염(Lv1) 고양이격투술(Lv5) 다크싱어(Lv1) 악재통(Lv1) 다크스피어릿(Lv1) 소울브링(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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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 상승한 능력치를 보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정신력이랑 마나가 유독 많이 올랐어.’

82층에서 한 고생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

보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비켈의 방을 털어서 얻어 낸 수많은 아이템들이 아공간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아이템을 전부 꺼내 일일이 살펴보았다.

“오호.”

“오…….”

“이것도 꽤 괜찮은데?”

“이건 생긴 건 화려한데 능력은 별로네.”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필요한 아이템과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으로 구분했다.

“총 네 개인가…….”

내게 쓸 만하거나 필요한 물건의 개수였다.

필요하지 않아 팔아 버려야 하는 템들이 스무 개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 있었다.

사실 두 개만 건져도 많이 건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엄선된 네 개의 물건은 메테오 마법책, 대악마 라오레느의 미술품, 천상의 양피지. 별의 정수였다.

나는 메테오 마법책을 사용하기 위해 책장을 펼쳤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역시…… 안 되는 건가.”

메테오 마법책을 배우려면 두 가지의 조건이 필요했다.

하나는 마나량. 다른 하나는 불의 친화력이다.

마나량은 천만 넘어서면 되기 때문에 이미 충족이 된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불의 친화력이 부족한 듯했다.

물론 친화력을 안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충족치만큼 친화력이 높지 않은 것뿐.

“아니지. 방법이 있잖아.”

나는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으로 빼 둔 열화의 활을 손으로 집었다.

이 활의 성분 중에는 피닉스 깃털의 일부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깃털을 먹으면 불의 친화력을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이미 활에 쓰인 피닉스 깃털을 따로 회수하기란 쉽지 않다는 건데,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는 광염 스킬에 어둠 속성을 부여해 암염으로 바꾸었다.

화륵-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으로 활을 천천히 녹여나갔다.

‘팔면 비싸게 팔릴 건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집중하는 데만 신경 썼다.

이내 내구도가 다하고, 활의 잔해로 붉은 액체만이 남았다.

나는 액체 위에 손을 올려 등가교환을 시전했다.

뒤섞인 성분 중에 피닉스 깃털만을 빼내려는 시도였다.

뚝. 뚝.

작은 액체 방울이 하나둘씩 공중에 떠오른다.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 덩어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저 덩어리를 피닉스 깃털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성분만큼은 분명하기에 액체를 차갑게 식히고 덩어리째로 입 안에 삼켰다.

“윽!”

난생처음 느끼는 맛에 오만상이 찌푸려졌다.

덩어리를 바로 목구멍에 넘겼다.

“으으으…….”

다만 혀에 남은 쓰린 맛의 흔적이 계속해서 괴롭혔다.

맛의 고통이 끝날 즈음.

이번에는 속이 쓰리고 뜨거웠다.

마치 불덩이를 집어삼킨 듯해 괜히 먹었나 후회가 될 정도였다.

앉아 있기가 괴로워 카펫에 드러누워 버렸다.

고통은 한 30분간 지속됐다.

“하아~ 하~”

거친 숨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 창이 열렸다.

[피닉스 깃털의 일부를 흡수하였습니다.]

[불에 대한 내성이 올라갑니다.]

[불에 대한 친화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방금 전까지 고통의 맛을 보았기 때문에 웃음이 나진 않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 만족스러웠다.

나는 메테오 마법책을 집어 다시 시도를 해 보았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마법책에 각인된 스킬을 습득합니다.]

[메테오(Lv1)를 배웠습니다.]

‘좋았어!’

그 어떤 스킬을 얻었을 때보다도 강한 만족감을 느꼈다.

22층에서 메테오를 배웠다.

상층부에서나 구할 수 있는 책을 저층부의 사람이 얻어서 배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을 몸소 실천해 현실로 만들었다.

이 스킬만 있으면 대규모 전투에서 밀릴 일이 없다.

다만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현재 가지고 있는 마나량의 절반을 쏟아부어야 하다 보니 실패 리스크가 매우 컸다.

시전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말이다.

하나 그런 단점들을 메울 만큼 메테오의 파괴력은 강력하고 범위는 광범위했다.

이후 나는 다른 아이템에도 관심을 가졌다.

대악마 라오레느의 미술품과 그리고 천상의 양피지. 별의 정수가 남아 있었다.

그 중에 미술품과 양피지는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아공간에 다시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별의 정수.

하얀빛을 품고 있는 별모양의 정수를 손으로 집자.

치이익.

손에 연기가 피어오르며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정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신성력 탓이다.

하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정수에 대량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우웅!

[별의 정수에 마나가 각인되었습니다.]

[별의 정수가 당신에게 귀속됩니다.]

나는 귀속템이 된 정수를 공중으로 던졌다.

일정 높이에 다다른 정수가 떨어지지 않고 부유했다.

정수에 불어넣은 마나가 다 소진되기 전까지는 떨어질 일이 없었다.

‘어디.’

동굴에 있는 광석을 타깃으로 삼는 순간.

지이잉!

정수에서 빛줄기가 뻗어 나갔다.

쾅!

내 눈으로도 쫓기 힘들 만큼 매우 재빠른 속도였다.

이번에는 타깃을 둘로 정했다.

지이잉! 지이잉!

두 개의 빛줄기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콰강!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정확도도 뛰어나고 파괴력도 뛰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수에는 일종의 자아가 있어, 자유 의지를 허락하면 딱히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적들을 향해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쓸 만한 보조를 얻었어.”

이미 보조로 다칼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가 더 있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나는 정수를 회수해 다칼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드르렁, 드르렁…….”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깼을 줄 알았는데, 다칼은 이 와중에도 잘만 잤다.

“후~.”

침대에 머리를 기댄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조금만 쉴까.”

다칼의 코골이를 듣고 있으니 저절로 눈꺼풀이 내려갔다.

…….

…….

…….

…….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잠깐 눈만 붙일 생각이었는데 그새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다.

“으으으~.”

기지개를 펴며 미션창에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07:55:17]

“2시간 정도 잤네.”

예상보다는 많이 쉬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소진됐던 마나가 절반쯤 회복되었다.

“다칼, 그만 일어나.”

돌을 박살 내는 소리에는 깨지도 않던 놈이 내 목소리에 반응해 눈을 떴다.

“캬하아아움~.”

-내가 얼마나 잔 거지?

“2시간. 슬슬 움직이자고.”

22층에서 얻어야 할 특산품도 있고 만나 봐야 할 인물도 있었다.

그리고 인듀어 길드가 여기서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도 알아봐야 했다.

나는 곧장 동굴을 벗어나 골짜기를 빠져나갔다.

입구에 있는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음?”

뭔가 이상했다.

숲에서 상당히 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을 내는 것이 네크로맨서일 리는 없고 그렇다면 사람들일 터.

이곳이 골짜기 밖의 숲이라고 해도 여전히 사람들이 꺼리는 곳이었다.

만일 이곳에 왔다면 네크로맨서를 토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골짜기에 들어올 생각은 전혀 없고 숲에만 겉돌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저들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를 사냥하러 온 건가.’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나왔다! 놈이 나왔어!”

어떤 남자가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잠시 후, 다른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전부 나를 보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대략 오십 명쯤 모였나.’

아무래도 나 하나를 잡기 위해서 임시로 동맹을 맺은 듯했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생각한 것보단 머리가 나쁘진 않네.”

만일 혼자서 덤비려고 했다면 녀석이 공격하기도 전에 목숨을 끊어 놓았을 것이다.

“쳐다만 보고 있을 겁니까!? 다들 치세요!”

흰 도복을 입은 서양의 남자가 지시를 내리자, 양옆에 서 있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남자가 주도를 한 건가. 재밌네.’

안 그래도 새로 얻은 무기를 더 테스트해 보고 싶었는데.

잘되었다.

나는 별의 정수를 꺼내 있는 힘껏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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