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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40화 (140/230)

회귀한 탑 등반자 140화

140화 하이어 네크로맨서 (2)

-신수인 나한테 일개 펫이라니! 방금 한 말은 취소해라!

나는 다칼을 내려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잊었어? 지금의 내가 누군지.”

엘리토는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자였으니 그에 맞게 연기하는 것일 뿐이다.

다칼이 내 발을 계속 물고 있으니 네크로맨서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펫이 갑자기 주인을 물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이리라.

의심의 싹이 트기 전에 나는 다칼을 만류했다.

“그만 놔. 응석은 나중에 받아 줄 테니까.”

-내가 지금 응석을 부리는 걸로 보이나! 엘리토를 연기한다고 해도 일개라는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하아~ 알았어. 알았어. 고귀한 신수님, 그만하세요.”

그제야 무는 것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캬항!”

-그렇다! 나는 고귀한 신수! 일개라는 말 따위와는 맞지 않는 몸이지!

‘어련하시겠어.’

이럴 때 보면 참으로 단순하다니까.

고개를 흔들며 정면을 바라봤다.

‘슬슬 다 모인 것 같군.’

다칼과 티격대격하는 사이에 삼백여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우어어-

그들이 데리고 온 수천여 마리의 워커들도 눈에 띈다.

녀석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골짜기가 미어터질 지경이다.

하나 이보다 더 있을 것이다.

나는 전부 모이기를 기다렸다.

한 10분쯤 흘렀을까.

누군가가 나서서 외쳤다.

“하이어시여!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모였습니다! 저희에게 명령을 내려 주소서!”

‘다 모인 거였나.’

그들을 쭉 훑어보곤 입을 뗐다.

“지금 당장 워커들을 물러라!”

“예……? 워커들을 물리라니. 그게 무슨.”

“못 들었나! 워커들을 물리라 하지 않았나! 거역할 자들은 이 앞에 나와 직접 항의하라!”

이럴 때일수록 세게 나가야 했다.

하이어 네크로맨서인 엘리토라면 필시 그렇게 했을 터.

웅성웅성.

시끌해지긴 했지만 직접 나와 항의하는 놈은 없었다.

‘그럴 테지.’

그들은 힘과 권력의 차이가 명백한 하이어에 맞서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워커들이 빠지자 빼곡히 차 있던 공간이 널찍해졌다.

‘이제 다음 단계를 진행해 볼까.’

지팡이를 들고 땅에 내리찍으며 마법을 시전했다.

쿠후웅-

거대한 마법진이 지팡이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네크로맨서들은 이를 보고 무슨 마법을 펼친 것인지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들어라! 너희들을 집합시킨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해 주겠다.”

한번 말을 끊고 이어 나갔다.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그 일을 처음 목도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지. 네크로맨서가 인간 따위와 사랑을 꿈꾸며 우리들의 드높은 긍지를 깎아내리고 모욕했다! 감히! 그런 선택을 상상했다는 것조차 충격이다.”

웅성웅성!

“그 하찮은 놈들이랑 사랑을?”

“말이 돼? 그런 놈이 우리랑 같은 종일 리가 없잖아.”

전체적으로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처음에 네크로맨서와 인간이 사랑을 한다고 했을 때.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한 네크로맨서 분노하여 소리쳤다.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단 말입니까!?”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사.”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녀는 실존하면서 실제로 한 인간을 사랑하고 있었다.

“에이사! 그녀가 우릴 배신했다고!?”

“지금 어디에 있지? 당장 그년의 두 눈알을 뽑아 버리겠어!”

“허허, 에이사가 배신을 하다니…… 믿을 수 없어.”

네크로맨서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쯤 눈치챘겠지. 에이사, 그 여자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을.”

하이어 네크로맨서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없다는 건 못 오는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하이어시여! 명령만 주시면 그년을 당장 찾아서 참수에 처하겠습니다!”

“그런 역적과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수치!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다들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나는 마법진을 가리켰다.

“저 붉은 원 안으로 들어가라! 에이사가 저지른 금기로 인해 대악마 비켈 님께서 크게 분노를 하셨으니! 그분의 심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참회가 필요하도다! 에이사를 잡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

“하이어께서. 대악마 비켈 님과 소통을 하셨다!”

“오오! 위대한 하이어시여! 위대한 비켈 님이시여! 저희들에게 구원을!”

거짓말을 좀 꾸며 본 것인데, 효과는 확실했다.

하나둘씩 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몇 놈이 어물쩍대고 있었다.

‘의심을 하는 것인가.’

나는 강압적인 어조로 소리쳤다.

“어물쩍대는 놈들은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안 들어가고 참회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네놈들의 목을 베어 주지. 하찮은 인간 따위와 도망쳐 버린 에이사와 같은 역적으로 간주하겠다!”

역적 얘기가 나오자, 어물쩍대던 놈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곧 마무리를 지을 타이밍이었다.

‘전부 들어왔군.’

나는 다칼에게 속삭였다.

“다칼, 원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놈이 있으면 돌로 만들어 버려.”

“크르응.”

-알았다.

‘됐다.’

마법진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이제 막 완성이 되었다.

‘시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범위와 파괴력만큼은 확실하지.’

다크스피어릿.

마법진에서 검붉은 창들이 튀어나왔다.

촤자자자자자!

“으아악!”

“끄악!”

“어, 어어어! 악!”

빗살처럼 치솟는 창의 일격에 네크로맨서들이 힘없이 무너져 간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

…….

“하, 하이어시여! 대체 왜……!”

“으아! 살려 줘!”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비켈 님께서 너희들을 참회해 주실 생각이 없나 보군. 그렇다면 죽어야지.”

대부분의 네크로맨서들이 충격을 먹은 듯 가만히 서 있었지만, 개중에는 바깥으로 도망치려는 놈들도 있었다.

하나 다칼이 나서서 석화를 진행시켰다.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

…….

…….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

…….

…….

말 그대로 학살극이 벌어졌다.

‘끝났군.’

아무런 대비태세도 갖추지 않던 네크로맨서들은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 보지 못했다.

나는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한 뒤에야 형태 변화를 풀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나선, 뒤늦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백이 넘는 네크로맨서를 단번에 학살하였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세웁니다!]

[특별보상이 지급됩니다.]

[영혼의 비급서를 획득합니다.]

“음?”

손에 쥐어진 책을 바라봤다.

이런 식으로 네크로맨서들을 해치운 것은 처음이기에 특별 보상을 받는 것도 처음이었다.

표지에 해골 문양을 보니 이것은 네크로맨서가 다뤘던 비급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혼의 비급서라.’

어쩌면 내게 필요한 물건일지도 모르겠다.

“캬하하!”

다칼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다칼이 말을 잇는다.

-신이 들린 연기였다. 여태 함께한 나조차도 말로만 들어선 그대가 준석인지 아님 엘리토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더군. 혹시 연기를 배운 적이 있나?

“아니. 그냥 즉흥적으로 한 거지. 따로 배운 적은 없어.”

-그렇군. 타고난 재능인가.

나는 영혼의 비급서를 확인하기에 앞서 네크로맨서들을 죽고 남긴 뿔의 파편들을 회수했다.

[??의 뿔 파편을 얻었습니다.]

[??의 뿔 파편을 얻었습니다.]

[??의 뿔 파편을 얻었습니다.]

[??의 뿔 파편을 얻었습니다.]

…….

…….

…….

[??의 뿔 파편을 얻었습니다.]

‘이게 끝인가.’

마지막 파편을 줍는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비켈의 뿔 파편을 모두 모았습니다.]

[모인 파편에서 변화가 생깁니다!]

파편들이 제멋대로 공중에 부유하며 서로 부딪혔다.

부딪힐 때마다 회색빛과 함께 불길한 기운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부딪치는 과정에 두 개였던 파편이 하나가 되고 또 그렇게 모인 두 개의 파편이 하나가 되기를 반복했다.

이내 뭉치고 뭉쳐 하나가 된 그것은 더 이상 파편이 아닌 완벽한 비켈의 뿔이었다.

회색과 붉은색이 섞인 뿔은 팔 길이만큼 길었다.

그것을 손에 쥐자 강대한 힘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비켈의 뿔을 얻었습니다.]

‘드디어.’

전율이 일었다.

이것만 있으면 그 물건을 얻을 수가 있다.

하나 물건에 대한 기대 때문에 전율이 인 것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기대가 됐다.

우선 비켈의 뿔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비급서를 다시 쳐다봤다.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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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비급서

내용: 죽음을 초월한 네크로맨서가 영혼을 다루었던 힘이 책에 담겨져 있다.

스킬 습득: 소울브링(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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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게 필요한 물건이야.’

이 아이템을 통해서 얻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소울브링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신 앞에서 그 영혼을 불러낼 수 있는 힘이었다.

소울브링 기술을 가지고 있던 자는 매우 극소수이고, 그 출처가 알려지지 않아 얻고 싶어도 얻질 못했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것인지 이렇게 내 손에 쥐어졌다.

‘이것만 있으면 어둠의 반지의 힘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다.’

망설일 것 없이 곧바로 책을 펼쳤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영혼의 비급서에 각인된 스킬을 습득합니다.]

[소울브링(Lv1)을 배웠습니다.]

다행히 조건이 부합됐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그때.

“응?”

벌써 한 시간이 지났는지 현상금 순위가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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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이준석

[13,775,000포인트]

2위) 강예지

[550,000포인트]

3위) 오카무라 에도

[290,000포인트]

4위) 안철호

[110,000포인트]

5위) 네이슨 피터

[90,000포인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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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 순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름이 강제로 공개되고 지구에서 사용했던 이름이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으음. 강예지가 2등인가.”

네크로맨서는 전부 쓸어버렸으니 그녀가 올린 포인트는 전부 사람을 죽여서 얻은 것이다.

“많이도 죽였군.”

오카무라 에도, 네이슨 피터는 모르는 이름들이고. 안철호는 필요한 싸움 이외에는 하지 않는 듯했다.

‘성격상 사람을 마구 죽이고 다닐 놈은 아니지.’

마지막으로 1순위를 차지한 내 포인트를 보았다.

아무래도 미션이 끝나기 전까지는 굉장히 피곤해질 듯싶다.

다만 나는 당분간 이곳에 없을 테니 그들이 날 찾으려고 해도 절대로 못 찾을 것이다.

“여행을 좀 해 볼까.”

나는 오래전에 쟁여 뒀던 물건을 꺼냈다.

“캬항?”

-그것은!

다칼이 물건을 보고 놀랐다.

“이게 뭔지 알아?”

-듣기만 했지, 나도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설마 그대가 그걸 가지고 있을 줄이야.

나는 2층에서 얻었던 층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층으로 이동을 시켜 주는 물건이다.

물론 일회성이고 이동한 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캬하앙.”

-그걸로 어디를 가려는 거지?

“82층. 악마의 성.”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겠지.

“아아 당연히.”

-아마 그곳에 가려는 이유가 지금 얻은 비켈의 뿔과 연관이 있겠지. 원하는 것을 취하고 돌아오기만 하면 괜찮겠지만. 만일에 그 누구라도 마주친다면 그대의 목숨은 날아가고 없을 거다. 거기서는 나도 지켜 준다고 장담하지 못해

“애초에 그건 기대도 안 했어. 걱정 마. 괜찮을 거야.”

하지만 다칼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이 길게 가지는 않았다.

-좋다! 이미 마음을 먹은 것이니 절대 무를 일은 없겠지. 그럼 어디 한번 부딪혀보자고.

“동행자라면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층의 시계를 조작했다.

딸각.

초침을 만지작거리자 질문이 날아왔다.

[이동할 층을 정해 주십시오.]

“후우~.”

숨을 크게 내쉰 후, 나는 원하는 층을 입으로 내뱉었다.

“82층.”

말하자마자 시계를 중심으로 균열이 일어났다.

“으윽.”

울렁거리는 느낌이 장난이 아니었다.

몸이 순식간에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이내 찬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째각. 째각. 째각.

멈춰 있던 초침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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