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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37화 (137/230)

회귀한 탑 등반자 137화

137화 리이르 골짜기 (1)

나와 다칼은 우버 마을을 벗어나 곧장 카웰 호수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잡초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뒤를 돌아 봐도, 쫓아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아까 전처럼 내 목을 노리고 추격해 오는 놈들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네.’

그랬다면 현상금을 더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한편. 강예지와 안철호는 같이 마을을 벗어나긴 했으나 각자 가는 길이 달라 흩어졌다.

이외에 미션에 참가한 등반자들은 마을에 머무르기를 선택했다.

아직 네크로맨서 집단이 누구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남아 있는 것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이미 알기 때문에 되레 마을을 안 떠나는 이유도 있었다.

그들은 아는 것이다.

미션을 클리어하려면 사람을 상대하는 게 더욱 쉽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긴. 녀석들이 상대하기는 쉽지 않지.’

네크로맨서는 언데드 수십 마리를 조종하며 저주에 특화된 마법을 무수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몸에도 저주를 새겨,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간다.

무엇보다 사람을 생포해 잔인한 실험을 자행하는 그들의 행동은 거주민만이 아니라 등반자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나 등반자들이 그들을 잡기를 포기하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압도적인 힘과 규모.

평균치의 등반자가 그들 중에 하나와 겨루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이며 그런 네크로맨서가 수백 명에 이른다.

또한 수만에 이르는 언데드를 거느리고 있으니 규모 면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22층은 등반자들끼리 치고받는 살육의 현장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탑이 그걸 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나 나는 그런 바람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단순히 탑의 의도를 비틀어 버리고 싶은 게 아니라 리이르 골짜기에 반드시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악마 비켈의 뿔.

그것이 꼭 필요했다.

그게 있어야 상층부에 있는, 비켈이 숨겨 둔 아이템을 얻을 수가 있다.

하지만 뿔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거나 혹은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등가교환을 시전해 빼돌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남에게 빼앗기기 싫어 뿔을 파편으로 나눠서 자신들의 몸에 새겨 넣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파편을 가진 네크로맨서를 하나도 빠짐없이 죽여야 비켈의 뿔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회귀 전에는 애석하게도 뿔을 얻은 적이 없다.

네크로맨서들을 잡긴 했지만, 그것은 이지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만약 뿔을 얻어 최종적으로 그것을 얻었다면 데카인을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기회.

이번에는 꼭 얻고 마리라.

‘다 왔군.’

마나를 회복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카웰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에메랄드처럼 투명한 물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러다 반대편에 있는 땅을 내다본다.

나무들이 빼곡한 밀림 너머로 리이르 골짜기가 을씨년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크응.”

-고요하니 수영하기 딱 좋겠군.

다칼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호수로 몸을 던졌다.

풍덩!

“푸후우!”

다칼은 몸에 갑주를 끼고도 잘만 헤엄쳐 다녔다.

잔잔하던 호수에는 물결이 친다.

“캬하아~.”

-준석! 기분 전환도 할 겸 그대도 들어오는 게 어떤가!?

“아니. 난 됐어.”

물속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그보다 아래나 조심해.”

“캬항?”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다칼이 뒤늦게 무언가를 감지한 듯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때.

푸하아아앙-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강한 물살을 일으키며 고개를 내밀었다.

물고기는 이미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우어어어어엉!

몸의 길이만 해도 100미터에 이르는 대형 물고기였다.

하나 그와 상반되게 움직임이 재빨랐다.

다칼을 데리고 사라지는데 불과 일 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조심하라니까.”

녀석의 정체는 블루마티.

카웰 호수에 서식하는 보스 몬스터로, 눈이 네 개가 달려 시야에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과 갑옷처럼 두꺼운 푸른 비늘을 두르고 있는 게 특징이었다.

푸른 비늘은 어지간한 물리. 마법 공격으로는 뚫리지 않는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타엘의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사정권으로 들어오자마자 다크웨스트림을 시전해 반대편 땅에 도달했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 물속을 쳐다봤다.

다칼이 불루마티에게 잡아먹혔지만, 그다지 걱정이 들지는 않았다.

파아아앙-!

사라졌던 블루마티가 다시 튀어 올랐다.

한데 머리가 댕강 잘려 나간 채였다.

“캬하아아아!”

몸집을 키운 다칼이 포효를 내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쿵!

코앞에 착지한 다칼은 입 안에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크헤엑-.”

얼마 지나지 않아 혀를 내밀어 이물질을 뱉는다.

-생긴 건 맛있게 생겼는데, 이렇게 맛대가리가 없는 음식은 오랜만에 보는군. 입맛만 버렸다.

나는 다칼이 한 말보다 뒤에 있는 블루마티를 신경 썼다.

등가교환.

염력으로 죽은 블루마티의 몸속에서 하얀 진주알을 꺼냈다.

[백의의 진주알을 얻었습니다.]

진주알이 영롱한 빛을 뿜어낸다.

하나 비린내가 살짝 났다.

-음? 그건 뭐지?

“비약.”

-흠. 나는 흥미가 없으니 그대가 먹든 팔든 맘대로 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나는 진주알을 물로 씻겨 내곤 서슴없이 입에 가져갔다.

꿀꺽!

크기가 커서 그런지 목에서 걸렸다.

“끄으!”

목에 힘을 주자 기어코 목을 통과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떴다.

[마나가 대폭 올랐습니다!]

‘얼마나 올랐나 볼까.’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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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마도사

칭호: 좀비 학살자 외 6개

능력치

근력:328(+250)

민첩:315(+1195)

체력:407(+1064)

정신력:477(+250)

마나:740(+1133)

스킬

점지(Lv5) 마나볼트(Lv17) 마법컨트롤(Lv26) 다크웨스트림(Lv1)

어스월(Lv8) 행운의룰렛(Lv4) 다크소드(Lv8) 다크소울(Lv3) 원드퍼드(Lv7)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8) 루트딥트리(Lv26) 리치네스(Lv3) 다크레인(Lv6) 컬스버닝(Lv4) 홀리크로스(Lv2) 엘리렌스(Lv5) 다크포스(Lv1) 힘의 천칭저울(Lv1)

광염(Lv1) 고양이격투술(Lv5) 다크싱어(Lv1) 악재통(Lv1) 다크스피어릿(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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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마나가 2천을 돌파한다.

민첩과 체력도 비슷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변수가 있지 않는 한 마나가 제일 먼저 달성할 것이다.

이내 상태창을 끄고 앞을 내다보며 발걸음을 뗐다.

앞발로 혀를 긁어 대던 다칼이 뒤를 따른다.

아직 골짜기에 들어서지도 않았건만. 숲에 들어선 순간부터 음습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특히나 네크로맨서들이 만들어 둔 저주 토템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토템은 사람의 가죽과 뼈, 그리고 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지 때는 이러지 않았다.

골짜기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광경이 숲에서부터 이어진다.

“사람들이 얼마나 출입하지 않았으면 녀석들이 골짜기 밖으로 기어 나오기까지 해?”

이것은 난이도와 상관이 없었다.

만일 사람들이 네크로맨서 집단을 적당히 압박만 했다면 영역을 넓히지는 못했을 것이다.

골짜기에 다다르기까지 절반쯤 남겨져 있을 즈음.

“저건…….”

나는 새로이 발견한 토템을 보고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예상한 것보다 더 고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백여 개의 두개골로 만들어진 저 기둥의 이름은 천멸의 토템.

네크로맨서들은 따로 서열을 정해 두지 않고 서로를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서열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다.

하이어 네크로맨서가 탄생했을 때이다.

천 분의 일 확률로 생겨나는 하이어 네크로맨서는 다른 네크로맨서들보다 열 배는 강한 지배력과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하이어 네크로맨서의 탄생을 축복하는 것이 저 천멸의 토템인 것이다.

“아니지. 오히려 모아서 패기에는 더 좋으려나?”

하이어 네크로맨서가 있다면 제각각 흩어져 있는 네크로맨서를 한곳에 집합시킬 수도 있을 터다.

“으음, 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크르르.”

다칼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정면을 쳐다봤다.

-죽은 시체 녀석들이 떼로 지어 오는군.

“우어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언데드 녀석들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네크로맨서가 조종하는 워커들이었다.

눈대중으로 확인한 숫자만 해도 오십여 마리쯤 됐다.

그어어-

뒤에서 들려온 울음소리를 들어 보니 대략 백여 마리쯤 될 것 같다.

‘그럼 둘에서 세 명 정도인가.’

나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네크로맨서를 찾아 나섰다.

워커들은 잡아 봐야 푼돈만 떨구고 현상금은 오르지도 않는다.

‘찾았다.’

왼쪽에 낮은 언덕에 한 명.

우측 나무 뒤에 한 명.

정면에 바위 옆에 한 명.

다크소드.

왼쪽부터 검을 날려 보내며 다칼을 불렀다.

“다칼.”

“크으응!”

-안 그래도 이미 하고 있다.

다칼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네크로맨서 세 명을 석화로 만들어 버렸다.

퍼석!

아주 쉽사리 한 놈을 쳐부수고 정면과 우측에 있는 놈들도 차례로 정리했다.

“우어어어어!”

가까이 다가와 할퀴고 물고를 시도하던 워커들이 주인을 잃자마자 힘을 잃고 쓰러져 버린다.

숫자만 많지, 알맹이가 없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던 그 네크로맨서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저주 주문을 외우기 전에 처단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이것보단 강했던 기억이 나는데…….”

하드 난이도이니 네크로맨서의 능력이 더욱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느껴지기에는 더욱 약해진 것만 같다.

아님 마주친 이 녀석들만 유독 약한 걸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겨 있던 것도 잠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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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145,000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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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5천 포인트가 더 들어왔다.

엄청나게 큰 차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나 이것도 쌓이다 보면 매우 큰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사아아-

잠시 후, 네크로맨서들의 시신이 검은 연기로 산화해 버렸다.

그리고 걔 중에 한 명이 파편을 남기고 갔다.

[??의 뿔 파편을 얻었습니다.]

파편을 회수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네크로맨서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뿔의 파편을 찾는데도 크게 애를 먹었을 테니까 말이다.

“응?”

‘무슨 소리지?’

어디선가 비명이 들린 것 같았는데.

꺄아아-

작지만 분명히 여성의 비명이었다.

남성의 목소리도 뒤섞여 있었다.

골짜기 근처에서 사람의 비명이라…… 간혹 이곳이 위험한지 모르고 출입하는 이들이 있었다.

딱히 오지랖을 부릴 생각은 없다만.

어차피 네크로맨서 녀석을 찾아 잡아야 하니, 잡는 김에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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