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35화
135화 서부 개척 시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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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비공개 – 20.5%
2위) 철혈의 기사 – 19.8%
3위) 뛰어난 점쟁이 마녀 – 18.11%
4위) 이변의 사도 – 10.9%
5위) 비공개 –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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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에서 1위를 차치하였습니다!]
[기여도순에 따라 기본 보상이 지급됩니다.]
[만월의 갑주가 지급되었습니다.]
철혈의 기사 안철호와 겨우 0.7퍼센트 차이가 났다.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1위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좀만 더 늦게 도착했으면 정말 2등이 됐겠어.’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급된 보상을 쳐다보았다.
사람 몸집만 한 갑주는 두 손으로 들어야 할 만큼 거대했다.
검게 그을린 색에 역광이 비춰져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든다.
오른쪽 가슴 부위에는 푸르스름한 보름달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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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 갑주
효과: 달의 기운 흡수, 맞춤형, 형태 변형, 체력x1.5
조건부 효과: 달의 기운을 흡수하여 일정 수준에 이르면 ‘만월’이 발동한다.
‘만월’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달의 기운이 소모되며 신체 능력이 월등히 상승하게 된다.
조건부 스킬 습득: 만월초식(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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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에는 안 나와 있지만 만월이 발동하게 되면 마나와 정신력을 제외한 근력, 민첩, 체력이 3, 4배로 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평균적으로 그런 것일 뿐이고.
소지자가 달의 기운에 얼마큼 친화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발휘되는 힘이 천차만별이었다.
회귀 전에 상층부에 있던 한 남자는 달의 기운의 친화성이 높아 만월을 발동할 때마다 신체능력이 10배가 넘게 상승했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는 물건.
나는 그것을 다칼에게 내밀었다.
“받아.”
“캬하앙?”
-보상은 자네의 것인데. 왜 날 주려고 하는 거지. 나는 괜찮으니 그대가 써라.
“그래. 내 거지. 그런데 이걸 받는데 너의 도움도 있었잖아? 거기다 이 물건이 어떤 물건이 너도 잘 알 텐데? 내가 쓰는 것보다는 네가 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거야.”
애초에 보상을 받기 전부터 다칼에게 주고자 마음을 먹고 있었다.
다칼은 달의 여신 페르라의 힘을 받아들인 신수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높은 달의 기운의 친화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보았던 10배보다 더 높은 효율을 보일지도 모른다.
-흠. 정말로 받아도 되겠는가?
“언제까지 목걸이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 너도 적당히 무장은 해야지. 물론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하지만 그녀의 복수를 도우려면 지금보다는 훨씬 강해져야 할 거야.”
페르라를 언급하자, 다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내 어둠으로 갑주를 가지고 간 다칼은 그것을 바닥에 눕혀 놓고 빈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갑주에서 빛이 번쩍였다.
곧 다칼의 몸에 딱 맞는 형태로 변해 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투구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전신이 가려지고, 오직 다칼의 두 눈동자만이 외부로 노출이 됐다.
“어때?”
“크흐릉~.”
-착용감이 썩 나쁘지 않군.
그가 만족스러워하는 걸 보니 물건을 건네준 내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러고 계속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답답해지는군.
“형태 변형이 가능하니까, 편한 느낌이 드는 디자인으로 바꿔 봐.”
잠시 후.
다칼이 얼굴과 다리를 드러내 놓고 몸통에만 갑주를 착용했다.
“캬하아~.”
-한결 편안하다.
나는 미소를 짓다가 이내 아까 전부터 시야를 어지럽히는 메시지창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로키와 무슨 대화를 나눈 것이냐고 계속 물어봅니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며 화를 냅니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빨리 대답하라 말합니다!]
‘이 정도면 전투에 미친 게 아니라 로키한테 미친 수준이네.’
토르가 로키에게 가지는 관심은 광적인 수준이었다.
아마 제대로 대답해 주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저러고 있을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말할 테니 그만 좀 보채지?”
그러자 애가 울음을 뚝 그치듯 날아오는 메시지 또한 멈추었다.
“그저 내게 거래 제안을 해 온 것뿐이야. 그쪽하곤 전혀 연관도 없었고. 혹여 제안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이걸랑. 묻지도 마. 전혀 대답할 생각이 없으니까.”
[전투에 미친 투신이 정말로 자신과 관련 없는 얘기였냐고 묻습니다.]
“믿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토르가 날 적대한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었다.
아군이 생기면 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내가 지켜봐 온 신좌들은 갈대와도 같았다.
상황에 따라서 여기에 붙었다가 저기에 붙었다가…… 어떤 면에서는 사람의 마음보다도 가벼운 게 저들의 마음이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당신의 말을 믿는다고 합니다.]
토르는 나를 믿는 쪽을 선택했다.
적으로 돌아서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기분 좋은 선택도 아니었다.
여태 진상을 부리다가 저런 말을 하는데 그 누가 기분이 좋을까.
이후, 토르도 자신이 한 짓거리가 조금 추하다고 생각했는지 내 비위를 맞추는 말들을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그 메시지들을 무시하고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한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역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포탈이냐, 계단이냐.
답은 정해져 있었다.
망설임 없이 포탈로 몸을 던졌다.
2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이게 혜택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끽해야 소비 아이템 몇 개 주는데. 그것들은 몇만 포인트면 살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걸 얻느니 차라리 그냥 층을 올라가는 게 나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유했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탓!
새로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휘우우우~.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황야.
그런 바람에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얇은 목재로 만들어진 집 몇 채가 드러났다.
서부 개척 시대와 비슷한 배경인 이곳은 카웰이라 불린다.
그리 불리게 된 이유는 이 마을에 벗어나면 존재하는 호수의 이름이 카웰이기 때문이었다.
수십 킬로미터까지 이어지는 호수는 총 세 개의 마을의 식수를 담당하고 있었다.
히이잉!
말과 유사하게 생긴, 네 개의 무릎에 뿔이 달린 포호스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포탈 근처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크게 두 개의 세력으로 갈라져 있었는데. 숫자가 한쪽이 더욱 많고 장비도 좋아 보였다.
[일정 인원이 모여야 22층 클리어 조건이 생성됩니다.]
[현재 인원과 필요한 인원을 표시합니다.]
[349/500]
필요한 인원은 이전 층보다 많았지만 정원이 차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500/500]
‘몇 분도 되지 않아서 전부 차 버렸어.’
나랑 같이 올라온 인원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대다수는 22층에 머물러 있던 등반자들이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어도 꼬박 반나절을 기다려야 했을 터였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22층 클리어 조건이 생성됩니다.]
[이번 미션은 현상금 게임입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혹은 네크로맨서 집단을 상대해 자신의 현상금을 최대한으로 올리십시오.]
[남은 시간: 12:00:00]
설명에는 많은 것이 생략됐지만 현상금 게임을 클리어하려면 최소 현상금 10만 포인트를 달성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미션은 실패하게 되고 다시 미션을 재도전해야 한다.
이외에도 사람을 죽일 경우에는 상대가 현상금을 가지고 있을 경우, 죽여서 그 현상금을 빼앗아 올 수가 있었다.
“사람을 죽이라고? 그리고 네크로맨서는 어떤 놈들을 말하는 거야?”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등반자들은 어리둥절해하는 중이었다.
같이 올라온 강예지와 안철호 또한 미션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며 주위를 경계한다.
미션은 시작됐고, 누구나 언제든지 공격을 해 올 수 있었다.
-미션은 받았나?
어깨에 올라타 있던 다칼이 물었다.
“받았지.”
-그럼, 선택을 해야 할 텐데. 그대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뭐. 사람을 죽일지 아님 네크로맨서를 죽일지?”
-그래. 여태 해 온 행동을 보면 사람이 아니라 네크로맨서들을 정리해 현상금을 올릴 것 같다만.
“꼭 그렇지도 않아.”
22층 미션은 사실 사람을 죽이는 편이 현상금을 올리기가 제일 쉬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사람들을 죽여 버리면, 혼자만의 욕심과 광기에 치중된 미친놈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행동을 하던 자기만의 규칙과 신위는 필요했다.
“먼저 덤벼드는 놈, 죽어도 싼 놈들은 여기에 묻어야지.”
-그것은 나도 동의한다.
“슬슬 움직일까.”
제일 먼저 네크로맨서 집단이 거주하고 있는 리이르 골짜기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파악!
“퉤! 이 새끼들이 지금 해 보자는 거지?”
무슨 연유에서인지 남자 둘이 싸우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그들 뒤로 수십 명의 인원이 붙는 걸 보니 두 세력의 충돌이었다.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22층의 세력 구도가 어떻게 잡혀 있는지 자세히 알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 결과.
이지 때와는 다르게 이곳은 거주민들을 비호하는 세력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지든 하드든 22층의 세력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거주민들을 비호하는 세력.
거주민들을 학살하려는 세력.
이는 미션과도 연관이 있었다.
미션에는 사람을 죽이면 현상금이 오른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는 등반자가 당연히 포함이 되고, 22층에서 태어난 거주민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등반자들에 비해 힘이 약한 거주민들은 자연스레 그들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이들이 생겼고, 지금 같은 세력 구도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이들도 아무런 대가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목숨을 지켜 준 대가로 22층에서만 나오는 특산품을 대가로 받아 낸다.
결국 두 세력 모두 자기들의 이득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다만 두 세력 중에 하나를 손을 들어 준다면 당연히 거주민들을 비호하는 세력이었다.
그러했을진대……
“야, 네놈들. 계속 무슨 배짱으로 덤벼드는 건지 모르겠는데, 앞으로 편안히 층을 오르고 싶으면 이러면 안 될 텐데.”
“병신들, 무슨 탑에 전세라도 냈어?”
“어. 냈지. 전세. 혹시 인듀어 길드라고 들어 봤나? 아무리 소식에 어두운 문외한이라도 한번쯤은 들어 봤을 텐데.”
“인듀어……?”
거주민을 학살하려는 세력의 리더가 길드 이름을 듣고 몸을 떨었다.
“최근에 그 길드에서 우리들의 뒷배를 봐주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그러니 지금이라도 눈을 깔고 납작 엎드리는 게 너희들 목숨을 부지하는 길이야. 알아들어!?”
나는 비호 세력의 리더가 한 말을 끝까지 듣고서 생각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