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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33화 (133/230)

회귀한 탑 등반자 133화

133화 페이크 북 (1)

“크하악! 으으윽…….”

박우철이 괴로운 표정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몸을 앞으로 굽히더니 끝내 무릎을 꿇었다.

“으으억…… 대체 무슨 짓을.”

나는 붉은 심장의 형상을 움켜쥔 채로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물 먹는 하마처럼 마나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하나 마나가 줄어드는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마법을 유지하는데 더욱 신경을 썼다.

자칫 집중이 흐트러지면 마법이 취소될 수 있었다.

그리되면 박우철은 틈을 파고들어 반격해 오려고 할 것이다.

상대는 여태 만난 놈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간이었다.

틈을 주어서는 안 됐다.

“콰하악!”

“으아악, 안 돼에!”

다칼의 합세에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형세는 기울었다.

즈즈즈! 칭!

붉은 심장의 형상을 손의 악력으로 뭉개는 순간 박우철이 짧고 큰 비명을 질렀다.

“으억…….”

털썩!

결국에는 흰자위를 내보면서 쓰러졌다.

나는 앞에서 그를 내려다봤다.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심장이 있는 가슴도 붉게 물들었다.

그의 심장은 부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끈질긴 녀석.’

마무리를 짓기 위해 주피로의 단검을 꺼냈다.

마법을 사용하고는 싶으나, 녀석의 심장을 파괴하느라고 모든 마나는 써 버렸다.

망설임 따윈 없었다.

푸확!

정확하게 머리를 뚫었다.

옅게 이어지던 그의 호흡이 이제야 끊어졌다.

“후아~.”

참아왔던 숨을 토해 낸다.

[다크소울 스킬 발동이 강제로 해제됩니다.]

[영혼들의 힘으로 얻었던 모든 능력치가 회수됩니다.]

[영혼들의 힘으로 획득했던 스킬들이 모두 회수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스킬 발동이 해제됐다.

특히나 다크소울을 사용하고 난 뒤에 발생하는 과부하 현상을 겪지 않았다는 것에서 큰 이점이 생겨난 셈이다.

강력한 힘을 빌려 쓰고도 페널티가 없는 경우는 꽤 드무니까 말이다.

이젠, 이 정도쯤 되는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치가 완성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아우우~!”

짧게 울음소리를 낸 다칼이 몸집을 축소하며 아래서 날 올려다봤다.

-그대의 어깨를 빌리기는 힘들 것 같군. 상처가 꽤 깊은 것 같은데.

탓!

그러며 내 머리 위로 올라온 다칼이 말을 잇는다.

-그대로 냅 두면 괜히 곪는다. 빨리 치료해라.

“누가 치료하고 싶지 않아서 이러고 있어? 마나가 바닥나서 하고 싶어도 못해.”

-흐음. 미안하지만 내겐 남을 치료할 능력은 없다.

“다칼, 아는 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

-그냥 다시 말한 것뿐이다. 그런데 크라켄을 제외하고 그대가 이렇게까지 고전한 상대는 저 녀석이 처음 아닌가?

“고전했던 상대면 너도 포함해야지.”

사실 회귀 후엔 다칼을 상대했을 때가 가장 큰 위기이지 않나 싶다.

자칫 잘못했으면 질 수도 있는 싸움이었다.

“캬흠!”

다칼이 어둠을 사용해 자신의 코를 길게 늘였다.

콧대가 높아진 표현을 저런 식으로 하다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귀엽긴.’

스르르.

“응……?”

찰나에 벌어졌다.

죽은 박우철의 몸에서 검붉은 덩어리가 재빠르게 내 몸을 덮쳐왔다.

그것을 쳐 내려고 반응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덩어리가 몸에 스며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크흐흐.

낯익은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전달됐다.

텔레파시로 전달된 목소리라기보다는 내 육체 속에서 박우철의 영혼이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죽었다고 방심했겠지. 하나 육신이 죽었을지언정 영혼이 죽기 전까지 난 죽지 않는다!

쩌렁쩌렁한 웃음소리를 낸다.

귀에 대고 웃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이제 이 육신은 곧 나의 것이 되겠지.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고. 날 이렇게 몰아붙인 것에 대해서는 칭찬한다만…… 결국에는 마지막에 살아남은 놈이 승자가 되는 법이지.

박우철의 영혼이 내 머릿속으로 파고들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무덤덤한 것을 넘어서 되레 어이가 없는 감정이 서렸다.

“병신인가.”

-뭐……? 병신? 설마 나한테 말한 거야.

“내가 말할 놈이 너 말고 누가 있어.”

-하~ 아직 사리분별이 안 되나? 아니면 몸을 빼앗기게 돼서 정신이라도 나가 버렸나.

“하필 들어와도 내 몸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다른 놈에게 빌붙었으면 그래도 그 쥐새끼 같은 목숨,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시발.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대답 대신 어둠의 반지를 끼고 있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영혼 흡수.”

수하아아악-!

반지에서 엄청난 양의 어둠이 뻗어 나와 내 몸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뭐야! 이건! 저리가! 저리가라고 상것들아!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소용없었다.

“그냥 받아들여.”

-뭘 받아들여! 시바아알!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안 돼에에에!

이윽고 어둠이 끄집어낸 박우철의 영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어어어-

그를 잡아가기 위한 수많은 손길이 영혼을 집어삼켰다.

으아아아!

마지막으로 절규하는 목소리와 함께 반지로 빨려 들어갔다.

반지는 흡수한 영혼에 흡족한 듯,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어둠의 반지에 변화가 생깁니다.]

[어둠의 반지 효과에 어둠 동화가 추가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반지에 각인된 스킬의 일부를 습득합니다.]

[다크스피어릿(Lv1)을 배웠습니다.]

영혼이 가지고 있던 힘이 상당했는지, 효과로 어둠 동화와 다크스피어릿이라는 스킬까지 얻었다.

가는 길에 선물까지 주고, 아주 고마운 녀석이다.

나는 박우철의 시신을 쳐다봤다.

영혼까지 처리했으니 더 이상 날뛰지 못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광염을 시전했다.

화륵!

[쌓아 온 악행의 누적치가 높습니다!]

[정의를 실현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정의의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시신을 깔끔히 태워 버렸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박우철을 처리한 것에 매우 흡족해합니다!]

토르가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힘을 중시하는 자가 21층에서는 있을 수 없는 당신의 힘을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나를 적대하는 에고스 역시 이 싸움의 결과를 관심있게 보았다.

두 신좌가 메시지를 보내올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내온 건 그 둘만이 아니었다.

[풍요를 품은 술의 도취자가 싸움의 결과를 만족스러워합니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당신의 활약상을 지켜봅니다.]

[천공의 주인이 위층의 등반자를 이겼다고 해서 건방떨지 말라 경고합니다!]

말수가 적은 디오니소스가 흥미를 가진 건 도중에 풍요의 로브의 힘을 끌어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적대적인 말만 해 오는 제우스.

[바다를 군림하는 자가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말합니다.]

‘포세이돈도 지켜보고 있었나.’

이렇게 놓고 보니 최상위 신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기분이었다.

보통 저층부에서 이런 관심을 받기란 어렵다.

대체적으로 중층부 혹은 상층부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편이니까 말이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할수록 신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당연한 일.

회귀 전에는 수많은 신좌들이 관심을 가져 주니 신기하기도 하고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들뜨고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었다.

하나 탑의 꼭대기에 다다를수록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깨달았다.

‘저들에게 난 단순한 흥미에 불과하지.’

그 흥미가 사라지면 곧바로 떠나 버린다.

언젠가 뒷배가 되어 줄 줄 알았던 그들은 내가 위기의 상황에 닥쳤을 때 무심히 외면했다.

그렇기에 힘을 빌려주지 않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신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저들도 나를 필요할 때만 찾듯, 나도 저들이 필요할 때만 찾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서로 상응하는 대가는 있어야 할 것이고 말이다.

나는 계속해서 날아오는 신좌들의 메시지를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예지는 여전히 기절해 있고, 안철호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박우철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나 시간만 좀 지나면 금방 회복될 것이다. 나는 곧장 중앙에 있는 계단으로 이동했다.

계단의 통로를 가로막고 있던 자기장은 전부 사라져 있었다.

그 덕에 쉽사리 출입이 가능했다.

다만 자기장 말고도 훼방을 놓는 함정이나 방해물들이 있었다.

물론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로부터 십여 분 정도를 걷고 나서야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진 벽보들 사이로 눈에 띄는 책자가 붙어 있었다.

검은색 단면으로 되어 있는 그것은 옅은 하얀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점지가 발동 중이었다.

스윽.

[페이크 북을 얻었습니다.]

사기적인 능력을 지닌 히든피스치고는 너무 쉽게 얻었다.

“으음.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나는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 기묘한 감각이 드는 벽보를 찾아냈다.

얻은 페이크 북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단면에다가, 알 수 없는 글씨가 새겨진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한데 그 문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읽혀졌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든다.”

쿠구구구……!

그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공간 전체가 흔들렸다.

-준석! 나가야 한다!

다칼이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겼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나는 출구로 나가는 대신에 기묘한 감각을 느꼈던 벽보 앞으로 다가섰다.

분명히 이 벽보에는 점지가 발동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레 손을 내뻗었다.

벽보에 손이 닿는 순간 단단한 감촉이 아닌 마치 물을 만지는 것처럼 물렁함이 느껴졌다.

내 손은 이미 벽을 통과해서, 보이지 않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내 손가락 끝에 다른 감촉이 느껴진다.

액체가 아닌 고체로 된 단단한 물질이었다.

그것을 잡아서 끌어당겼다.

툭, 툭.

그런데 자꾸만 어딘가에 걸려든다.

콰앙! 쾅!

천장의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준석!

“알고 있어! 끄으윽!”

그것을 꺼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다.

“으아아!”

추우욱!

기어이 물건이 끄집어져 나왔다.

나는 그 물건을 확인했다.

-페이크 북이 두 개?

다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개의 책을 바라봤다.

나 역시 혼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

화아악!

그때. 아까 전에 얻었던 페이크 북이 불타기 시작한다.

[가짜 페이크 북이 소멸하였습니다.]

처음에 얻었던 페이크 북은 가짜였다.

‘그럼 이게 진짜 페이크 북.’

이내 또 다른 메시지창이 올라왔다.

[뛰어난 혜안을 발휘하였습니다.]

[점지 레벨이 올랐습니다!]

[점지 레벨이 올랐습니다!]

[점지 레벨이 올랐습니다!]

[점지 레벨이 올랐습니다!]

[점지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며 그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점지의 힘이 한 단계 위로 개방이 되었으며 점지로 보이는 설명 또한 더욱 정교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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