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31화
131화 드디어 마주하다 (1)
[어둠의 반지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효과 ‘고속캐스팅’이 발동합니다!]
[악재통이 발동합니다.]
[올랜드 마나 반지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마법의 시전 시간이 감소합니다!]
준비를 끝내자마자 상태이상 마법으로 전환한다.
다크딥트리. 다크레인.
연달아 마법 두 개를 시전했다.
레인보우 띠의 노란색이 가진 마법 증폭 효과와 지팡이의 마법 증폭이 중첩되어 더욱 강력한 힘이 발휘되었다.
쿠과가가!
흑색 나무가 땅을 뚫고 올라와 계속해서 몸집을 키우더니 기어코 모든 공간을 뒤덮었다.
쉐엑!
굵직한 나무줄기들에서 뻗어나온 수백의 가지와 함께 매서운 속도로 한 곳에 응집한다.
화륵!
박우철이 정면으로 지팡이를 휘두르자, 3미터 높이의 불로 이루어진 원형의 벽이 생겨났다.
근접한 나무줄기와 가지가 불에 그대로 노출돼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겉에만 탔을 뿐 내부는 타지 않았다.
마법 레벨이 낮았다면 진작에 타서 사라졌을 테지만, 비욘드북의 초월을 맛본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단한함과 굵기가 다른 나무들과는 남달랐다.
‘그 정도론 어림도 없지.’
심지어 마법에 대한 내성도 일부 지니고 있어 효과가 반감된 것이 컸다.
스르륵!
나무줄기로 속박에 성공했다.
그러자 그는 한순간에 작은 꼬마아이가 됐다가 다시 성인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미꾸라지 같네.’
속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마법의 용도를 바꾸었다.
루트딥트리는 기본적으로 나무줄기로 상대를 속박을 하는 게 주목적이지만 공격으로도 전환이 가능했다.
뾰족한 줄기 끝을 이용해 찌르기를 가했다.
쿠구구구구구!
땅으로 파고드는 공격들.
공격의 대상인 박우철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한다.
누가 같은 마도사 아니랄까 봐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
박우철이 피하고 있는 것은 나무줄기만이 아니었다.
귀신같이 쫓아가는 악의 기운도 뒤섞여 있었다.
하나 정신력이 매우 강한 놈이기 때문에 악의 기운이 접촉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였다.
다크버닝.
[시전 상대가 저주 마법에 대한 면역력을 가졌습니다.]
[마법이 튕겨져 나옵니다.]
분신 때처럼 여전히 저주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럼 어디 이것도 안 통하나 볼까.’
다크싱어.
검은색 음표가 공중에서 춤을 추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순간. 그가 눈살을 찡그렸다.
하지만 금방 편안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분명 통한 것 같았는데.
이내 양쪽 귀를 보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
‘마법으로 아예 귀를 막아 버렸군.’
잠시 후, 박우철은 자리에 멈춰 서더니. 나무줄기들의 폭격을 보호막으로 전부 받아 냈다.
그리고 양손에는 빛의 고리를 생성했다.
씨이잉!
두 개의 빛의 고리가 부메랑처럼 날아 들어온다.
다크월.
벽을 세워 막아 내려고 했지만 유도탄처럼 방향을 꺾어서 날아든다.
다크퍼드.
후우우웅!
나는 생성한 두 개의 바람을 각자 타깃에게 날려 보냈다.
파앙! 팡!
고리 한 개는 가짜였는지 웬 축제에서 쓰일 법한 반짝이는 종이쪼가리들이 폭죽처럼 터져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에 박우철은 자신의 분신 하나를 만들어 냈다.
방금 전의 폭죽은 시선 끌기였다.
그리고 분신을 만들어 나름대로 혼란을 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게는 아직 천리안 와드가 있었다.
굳이 마나방출로 본체와 분신을 따로 구분해 낼 필요 없이 와드로 구분이 가능했다.
“크아아앙!”
한편 다칼은 박우철과 같이 있던 일행과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괜히 그가 옆에 데리고 다녔던 것이 아닌지 다칼을 상대로 호각을 이뤘다.
하지만 다칼을 상대하고 있는 남자의 표정이 점점 굳어 있는 것을 보면 오래가지는 않을 듯싶다.
치지지직! 콰앙!
그때, 천장에서 낙뢰가 떨어졌다.
차캉!
단숨에 보호막을 뚫고 직격한다.
[완벽한 뇌속성 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습니다.]
콰앙! 콰앙!
낙뢰 공격이 이어졌다.
내리치는 마법이 얼마나 강력한지 땅이 갈라지고 몸이 반쯤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구덩이가 생겨났다.
그 주위에는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하지만 낙뢰가 얼마나 떨어지든 내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보다 상당한 마나가 실려 있다.’
이를 잘만 이용하면 상황을 더욱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않을까?
콰아앙!
다시 한번의 낙뢰가 떨어지는 순간.
“으아아악!”
나는 연기를 시작했다.
다크소드.
파지지, 콰앙! 콰앙!
“아아악!”
최대한 절규하면서 몸을 떨었다.
박우철이 속아 넘어가도록.
다크소드.
콰앙!
기어코 무릎까지 꿇었다.
하지만 박우철은 쉽사리 다가오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역시, 거의 중층부에 다다른 녀석이라 그런지 다르다.
다크소드.
콰앙! 콰앙!
그는 계속해서 낙뢰를 퍼부었다.
등가교환.
나는 조금 더 리얼한 연출을 위해 일부러 마법으로 전신을 시커멓게 만들었다.
그리고 갑옷과 무기도 너덜너덜해지게끔 환각 마법을 부여했다.
다크소드.
‘그냥 당하기만 하면 의심하겠지.’
그렇기에 반격도 같이했다.
다크볼트를 찰나에 여러 개를 만들어 수십 여 개의 구체로 쪼갰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6>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6>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좋아.’
행운의 룰렛이 터져 구체의 힘도 더욱 강해졌다.
그에게는 강하게 반격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나는 분신을 무시하고 오직 본체만을 노렸다.
그도 보호막으로 전부 받아 낼 수는 없었는지, 다시 몸을 움직여 피하고 있었다.
콰앙!
그 와중에도 뇌격을 퍼붓는다.
‘이쯤에서 의식을 잃은 척해 볼까.’
콰가가!
꽤 강력한 일격이 들어왔을 때.
털썩!
죽은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
-준석! 괜찮은가!? 준석!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고 있는 다칼이 다급하게 불러온다.
하지만 직접 입을 열 수가 없는 상황.
나는 등가교환으로 똑같이 텔레파시로 전달했다.
-괜찮으니까. 넌 그놈만 신경 써.
-역시…… 연기였군. 그대가 그렇게 금방 당할 리가 없을 것인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안심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금방 나는 박우철에게 집중했다.
천리안 와드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그의 위치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거리를 재던 그는 쓰러져 있는 나를 보며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그래. 와라.’
콰앙! 쾅! 쾅!
확인사살을 하듯, 내게 낙뢰를 몇 번 더 퍼붓는다.
만약 다른 마법을 시전했다면 피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수도 있다.
하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게 저놈의 실수였다.
‘왔다!’
때를 기다렸던 나는 주변에 있는 어둠을 움직였다.
“흐읍!”
반사적으로 온몸으로 빛을 방출해 어둠을 밀어냈지만 진짜 공격은 따로 있었다.
틈틈이 어둠 속에 숨겨 뒀던 검들이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크헉……!”
어깨와 팔, 복부, 허리, 다리 등등 검이 안 박힌 곳이 없다.
단 머리만은 빗나갔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영혼들을 임시로 흡수하며 얻은 천멸.
쿠구구궁…….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번은 박우철이 아닌 내가 시전한 마법이었다.
번쩍이는 천둥 아래.
수천 갈래로 갈라지는 번개가 내려친다.
하지만 광범위 마법이기 때문에 전부 제멋대로였다.
타깃이 하나인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인 공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은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때만 해당하는 것이고, 만뢰자 칭호를 가진 나는 그렇게 내리친 번개들을 한곳으로 모아 그에게 내려칠 수 있었다.
콰가가가가!
“으아아악!”
곧 비명이 멎고 침묵이 흘렀다.
기절했다거나 죽은 것이 아니었다.
고통을 이겨 낸 박우철이 어느덧 신체에 파란 기운을 뿜어내며 새로운 마법을 시전하는 중이었다.
그의 손아귀에 생겨난 회색 탑이 거꾸로 뒤집히자.
그그그그그!
현실의 공간도 뒤집히고 있었다.
‘반전마법!’
낯선 환경에서 전투능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것이 이 마법의 특징이었다.
나 또한 바라보는 시야가 전부 거꾸로 변했다.
하지만 회귀 전에 이런 일을 많이 겪어 본 바.
거꾸로 된 세상도 내게는 익숙하기만 했다.
그러나 공간의 비틀림 때문일까.
쨍그랑!
다크포스로 유지되던 어둠의 공간은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그리고 바닥과 천장에서 빛기둥이 치솟았다. 심지어 빠져나가는 입출구도 전부 막혔다.
공격에서 딱히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쿠웅!
딛고 있던 지면에서도 빛기둥이 치솟았다.
신발 틈 속으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기둥들이 빽빽이 들어찼어. 이대로 있으면 기둥에 밟히거나 기둥 틈에 끼어 몸이 타 버리겠지.’
하지만 그것은 박우철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방법이 있지 않는 한 그도 무사히 빠져나가지는 못하리라.
“큭큭큭.”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박우철은 사악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친놈.’
검에 마구 찔려 다 죽어 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웃다니.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해도 자기 목숨은 귀한 줄은 안다.
‘뭔가 있다.’
분명히 무언가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을 터다.
우선은 이 기둥들부터 해결하자.
어스클레이브!
영혼에게 얻은 임시 스킬을 사용했다.
쿠구구구! 콰앙! 콰앙!
땅이 뒤흔들리며 뾰족한 바위들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쭉 뻗어 올라가던 빛기둥들의 방향이 꺾였다.
쾅! 쾅!
서로 부딪치고 난리가 났다.
다크월!
이어서 빛과 상성인 벽을 만들어 빛기둥이 더 이상 원하는 대로 뻗어 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하나 계속 새로 생겨나는 빛기둥에 골치를 썩었다.
쿵! 쾅! 쾅!
꺾고 부수고 만들고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땅이 심하게 굴곡지거나 헤집어졌다.
‘딛고 서 있을 곳이 부족해.’
타엘의 날개를 펼치려는 그때.
[풍요의 로브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효과 ‘대지 안정화’가 발동합니다!]
풍요의 로브에서 흙가루가 휘날리더니 헤집어져 있던 땅이 원상태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거꾸로 뒤집어졌던 공간도 원래대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자의로 되돌린 것이 아니었다.
‘대지 안정화라.’
처음 발현된 능력이었다.
조건부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생각해야 했다.
이맛살을 구긴 박우철이 이를 꽉 깨물더니 입을 연다.
“어디 이것도 막아 보시지.”
그의 손짓에 사라져 가던 빛기둥들이 기존의 형태를 벗어나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제자리서 돌기 시작한다.
수우우우우-!
순식간에 빛의 소용돌이가 형성됐다.
“크윽!”
바람이 어찌나 센지 버티고 서 있기가 어려웠다.
“으악! 아아악!”
여파로 그의 일행이 가장 먼저 희생을 당했다.
그러나 박우철은 자신의 일행이 당하든 말든 안중에도 없었다.
“큭큭큭, 하하하!”
그저 그는 혼자서 미친 듯 웃더니 말을 잇는다.
“곧 있으면 여긴 폭발하겠지. 아무리 네놈이라도 버티질 못할 거다.”
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빛의 소용돌이를 쳐다보았다.
저것은 단순한 소용돌이가 아니었다.
소용돌이 중심에는 강력한 빛을 뿜는 구체가 점차 커져 가고 있었다.
‘홀리에디.’
이 마법은 탑의 히든피스 중에 하나였다.
빛의 회전력과 빛끼리의 충돌로 만들어 내는 폭발은 못해도 반경 1킬로미터 내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린다.
파괴력만 따졌을 때 저층부에서는 상대할 수 있는 마법이 없다고 보면 됐다.
하지만 단점은 준비시간이 길다는 점이었다.
나는 박우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나 봤더니, 겨우 준비한 게 이거야?”
“뭐……?”
“홀리에디. 분명히 강력하지. 근데 그건 폭발에 성공했을 때의 일이고.”
펄럭!
타엘의 날개를 펼쳐 도약했다.
그러며 소용돌이 속으로 비행했다.
다크퍼드.
마법으로 정면에 바람막이를 형성하고 뒤에는 속도를 높일 부스터를 만들었다.
“끅!”
하지만 생각보다 파고들기가 어려웠다.
‘조금만 더!’
등에 마나를 불어넣어 더욱 빠르게 날갯짓했다.
작은 틈이 생겼다.
‘지금이다!’
파앙!
안으로 들어선 순간 적막감이 돌았다.
이곳이 고요한 태풍의 눈.
“다칼! 어둠!”
폭발을 멈추려면 순수한 어둠이 필요했다.
하나 주변에는 온통 빛뿐이라, 직접 지배하여 다룰 수 있는 어둠이 존재하지 않았다.
파하아!
곧 이곳까지 뚫고 들어온 다칼이 소환한 어둠을 내게 넘겼다.
점점 거대해지고 있는 빛덩어리.
이것이 소용돌이 외부와 부딪치는 순간 폭발이 일어난다.
‘더 커지기 전에 해야 해.’
스륵!
단숨에 빛을 어둠으로 집어삼켰다.
칭! 칭! 칭!
하지만 반발력으로 자꾸만 튕겨져 나오려고 했다.
이 빛덩어리를 집어삼키려면 어둠의 힘이 더욱 강력해야 한다.
엘리렌스!
[엘리렌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엘리렌스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마법의 속성이 더욱 강화됩니다.]
[각 마법의 속성이 강화됩니다.]
[각 속성의 내성이 일부 형성됩니다.]
마침, 마법 레벨이 오르며 어둠의 속성이 더욱 강화됐다.
치이이이이!
밀리던 어둠이 다시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등가교환!
[어둠의 속성을 강화합니다!]
마나가 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가지고 있던 마나의 십분의 일이 줄어들었다.
‘마나량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어.’
하지만 방금 전의 소모로 인해 확실한 효과를 보았다.
강해진 어둠이 빛을 완전히 몰아붙인 것이다.
이윽고.
수우우웅-
빛덩어리는 사라지고, 겉에 돌던 소용돌이가 사라져 간다.
아래서 보고 있던 박우철이 크게 놀라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는 채로 사태를 파악했다.
‘저놈이 아직도 멀쩡한 이유를 알겠어.’
여태까지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신좌 로키가 가지고 있는 힘 중에는 거짓말의 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말 그대로 거짓말이 실제로 나타나는 힘인데.
난 살아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 실제로도 살아 있을 수 있는 게, 거짓말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이외에도 나는 이 세상의 신이다라고 거짓말을 하면 신이 될 수도 있는 힘이지만.
그 힘이 제공되는 대신에 그만한 대가와 자격이 따른다.
만일 자격이 없다면 바라는 것을 아예 이루지도 못하고, 자격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대가를 치를 수 없다면 즉시 목숨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소멸해 버린다.
‘어찌 보면 등가교환과 비슷한 힘이지.’
다만 마나만 소모하면 되는 등가교환과 다르게 로키가 가진 힘은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치르는 대가가 항상 다르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박우철은 거짓말의 세계를 사용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죽지 않는 게 말이 안 되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힘을 오랫동안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유지가 끝나기 전에 내가 거짓말의 세계를 깨트릴 수만 있다면…….
그를 죽이는 것쯤은 일도 아닐 터다.
‘지금 녀석은 자신이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거야.’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준석, 누군가가 왔다.
“응?”
뒤늦게 나도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강예지, 안철호.’
이외에 그의 추종자들도 같이 있었다.
박우철의 시선도 저쪽으로 향했다.
강예지가 날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연다.
“이준석……? 아까 사라져서 어딜 갔나 했더니 여기에 먼저 와 있었네. 대체 어떻게 여기에 먼저 온 거야?”
언제 저곳으로 갔는지 박우철은 강예지에게 헤드록을 걸었다.
“으읏!?”
그리고 그녀의 목에 마법으로 만든 얼음 화살을 들이밀었다.
뿐만 아니라 안철호에게도 속박을 가했다.
그리고 추가로 얼음 화살 여러 개를 형성해 안철호와 그의 추종자들의 목에도 겨누었다.
‘뜬금없이 저 여자랑 안철호를 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 의아해하다가 곧 그의 의도를 깨달았다.
‘설마. 인질로 삼으려고…….’
“이 녀석들이 죽고 싶은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팔 하나를 내놓아라. 그럼 이놈들을 풀어 주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해? 하! 이 둘이 네놈의 동료라는 건 알고 있어. 서로 이름까지 아는 사이인데 설마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이름을 아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동료인 건 아니지.”
“닥쳐! 어디서 거짓말을 씨불여.”
주륵…….
그들의 목에 피가 흐른다.
-어떻게 할 거지?
옆에 있는 다칼의 물음에 나는 작게 대답했다.
“뭘 어떻게 해. 그냥 냅 둬야지. 오히려…… 이게 상황적으로 괜찮을지도 몰라.”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지켜봐. 곧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
나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며 넌지시 말했다.
“죽여.”
“뭣……?”
“귓구멍이 막혔나. 죽이라고.”
“하~ 시발. 존나게 빡치게 하네. 죽이라고 하면 못 죽일 것 같아? 이놈들 없어도, 네놈 따윈 충분히!”
도발에 넘어간 그가 손속을 두려고 했다.
하지만 박우철은 추종자들을 제외하고 강예지와 안철호, 둘을 죽이는데 실패했다.
피를 흘리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그가 다시 나서려고 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강예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정확하게는 그녀를 감싸는 기운이랄까.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두구구구…….
심장이 떨리는 것처럼 진동이 울린다.
‘온다.’
강예지 뒤에 숨어 있던 신좌 라크테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