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30화
130화 체크 메이트 (2)
다칼은 과감히 절대영역 안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리기는커녕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카앙! 캉!
다칼의 날카로운 발톱과 대검이 부딪치며 발생하는 마찰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우아아아!”
웨일즈는 포효와 함께 사방에서 파고드는 어둠을 걷어 내기 위해 온몸에 빛을 방출했다.
콰아아아아!
완벽한 상성이 만나, 강력한 충돌이 발생했다.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듯이 밀고 당기는 싸움이 계속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둠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버려 두기만 해도 웨일즈는 다칼에게 패배해서 내 앞에 무릎을 꿇게 되리라.
그러나 지켜보지 않고 곧장 어둠을 몰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럴 여유가 없어.’
현재도 천리안 와드를 통해 박우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는 중이었다.
‘상당히 가까이 접근했다. 앞으로 몇 분 뒤면 이곳에 도달하겠지.’
그 전에 승부를 끝내야만 한다.
웨일즈가 전개한 절대영역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고는 하나, 마법이 무효화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힘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지팡이 대신 주피로의 단검을 꺼내 들고서 어둠을 앞세웠다.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다칼에게 힘을 보태 빛을 단숨에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하나 내가 통제하는 어둠은 다크포스로 만들어 낸 마법의 힘이어서 그런지 절대영역에 들어서자마자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유지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절대영역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듯, 어둠의 일부가 사라지지 않고 힘을 보탰다.
“크윽! 나의 빛이!”
어둠은 빛을 빠르게 잠식시켰다.
나는 당황한 웨일즈를 쳐다보며 하늘로 도약했다.
정면에는 다칼이 몸으로 가로막고 있는 상태.
도약으로 다칼을 뛰어넘어 웨일즈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이윽고, 손잡이를 거꾸로 잡고 있는 힘껏 내리찍는다. 동시에 삼신용의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파지지지!
[삼신용 중에 하나인 뇌룡이 당신에게 힘을 빌려주었습니다.]
주피로의 단검에서 흘러나온 힘과 뇌룡이 빌려준 힘이 합쳐져 고압의 전기가 칼끝에 집중됐다.
푹!
그것이 웨일즈의 가슴을 비집고 들어갔다.
콰가가가가강!
마른하늘에 벼락이 내리치듯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칼끝이 파고든 가슴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푸른빛을 중심으로, 전기가 그의 전신을 훑었다.
“끄아아!”
집중력이 흐트러진 웨일즈가 다칼에게 빈틈을 내 주었다.
다칼이 대검을 쳐 내며 웨일즈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푸억!
단순한 힘이 실린 어퍼컷이 아니었다.
길쭉하게 튀어나온 날카로운 발톱 세 개가 웨일즈의 복부를 관통했다.
“커헉……!”
추가로 어둠이 그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제대로 치명상을 입은 듯, 주위를 감싸고 있던 절대영역이 사라지고 있었다.
‘마법의 제약이 사라졌다.’
다크소드.
주피로의 단검과 어둠으로 형성된 검을 양손에 쥐고 제자리서 다크웨스트림을 발동했다.
이제는 이동만이 아닌 다크웹의 힘도 같이 발휘하기 때문에 웨일즈에게 속박에 가까운 둔화 현상을 일으켰다.
“끝이다.”
웨일즈의 가슴에 다시금 단검을 박아 넣고 연달아 반 바퀴 몸을 돌려 녀석의 목에 검을 휘둘렀다.
서걱!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칼날이 그를 참수했다.
캬자악!
그리고 다칼의 연이은 일격에 몸이 두 동강이 나 버렸다.
“후우~.”
나는 검을 거두며 시야에 올라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선택 미션이 무사히 완수되었습니다.]
[킹 웨일즈를 처치하였습니다!]
[폰. 룩. 비숍. 나이트. 퀸. 킹을 전부 처치하였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세웁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1,00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킹의 조각이 지급되었습니다.]
[오리지널 체스판이 지급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조각 말고도 체스판이 내게 주어졌는데.
선택 미션에서 체스게임을 하지 않고 혈투를 벌인다면 오리지널 체스판이 아닌 킹의 체스판이라는 아이템이 주어진다.
그것은 가짜였는데, 분명 아이템의 효과는 존재하지만 오리지널 체스판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었다.
‘체스판은 나중에 진득이 보기로 하고…….’
먼저 체스판 바닥에 놓인 조각들을 전부 회수했다.
해방된 폰의 조각을 포함해 룩, 비숍, 나이트, 퀸, 킹의 조각이 한자리에 모였다.
웅! 우웅!
그러자 조각들이 하나씩 진동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폰의 조각은 홀로 공중에 떠오르더니 아름다운 무지개 빛깔을 뿜어냈다.
잠시 후 룩, 비숍, 나이트, 퀸, 킹의 조각 순으로 무지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차하아아앙!
눈을 뜨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밝은 빛이 주변을 뒤덮었다.
손으로 빛을 가리며, 곧 바라고 있던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체스말 조각들이 하나로 뭉쳐 올체크메이트가 탄생합니다!]
빛이 사그라진다.
그 안에 나타난 형체는 체스말의 조각들이 아닌 단 하나의 킹의 말이었다.
황금색으로 물든 킹의 말은 영롱한 빛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손을 뻗어 잡았다.
[올체크메이트를 얻었습니다.]
‘드디어 얻었군.’
올체크메이트.
나의 능력을 높여 주지는 않지만 이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전투 양상에 큰 영향을 끼칠 수가 있었다.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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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체크메이트
효과: 100미터 범위에 이르는 ‘절대영역’을 전개할 수 있다.
소유자를 제외한 절대영역 안에서의 모든 마법이 무효화되며 살아 있는 생명체의 신체 능력을 임시로 절반으로 저하시킨다.
절대영역은 전개한 후로 1분간 유지된다.
조건부 효과: 사용 가능 횟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지정된 체스판으로 ‘체스게임’을 해야 하며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사용 가능 횟수: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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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체크메이트가 전개하는 절대영역은 웨일즈가 사용했던 절대영역의 상위 버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웨일즈는 범위가 10미터 남짓에 불과했다면 올체크메이트는 범위가 100미터로, 10배 차이가 났다.
사기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만큼 횟수가 정해져 있었는데. 다행인 점은 횟수를 수급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조건부 효과.
여기서 지정된 체스판이란, 방금 전에 얻은 오리지널 체스판 혹은 킹의 체스판을 말했다.
다만 승부조작이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승리는 너무 쉽기에, 사용 가능 횟수를 하나 얻는 게 쉽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정보창에는 딱히 설명이 안 되어 있지만 한번 이긴 대상에게는 효과가 없으며 거짓으로 이겨 낸 승리 혹은 비등하지 않고 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와 겨룬 게임은 전부 무효였다.
한마디로 공정한 승리만이 횟수로 적용이 되는 것이다.
‘뭐. 그만큼 아이템에 가치가 있으니 상관은 없다만.’
이내 나는 체스판을 벗어나 한쪽 모서리 끝으로 이동했다.
웨일즈를 처단하며 이미 최종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열려 있는 상태였다.
하나 아직 이곳에 볼일이 남아 있었다.
나는 가로막혀 있는 벽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퍼석!
곧바로 비어 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그 안에는 올렸다 내릴 수 있는 레버가 있었다.
레버에 손을 대려고 하자.
파직!
강한 자기장에 의해서 튕겨져 나왔다.
하나 자기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킹 웨일즈이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자기장 또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다시 시도를 하자 이번엔 레버에 손이 닿았다.
철컹!
레버를 당겼다.
쿠구구구구!
바닥의 체스판이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반으로 갈라지는 중이었다.
그 아래로는 널찍한 크기의 계단이 보였다.
계단이 향하고 있는 방향에는 오직 어둠뿐이다.
저곳으로 걸어 들어가면 박우철이 그토록 찾는 페이크북을 얻을 수가 있었다.
먼저 들어가서 페이크북을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저 어둠 속에는 보이지 않는 자기장이 또 존재했다.
자기장이 완벽히 사라지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준석!
다칼이 내 이름을 부른다.
“알고 있어.”
나는 안색을 굳히며 고개를 돌렸다.
‘왔구나.’
약 5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 박우철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모르는 남자 한 명도 함께였다.
저게 진짜 얼굴이라면, 회귀 전에는 이름이 널리 떨치지 못한 자가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해야 될 상대라고 인식하지는 않았다.
이름을 널리 떨치지 못했다고 하여 무조건 약한 것은 아니니까.
짝짝짝!
박우철은 이쪽으로 걸어오며 박수를 쳤다.
그러며 씨익 웃곤 입을 연다.
“먼저 와 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하. 시발. 벌써 보스까지 슥 닦아 버렸네. 볼수록 안타깝단 말이지.”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올수록 느껴진다.
갓 21층에 올라온 녀석들과는 다르게 기세부터 남달랐다.
분신인지 본체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박우철은 바닥 아래에 있는 계단을 쳐다봤다.
“흐음. 역시 페이크북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어. 너, 어디 소속이야?”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입을 열었다.
“소속? 그런 건 없어.”
어느덧 열 걸음이면 닿을 위치까지 온 그는 눈살을 찡그리며 말했다.
“구라를 쳐도 적당히 쳐야지. 아래층 녀석이 혼자 알기에는 어려운 것들을 알고 있는데 소속이 없어? 하아~ 그냥 말해 줄 생각이 없는 거지. 아. 근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 어디 소속인지 대충 알 것 같으니까.”
실제로 소속되는 곳이 없는데 대충 알 것 같다니.
내버려 두니 혼자서 영화를 찍고 있다.
“진짜로 또라이네.”
“뭐? 방금 뭐라고 했냐.”
“못 들었으면 됐고. 내가 말했지. 마주치면 아주 조져 버린다고.”
물론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비슷하게는 얘기했었다.
“크크크큭!”
내가 한 말에 박우철은 진심을 다해 웃었다.
그러더니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 정말…… 분신 하나 잡은 것 가지고 기고만장해져서는. 네놈이 소속이 어디든, 그게 널 지켜 줄 것 같아? 물론.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길드면 가능하겠지. 근데 그런 길드는 없거든. 결국엔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자기뿐이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 대단한 인듀어 길드조차 길드원이 죽는 걸 전부 막을 수는 없다.
나는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기고만장한 건 그쪽 같은데. 인듀어 길드를 뒷배로 두고 사실 자신은 약해 빠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위층에 있는 놈이 아래층에 내려와서 놀고 있지.”
그가 페이크북 때문에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상대의 멘탈을 흔드는 것.
“이런 잡종 새끼가!”
한데 멘탈 흔들기를 방해하는 녀석이 있었다.
“박우철 님, 고정하십시오. 흥분하면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려드는 겁니다.”
옆에 있는 남자가 박우철의 멘탈을 관리했다.
물론 방금 한 도발이 아예 소용없는 것은 아니었다.
“네놈은 닥쳐!”
여전히 그는 화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힘의 천칭저울.
나는 그와 미리 힘의 저울질해 보았다.
평행을 유지하던 저울은 이윽고 내 쪽으로 기울었다.
하나, 정말로 한 끗 차이.
방심하다가는 판도가 바뀔지도 모른다.
‘전력으로 간다.’
나는 마법을 하나씩 시전하기 시작했다.
리치네스, 엘리렌스.
[일시적으로 마나를 담는 그릇이 넓어집니다.]
[각 마법의 속성이 강화됩니다.]
[각 속성의 내성이 일부 형성됩니다.]
다크소울.
반지에 담긴 영혼을 내 몸으로 소집시켰다.
[다크소울(Lv2을 사용하였습니다.]
[다크소울 레벨이 올랐습니다!]
[영혼들의 힘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놀라울 정도로 상승합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상승한 능력치가 유지됩니다.]
[영혼들이 가지고 있던 일부 스킬들을 획득합니다!]
[천멸(Lv11)을 배웠습니다.]
[오색오의(Lv10)를 배웠습니다.]
[어스클레이브(Lv21)을 배웠습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획득한 스킬들을 사용이 가능합니다.]
역시, 상당한 양의 블랙 소울의 힘을 흡수하며 다크소울을 사용해도 신체나 정신에 부하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전초전의 마지막 준비를 끝마치기 위한 힘을 밖으로 끌어냈다.
다크포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어둠의 공간이 퍼져 나간다.
“일시 해방.”
그를 나락으로 끌어 낼 악의 기운 또한 해일처럼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