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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26화 (126/230)

회귀한 탑 등반자 126화

126화 퀀 넬리지 (1)

[타엘의 날개가 몸에 각인되었습니다.]

다칼이 가지고 있는 하승달 목걸이와 같은 종류의 아이템이었다.

펄럭!

날개를 활짝 펴자, 새하얀 빛의 입자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벚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빛의 입자들도 천천히 바닥에 가라앉는다.

이윽고 도약을 하듯이 힘차게 날갯짓했다.

후우웅!

단번에 공중에 떠올랐다.

걱정과 달리 하나의 날개로도 두 날개를 가진 것처럼 하늘을 비행할 수 있었다.

외형만 그러했을 뿐 중심이 잘 잡혀 있다.

밑에서 보고 있는 다칼이 한마디 했다.

-그것이 새로 얻은 능력인가? 그런데 처음 해 보는 솜씨가 아니군.

다칼이 말한 대로 내가 날개를 사용하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아이템 각인으로 날개를 얻었던 건 아니지만 마법으로 날개를 형성했었다.

그렇기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다루기가 쉬웠다.

다만 손가락을 움직일 땐 체내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날개의 원동력은 마나였다.

꾸준히 마나를 공급해야 날갯짓이 가능했다.

휘이잉-!

그리고 마나를 과다하게 공급하면 하늘을 나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내 땅에 착지한 나는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날개를 빨리 얻었어.’

마법으로 형성하는 날개는 중층부는 가야 얻을 수 있는 스킬이다.

물론 등가교환을 시전한다면 임시로 날개를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극심한 마나소모를 생각한다면 그다지 좋은 효율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단순히 날개를 빨리 얻었다는 메리트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마법으로 만든 것보다 마나 소모도 적고 마나만 충분하다면 한계 속도도 없다는 점에서 타엘의 날개는 상층부까지도 써먹을 수 있는 최고의 날개였다.

-회귀 전에도 날개를 자주 사용했나 보지?

다칼을 내려다봤다.

“그랬지. 물론 사용하는 시기가 지금보다는 늦었지만.”

-이제 공중에서 자유롭게 싸울 수 있겠군. 여태까지는 바람을 이용해서 하늘에 떠오르는 것이 전부였지 않나. 물론 그대가 가지고 있는 등가교환을 사용한다면 날개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만 효율이 좋질 않으니.

다칼도 내가 생각하고 있던 점을 콕 집어 얘기하고 있었다.

한편.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강예지가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날아다니는 게 아주 천사 같던데.”

살짝 빈정대는 게 보였다.

나는 무표정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용건이 뭐야?”

“여전히 차갑네. 뭐. 좋아. 이미 그쪽이 그러는 거 익숙해졌거든.”

별게 다 익숙해지네.

“그래서? 그 말을 하려고 온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방금. 그거 그놈을 잡고 얻은 능력이지?”

“그렇다면?”

빼앗을 생각을 한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각인된 아이템은 귀속 아이템은 아니지만 소유자가 각인 해제를 원치 않는 이상 가져갈 방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물어본다는 건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 나온 보스들을 전부 내가 가져갔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강예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냥 물어보는 것도 못해?”

“그건 아니지만, 물어보는 의도가 뭐야.”

“의도? 그저 확인 차 물어본 거야. 내가 무엇을 빼앗겼는지.”

그녀는 몸을 돌리더니 이내 내게서 멀어졌다.

그러며 마치 들으라는 듯이, 살짝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는 안 뺏겨.”

-당돌하군.

“욕심이 많은 여자니까.”

보상에 욕심을 내는 건 강예지뿐만이 아니었다.

“안철호 씨, 그냥 보고만 있을 겁니까? 보상을 저놈이 다 가져가고 있잖아요!”

“이대로 가면 저흰 기여도 보상 말고 부가적인 보상은 아무것도 받지 못할 겁니다. 차라리 저 사람하고 다른 방으로 가면 어떨까요? 겹치지 않게 먼저 보내는 겁니다.”

“오! 그게 좋겠네! 그럼 빼앗길 일도 없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

안철호의 추종자들은 자기들끼리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자기들 딴엔 들리지 않게 말한다고 조심한 것 같은데. 옆에 있는 것처럼 전부 다 들렸다.

그리고 나름대로 부가적인 보상을 받는다고 머리를 쓴 것 같은데 안철호는 어쩔 수 없이 나랑 같은 방일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만년필이 안내해 준대로 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만일 변수로 안내해 준 길이 아닌 다른 곳을 선택한다면 모를까.

그럴 일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면 됐다.

‘그 누구라도 손해 보는 일을 할 리가 없지.’

추종자들 사이에 껴 있는 안철호의 표정을 보니 고민이 많아 보인다.

그 역시도 잘나가는 등반자들 중에 하나이기에 부가 보상을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나는 만년필이 안내해 주는 곳으로 먼저 이동했다.

뒤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날 먼저 보내려고 했던 추종자들의 시선이었다.

그러건 말건 다른 방으로 넘어온 나는 주위를 살폈다.

나머지 두 개의 문에서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인원은 대략 이십여 명쯤.

그때, 뒤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안철호 씨, 거기로는 왜!?”

“철호 씨!”

안철호는 추종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역시.’

그라면 그런 선택을 할 줄 알았다.

‘지금으로선 기여도 보상이라도 제대로 챙기는 게 그한테는 이득이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다시 한번 나랑 경쟁해서 부가적인 보상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쿵!

선택의 시간이 끝나고, 문이 닫혔다.

다들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가 등장하기 전에 이곳에서 벌어질 일을 미리 알 수 있었다.

‘반갈죽이군.’

중앙에는 바닥과 천장에 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이내 그 선을 중심으로 붉은 레이저로 된 장막이 생겨났다.

그리고 곳곳에 포탈이 생겨나고 있었다.

“씨이이-.”

고음을 내지르는 레드스파이더.

붉은 엉덩이를 가진 거미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의 덩치보다 큰 녀석들이 사냥감을 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숫자가 약 백여 마리정도 되었다.

‘반으로 나누면 이쪽에 있는 거미의 수는 오십여 마리.’

잠시 후, 정확한 숫자가 한쪽 벽에 새겨졌다.

[남은 숫자: 52, 남은 시간: 00:02:00]

반대편 벽에도 같은 숫자가 적혔다.

웅성웅성.

사람들은 레드스파이더를 상대하면서 벽에 새겨진 숫자들을 쳐다봤다.

“아니, 저게 굳이 왜 적혀 있는 거야?”

“뭔가 불안한데.”

“에이씨! 몰라! 그냥 눈앞에 있는 녀석들이나 정리하자고!”

대다수는 굳이 숫자가 드러나 있는 이유를 생각하려고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는 곧 알아챌 것이다.

저것의 의도가 무엇인지.

“경쟁이야! 시간 안에 저쪽보다 많이 잡아야 살아!”

가장 먼저 의도를 알아챈 건 강예지였다.

“하씨! 어쩐지 느낌이 이상하더라니.”

“다들 빨리 잡아!”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레드스파이더를 잡는데 더욱 힘을 쏟아부었다.

강예지가 점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말한 대로 반대편보다 더 많은 거미를 잡아야 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물론 이쪽에 있는 진영 사람들만 말이다.

저쪽 편에 있는 사람들은 사지 멀쩡히 살아남을 것이다.

“크릉?”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다칼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없어.”

-저 여자의 말대로 시간 안에 저쪽보다 많이 잡지 못하면 그대와 나는 살지 몰라도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조리 죽을 거다. 그러길 바라나?

“그럴 리가. 강예지라면 몰라도 안철호는 괜찮은 인재야. 죽게 방치할 이유가 없지.”

중, 상층부에 물을 흐리는 녀석들을 견제하려면 안철호 같은 자가 필요하다.

-그럼 왜 가만히 있지? 아니면 나라도 먼저 나설까?

“그래도 되고. 난 먼저 처리할 게 있거든.”

마침 시간이 됐다.

남은 시간이 정확하게 1분을 가리키는 순간, 붉은 레이저 장막의 일부가 색깔이 살짝 옅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나는 지팡이를 치켜들어 체내의 마나를 빠르게 순환했다.

홀리크로스!

신성한 십자가에 상당량의 마나를 집결시켰다.

그리고 색깔이 옅어져 있는 방향을 향해 곧장 날렸다.

씨이이이이-

십자가가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뜨거운 열기로 장막을 녹아내렸다.

콰즈즈즉, 지잉!

금이 간 장막이 빠르게 사라진다.

그러며 양쪽 벽에 있던 숫자가 사라지고, 가운데 벽에 새로 숫자가 생겨났다.

[남은 숫자: 73, 남은 시간: 00:02:19]

숫자뿐만 아니라 남은 시간도 더해졌다.

순식간에 상황이 변하자, 서로 경쟁하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서 있었다.

“크항!?”

다칼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한다.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보통 눈앞에 있는 문제를 당장에 해결하려고 하지, 그 문제를 다르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치만 합해졌을 뿐이지, 아직 문젯거리는 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러면 룰이 어떻게 변경되는 거지.

나는 정답을 얘기해 주었다.

“원래는 사람 간에 경쟁이었다면 이제 거미하고 사람이 경쟁을 하는 거지.”

-아! 그럼 거미 숫자보다 사람이 많으면 우리들 승리고, 반대로 거미 숫자보다 사람이 적으면 패배를 하겠군.

“그래.”

-듣고 보니 문득 궁금하군. 만약 아까 전의 상태를 유지하고 거미들 남은 숫자가 둘 다 제로로 되었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야 뻔한 결말이었다.

“그땐. 두 진영에 있던 사람들 모두 죽는 거지.”

-역시 그러한가. 하긴. 승리한 쪽도 패배한 쪽도 없으니. 순리대로라면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는 없겠군.

“그보다 이제 슬슬 움직이자고.”

시간이 30초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사람보다 거미들 숫자가 두 배 이상은 많아보였다.

“캬하아앙!”

다칼은 이때만을 기다린 듯, 레드스파이더에게 달려 나갔다.

거미의 머리를 물어뜯더니 그대로 집어삼킨다.

“퉤!”

하나 맛이 없는지 그대로 뱉어 버렸다.

그러고는 마안을 사용해 전부 돌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나도 마법을 시전했다.

등가교환.

윙! 윙! 윙! 윙!

지팡이에서 진동파를 내보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거미들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키에에에!”

“끼이이!”

가까이 있는 녀석들부터 차례대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상층부에 있을 때 아라크네를 상대하며 알게 된 것은 거미가 진동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었다.

귀로 듣는 소리 대신 진동으로 소리를 듣는 거미들에게 강력한 진동파는 뇌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최악의 공격이었다.

얼마 가지 못해, 파악! 소리를 내며 거미들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동시에 벽에 적혀 있는 남은 숫자가 한순간에 제로로 변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다 가기도 전에 삼면의 문이 열렸다.

나는 남들의 시선을 받아가며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상당한 높이까지 뻥 뚫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직감했다.

‘퀸의 방이군.’

가장 강한 킹과 비슷한 급을 지닌 보스.

반대편 문에서 다른 일행이 걸어 나오는 게 보인다.

숫자는 겨우 셋뿐이었다.

다른 문을 통해 온 일행 중에서는 제일 적은 숫자였다.

안철호와 강예지 그리고 이외의 인물들이 뒤따라 들어왔다.

쿵!

문이 닫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에서 분홍으로 물든 거대한 회오리가 생겼다.

“끄윽!”

“아무데나 붙잡아!”

강력한 바람에 사람들의 몸이 밀려났다.

“으아아!”

결국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는 이도 생겼다.

거세게 불었던 회오리가 멎고, 그 안에서 거대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치마폭이 넓은 중세풍의 드레스를 입은 왕관을 쓴 여왕이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손에 든 부채를 펄럭이고 있었다.

[퀸 넬리지가 등장하였습니다!]

그녀는 두 눈을 붉게 번뜩이며 립스틱이 발린 입술을 달싹였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들이 한가득이구나.”

넬리지가 부채를 휘두르는 순간, 아까 전에 불었던 바람이 다시금 불어오고 있었다.

“끄으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나는 그녀를 독차지하기 위해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포스.

주변이 빠르게 변해간다.

어둠으로 모두를 밀어내고 퀸과 나. 그리고 다칼만을 남겨 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타앙!

반대편에 있는 한 남자가 클래식한 화승총으로 탄환을 쏘았다.

쾅!

탄환을 맞은 넬리지 앞으로 폭발이 일었다.

쏜 것까지는 상관없었으나, 그로 인해 벌어진 영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폭발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블랙홀이 발생하더니, 넬리지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탄환을 쏜 사내와 그 일행은 어느새 블랙홀 안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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