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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23화 (123/230)

회귀한 탑 등반자 123화

123화 전쟁의 서막

나는 윈드퍼드를 쉬지 않고 시전하며, 둥근 바람을 즉시 뾰족한 창으로 바꾸어 맞은편에 서 있는 사내에게 날려 보냈다.

파파팡! 파팡!

공격이 들어가지 않는 사각지대 따윈 없었다.

수십 개의 창이 연달아 폭격하자, 상대는 반격은커녕 피하거나 막기에만 집중했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5>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5>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윈드퍼드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소환되는 바람의 크기와 커지고 공기의 밀집도가 올라갑니다.]

바람으로 만든 창의 크기가 1.5배는 커졌다.

거기에 레인보우 띠 보라색 마법증폭에 지팡이의 마법증폭까지 더해진 상태여서 창 하나의 길이가 3미터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흔들림 없이 방어를 하고 있었다.

음영 바다의 팔찌 효과를 사용했다.

우우웅!

그에게 살기를 드러냈지만 역시나 소용없었다.

[‘극한의 공포’ 효과가 튕겨져 나옵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몸 곳곳에 상처가 늘어가고 있긴 했지만 치명타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보통의 등반자였다면 진작에 목이 댕강 날아갔으리라.

‘역시, 30,40층에서 거주하는 등반자는 다르네.’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박우철.

하드 난이도에서 가장 악명이 높았던 인듀어 길드의 간부 중에 한 명이자 신좌 로키의 계약자이기도 한 그는 변신의 귀재였다.

그렇기에 그와 처음 마주했을 때도 곧바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단순히 얼굴만이 아니라 입고 있는 옷이나 들고 있는 무기까지 완벽히 숨겼다.

심지어 바꾸기 어려운 자기만의 기세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기민한 감각을 가진 나라고 할지라도, 육안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저자가 이곳에 있다는 건, 한 가지 이유뿐이지.’

페이크북.

내가 얻으려고 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회귀 전에는 페이크북을 인듀어 길드에서 회수해서 막대한 자본을 벌어들이는데 쓰였다.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자가 발생했고, 페이크북의 존재는 탑의 혼란을 초래했다.

속임을 당하거나 혹은 가로채기를 당하는 둥. 결과적으로는 등반자들의 성장을 둔화시키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페이크북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금보다 한참 후의 일이야.’

그래서 아무리 빨라 봐야 몇 년 후에나 회수될 줄 알고 있었는데.

내 예상을 벗어나 그들은 지금 움직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

더 늦게 올라왔으면 페이크북은 이미 털리고 없었을 테니까.

‘어찌 됐든, 이번에는 페이크북이 녀석들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

등반자들의 성장 둔화는 곧 밑에서 올라오고 있는 유희와 그 동료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나 또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테고 말이다.

그리고 인듀어 길드가 올튼 왕가 녀석들과 대치하고 있었던 걸 보면 올튼 왕가도 페이크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긴. 이제는 상관없나.’

그 사이에 인듀어 길드원들이 그들을 끝내 버렸다.

다섯 명의 인듀어 길드원은 타깃을 변경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올튼 왕가 녀석들과 싸울 때 실력을 보았지만 저 녀석들도 위층에서 내려온 등반자들이었다.

21층에서는 보기 어려운 실력자들.

“다칼, 저 녀석들을 맡아 줘.”

-그러지.

어깨에 앉아 있던 다칼이 내려와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그보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상대가 진짜 박우철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박우철은 변신의 귀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분신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설마 분신인가.’

분신이 아닌 진짜였다면 지금쯤 힘을 드러내 어떤 반격이라도 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전부터 피하고 막기만 시도하고 있었다.

녀석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예열은 이쯤하고, 본격적으로 가 볼까.’

그 전에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저 녀석들은 대체 뭐야?”

강예지가 걸어 나온다.

“미션에는 관심 없고 오직 사람을 노리는 것 같은데. 가만히 볼 수만은 없지.”

그 뒤에 안철호가 걸어 나오더니, 랜스를 앞세우며 뛰쳐나갔다.

“야. 우리도 따라붙어?”

“따라붙자! 다음 저 녀석들 타깃이 우리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러네.”

“뭣들 해? 빨리 가자고!”

이어서 안철호의 추종자들이 나섰다.

“흐응~ 내키진 않지만…… 저 녀석들, 뭔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나서지 않을 것 같던 강예지도 인듀어 길드원들과 맞서 싸우러 나갔다.

어쩌다 다칼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 생겨났다.

‘그럼 저쪽은 저들한테 맡겨 두고.’

다크스윔.

나는 박우철의 등 뒤로 이동해 손끝에 마나를 응집시켰다.

마나방출!

파하아앙-

마나충격파가 박우철의 몸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찰나, 그의 육신이 공간에 왜곡된 것처럼 휘었다.

그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분신이군.’

많은 이들이 모르고 사실이지만, 본체와 분신을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압축된 마나를 몸에 방출해 보는 것.

분신은 본체와 똑같이 피도 흘리고 감정도 표현하며 본체의 힘도 가져다 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분신을 유지하는 힘은 마나였다.

그렇기에 압축된 마나를 몸에 방출하면, 공간에 왜곡된 것처럼 육신이 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반격을 하지 못한 거였군.’

분신이라면 크게 경계할 필요는 없었다.

본체에 비하면 분신은 약해 빠졌으니까.

박우철이 지팡이를 대각선으로 휘두르며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화아악!

허공에 뜨거운 불꽃으로 만들어진 소 한 마리가 두 뿔을 보이며 달려들었다.

다크소드.

서걱!

소를 반으로 갈라내고 곧바로 전진했다.

“헛!?”

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사들은 근거리에 취약한 법이다.

광염.

손가락으로 넙적한 원의 빛의 불꽃을 만들어 그걸 손바닥과 손등 사이로 껴서 너클처럼 사용했다.

퍼엉!

“컥!”

면상에 주먹을 맞고 나가떨어진다.

그러며 손에 붙어 있던 빛의 불꽃의 일부가 녀석에게로 옮겨 갔다.

[‘정의의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너라면 터질 줄 알았지.”

회귀 전에도 악행을 밥 먹듯이 쌓아 온 놈이니 말이다.

아직 안 끝났다.

쿵!

바닥에 지팡이를 꽂고, 양손에 광염의 너클을 형성했다.

등가교환.

녀석을 염력으로 끌어와 주먹으로 연타를 날렸다.

“커헉! 컥!”

뒤늦게 실드를 쳐 보지만 금방 유리처럼 깨져나갔다.

컬스버닝.

[시전상대가 저주 마법에 대한 면역력을 가졌습니다.]

[마법이 튕겨져 나옵니다.]

“오호.”

인식 저하를 일으켜, 아주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했더니만.

주먹으로 연달아 맞은 게 치욕적이었는지, 그는 붉으락푸르락한 채로 거칠게 소리쳤다.

“이런 거지 같은 자식!”

쩌저적!

그때 우리들 앞을 지나치는 거대한 빙벽.

나는 때리다 말고 뒤로 물러섰다.

녀석과 싸우느라고 완전히 잊고 있었다.

각 방마다 주어지는 시련에 대해서 말이다.

뒤늦게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덧 방은 얼어붙어 있었다.

모든 것이 얼음덩어리들 뿐이다.

빙벽 몇 개는 살아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움직였다.

빙벽에는 뾰족한 고드름이 무수히 많이 박혀 있고 자동차가 광란의 질주를 하듯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으아악!”

정면으로 부딪혀 즉사에 이르는 이도 있었다.

그 사이에 눈앞의 있는 빙벽이 지나가고, 코앞에 있던 박우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광범위하게 마나방출을 시전했다.

‘저기다!’

우측 방향으로 공간이 왜곡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다크스윔.

나는 곧장 어둠으로 쫓아가 그의 목을 붙잡았다.

“끄윽……!”

다크웹.

거미줄로 옭아매고서, 홀리크로스를 시전하려는 순간.

지잉!

갑자기 생겨난 균열이 날 빨아들이려고 했다.

“크윽!”

엄청난 인력이었다.

이렇게는, 오랫동안 버티고 있기가 어려웠다.

“크흐흐! 병신 같은 놈. 잘 가라.”

박우철이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걸 사용하려고 그간 시간을 끈 거였나?’

그동안 맞아 준 것도 일부러 맞아 준 것일 수도 있었다.

녀석이 사용한 블랙아웃이란 마법은 그만큼 시전하는 데 오래 걸렸다.

그리고 오래 걸리는 만큼 위협적이다.

등가교환!

우선 균열에 빨려 들어가지 못하도록 내 무게를 늘렸다.

균열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나는 어딘지 모를 공간에 한동안 갇혀 있을 것이다.

바로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기야 하지만 그리되면 상당한 마나를 소모하고 만다.

“후~.”

그래도 무게를 약 스무 배로 늘리니 두 발이 안정적으로 붙어 있었다.

“아니!? 너…….”

“왜? 안 날아가고 붙어 있으니 당황했나?”

박우철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런 걸로 쫄았을 리는 없고, 방의 온도가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반응속도도 느려지고 있어.’

하지만 나는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추위와 얼음에 대한 내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홀리크로스.

이만 싸움을 끝내기 위해 빛으로 된 십자가를 시전하다가 이내 시전을 멈추었다.

“굳이 내 힘을 쓸 필요는 없지.”

녀석이 만들어 낸 균열을 쳐다본다.

그리고 거미줄에 꽁꽁 묶인 그를 보고 두 어깨를 붙잡았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촤악!

분신이라고는 하나, 본체의 힘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거미줄을 끊어 내 버린다.

그리고 순간이동을 사용해 탈출하려고 시도했다.

그렇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녀석의 움직임을 단 0.01초라도 멈추게 만드는 것쯤은 간단했다.

등가교환.

“으윽! 몸이!?”

“본체한테 안부나 전해 달라고.”

퍼억!

“으어, 으아아아!”

그대로 엉덩이를 걷어차, 균열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시전자와 함께 균열도 같이 사라져 버린다.

“후우~.”

확실히 위층에서 온 놈이라 그런지 안 통하는 것도 많고 까다로운 마법도 많이 구사했다.

‘본체는 이것보다 세 배 이상은 강하겠지.’

아마 조만간 본체와 마주하게 될 터다.

“응?”

분신이 사라져 버린 곳에 웬 거울이 생겨났다.

거울에는 박우철의 얼굴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심각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너. 누구야? 너 같은 놈이 있다고 들어 보지 못했는데. 보아하니 올튼 새끼들과 같은 소속은 아니고. 아니지. 그보다 그게 분신이란 건 어떻게 알았어? 그건 내 동료들도 모르는 사실인데.”

‘거울을 통한 통신 마법인가.’

이런 식으로 얼굴을 드러낸 걸 보면 저것은 본체의 얼굴이 분명했다.

그 뜻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그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러를 통한 통신 마법은 끽해야 500미터 이내다.’

방 하나당 축구장 한 개 정도 크기이니 100미터라고 산정하면 그와 떨어진 거리는 방 다섯 개가 채 되지 않았다.

“야! 내가 하는 말 듣고 있어!?”

“아씨. 귀청 떨어지겠네. 듣고 있으니까 용건만 간단히 해. 아니지…… 그냥 널 찾아갈 테니까, 목이나 닦고 기다리고 있어.”

“크흐흐, 하하하하!”

말을 들은 박우철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러고는 내게 말했다.

“이 새끼, 존나 웃기는 놈이네. 재밌어.”

“네 얼굴이 더 재밌어.”

“하핫! 시발. 진짜 골 때리는 녀석일세. 좋아. 안 그래도 나도 네놈한테 흥미가 생겼거든. 근데 이렇게 초면에 서로 마음도 맞고, 은근 죽이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죽이 잘 맞긴 개뿔.”

“조금 건방지긴 한데. 뭐. 그래. 그건 차차 고치면 되고, 혹시 생각이 있으면 인듀어 길드에 들어와라.”

그는 뜬금없이 길드 가입을 제의해 왔다.

이번에는 내가 어이가 없어 웃었다.

설마 거기서 길드 가입을 제의해 올 줄이야.

‘하여간, 로키 계약자들 중에는 괴짜 녀석들이 많다더니. 저놈도 괴짜네.’

물론 괴짜가 아니더라도 길드제의야 해 올 순 있다.

다만 몇 번을 제의해 오건 절대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거기에 들어가느니 죽고 말지.”

“뭐?”

“그런 병신 같은 길드는 줘도 안 들어간다고. 아, 길마 자리라도 넘기면 모를까.”

“하하하.”

웃음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표정이 싹 굳는다.

“야, 길드에 들어오라니까 우습냐? 아무래도 아래층 새끼라서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이야 아무리 강한 거 같아도 그건 저층부가 기준이야. 위에 올라오면 숨도 쉬지 못할 놈이 존나게 나대네? 하~ 시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힘으로는 모든 게 부족했다.

나는 거울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일리는 있어. 근데…… 네 같은 놈은 얼마든지 와도 내 티끌도 못 건드릴 것 같은데. 꼭 약한 새끼들이 중얼중얼 나불대지.”

“뭐, 이 개새끼가!”

파직! 파지직!

나는 마나볼트를 손아귀에 쥔 채로 주먹을 내뻗었다.

콰하아앙! 챙그랑!

전기에 약한 마법 거울을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닥치고 그냥 기다리고 있으라고. 금방 갈 테니까.”

이것으로 선전포고는 끝났다.

사실상, 박우철에게 하는 선전포고가 아닌 앞으로 탑에서 나의 최대 적이 될 인듀어 길드를 향한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것은 기나긴 전쟁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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