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17화
117화 지옥의 여신 수정
부아아앙-!
육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돌아가니, 하나둘씩 배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각자의 눈이 바삐 돌아가는 걸 보면 마지막까지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도 내릴 준비하자고.”
곁에 있는 다칼에게 말한 후 3층의 메인홀을 벗어나 뱃머리로 이동했다.
뱃머리에는 점차 사람의 숫자가 늘어났다.
3층의 메인홀에 있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 숨어 있던 녀석들도 얼굴을 드러냈다.
촤르르르!
육지에 다다라 배를 고정시키는 닻이 내려갔다.
약간의 흔들림만 있을 뿐, 배가 완전히 멈추었다.
“후우~.”
“하~.”
벌써부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녀석들이 있었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곧 시야로 메시지가 올라온다.
[20층 클리어 조건이 충족됩니다.]
[기여도 순위에 들었습니다.]
[기여도 명단에 이명을 공개하겠습니까?]
“아니.”
[기여도 명단에 이명이 비공개 처리됩니다.]
[기여도 순위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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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비공개 – 39.5%
2위) 비공개 – 21.9%
3위) 철혈의 기사 – 9.3%
4위) 비공개 – 8.1%
5위) 이변의 사도 –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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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숨겨진 이벤트를 충족시켜 추가 기여도가 합산됩니다.]
[기여도순과 추가 기여도에 따라 기본 보상이 지급됩니다.]
[지옥의 여신 수정이 지급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지옥의 여신 수정……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허공에 소용돌이 균열이 일더니 이내 손바닥 밑으로 아이템이 떨어졌다.
붉은 외형 속에 검은 불꽃을 품은 수정.
이 물건의 주인은 다름 아닌 헬라다.
지옥을 이끄는 신좌로 유명한 그녀는 하데스급은 아니어도 상급에 준하는 힘을 가진 자였다.
‘회귀 전에도 소문만 무성했던 물건이지. 솔직히 아예 존재치 않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옥의 여신 수정은 헬라가 만든 물건을 강화시켜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마침 나는 그 헬라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목에 차고 있는 목걸이를 떼었다.
과연 이 헬라의 목걸이에 지옥의 여신 수정의 힘을 불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그 전에 정보창부터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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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여신 수정
내용: 불길한 힘이 깃들어 있다. 자칫 잘못 건들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효과: 같은 속성의 힘이 깃든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다.
사용 가능 횟수: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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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던 대로야. 강화 아이템이다.’
기존의 헬라의 목걸이를 강화시킬 수 있게 됐으니 좋은 소식이었지만 동시에 내용을 보고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자칫 잘못 건들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니.
‘강화 아이템임과 동시에 폭탄이란 소리 아니야?’
괜스레 들고 있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헬라의 힘이 일부 깃들어 있다면 절대로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반경 몇 킬로미터를 한 방에 날려 버릴지도 모른다.
‘그전에 바로 강화해 버려야겠어.’
“끄아아아!! 누구야!!”
나는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아!! 누가 내 소울을 훔쳐 간 거야!! 당장 나와!!”
강예지였다.
가지고 있던 블랙 소울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서 아주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었다.
그냥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기세.
하긴. 그녀가 3일 동안 꼬박 모은 것이니 화가 날 만했다.
강예지는 독기 서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찰나, 나와도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나는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시선이 머무르는 게 그다지 길지 않았다.
이내 시선이 멈춘 곳에는 안철호가 서 있었다.
“너지? 겉은 사람 좋은 척하면서 뒤에서는 쥐새끼처럼 이득을 취하는 더러운 놈이.”
안철호가 안색을 굳혔다.
“뭐? 쥐새끼?”
“왜? 정곡이라도 찔렸나? 나랑 가까이 있던 놈들 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놈을 꼽으라면 딱 넌데.”
“애꿎은 사람한테 트집 잡지 마라. 그러다 다쳐.”
“하! 다치긴 개뿔이. 다치는 건 네놈이겠지. 다른 놈이 채갔으면 내가 모를 리가 없어! 다른 놈들에게 소울을 상납받을 때부터 알아봤어. 네놈이 쥐새끼라는 걸 말이야!”
“뭐? 상납. 그건 그냥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걸 그냥 남에게 준다고? 순진한 척하긴. 아주 속은 음흉해 가지고.”
그녀가 입에 발린 말로 그를 몰아붙이자 그를 따르던 사람들도 살짝 동요하기 시작했다.
“난 아냐! 아니라고!”
“그럼…… 네놈이 가진 걸 빼앗아 보면 알게 되겠지!”
강예지가 그에게 먼저 공격을 시도했다.
둘 다 강력한 힘을 가진 등반자인 만큼 누가 이길지는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었다.
“캬하하하!”
-직접 이득을 취한 건 그대인데. 그로 인한 싸움은 다른 자가 하는군. 어떻게 할 거지?
“뭐를.”
-말리지 않을 생각인가?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애초에 저 여자가 저리 나올 줄은 알고 있었어. 안철호를 타깃으로 삼은 건 의외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강예지는 그의 블랙 소울을 빼앗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하게 되면 3일간 고생한 게 무의미해질 테니까 말이다.
반면 안철호는 얻을 게 없는 싸움을 그만하고 싶을 것이다.
‘승률을 점쳐 보자면 둘의 힘 차이는 비슷하지만 신좌를 포함하면 관심을 받는 강예지가 우세하다.’
하지만 안철호의 편을 들어 같이 싸워 주는 놈들이 있었다.
‘이러면 비등을 넘어서 안철호 쪽이 유리해지겠는데?’
내 입장에선 안철호가 이기는 쪽이 더 나은 결론이었다.
강예지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행이든 뭐든 할 여자이다.
이 자리서 죽는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는 인물이었다.
반면 안철호는 어느 정도의 정도를 지켜 가며 탑을 오르는 인물인 만큼 주변에 그만큼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런 인물이 살아 있는다면 최소한 중상층부에 이르렀을 때 쓰레기들로 넘쳐 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예상대로 싸움 승부의 결과는 안철호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더 볼 필요도 없겠군.’
먼저 배에서 내렸다.
항구 앞에는 출발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번화가가 있었다.
이곳은 21층으로 넘어가기 전에 존재하는 상업 교류지라고 보면 됐다.
나 또한 이곳에서 볼일이 있었다.
한데 그 볼일을 보기 전에 우선 해야 할 것부터 하자.
여기엔 시선들이 많으니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까 전에 하지 못했던 헬라의 목걸이에 지옥의 여신 수정을 갖다대 보았다.
츠르르르-
수정 안에 있던 검은 불꽃이 밖으로 흘러나와 헬라의 목걸이에 흡수되고 있었다.
츠츠츠즛!
목걸이에 박혀 있던 검은 보석에 스며든다.
이내 수정에는 검은 불꽃 따윈 사라지고 그저 텅 빈 붉은 수정이 되어 있었다.
대신 검은 불꽃을 받아들인 목걸이는 불길한 기운을 휘감고 있었다.
[헬라의 목걸이가 무형의 힘을 받아 변화를 겪습니다!]
[헬라의 목걸이가 헬라의 불꽃 목걸이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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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헬라의 불꽃 목걸이
영구 효과: 정신력+40, 마나+40
효과: 불속성 마법 강화, 불 친화력, 불 일부 내성
조건부 효과: 영구적으로 마나를 태워 불의 장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막 안에서는 적에게 받는 물리. 마법 피해를 모두 무효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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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우…….”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아이템이 탄생했다.
영구효과는 두 배로 증가한 것도 모자라 효과에 불과 관련된 모든 어드밴티지가 다 들어 있었다.
그뿐이랴.
조건부 효과로 얻어 낸 불의 장막은 그 안에서 싸우기만 하면 모든 물리. 마법 피해를 무효화할 수 있었다.
무적이 된다는 의미.
다만 문제점이라 한다면 불의 장막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영구적으로 마나를 태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뜻은 마나 수치가 영구적으로 내려간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아이템을 손에 쥐고 있으며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은 불의 장막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나는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것.
‘정말로 비상 상황이 아니면 못쓰겠군.’
그래도 위기의 상황이 들이닥치면 목숨을 구해 줄 수도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었다.
나는 다시 목걸이를 착용하고 주머니에 넣어 뒀던 블랙 소울을 꺼내 들었다.
블랙 소울을 얻고 난 뒤에는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자신의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리거나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능력치와 스킬 레벨을 증폭시키는 증폭용으로 사용하거나.
보통은 두 가지의 선택지에 절반씩 사용하거나 아님 개인적인 스타일에 따라 몇 대 몇으로 가른다.
하지만 나는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리는데 올인했다.
필요할 때 능력치와 스킬 레벨을 증폭시키면 위기의 상황에서 헤쳐나올 수도 있고 생존률도 높아지지만, 그것은 전제 조건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위기라는 것을 만들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렇기에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리고 더욱 강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생존률도 높이고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을 낮춘다.
내가 선택을 하자 메시지가 떴다.
[소유하고 있는 블랙 소울 711개를 정말로 랜덤 능력치 1을 영구적으로 상승시키는 데 사용하겠습니까?]
“어.”
[소유하고 있는 블랙 소울 711개를 전부 랜덤 능력치 1을 영구적으로 상승시키는 데 사용합니다.]
[민첩이 올랐습니다!]
[근력이 올랐습니다!]
[체력이 올랐습니다!]
[민첩이 올랐습니다!]
[민첩이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올랐습니다!]
[근력이 올랐습니다!]
[마나가 올랐습니다!]
…….
…….
…….
…….
…….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도중에 모든 능력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며 신체도 그에 맞게 변화했다.
“크으!”
신체가 변화할 때 느끼는 통증은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윽고.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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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마도사
칭호: 좀비 학살자 외 6개
능력치
근력:325(+250)
민첩:311(+1183)
체력:401(+1052)
정신력:471(+250)
마나:691(+1079)
스킬
점지(Lv1) 마나볼트(Lv17) 마법컨트롤(Lv25) 다크스윔(Lv9) 다크웹(Lv9)
어스월(Lv8) 행운의룰렛(Lv4) 다크소드(Lv8) 다크소울(Lv2) 원드퍼드(Lv7)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8) 루트딥트리(Lv26) 리치네스(Lv3) 다크레인(Lv6) 컬스버닝(Lv4) 홀리크로스(Lv2) 엘리렌스(Lv3) 다크포스(Lv1) 힘의 천칭저울(Lv1)
광염(Lv1) 고양이격투술(Lv5) 다크싱어(Lv1) 악재통(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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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
‘죽여주네.’
저절로 미소가 피어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수치가 눈에 들어왔다.
능력치들 중에 무려 3개가 천 단위를 넘어섰다.
이제 나름 강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회귀 전에 정상에서 가졌던 힘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고작 20층에서 이 정도 수치를 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밟아 가다 보면 언젠가 멀어 보이기만 하는 데카인 놈도 잡을 수 있으리라.
“캬릉~.”
-강한 기운이 그대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도저히 저층부의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힘. 이것으로 우리들의 목표에 한발 더 나아간 것인가.
“그렇지.”
-역시 한번 탑을 올라봤던 자는 다르군. 갈수록 그댈 따라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칼의 말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앞으로도 후회할 일은 없을 거야.”
-그럼. 이제 무엇을 할 셈이지?
“음. 우선은…….”
나는 음영 바다의 팔찌를 꺼내 들었다.
“이것부터 고칠 수 있는지 알아봐야지.”
-심상치 않은 물건으로 보이는데, 혹시 고칠 만한 이를 알고 있나?
“어. 마침 이곳에 있지. 파손된 물건을 기가 막히게 고치는 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