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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08화 (108/230)

회귀한 탑 등반자 108화

108화 죽음의 바다 안개

팅!

불꽃을 머금은 탄환이 보호막에 튕겨 나갔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견갑의 힘이 깃들어 보호막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탄환이 맞은 곳에 금이 가 있었다.

탕! 탕!

두 발의 탄환이 더 날아들자, 보호막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섯 발도 못 버티겠군.’

추가로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앞으로 돌진했다.

다크웹!

엽총과 손이 꼼짝 못하도록 거미줄을 쳤다.

연달아 검은 구체를 소환해 녀석의 면상에 꽂았다.

콰아앙-!

강력한 폭발에 몸이 뒤로 밀려나며, 이미 약해져 있던 보호막이 깨져 버렸다.

보호막을 다시 형성한 후 다시금 마법을 시전했다.

엘리렌스.

[각 마법의 속성이 강화됩니다.]

[각 속성의 내성이 일부 형성됩니다.]

다크버닝.

그레이 선원의 몸에서 검은 불꽃이 타오르며, 인식 저하와 면역력 저하를 일으켰다.

사하아아-

양손을 뻗어 검은 칼날 바람을 형성하고 그레이 선원에게 직격했다.

팡! 파팡!

쉴 틈 없이 무자비하게 몰아쳤다.

하나, 녀석의 머리 위에 붉은 십자가 형상이 뜨는 순간 유지하고 있던 마법을 전부 해제시켰다.

화악!

순간 나의 몸이 불타오르다 말았다.

하지만 반응이 조금 늦었는지, 왼팔의 살갗이 피로 물들었다.

칼날에 베인 것처검 짧고 긴 자상이 눈에 들어왔다.

보호막은 잘 유지되고 있는 상태.

그럼에도 상처가 생겨난 이유는 저 십자가가 가진 저주 때문이었다.

십자가 형상이 유지되는 한은 녀석을 공격하면 그 공격은 되레 내게로 돌아온다.

한마디로 녀석을 때린다는 건 나를 때린다는 것과 같다.

나는 뒤로 물러나 상황을 주시했다.

저주의 유지 시간은 제각각이라 언제 해제될지 판단이 불가능하고 그저 사라지는 순간을 기다려야 했다.

물론 등가교환을 사용해서 강제로 저주를 풀 수도 있지만, 현재 마나가 가득 차 있지도 않은 상태이고, 얼마나 대가가 따를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니 그다지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없었다.

‘즉사를 시키면 좋을 텐데.’

파괴력으로만 따지면 미리 마법을 준비해 폭격을 가할 수도 있었다.

하나 그러지 않은 이유는 녀석이 죽기 직전에는 반드시 저주를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만일 폭격을 강행했다면 그 폭격에 휘말리는 건 아마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져서 일어나지도 못했겠지.’

터벅. 터벅.

그레이 선원은 무겁게 한 발씩 내디디며 앞으로 걸어왔다.

그래도 초장에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었을 법한데, 아주 멀쩡해 보였다.

‘마법에 대한 면역력도 더욱 세졌구나.’

다시금 엽총으로 나를 겨눈다.

‘일단 저 총부터 빼앗아야겠군.’

탕!

보호막으로 탄환을 막아 내고 등가교환을 시전해 염력을 사용했다.

타앗!

순식간에 녀석의 엽총은 내 손아귀에 쥐어졌다.

그러나 손에 있던 엽총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녀석의 손에 다시 돌아가 있었다.

“총이 부메랑도 아니고.”

간단히 총을 회수한 그레이 선원이 다른 공격을 준비한다.

허리춤에 달고 있던 갈고리를 꺼내 들어 쇠사슬과 함께 집어 던졌다.

촤랴랴랴!

중력의 힘을 거스르고 쇠사슬과 갈고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나는 갈고리를 피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쇠사슬을 도중에 붙잡아서 세게 잡아당겼다.

수우욱- 콰당!

그레이 선원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하나 내 턱에도 알싸한 고통이 전해져 온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다칼이 입을 연다.

-준석, 십자가 형상이 사라졌다.

“확인.”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지 다칼이 녀석을 어둠으로 꽁꽁 묶어 버렸다.

“으어어!”

녀석이 어둠에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시도하는 사이에 나는 앞으로 다가가 지팡이를 쳐들고 광염을 시전해 일자로 내리그었다.

치이익!

“그어어어어!”

광염으로 몸의 반을 세로로 가르자 괴로움에 울부짖는다.

하나 이것으로 끝날 놈이 아니다.

지팡이로 찔러 밀친 뒤 몸을 한 바퀴 돌려 회전력을 이용해 머리를 가격했다.

탕!

[‘좀비 학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녀석은 방금 받은 충격에 바닥에 쓰러졌다.

다크웹.

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놓은 다음에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지팡이를 찍어 눌러 광염을 다시 시전했다.

치이이!

“그어! 그아아아!”

그레이 선원은 속성으로 따지면 어둠의 존재. 빛의 속성을 지닌 광염에는 치명적이었다.

지금 녀석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다크소드.

지이잉-

검을 소환해 머리를 꿰뚫으려는 순간 움찔했다.

또다시 십자가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후~.”

‘큰일날 뻔했어.’

만일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저기에 누워 있는 것은 저놈이 아닐 것이다.

치이익-

시전하던 마법을 바로 해제했는데도 이번에도 역시 상처가 남았다.

광염으로 인한 상처가 가슴에 새겨졌다.

‘저주는 십자가 형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효과가 발동하고 있어.’

명확하게 이지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십자가 형상이 나타나고서야 비로소 효과가 발동해 대처가 쉬웠다.

반면 하드인 지금은 그 타이밍을 알아챌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어둠으로 인한 부패가 내게는 소용이 없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점을 이용해 다크웹으로 녀석이 다신 움직이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두었다.

“으어어어!”

녀석은 바닥에 딱 붙어 있는 채 소리를 질러 댔다.

“맘껏 질러 둬. 이번에야말로 십자가가 사라지는 순간 목숨을 끊어 줄 테니.”

째각. 째각. 째각.

시간이 흘러간다.

계속해서 머리 위에 떠 있던 십자가의 형상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것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는, 손속에 망설임을 두지 않았다.

푸욱!

“커헉…….”

[2등 항해사 그레이 선원을 처치하였습니다!]

[55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화이트 소울이 지급되었습니다.]

[그레이 선원의 개인일지가 지급되었습니다.]

보상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에 마주쳤을 때 처치해야 주는 화이트 소울.

화이트 소울은 다크 소울과는 완전히 상반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소울이었다.

다크 소울은 단순히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힘을 지녔다면, 화이트 소울은 다크 소울로 상승한 능력치를 없애 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누구든 다크 소울을 흡수했다면 화이트 소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사용 기회는 한 번뿐이지만 추후 큰 도움이 되어 줄 거다.

나는 화이트 소울을 회수하고, 낡은 수첩의 그레이 선원의 개인일지를 펼쳤다.

일지에는 잡다한 내용이 절반 이상을 채웠다.

그나마도 보통은 별 쓸모없는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외적으로 알 수 없는 크루즈의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왜 이 화려한 크루즈가 유령선이 되어 버렸는지에 대한 단서와 어떤 선장과 선원들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명단.

그리고 그들의 위치가 적혀 있는 작은 지도까지.

지금의 씨로버들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주었다.

혹시 새로 얻을 만한 정보가 없을까 싶어서 대충 내용을 훑어보았다.

“응? 이건 뭐지.”

마지막장에는 전에 없던 내용이 적혀 있었다.

[※ D구역 4층 선주 창고 작은 네모난 박스]

거기에 뭔가를 두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적어 놓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근데 선주 창고면 여기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잖아? 그리고 4층이면 아직 개방도 안 됐을 거고.’

안타깝게도 4층하고 5층은 결계가 쳐져 있어 접근이 불가하다.

접근이 가능한 건 출항 후 24시간이 지난 후부터이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가 보는 수밖에.’

나는 이동하기 전에 시간을 체크했다.

어언 20분이 흘렀다.

‘아직 여유가 있어.’

근처에 씨로버를 잡을 만한 곳이 없는지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B구역은 커플이 지나온 곳이니 별 볼 일 없을 테고. C구역이나 D구역 밖에 없나…….’

그래도 D구역보다는 C구역에 씨로버들이 많이 몰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C구역에 가자.’

앞으로 그것이 다가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2시간.

그 전에 최대한 많은 씨로버들을 잡아들여야 한다.

* * *

C구역 1층의 중식 레스토랑.

콰학!

“크헤에엑! 크헥!”

나는 파스타 머리를 가진 씨로버를 발로 짓이긴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놈이 마지막인가.”

엉망이 된 부엌에는 블랙 소울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푸욱!

“켁!”

마지막 씨로버를 처리하고 그 블랙 소울을 회수했다.

그리고 얻어 낸 개수를 확인한다.

155.

C구역에 들어와서 대략 30여 개정도를 수확했다.

1시간을 넘게 돌아다닌 것치고는 부족한 개수였다.

“쯧.”

이미 다른 놈들이 쓸어가 버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이내 시계를 들여다보곤 다칼에게 말했다.

“슬슬 객실로 돌아가자고.”

-벌써 그것이 올 시간인가.

“그래. 아쉬워도 얻은 걸 전부 잃지 않으려면 지금 바로 돌아가야지.”

시계 초점이 오전 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곧장 C구역을 빠져나와 A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레이 선원을 상대했던 대형 아트리올을 지나는 와중에 메시지창이 올라왔다.

[돌발 미션이 발생합니다!]

[세누 크루즈선에 ‘죽음의 바다 안개’가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죽음의 바다 안개’를 피해서 살아남으십시오.]

이곳은 아직이었으나, 금방 안개가 들이닥치리라.

“조금만 서두르자.”

“캬하앙!”

-알았다!

A구역에 들어서고 복도칸 끝으로 2호 객실이 보였다.

그리고 내내 보이지 않던 강예지가 앞서서 달리고 있었다.

‘저 여잔 죽음의 바다 안개가 어떤 건 줄 알고 뛰는 건가?’

무작정 피하라니 피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사실 죽음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안개에 노출되면 죽는 줄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조금 숨통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들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다만 죽음의 바다 안개가 무서운 이유는 가지고 있는 소울이 하나씩 소멸된다는 점에서 있었다.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울이 소멸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화이트 소울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어렵사리 얻은 소울을 단박에 잃을 수 있었다.

스아아아-

‘나타났나.’

뒤를 돌아보니 안개가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다크스윔.

나는 단숨에 강예지를 앞지르고 2호실 문에 섰다.

“꺄악! 오지 마!”

한편 강예지는 빠르게 추격해 오는 안개에 기겁했다.

찰나, 두 눈을 마주쳤다.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줘! 좀!”

“다칼, 저 여자 좀 끌어와 줘.”

-흠. 내키진 않지만. 알았다.

강예지를 구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소울이 사라지는 건 절대 사절이다.

나중에 내 것이 될 텐데, 하나라도 놓치는 건 아깝다.

다칼 덕분에 안개보다 먼저 1호실에 다다른 그녀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금방 문을 열고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콰당!

간발의 차로 안개가 지나치는 걸 보았다.

“후~.”

객실 안은 안전하기에 한시름 놓아도 됐다.

다만 특등석과 1등석이 아닌 2등석과 3등석을 이용하는 등반자들은 저 안개에 노출이 될 것이다.

2등석과 3등석은 안개를 막아 주는 능력이 따로 없었다.

아마 지금쯤 그곳은 생난리가 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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