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06화
106화 황혼의 죽음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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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 황혼의 죽음 목걸이
효과: 50미터 이내 시체들에게 ‘저물지 않은 황혼’을 부여해 1시간 동안 부활시킬 수 있다. 단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하기까지 하루가 걸린다.
조건부 효과: 주변이 황혼으로 물드는 순간 목걸이의 효과가 두 배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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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이었군.”
어차피 빼앗아 봐야 내게 되돌아왔을 물건이다.
만일 강예지가 이 사실을 모르고 덤볐더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파멸의 길을 걸었으리라.
‘생각보다 신중한 여자야. 그러니 회귀 전에도 이름을 날렸겠지.’
그것보다 목걸이가 가진 힘은 예상한 것보다 더욱 뛰어났다.
단순히 시체를 부활시키는 능력이라면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 시체들에게 저물지 않는 황혼을 부여한다고 써 있었다.
그 뜻은 유지 시간 동안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한마디로 나만의 무적군단을 이끌 수가 있는 셈이다.
‘단점은 유지 시간이 1시간이고, 사용하고 난 후 하루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뿐인가.’
그래도 발휘하는 힘에 비하면 싸게 먹힌 편이다.
한데 목걸이를 착용하려니 문제가 있었다.
이미 차고 있는 헬라의 목걸이랑 겹쳐서 둘 중에 하나만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니면 하나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방법도 있었다.
‘헬라의 목걸이는 그냥 끼고 있는 걸로 하고, 죽음 목걸이는 당분간 주머니에 넣고 다니자.’
황혼의 죽음 목걸이는 효과가 가진 특성상 필요할 때만 사용하면 됐다.
‘다 왔군.’
아이템으로 딴짓하는 사이에 어느덧 수영장에 이르렀다.
오는 동안에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천둥 번개의 빛을 제외하곤 어두컴컴했는데 수영장은 그래도 밝은 편이었다.
주변에 창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등반자들이 만들어 낸 빛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예상한대로 이미 선객이 있었다.
날 발견한 그들은 경계의 눈빛을 띠었다.
이미 수영장의 씨로버들을 처치한 것인지 주변이 너무도 조용했다.
특히나 그들의 손에는 블랙 소울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블랙 소울은 가까이 두면 하나가 되기 때문에, 그들이 총 몇 개를 가지고 있는지 육안으로 봐선 절대로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빅씨로버는 안 잡혔군.’
수영장의 물을 보면 파악이 가능했다.
만약 빅씨로버가 나타났다면 검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 썩은 물이 깨끗이 비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썩은 물이 존재했다.
그 덕분에 순간 현기증이 찾아올 정도로 강렬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나는 주변의 어둠을 끌어와 코마개 대신 코를 가렸다.
‘이제야 좀 낫네.’
한숨을 덜고서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쉽게 나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럼 강제로 끌어내야지.”
나는 물에 주피로의 단검을 담갔다. 그리고 속성으로 불을 끄집어냈다.
뽀글뽀글뽀글!
고요하던 썩은 물에서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길 봐!”
누군가가 무언가를 보고 소리쳤다.
나는 찬찬히 시선을 옮겼다.
물 위로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것은 유령처럼 공중에 뜬 채로 수천 개의 물방울을 휘감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서 끓던 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전부 공중에 떠 있는 저 녀석에게로 흡수가 되는 중이었다.
“끼아아아아아!”
고막이 터져 나갈 것 같은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윽!”
“윽!”
그대로 소리에 노출된 등반자들은 괴로움에 손으로 귀를 감쌌다.
미리 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에 담갔던 주피로 단검을 수면 위로 꺼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손에 집는다.
“감히 내 수영장에 침입하다니! 이곳이 피로 물들 때까지 고문해 주마!”
[빅씨로버가 등장하였습니다!]
처녀 귀신을 닮은 빅씨로버는 몸에 감싸고 있는 물방울을 이용해 등반자들을 공격했다.
분노케 한 건 나인데. 화풀이는 애꿎은 데서 하고 있었다.
“끼하하하하!”
“크윽! 저 미친 여자 좀 어떻게 해 봐!”
“말이 쉽지! 물방울이 계속 날아들어 접근할 수가 없어!”
등반자들은 총탄처럼 날아드는 물방울을 막아 내기도 버거워했다.
하나 개인적으로는 공격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 준 셈이니 나야 고마웠다.
‘저 처녀 귀신은 전기보다 유독 불에 약했지.’
보통 물에 전기가 잘 통한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수영장의 빅씨로버는 전기에 대한 내성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공격하기에 앞서 마나를 체크했다.
워낙 마나 그릇이 커져 전부 회복을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오분의 일까지는 차오른 상태.
‘이 정도면 충분해.’
등가교환.
날이 벌겋게 달아오른 단검을 염력의 힘으로 띄워 이동시켰다.
쉐에엑! 차악!
“끼아아!”
빅씨로버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원래는 머리를 노린 것인데 안타깝게도 빗나가 버렸다.
그러나 뺨의 얕은 상처로도 충분했다.
화아아악!
벌어진 상처로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어떤 건방진 것이 내 아름다운 얼굴을!”
빅씨로버는 화를 내며 서둘러 불꽃을 꺼 보려고 하지만 잘 꺼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끄으으!”
기어코 불을 꺼내는데 성공했지만 뺨으로부터 타올랐던 불꽃이 한쪽 얼굴을 완전히 태워 버렸다.
본래부터 남은 살덩이는 별로 없는 해골이었지만, 남은 살덩이를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 흰색 뼈를 검게 그을렸다.
“이노오오옴!”
주목을 끄는 덴 성공했다.
빅씨로버가 다른 등반자들을 버려두고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한데 다가오는 모습이 매우 사납다.
콰아아아아아!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파도가 빅씨로버와 함께 접근 중이었다.
나는 재빨리 다크스윔을 시전하여 공중으로 이동했다.
빅씨로버를 위에서 내려다본 채 염력으로 주피로의 단검을 끌어왔다.
탁!
떨어지는 와중에 손으로 잡아챈 뒤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서걱-
머리부터 발끝까지 베고 지나간 느낌이 있었다.
바닥에 착지한 나는 발돋움하여 공중으로 점프했다.
서걱! 서걱!
경직되어 있는 녀석에게 두 번의 칼질을 더했다.
화아아아악-
뒤늦게 엄청난 불길이 빅씨로버를 뒤덮는다.
“끄아아! 내 몸이! 내 몸이……!”
하나 소멸하기에는 부족했는지 아직 몸뚱이가 남아 있었다.
“칼로 안 된다면.”
등가교환.
화르륵!
주피로의 단검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하고는 차원이 다른 지옥불을 소환했다.
붉기보다는 검은색에 가까운 불꽃은 지팡이 끝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
나는 그것을 빅씨로버에게 직격으로 날렸다.
콰아아!
“으아아! 안 돼! 안 돼에에!”
지옥불을 견뎌 낼 수 없었던 빅씨로버가 기어코 사라졌다.
소멸 뒤에 그 자리에는 블랙 소울이 생겨났다.
하나 다른 블랙 소울과는 달랐다.
뭔가 색깔이 더 짙고 탁하달까? 검은색에도 명암의 차이가 있듯, 빅씨로버가 떨어뜨린 블랙 소울은 더욱 검었다.
[블랙 소을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던 블랙 소울과 합쳐지고, 곧바로 개수를 확인했다.
55.
정확하게 5개가 늘어났다.
빅씨로버 하나당 소울은 한 개가 아닌 다섯 개.
다만 이지 때보다 두 개가 더 많이 들어왔다.
생각해 보면 상대한 빅씨로버를 빨리 제거했을 뿐이지, 녀석에게 잠시 느꼈던 힘을 고려해 보면 다섯 개가 맞는 이치였다.
이내 나는 빅씨로버들을 상대하려고 했던 등반자들을 바라봤다.
몇몇은 멀쩡해 보였지만 대다수는 물방울의 일격을 받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그들이 쉬운 먹잇감으로 보였다.
당장에 녀석들을 기습하면 쉽사리 블랙 소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쩝.”
그러나 그냥 입맛만 다시고 돌아섰다.
굳이 시비를 걸어오지도 않는 이들의 것을 빼앗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아직 다른 곳에도 먹을 게 많이 남아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다칼은 잘하고 있으려나?
그놈이라면 이미 끝내 버렸을 수도 있다.
방해꾼이 있다고 해도 상대가 되질 않을 테고.
컨테이너에 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다시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 * *
물건을 싣는 컨테이너에는 인적이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다칼은 소리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를 주시하는 수많은 눈동자들.
“흐흐흐흐-.”
씨로버들이었다.
오십이 넘는 씨로버가 다칼을 사냥감으로 쳐다봤다.
천천히 목을 옥죄이듯이, 서서히 접근하는 그들.
그들의 중심에는 빅씨로버가 있었다.
촤르르…… 촤르르……
빅씨로버는 자신의 덩치만 한 닻을 끌었다.
“크흐흐흐!”
추릅.
다칼을 보며 혀를 날름거리는 그는 수면에 가라앉은 듯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육지의 고기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구나. 오늘은 싱싱한 고기를 먹을 수 있겠군! 크하하하!”
그러더니 닻에 달린 쇠사슬을 붙잡고 몸을 돌렸다.
후우웅- 후우웅- 후우웅-
닻이 팽이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받아라! 어리석은 것!”
회전력이 최고조로 다다랐을 때 빅씨로버는 쇠사슬을 손에서 놓았다.
묵직한 닻이 정면으로 날아갔다.
강아지보다 작게 있던 다칼은 순식간에 몸집을 키웠다.
“캬하아아악!”
거침없이 입을 벌려 닻을 받아 내곤 치악력으로 압박한다.
콰지지지직-
파쟉!
쇠로 된 닻을 산산조각 내 버린 다칼이 혀를 내 보이며 침을 삼킨다.
“어어어…… 응?”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한 빅씨로버가 두 눈을 멀뚱히 뜨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칼을 바라본다.
“크르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다칼이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선다.
어느새 기세에 눌린 빅씨로버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우, 우리 말로 할까?”
“캬하아아!”
다칼은 자비가 없었다.
곧바로 빅씨로버를 덮치더니 목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아아악! 아악! 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녀석을 끌어내!”
빅씨로버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부하들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지켜보던 오십이 넘는 숫자의 씨로버가 다칼에게 뛰어들었다.
챙! 챙!
탕!
총과 칼. 온갖 마법이 난무했다.
그러나 다칼에게 흠집을 내기는커녕 털 한 가닥조차 태우지 못했다.
“크르륵, 크르륵!”
빅씨로버의 뼈다귀를 씹어 대는 다칼.
-흐음. 썩은 맛이 날 줄 알았는데. 바닷물에 버무려져서 그런가. 그럭저럭 씹을 만하군.
안 그래도 배가 고팠던 참인데.
짭짤한 맛과 과자를 씹는 듯한 아삭함은 그 어떠한 것하고도 바꿀 수가 없었다.
다칼은 식사를 즐기며 방해를 하는 씨로버 녀석들을 꿀밤을 먹이듯이 발톱으로 톡톡 쳐 냈다.
한데 그것만으로 씨로버 녀석들은 소멸해 버렸다.
그렇게 오십이 넘던 씨로버들이, 다칼이 식사시간 와중에 까닥인 발톱에 의해 황천을 떠돌았다.
다칼이 뼈다귀 식사를 전부 끝마쳤을 땐, 주위에는 온통 블랙 소울이 깔려 있는 진광경이 펼쳐졌다.
“캬하아아암~.”
-춘곤증인가. 이상하게 졸리군.
다칼은 늘어지게 하품하며 바닥에 떨어진 작은 뼈다귀로 이를 쑤셨다.
그러고는 준석에게 줄 다크 소울을 쓸어 담아 만나기로 한 지역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