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05화
105화 블랙 소울
이십여 명이 넘는 등반자들이 준석을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강예지는 흘러가는 상황을 매우 흥미롭게 바라봤다.
‘후훗! 멍청한 것들! 맘껏 날뛰어라, 그래야 이 누님이 너희들 걸 쉽게 챙겨 가지.’
특히나 그녀는 준석에게 집중했다.
앞으로의 미션에서 크게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인물이지만 더 큰 이득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목걸이.
외형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게, 멀리서 봐도 그 특별함이 느껴졌다.
‘분명히 화이터를 잡고 얻은 물건이야.’
처음부터 쭉 지켜본 바. 앞서 그가 한 이상한 행동들은 모두 저것을 위한 것이었다.
자신이 이벤트를 발생시켰다는 말도 아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강예지는 미션의 도움을 받을지 목걸이를 빼앗을지 저울질했다.
물론 이미 결론은 나 있는 것이남 마찬가지였다.
미션은 한순간이지만 아이템은 지속된다.
‘흥~ 근데 변수는 아이템이 귀속일 수도 있다는 거지.’
만일 그럴 경우 괜히 나섰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손해만 보는 수가 있었다.
‘점을 봐야 하나.’
재료가 아깝긴 해도 확실하게 알고 가는 것이 안전했다.
‘어디 보자…….’
점의 결과와 함께 그녀의 안색이 굳어졌다.
‘시발! 귀속이라고!?’
그럼. 아무리 빼앗으려고 시도를 해도 의미가 없다.
괜한 재료만 썼다고 생각이 든 그녀는 독이 잔뜩 오른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블랙 소울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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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소울
내용: 타락한 바다 영혼의 힘이 깃들어 있다.
보유 중인 개수: 11
조건부 효과: 1개의 소울을 소모해 랜덤으로 능력치 1을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조건부 효과: 1개의 소울을 소모해 일시적으로 능력치와 스킬 레벨을 증폭시킨다.
제약: 층을 넘어가기 전까지는 아공간에 집어넣을 수 없음, 미션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용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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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을 소모해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키거나 일시적으로 능력치와 스킬 레벨을 증폭시킬 수 있다니.
꽤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바에서 상대한 놈들 전부 다 이걸 떨어뜨렸어. 그렇다면 다른 장소도 여기와 비슷한 상황일 테니 개수가 많이 풀렸을 거야.’
그것들을 최대한 얻어 내기만 하면 아주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아~ 그래. 목걸이는 물 건너가 버렸으니 소울이라도 최대한 챙기자.’
준석을 공격하려던 생각은 잠시 미루어 두었다.
하나보단 둘이 낫다고. 그를 잘만 이용하면 소울을 두 배로 거머쥘 수 있었다.
‘미션이 끝나갈 때쯤에 움직이는 거지. 그때 놈을 죽이고 소울을 빼앗으면 아주 완벽해!’
계획을 변경한 그녀는 다시 한번 그와의 관계를 떠올렸다.
지금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다면 추후 살아남은 준석은 임시로 맺은 동맹을 끊으려고 할 것이다.
도움이 되지 않는 팀은 필요가 없으니까.
끼어들 이유는 그것 말고도 또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소울을 정당하게 가지려면 직접 손을 써야만 했다.
그들을 처리한 준석이 소울을 그냥 나눠 줄 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강예지는 준석을 노리는 등반자들을 향해 실끈으로 날려 목을 졸랐다.
‘쯧. 아깝게 됐어. 좋은 기회였는데.’
원래는 등반자들이 준석의 힘을 빼놓으면 목걸이이고 소울이고 전부 빼앗으려고 했다.
화이터를 상대하고 지친 상태에서 등반자들까지 상대하면 상당히 지쳐 있을 테니 가장 노리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한데 그 좋은 타이밍을 버리게 되어 버렸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더 큰 이득을 위해서면 이게 맞아.’
“크억!”
“꺽!”
“같은 편이다! 저 여자도 잡아!”
그녀에게 일부 몇 명이 떨어져 나왔다.
순간 준석이 이쪽을 흘겨봤다.
‘눈도장은 제대로 찍었고.’
다가오는 놈들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강예지는 넷을 단숨에 정리하고 고개를 돌렸다.
‘마법만 능한 줄 알았는데. 검도 아주 잘 다루네?’
솔직하게 놀라울 정도였다.
단검을 꺼내든 그는 아주 간결한 동작으로 등반자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단검의 힘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강력한 전기가 흘러나왔다.
“으아아악!”
한 번의 일격에 대여섯 명이 쓰러진다.
‘위험한 무기네.’
근접에서 조금은 약한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근접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기습을 취할 때 참고해야 될 것 같다.
몇 분이 흘렀을까?
둘이서 한 스무 명쯤 상대하고 나니, 개떼같이 덤비던 등반자들이 물러나는 기색이었다.
준석은 굳이 물러나는 자들은 쫓지 않았지만 강예지는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딜 도망치려고!’
그녀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소울에 가차 없이 욕심을 드러냈다.
“으억!”
“으아악!”
“살려 줘!”
정말로 폭주기관차처럼 날뛰었다.
하나 도중에 그녀를 막는 인물이 있었다.
“이쯤하지.”
강예지의 표정이 구겨졌다.
“안철호!”
그는 랜스로 위협하며 도망치는 이들을 보호했다.
“먼저 공격한 건 저놈들이야! 네놈이 나설 필요 없을 텐데!”
“이미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그걸 두고 볼 수는 없어.”
“칫!”
강예지는 공중에 설치했던 실끈을 회수했다.
마음에 안 들지만 안철호를 상대하는 건 꺼려졌다.
여태 자신의 전력을 드러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난히 활약상을 펼쳐 왔다.
그를 상대했다간 미션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가 있다.
무엇보다 20층에서 정한 타깃은 이놈이 아닌 다른 놈이니까.
“운 좋은 줄 알아. 그놈의 계획만 아니었으면 네놈의 목부터 댕강 잘라 냈을 테니까.”
강예지는 안철호를 노려보며 뒤로 물러나고, 준석에게로 다가갔다.
* * *
나는 주피로의 단검을 갈무리하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덤벼든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블랙 소울을 전부 회수하고 총 개수를 확인했다.
50.
‘15개를 얻은 건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소득이었다.
어찌 보면 녀석들이 먼저 덤벼들며 자연스레 블랙 소울을 빼앗을 명문을 만들어 주었다.
다만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도중에 강예지가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더 많은 소울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겉으로는 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보였지만, 내 눈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기에 이 목걸이를 노리지 않고 도움을 준 것일까?
그녀에게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또 점이라도 봤나.’
무슨 점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목걸이를 빼앗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으니 저런 결정을 내린 것이리라.
솔직하게 지금 시점에서 그녀의 점을 보지 않고도 히든 피스를 얻어 냈으니, 이제 그녀의 효용가치는 이전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 있었다.
없어도 그만인 상황.
그러나 새로 쓸 만한 구석을 떠올렸다.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지만, 저 여자가 그 꿍꿍이를 드러내는 순간 가지고 있는 소울을 전부 빼앗는다.’
그러려면 그녀를 계속 곁에 두고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
이내 안철호랑 마주 보고 서 있던 강예지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보니 딱히 다친 데는 없어 보이네.”
“왜 다치길 원했나?”
“누가 그렇데? 그냥 한 팀으로서 걱정돼서 물은 거지.”
“그런 것치곤 처음에 도와주길 망설인 것 같던데.”
“참나! 들어갈 타이밍을 잰 거지! 누가 망설였다고! 그리고 태도가 왜 그래요?”
그녀가 표독스럽게 표정을 짓는다.
“내 태도가 왜?”
“걱정을 해도 지랄! 도와줘도 지랄! 지랄만 하잖아!”
“준비했어?”
“네?”
“라임이 끝내주네.”
“와~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
“농담 아닌데.”
강예지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저게 연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더하면 터질 것 같은 기세였다.
‘놀리는 건 이쯤 할까.’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해.”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하려, 어?”
“그저 더 빨리 나섰으면 좋지 않겠냐 하는 거지.”
“어, 어.”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반응이 얼떨떨했다.
“진작에 그리 말할 것을. 말할 때마다 트집을 잡는 게 특기야. 특기. 아주. 어……? 또 혼자 어디 가려고!?”
나는 바를 벗어나며 말을 이었다.
“일이 시작됐으니 끝을 봐야지.”
씨로버는 배 곳곳에서 존재한다.
단순히 숫자만 해도 수천은 될 터.
하드이니 그 숫자가 더 많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 타이밍을 놓치면 영영 못 잡는 특별한 녀석들도 존재했다.
그 녀석들은 일정 시간대에만 등장하여 이벤트를 진행하는 놈들이라고 보면 됐다.
그리고 씨로버들보다 상위 존재인 빅씨로버는 등장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은 빅씨로버는 누가 먼저 잡느냐의 경쟁이었다.
‘우선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등장하는 빅씨로버들부터 잡아들여야 해.’
그런 빅씨로버가 딱 둘이 있었다.
수영장에 한 놈.
물건이 들어가는 컨테이너에 한 놈.
두 놈 다 보상은 같으니 누굴 선택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사람들에게 먼저 잡힐 것 같은 놈을 찾아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다.
그래야 순차적으로 두 놈 다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니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 다칼과 나눠지면 되잖아.
다칼도 크루즈의 구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말한 장소로 금방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계획을 세우자마자 다칼을 불렀다.
-따로 시킬 일이라도 있나?
“어떻게 알았어?”
-그냥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지금부터 너랑 나는 나눠질 거야.”
다칼에게는 컨테이너를 맡기고, 나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한편 강예지는 다칼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닌 나를 뒤따라왔다.
그녀가 노리는 건 다칼이 아니니 지금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 같이 다니면 움직임이 수월하지도 않고 그녀가 수확하는 소울이 줄어들리라.
“그렇게는 안 되지.”
“응? 뭐가?”
“여기서부터는 따로 움직이지. 아무래도 그 편이 소울을 얻기에는 효율적일 테니까.”
“같이 있으면 얻는 소울이 줄어든다 이거지?”
강예지도 내 말에 공감을 하더니 자기는 가까이에 있는 헬스장에 가 보겠다고 말했다.
나는 헬스장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아마 고생 좀 할 거다.”
헬스장에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다른 곳에 비해 씨로버들의 숫자가 서너 배는 많고 녀석들의 힘도 일반 씨로버에 비해 더욱 강력했다.
문제는 그렇게 강함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이 주는 소울의 개수가 일반 씨로버들과 똑같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최악의 효율을 보이는 곳이었다.
나중에 강예지가 가지고 있는 소울을 빼앗을 걸 생각하면 그곳에 보내는 게 비효율적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여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땀 좀 빼고 있으라고.”
나는 꿀을 좀 빨고 있을 테니.
“아!”
그러고 보니 새로 얻은 아이템의 정보를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
“스읍~ 어디 한번 볼까.”
망설일 것없이 황혼의 죽음 목걸이의 정보창을 열었다.
어째서 강예지가 이 아이템을 노리지 않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