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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91화 (91/230)

회귀한 탑 등반자 91화

91화 비욘드북

이질적이고 오묘한 느낌이 감각을 오싹하게 달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한 전기가 흐른 것처럼 닭살이 돋았다.

방금 전의 일어난 행동은 시각적인 반응이 아닌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노을이 지고 옅은 어둠이 드리운 것처럼 주변도 그러했다.

구엉! 구엉!

요상한 소리와 함께 바닥과 천장, 벽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크고 작은 구멍들이 생겨났다.

구멍들은 옅은 어둠과 선의 구분이 확실할 정도로 칠흑보다도 어두웠다.

워낙 구멍이 많이 생겨, 환 공포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포증이 일어날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어떤 놈을 상대하든 여태껏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저 구멍들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어쩔 수 없었다.

모르는 편이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우즈아이가 어찌 여기에 있지?

어느새 정신을 차린 다칼이 털을 곤두세우며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우즈아이, 다르게는 차원의 함정이라고 불리운다.

사우즈아이는 감지한 모든 것을 흡수하며 블랙홀과도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은 고차원적인 힘이 발생한 장소에서 생겨나며 고층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저층부 저택에 사우즈아이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왜 생겨났는지 굳이 알 필요는 없지. 난 내가 얻고자 하는 거만 얻으면 돼.’

나는 인비저블 망토를 온몸에 둘렀다.

[인비저블 망토를 둘렀습니다.]

[인비저블 망토의 강력한 힘이 발휘되어 10분간 그 어떤 것에도 감지 되지 않습니다.]

“후우~.”

시간 안에 저택의 끝에 도달해 원하는 것을 취하고 돌아와야 한다.

아님 구멍에 빨려 들어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곳으로 영영 사라져 버리리라.

사우즈아이에게 걸리면 마법도 소용없었다.

찰나, 육체의 힘을 이용해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도 아주 잠깐이다.

‘회귀 전에 실수로 하마터면 빨려 들어갈 뻔했지.’

그래서인지 더욱 긴장이 됐다.

발을 내딛는다.

분명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두 발을 움직이는데도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대신 사우즈아이의 온 시선을 다 받았다.

-설마 내가 사우즈아이가 있는 공간을 지날 줄이야. 역시 오래 살고 볼일이군.

“다칼, 절대 망토 밖으로 벗어나면 안 돼.”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감지되지 않는 건 그 망토의 능력 덕분이겠지.

“유지 시간은 단 10분이야. 그 전에 목적을 달성하고 빠져나와야 해.”

-대체 저 끝에 뭐가 있길래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거지?

“곧 알게 될 거야.”

한 오백 걸음정도 걸었을 때 저 멀리서 자그만 빛이 보였다.

갈수록 빛이 커져 가는 걸 보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곳을 들어오기 전에 점지로 거울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단순한 문구를 보았다.

한데 빛이 보이니 다른 문구가 시야에 떴다.

[빛에 이른 순간 크나큰 기회를 거머쥘지도 모른다.]

매번 애매모호하게 내용이 적힌다.

하지만 탑에서는 이런 자그만 단서 하나하나가 도움이 된다.

회귀 전에도 이맘때쯤 점지가 떴었다.

메시지가 뜬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공간이 나왔었다.

‘거의 다 왔군.’

곧 강렬한 빛이 시야를 가렸지만, 멈추지 않고 발을 움직였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위의 모든 것이 변했다.

어둠이나 수천 개의 사우즈아이가 아닌 흔한 저택의 방이 나왔다.

침대와 오래된 소파, 양초가 올려 있는 서랍장,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벽난로까지.

벽난로에 불까지 붙어 있어 딱히 어둡지 않고, 누가 살아도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었다.

하나, 이 방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한쪽 구석에는 가판대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웬 인형이 서 있었다.

장난스러운 얼굴의 조커를 닮은 인형.

이지 때와는 다르게 조커의 옷이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이었다.

그리고 다른 인형들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본래 봐 오던 인형처럼 두 눈동자에도 생기가 없었다.

나는 가판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판대에 선 순간.

“워어!”

조커가 깜짝 놀래듯 가판대 밖으로 목을 내밀었다.

“캬하아아아!”

파악!

다칼이 기습적인 공격인 줄 알고 앞발로 녀석의 얼굴을 때렸다.

조커의 머리가 헝클어졌다.

나는 이미 조커가 목을 내밀 줄 알았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캬하악!”

우선 다칼을 진정시키자.

“그만해. 그거 그냥 인형이야.”

누군가가 가까이 접근해서 반사적으로 놀래게 작동됐을 뿐. 조커는 살아 있는 인형이 아니었다.

나는 다칼을 뒤로 물려 놓고서 가판대 안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조커 인형이 딱딱한 움직임으로 웬 검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보여 주었다.

주머니에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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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랜덤 뽑기를 할 수 있는 기회!

강해지고 싶으세요? 특별한 걸 얻고 싶으세요? 기연을 만나고 싶으세요?

능력? 아이템? 소환수? 음식? 무엇이 나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다신 없을 기회라는 건 확실하군요.

놓치지 말고 뽑기를 시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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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일생일대 운명의 랜덤 뽑기를 하려면 이용권이 필요합니다.]

[이용권 구매 비용은 1,000,000포인트입니다.]

[이용권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랜덤 뽑기.

이용권 한 장에 무려 100만 포인트였다.

뽑기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뜸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용권을 구매했다.

[이용권 구매로 1,000,000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랜덤 뽑기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검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뽑기를 진행해 주십시오.]

“하~.”

아까 전과는 다른 의미로 긴장이 됐다.

조커의 옷이 파란색으로 바뀐 것도 그렇고 난이도가 이전과는 달랐다.

어쩌면 그로 인해 기존에 나왔던 것과는 다른 걸 뽑게 될 수도 있었다.

손을 집어넣었다.

마치 물속에 손을 담근 것처럼 차갑고 부드러웠다.

이내 무언가가 잡혔다.

천천히 그걸 끌어올렸다.

스윽-

주머니에서 끄집어져 나온 정체를 확인했다.

책이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거대한 책이었다.

빛나는 황금색 십자가가 표지에 새겨져 있으며 말도 안 되게 넓이가 길었다.

길이만 해도 대략 70센티는 되어 보인다.

테두리에는 하얀 영롱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행히 이지 때 얻었던 것과 같은 것을 얻었다.

‘아니. 조금 틀린데?’

생각해 보면 이전의 얻었던 책은 이것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표지에도 은색 십자가가 박혀 있었다.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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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 비욘드북

내용: 가 보지 못한 영역을 단번에 도약할 수 있도록 초월적인 힘이 담겨 있다.

효과: 소지자가 지정한 한 개의 스킬에 영구적 레벨 상승 부여++

스킬의 레벨 상승폭 범위는 소지자가 가진 의지나 습득력, 신체력, 정신력, 기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사용 가능 횟수: 1회

제약: 사용을 지체할수록 책에 담긴 힘이 약해져 가며 이는 곧 스킬의 레벨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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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의 이름은 똑같았다.

다만 효과에 레벨 상승 부여 뒤로 플러스 표시가 하나 늘어나 있었다.

‘레벨 상승력이 조금 더 좋아진 건가.’

이는 큰 이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

똑같은 포인트를 내고 더 괜찮은 걸 얻어 냈으니 말이다.

-비욘드북이군.

“이걸 알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런데 상층부에서 나올 만한 것이 저 주머니에서 나오다니, 괜히 목숨을 건 게 아니군.

“그래. 이것만 있으면 성장을 더욱 앞당길 수 있어.”

-그런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망토의 힘이 유지되는 시간이 10분이라고 했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서둘러야 해.

“아, 그렇지.”

다칼이 말한 대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비욘드북을 챙겨들고 서둘러 방을 벗어났다.

분명 돌아가는 길에도 수천 개의 사우즈아이가 나를 주시했지만, 이상하게도 처음과는 달리 긴장이 별로 되지 않았다.

좋은 걸 손에 넣어서 그런가.

오히려 흥분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나, 순간 나는 표정을 굳히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왜 그러지?

“아니. 누가 날 노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우즈아이 때문에 착각이 든 거겠지.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며 앞을 봤다.

분명 짧은 순간이지만 강렬하고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컨디션이 안 좋나.’

뭔가 찜찜한 기분이긴 하지만 따로 확인해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컨디션이 악화돼서 그런 걸까 싶어 괜스레 손으로 뒷목을 주물렀다.

* * *

조용한 방 안.

가판대 안에 앉아 있던 조커가 두 눈알을 굴렸다.

그러더니 이내 가판대를 나와 칠흑보다 어두운 복도를 쳐다봤다.

수많은 사우즈아이 틈을 거침없이 나아가는 한 사내.

방금 전에 뽑기를 하고 간 준석이었다.

“흐헤히히! 직접 보니 예상보다 더 재밌군. 재밌어.”

조커는 허공에 갑자기 생겨난 하얀색 웃는 가면을 손에 쥐더니 그것을 얼굴에 썼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갈라 감추어 뒀던 진짜 그의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이제야 좀 살 것 같구만. 존재를 숨기는 건 영 답답하단 말이지.”

지금 방에 서 있는 것은 생기가 돌지 않던 그 조커 인형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칼처럼 날이 선 코, 볼까지 올라오는 입꼬리, 기형적으로 길쭉한 팔과 다리.

생동감이 넘치게 몸을 움직이는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탑의 관리자.

하드 난이도의 저층부를 관리하는 자키였다.

“오우!”

자키는 자신이 진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뒤를 돌아본 준석을 보고 놀라워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고는 하나, 그저 미세한 알맹이 같은 기척을 드러냈을 뿐이다.

기척을 숨기는데 도가 튼 자신이 들키다니, 보통 예민한 감각이 아니었다.

“흐음~ 아무리 봐도 범주에서 벗어났단 말이지.”

그간 준석이 걸어온 행보를 보면 비정상적인 것들투성이였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모든 것을 파괴시키고 바꾸어 놓는다.

오랜 세월, 다양한 등반자들이 있었고 그중에 눈에 띄는 놈들이 있었지만…… 준석만큼은 아니었다.

“예언자의 능력을 지닌 건 분명한데. 이상해. 이상해…… 뭔가 그 이상을 내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야.”

그것이 콕 집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를 직접 보고 나서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준석, 그는 다른 등반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가지고 있었다.

아니. 사실 자키는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본 게 맞는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자키는 가까이 있는 대상들의 능력을 들여다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태껏 그 힘을 피해간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데. 준석의 능력을 들여다보려고 했을 때, 그의 힘이 더 강한 힘에 의해서 튕겨져 나왔다.

마치 몰래 신좌들의 능력을 들여다보려고 시도했을 때처럼.

“일개 등반자가 신좌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고? 그것도 저층부에 있는 녀석이?”

자키는 방이 떨릴 정도로 광기서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차가운 눈빛으로 변했다.

“대체 정체가 뭐냐.”

그거야 앞으로 지켜보면 알게 되리라.

자키는 곧 막대기를 손에 들어 허공에 원을 그렸다.

그러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자키는 막대기로 바닥을 툭툭 두들기곤 이내 원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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