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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71화 (71/230)

회귀한 탑 등반자 71화

71화 노예 해방자

다크퍼드.

쉬리릭! 팡!

어둠으로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맨 앞에 서 있던 카미라를 타격했다.

보통이라면 마법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갈가리 찢기는 게 흔한 현상이지만 카미라는 달랐다.

정통으로 맞은 갑옷에 흠집이 가긴 했어도 치명타를 먹이지는 못했다.

“오호~.”

준석은 이를 흥미롭게 쳐다봤다.

이지 난이도에서 마주친 카미라라면 한 방에 떨어져 나갔을 터.

‘마법 일부 면역인가.’

이어서 다른 마법을 시전했다.

파지직! 파직!

두 개의 고리로 회전하는 마나볼트를 같은 곳을 타깃팅해 날려 보냈다.

콰아아앙!

강한 폭발력에 주위가 삽시간에 먼지로 뒤집혔다.

그는 곧장 윈드퍼드로 주변의 먼지를 걷어 내곤 결과를 확인했다.

흠집이 전부였던 다크퍼드와 달리 마나볼트는 카미라 한 놈을 반쯤 죽여 놓은 상태였다.

다만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은 것을 보며 확신했다.

‘면역은 아니나 마법에 대한 상당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수욱!

그사이 한 놈이 기습적으로 양손의 쌍날 도끼를 휘두른다.

파쟈자작.

보호막이 공격을 막아 주기는 했으나 금이 갔다.

‘이지 때보다 신체 능력도 훨씬 뛰어나.’

일정 마법 저항력,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녀석들의 숫자는 스물.

‘많이도 고용했군.’

카미라를 고용하려면 다른 미라 병사보다도 훨씬 더 많은 포인트를 써야 한다.

그리고 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텐데 나머지 포인트를 어디다 뒀나 했더니 죄다 이곳에 쏟아부운 것이 분명했다.

‘한 놈당 10만 포인트라고 해도 무려 200만이야.’

녀석들을 고용하지만 않았으면 200만 포인트를 더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아까 전부터 카미라들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준석은 귀를 기울였다.

“열쇠를 가지고 있는 자, 척살하라.”

‘어떤 명령을 받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 놈을 노리나 보군.’

한번 실험해 보기 위해 열쇠를 바닥에 떨구어 보았다.

그러자 공격을 해 오던 카미라들이 일제히 멈췄다.

잠시 후, 다시 열쇠를 드니 공격해 온다.

그 모습을 보며 준석은 웃음이 나왔다.

“단순하군. 명령을 능동적으로 수행하질 못해.”

이러면 상대하기는 더욱 쉬워진다.

준석은 열쇠를 바닥에 내려 두곤 다시 석상처럼 굳어 버린 카미라들을 바라봤다.

지이잉- 지이잉-

금방 준석의 손에 생겨난 다섯 개의 검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챙! 채챙!

그래도 자의적인 방어는 한다.

하나 그저 방어만 해서는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빈틈을 내준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져 나갔다.

최정예라 불리는 병사들이 힘없이 쓸려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칼이 혀를 끌끌 찼다.

-성능 좋은 깡통들이군.

“뭐. 덕분에 쉽게 처리했으니 됐지.”

준석은 바닥에 나뒹구는 카미라 병사들을 보며 죽어도 미라 병사들을 고용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열쇠를 챙겨 방을 나오고 두 곳을 목적지로 삼았다.

남녀 욕구를 푸는 쾌락실과 주기적으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채석장이었다.

피라미드의 지배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곳이며 가장 많은 포인트를 벌어들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곳을 제대로 파괴해야 하층부를 무너뜨렸다고 볼 수 있었다.

지배자를 처리한 정도로는 반만 청소한 것밖에 안 된다.

다만 이지 때와는 위치와 구조가 달라 마법으로 찾아내거나 직접 수색을 해야 했다.

등가교환 마법을 사용하면 곧바로 찾아낼 수 있을 테지만 이번은 사용하지 않았다.

괜히 거기에 마나를 소비하는 것보다 여기저기 다 부수고 다니는 편이 마나 소비가 덜하리라.

앞을 막아서는 단단한 문과 두꺼운 벽은 부수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였다.

하나 준석에겐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마나볼트.

파직! 파직! 파직! 파직!

마나볼트 한 개를 시전할 때마다 세 개의 구체로 나뉘다 보니 개수가 순식간에 늘어 갔다.

백여 개가 넘는 구체들이 생겨났을 때 그는 지팡이를 살짝 움직여 구체들을 컨트롤했다.

콰가가가가가강!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

…….

쉴 새 없이 올라가는 메시지와 함께 그를 가로막고 있던 문과 벽들이 전부 다 날아가 버렸다.

“후우~ 이제야 시원하게 보이네.”

문 뒤로 혹은 벽 뒤로 숨어 있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남녀가 몸을 섞고 있는 수많은 쾌락실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습기가 가득 찬 더러운 굴에서 미라 버그라 불리는 벌레종 몬스터를 잡고 있는 등반자들 또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쇠로 된 목줄과 무거운 쇠 구슬을 발에 달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반복되는 고된 노동에 그들 또한 열쇠가 있던 방의 사람들처럼 생기를 잃어 가고 있었다.

‘몸과 정신 상태는 그나마 좀 나아 보이네.’

하나 저대로 두면 아까 전의 그들처럼 무너져 버릴 것이다.

준석은 그들이 차고 있는 쇠 목줄 유심히 보았다.

‘이지 때 쓰이던 물건과 똑같다.’

저 쇠 목줄은 저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지배자들의 말을 듣지 않거나 저항하면 쇠 목줄을 이용해 질식사를 시켰다.

또 멋대로 그걸 풀려고 하면 자동으로 폭발해 버린다.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는 물건이라, 저들에겐 저것을 차고 있는 하루하루가 지옥일 것이다.

차고 있는 인원만 해도 수백 명.

그는 우선 쇠 목줄을 제거하고자 했다.

살짝만 잘못 건드려도 폭발하는 물건이긴 하나 제거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준석은 지팡이를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집중했다.

‘방출량을 정확하게 맞춰야 돼.’

우웅-

마나와 공명하는 지팡이.

순간.

쿵!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동시에 마나의 파동이 물결치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철컥! 철컥!

파동을 지나치고 난 뒤에 쇠 목줄이 모두 해체가 됐다.

대다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풀렸어…… 쇠 목줄이 풀렸어……!”

단 한 사람의 외침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뜨이게 만들었다.

“정말이야. 정말…… 풀렸다! 풀렸다고!”

하나둘씩 현재 상황을 인식해 나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쾌락을 즐기던 남녀 또한 노예처럼 묶여 있던 절반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준석은 그들의 반응을 보기보다 쾌락실에 갖춰진 도구와 물건. 그리고 채석장에 강제노역에 쓰이는 도구와 고문 기구들을 쳐다보았다.

“크르르르!”

-전부 다 태워 버리고 싶군.

보기 싫은 광경과 마주한 다칼이 으르렁거렸다.

화륵!

조용히 등가교환 마법으로 손에 불꽃을 소환한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하지만 불로 태워 버리기 이전에 사람들을 내쫓아야 했다.

“다칼, 사람들 좀 내쫓아.”

-내게 맡겨라.

다칼은 그의 어깨에서 내려와 몸집을 부풀려 나갔다.

금세 거대하게 변한 다칼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입을 벌렸다.

“크하아아아아아아앙!”

진동이 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효가 공간을 지배했다.

“흐으윽!”

“허업!”

그것이 과했는지, 사람들은 도망을 치긴커녕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어댔다.

“캬하아앙!”

이번엔 적당히 포효를 내지르자.

“꺄아아!”

“도망쳐!”

꼼짝없이 굳어 있던 사람들이 도망을 쳤다.

여전히 도망을 치지 않거나 가만히 있는 이들이 있었지만, 준석은 그들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불이 붙기 시작하면 제 목숨이 아까워 알아서 도망치리라.

화륵, 화아아악!

화아아아악!

쾌락실과 채석장이 동시에 불에 타기 시작했다.

[‘전문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전문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전문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전문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

…….

칭호 효과 덕분에 활활 잘도 타올랐다.

이내 어떤 여성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겉옷만 걸쳐 입은 채 곳곳에 상처가 가득한 그녀는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저 좀 도와줘요!”

도움의 손길을 바란다.

하나 그녀를 보는 준석의 눈빛은 차가웠다.

손을 내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온 그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다시 입을 달싹였다.

“도와줘요…… 제발…….”

몸을 비틀거린다.

보통이면 손을 뻗어 부축해 줄 테지만 준석은 손을 뻗는 대신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쓰러질 것처럼 굴던 그녀가 갑자기 재빠른 움직임으로 앞으로 다가왔다.

그새 품에서 반달처럼 휜 검을 꺼내 들었다.

“죽어!”

목을 노리는 공격!

하지만 그녀의 검은 그곳에 닿지 못했다.

탕!

“흐억……!”

휘두른 지팡이에 머리를 직격으로 맞고 풀썩 쓰러졌다.

그것을 지켜본 다칼이 물었다.

-적인지 어떻게 알았지?

그러자 준석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저 여자 발에는 쇠 구슬이 없잖아. 난 사람들 목줄만 제거해 줬지, 쇠 구슬을 제거해 주지는 않았거든.”

-아~ 설마 이것까지 의도하고?

“그냥 얻어걸린 거다.”

-그렇군.

이후로 둘은 침묵했다.

준석은 모든 것이 재로 변해 가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다.

회귀 전의 일을 복수한 것치곤, 마음이 후련하거나 개운하지 않았다.

그저 잠깐의 공허감만이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줄 알고도 행한 일이었기에 후회 따윈 없었다.

한참이 지나, 이곳에는 검은 재 빼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만 하층부를 벗어날 시간.

중층부로 가려면 하층부의 끝에 있는 관문으로 가야만 했다.

그래서 발길을 돌리려는 그때 뜻밖의 메시지가 시야를 채웠다.

[하층부에 갇힌 수많은 노예들을 구원하였습니다!]

[하층부에 썩어 빠진 공간을 불태우는데 성공합니다!]

[노예 해방자라는 칭호를 얻습니다!]

[전문 방화자 칭호가 정의의 방화자로 바뀌었습니다!]

“노예 해방자? 정의의 방화자는 또 뭐야.”

그는 예상치 못한 보상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두 개의 칭호 전부 이지 때는 없었던 칭호들이다.

생각해 보면 이지 때는 노예들 몇 명을 구해 준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이렇게 불태우지도 않았고 말이다.

대체 무슨 어떤 칭호 효과들이 있는 것일까?

곧바로 칭호의 효과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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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해방자

효과: 누군가에게 억압당한 자들을 해방할 시 일시적으로 ‘해방자’ 효과가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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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효과라.

그러고 보니 메시지가 뜬 이후로 온몸에서 은빛의 아우라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게 어떤 효과를 지녔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일종의 버프와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정의의 방화자.

곧 칭호의 옵션을 확인하고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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