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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68화 (68/230)

회귀한 탑 등반자 68화

68화 15층

나는 차분히 내게 일어난 변화를 살폈다.

놀라울 정도로 마나가 급격히 상승해 그릇이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진 것을 체감했다.

느낌상으로 가늠했을 때 얼추 절반은 커졌다.

그래서인지 만족할 만한 충만감이 느껴졌다.

나는 상태창을 열어 수치를 확인하곤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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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력치

근력:131(+250)

민첩:115(+595)

체력:201(+250)

정신력:226(+250)

마나:371(+6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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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마나가 150이나 상승했어.’

한 번에 오른 수치로는 역대급이었다.

그리고 이리 살펴보니 이제야 좀 마도사에게 맞는 능력치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마도사라면 마나가 제일 높고 그다음으론 정신력이 높은 편이다.

세 번째로 높은 능력치를 꼽으라면 체력.

그 이외에 능력치는 각자 추구하는 게 달라 딱히 규정하기가 어려웠다.

나의 경우에는 민첩에 조금 더 힘을 실어 주는 편이었다.

-이제 좀 괜찮나?

나는 어느새 땅으로 내려온 다칼을 쳐다보았다.

“괜찮아.”

괜찮아져서 괜찮다고 대답을 해 주었지만 여전히 다칼은 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런 다칼을 보고 있으니 아까 전에 닥치라고 했던 것이 괜스레 떠오른다.

“크흠. 아까는 소리쳐서 미안하다. 그땐 도저히 받아 줄 상황이 아니어서.”

-닥치라고 했던 거 말인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다칼은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꽃이 효과가 있긴 있었나 보군.

다칼이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지. 솔직하게 앞서 얻었던 그 어떤 기연들보다 만족스러워.”

-나도 이곳에서 얻은 힘이 매우 만족스럽다.

둘 다 제대로 된 스펙 업을 했으니 안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밝은 얼굴로 다칼에게 시선을 떼고 앞을 내다보았다.

문이 보인다.

저곳을 지나면 또다시 미션이 시작된다.

조금 쉬었다고는 하나, 바로 미션을 진행하면 지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11층은 조금 피로감을 느꼈을지 몰라도 12층. 13층. 14층을 오르는 동안에는 체력 소모나 심력 소모가 비교적 적을 것이다.

그 이유로 한층 더 강해진 것 때문인 것도 있지만, 미션 전개상 빨리빨리 끝낼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난이도가 바뀐 것 때문에 예측 못할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나 지금이라면 그 어떤 변수가 다가와도 가볍게 이겨 낼 자신이 있었다.

거침없이 내딛는 두 발은 어느덧 문짝 너머로 향해 있었다.

* * *

11층의 시그 마운틴 시작점.

10층에서 갓 올라온 한 여성이 새하얀 머릿결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위엄 있게 걸어 나온다.

그녀의 뒤로 다섯 명의 멤버가 뒤따른다.

그들을 보며 주위에 있는 등반자들이 웅성거렸다.

“야, 화이트다. 화이트.”

“저 길드, 10층에서도 줄줄이 순위를 먹었던데.”

“길드 멤버들 전부 모인 건 처음 보는데. 와~ 포스 작렬.”

“맨 앞에 서 있는 저 여자가 그 길마라고 하던데. 직접 보니 존예네. 존예.”

웅성거림은 갈수록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커져 갔다.

이내 화이트 길드 멤버들 중 한 명인 하성태가 맨 앞에 서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한다.

“유희 씨,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좋겠습니다~.”

하성태는 장난기 있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미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는 유희가 그에게 쏘아붙였다.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11층 미션을 어떻게 진행할지나 생각해 봐요.”

“크흠! 일단 최대한 눈에 띄란 어구를 보셨어요?”

“네. 봤어요. 이전과는 달리 뭔가 확실한 미션이 주어진 게 아니라서 고민되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곳에 있는 누군가의 눈에 띄라는 거 아닐까요?”

“음. 그게 아니면 탑의 눈에 띄라는 것일 수도 있죠. 혹은 신좌들 눈에 띄는 것이거나.”

하성태는 유희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유희가 말했다.

“아무튼. 이전 층들처럼 이곳에도 층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그들한테 한번 의견을 물어보고 움직이죠.”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멤버들 역시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나 멤버들과 달리 유희는 미션에 대한 것을 물으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을 하고 싶어 했다.

원하는 답변이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나서서 사람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었다.

시그 마운틴에 머무는 등반자들이 알아서 근처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멤버들은 각자 이곳의 상황과 미션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다녔다.

유희 역시 같은 질문을 했지만 마지막에 다른 질문을 곁들였다.

“저기 혹시 이준석이라고. 이곳에 먼저 왔을 텐데 아시나요?”

“이준석? 음. 누구지…… 모르겠는데.”

“검은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항상 어깨에 새끼 늑대가 앉아 있는데.”

“아~! 그 사람! 그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죠!”

유희가 눈을 빛냈다.

“언제, 언제 왔다 갔나요?”

“음~ 대략 한 달쯤 됐을 걸요?”

한 달이라.

그렇다면 지금쯤 14층 아님 15층이지 않을까 예상해 보았다.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진 않아.’

이전보다는 그래도 거리의 격차를 좁힌 상태였다.

“혹시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얘기해 줄 수 있나요?”

“아. 그럼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

유희는 준석이 이곳에서 어떠한 행보를 펼쳤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솔직하게 듣고 나서 허풍이 섞여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가 벌인 일은 하나하나가 전부 대형 사고급이었다.

다른 한편으론 그 녀석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리하자면 준석이가 제우스 진영을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수백 년 넘게 진행되던 두 세력 전쟁은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삼파전이 시작됐다는 거지?’

그리고 사람들이 엄두도 내지 못했던 보스를 소환해 잡았다는 얘기는 덤이었다.

‘한발 다가섰다고 생각했는데. 또 멀어져 버렸네.’

이제는 미숙한 티를 벗어 낸 그녀는 준석을 다시 만나면 아주 동등한 위치는 아니더라고 그 바로 옆에는 설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짝!

유희는 양 뺨을 때려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그래. 다급할 필요 없어. 지금처럼 내 길을 걸으면 되는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 친구 녀석에게 닿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혼자로는 부족하지만, 동료들과 함께라면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곧 탐색을 끝내고 돌아온 하성태가 그녀에게 얘기했다.

“전체적으로 얘기를 들어 보니 유희 씨 말대로 신좌나 탑에 시선을 끌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양한 방법으로 시선을 끌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데, 결론적으로 최고는 싸움이에요. 싸움.”

하성태가 얼굴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 돌아온 멤버들의 의견을 전부 들은 유희는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다.

“다들 들었다시피 11층에는 총 세 개의 산이 있어요. 그곳엔 새로운 세력들이 자리 잡거나 여기처럼 기존 세력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산꼭대기엔 보스 몬스터가 있다고 들었고요.”

잠시 말을 끊고 다시 입을 연다.

“보스 몬스터는 포기합니다. 대신 각 산에 있는 세력들을 하나씩 무너뜨려 통합할 겁니다.”

통합.

그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눈에 띌 것이란 판단하에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화이트 길드원들은 어마어마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토를 달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그녀가 보여 준 판단력을 믿고 따랐다.

이내 그녀가 먼저 허리춤의 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당당히 말했다.

“우선은 시그 마운틴부터 점령합시다.”

* * *

나는 관망하는 태도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드디어 여긴가.”

어두운 밤하늘에 황량한 사막과 오아시스. 그리고 거대한 피라미드 하나.

멀리서도 잘 보이게 입구에는 여러 개의 횃불이 지펴져 있었다.

쌓아 올린 돌 곳곳에는 마치 피로 얼룩져 있는 것처럼 짙은 붉은색이 눅눅하게 묻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기분 나쁘고 꺼림칙한 건 여전하네.”

“크르르.”

다칼 역시 인상을 찌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둘 다 알고 있기에 표정이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었다.

여기 15층에는 여러 명칭들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불리는 것은 약육강식 무법지대.

이외에 등반자들의 무덤, 피라미드의 노예, 등등 다양한 명칭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곳이었다.

어쩌면 탑의 층에서 인간의 본연의 욕구가 가장 잘 드러난 곳이 아닐까 싶다.

층을 같이 올라온 등반자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모른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인원은 대략 백여 명쯤.

이 중에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아니.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잠시 후. 15층의 미션 내용이 올라왔다.

[15층 클리어 조건이 생성됩니다.]

[피라미드 층마다 존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누구보다 빨리 상층부 관문 끝에 이르십시오.]

[해당 층은 개인 미션으로 진행이 되며 클리어 조건을 충족할 시 그것은 개인에게만 적용됩니다.]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저 피라미드로 들어가는 건 기정사실화된 일이었다.

미션을 확인한 등반자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사막과 오아시스뿐인지라 아무것도 없을 거라 판단했는지 대다수가 곧장 피라미드로 향하고 있었다.

하나 몇몇은 눈치를 본다.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인원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발을 뗐다.

이윽고 오아시스 앞에 이르렀다.

이전 층들에서 하도 많은 함정들을 만났다 보니 다들 오아시스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지만 사실 오아시스 물에는 숨겨져 있는 힘이 있었다.

오아시스에 점지가 발동하는 걸 잠시 흘겨보곤 두 손을 모아 물을 떴다.

그때.

촤아악!

물속에서 피라냐 같은 놈들이 대량으로 튀어나왔다.

이지에선 없던 놈들이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투두두두!

전부 미리 전개해 둔 보호막에 가로막혔다.

그렇게 물고기들을 무시하고 물을 입에 가져다댔다.

“후릅.”

오아시스 물은 일반 물맛이었다.

[생명의 물을 마셨습니다.]

[한동안 피곤함을 느끼지 않으며 체력이 유지됩니다.]

12층부터 거의 잠도 안 자고 달렸던 터라 많이 피곤했던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 체감될 정도로 정신이 확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끓어오르던 내면의 스트레스도 잔잔한 강처럼 가라앉는다.

“콰합!”

다칼 또한 물고기를 집어삼키며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먹보가 따로 없네.’

정말로 틈만 나면 먹어 대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돌려 피라미드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시원한 물도 마셨겠다, 피곤함도 가셨겠다, 체력도 든든해졌겠다.

만반의 준비는 끝마쳤다.

“콰학!”

한 마리에서 멈추지 않고 물고기를 몇 마리를 더 잡아먹으려는 다칼.

녀석을 질질 끌고 나오며 말했다.

“그만 먹고 가자~.”

-아, 아직 배가 고프다! 이거 놔!

“배 채우는 건 나중에 하고, 우리 할 일부터 해야지.”

다칼이 입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뭘 물어. 그냥 원래 하던 짓.”

그래.

나는 썩어 빠진 저곳을 뿌리부터 아예 무너뜨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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