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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67화 (67/230)

회귀한 탑 등반자 67화

67화 인식 속에서 사라진 통로 (3)

순간 다칼 뒤로 달빛을 수놓은 듯, 노랗고 파랗게 빛나는 머릿결을 가진 여성이 형상화되었다가 사라졌다.

회귀 전에도 페르라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방금 전에 본 얼굴은 분명히 그녀였다.

‘잠깐이지만, 후련하면서 뭔가 서글픈 표정이었지.’

그래서인지 몰라도 잠깐만 보았을 뿐인데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하나 그것이 한눈에 반해서라거나 아름다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기억에 남는 표정이랄까?

신좌는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았다.

‘신좌도 저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구나.’

대체적으로는 눈물 한 방울도 안 나올 것 같은 게 그들이 가진 이미지였다.

빛이 사그라지며 다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봐도 이전보다 몸집이 커져 있었다.

하지만 곧 자그만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왜 작아지지? 힘이 유지되는 거 아니었나?”

그녀가 준 힘이 불안정해서 그런 것일까?

의문을 느끼던 찰나, 다칼이 대답을 내놓았다.

-페르라에게 받은 힘은 안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이전의 힘과 덩치를 유지하려면 상당히 많은 힘이 소모되더군,

“아. 그럼. 일부러 작아진 거군. 잠깐만, 다칼. 원래 몸집 크기를 조절할 수 있었나?”

-아니. 원래는 할 줄 몰랐지. 그런데 힘을 전해받고서 왠지 가능할 것 같더군. 그래서 해 보았는데. 결과는 보다시피.

‘페르라 덕분에 새로운 힘에 눈을 뜬 건가.’

결론적으로 보면 필요할 때만 힘을 가져다 쓰면 되니, 나쁘지 않았다.

“근데. 궁금한 게 있어.”

-무엇이지?

“페르라의 힘을 전해받으면서 이전의 힘을 얼마큼의 되찾은 거지?”

-흐으음.

반응을 보아하니 생각보다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매하다.

“정확히 뭐가 애매하단 거야? 네가 얼마나 힘을 되찾았는지 알아야 나도 참고할 테니 설명을 해 주면 좋겠는데.”

-신좌의 힘이라고는 하나, 파편으로 남아 겨우 유지하고 있던 힘. 만약에 내가 본래 가진 힘을 그녀의 힘을 이용해 전부 끌어낸다고 하면 끽해야 몇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전부일 거다.

“몇 시간…….”

확실히 기대치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칼이 본래 가진 힘을 몇 시간 동안 끌어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다.

다칼은 신수 중에서도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최상위 존재.

그런 존재의 힘을 몇 시간 동안 끌어다 쓸 수 있다면, 위기가 찾아왔을 때 필시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크르응.”

-생각보다 많은 힘을 전해받지 못해서 실망했는가?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물론 신좌 하나를 처리한다는 조건으로 받은 대가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아직 저층부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힘은 상당한 메리트지.”

이곳이 아무리 신좌들의 시선을 안 받는 곳이라고는 하나, 탑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탑이 이런 힘이 주어졌는데,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는 건 이 정도는 충분히 눈감아 줄 정도라는 뜻이었다.

‘저층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힘. 그 점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극한의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거야.’

생각의 정리를 끝낸 뒤 다칼에게 말했다.

“앞으로 어지간하면 그 힘은 숨겨 둬.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올 거야.”

-그거야 어렵지 않다. 그보다 저것들이 자기 여왕을 죽여서 아주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뒤늦게 주위를 둘러보자 벼르고 있는 타락한 정령들이 수백은 되어 보였다.

“크르르르!”

-내가 정리하겠다.

다칼이 마안을 사용해 가까이 있는 놈들부터 돌로 만들어 버렸다.

동시에 어둠을 움직여 석상이 되어 버린 정령을 부숴 버렸다.

손쉽게 처리를 하니 굳이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다칼이 조무래기들을 처리하는 동안 나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근데 제거를 해도 끝이 없군.’

가끔씩 나오는 우물과 다양한 꽃으로 채워진 정원의 길이 또한 끝도 없이 펼쳐졌다.

금방 통로의 끝이 나올 거라 여긴 것과 달리, 인식 속에서 사라진 통로의 길이는 예상한 것보다 더욱더 길었다.

정령도 미친 듯이 우글대고 말이다.

-이 통로는 언제 끝나는 거지?

어느새 내 머리 위로 올라간 다칼도 계속 똑같은 풍경을 보고 있기 지루한지 내게 물어 왔다.

“혹시 리페우스에게 이 통로에 대해 더 전해 들은 거 없어?”

-통로를 지나면 얻는 보상을 알려 준 것을 제외하곤 딱히.

“음. 그래도 계속 가다 보면 끝이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혹여나 같은 길을 반복적으로 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일정거리마다 표식을 남겨 두었다.

‘일단 같은 길을 도는 건 아니야. 남겨 둔 표식이 나오지 않아. 그리고 풍경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그렇다면 그저 통로가 매우 길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정령이 나온다는 것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는 평화로운 분위기였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시간이 흐르는 개념조차도 망각했다.

풍요의 로브 능력 덕분에 딱히 배고픔을 느끼진 않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마나가 올랐습니다!]

[탁한 마나를 장시간 동안 흡수하였습니다.]

[정화하는 능력보다 탁한 농도가 짙습니다.]

[탁한 마나로 인해 마나 순환율이 떨어집니다.]

[탁한 마나로 인해 마나 흡수율이 떨어집니다.]

마나의 숨결로 계속 탁한 마나를 흡수하며 신체 내 순환율과 흡수율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마나가 계속 오르고 있어 좋기는 하지만, 이대로 갈 수도 없었다.

‘내가 신경 써서 정화에 힘을 쓰고 있는데도 못 따라갈 정도라니. 생각보다 탁한 정도가 심하다.’

그때 머릿속에서 정화 가루가 떠올랐다.

그것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곧바로 가루가 담긴 주머니를 꺼내 한입을 털어 넣었다.

[체내의 마나가 정화가 되었습니다!]

[그릇이 정화된 마나로 가득 찹니다!]

[마나 순환율이 증가합니다!]

[마나 흡수율이 올라갑니다!]

[마나 회복율이 올라갑니다!]

보상으로 받은 가루가 효과를 제대로 보였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그동안 걸으면서 마나가 꾸준히 올랐기에 정확히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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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자

칭호: 좀비 학살자 외 4개

능력치

근력:131(+250)

민첩:115(+595)

체력:201(+250)

정신력:226(+250)

마나:255(+556)

스킬

점지(Lv1) 마나볼트(Lv14) 마법컨트롤(Lv20) 다크스윔(Lv6) 다크웹(Lv6)

어스월(Lv5) 행운의룰렛(Lv2) 다크소드(Lv5) 다크소울(Lv1) 원드퍼드(Lv4)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6) 루트딥트리(Lv4) 리치네스(Lv2) 다크레인(Lv2) 컬스버닝(Lv1) 홀리크로스(Lv1) 엘리렌스(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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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마나가 오른 수치를 보고 눈을 끔벅였다.

‘30, 40 가까이 올랐어!’

아무리 시간 개념이 사라졌다고 하나 이 정도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것이었다.

‘체감상, 잠시일 뿐이었지만 이 통로 밖에선 마나의 숨결로 오르는 마나 수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어.’

그렇다고 흡수량이 달라졌나? 그것도 아니었다.

흡수량은 거의 비슷했다.

‘그럼 무엇이 다른 거지?’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금방 정답을 찾아냈다.

“마나의 농도!”

탁한 것에만 집중하느라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곳의 마나는 밖에 있는 마나보다 훨씬 농도가 짙었다.

왜 농도의 차이가 마나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해 보면 그 답은 아주 간단했다.

‘낮은 농도의 마나는 흡수돼서 체내를 지날 때 소량만 남을 뿐이지만, 높은 농도의 마나는 체내를 지나도 상당수가 마나 그릇까지 그대로 보존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탁한 마나를 전부 정화할 수 있을 때의 얘기였다.

만일 탁한 마나를 정화시키지 못하고 계속 흡수를 한다면 신체의 악영향을 끼쳐 그릇의 근본을 파괴시킬지도 몰랐다.

보통 통로의 끝이 안 보이는 이 상황에서 정화 가루가 없다고 가정하면 그런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물론 내게는 대안이 있었다.

만능으로 쓰이는 등가교환 마법을 이용한다면 체내의 마나를 정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등가교환을 사용하면 상당량의 마나가 소모되는 만큼 그것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을 테지만 말이다.

‘이렇게 보니 마나의 숨결을 가지고 있는 게 꼭 좋기만 한 건 아니군.’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숨결을 조절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튼. 탁한 마나가 일정량 쌓일 때마다 가루를 섭취해 주었다.

그리고 끝이 안 올 것 같던 통로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나의 숨결 덕분에 상당한 양의 마나를 얻어 냈지만 그것은 개인의 능력으로 얻어 낸 것일 뿐, 리페우스가 말한 보상은 아니었다.

‘끝에 도달하면 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더니. 그게 정말이었어.’

통로의 끝, 문을 지나기 전에 펼쳐져 있는 꽃밭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꽃이 하나 피어 있었다.

매우 파랗고 영롱해, 한눈에 띌 정도이다.

나는 꽃 앞으로 다가갔다.

그것을 꺾어 드는 순간 메시지가 떠오른다.

[탁기가 가득한 마꽃을 얻었습니다.]

꽃을 보며 다칼이 말했다.

-끝없이 마나를 품는다는 마꽃이군. 탑에 있으며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나도 처음이야.”

뿜어내는 영롱한 빛과 상반되게, 이름은 탁기가 가득하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본래 독성이 강력할수록 겉이 아름다운 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이걸 그대로 섭취했다간 목숨을 잃을 것은 뻔해.’

그제야 보상으로 왜 마나 정화 가루를 주었는지 이해가 됐다.

‘같이 먹으라는 건가?’

아니면 가루를 뿌리면 꽃이 정화가 될지도 몰랐다.

일단 어떤 방법이 됐든 간에 위험 없이 마꽃을 먹기만 하면 된다.

우선은 생각한대로 마꽃에 가루를 뿌려 보았다.

하나 일정량을 뿌려도 꽃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이건가.”

-남아 있는 걸 전부 뿌려 봐라.

다칼의 조언대로 가루를 전부 뿌렸다. 그러자 꽃에서 변화가 생겼다.

겉에 묻혀 있던 가루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새로운 메시지가 올라왔다.

[탁기를 머금은 마꽃으로 바뀌었습니다.]

완전히 모든 탁기를 걷어 내지는 못했지만 이름이 바뀌었다.

‘그래.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거지.’

큰 보상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하지만 탁기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삼키는 건 멍청한 짓거리였다.

그렇다면 미리 안전장치를 걸어 두는 게 좋으리라.

나는 체내의 탁기를 제거하는 능력을 대폭 상승시키는 마법을 연상하며 등가교환 마법을 시전했다.

사아아아!

탈진하듯이 그릇에 있던 마나가 쭉 빠져나간다.

[일시적으로 탁기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해집니다!]

“좋아. 이제…….”

마법이 유지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해, 마법을 시전하자마자 바로 마꽃의 전부 입에 넣었다.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질겅질겅 껌처럼 씹히는 게 꼭 마치 고무를 씹는 기분이다.

이전에 꽃을 먹어 본 기억을 떠올려 보면 도저히 꽃을 씹어 먹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꿀꺽!

겨우겨우 목에서 넘기고 추후 몸의 반응을 살폈다.

“뭐야. 생각보다 괜찮은데?”

미리 보험을 들어 둬서 그런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크헉!”

그리 생각하고 있던 도중 갑작스레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체내에 집중했다.

마나가 지나는 통로를, 엄청난 탁기가 강제로 막아서 흐름을 차단하고 있었다.

“큭, 보험을 들어 뒀는데도 이 정도야!? 제길!”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견뎌라! 고통을 인내해야 비로소 진정한 힘을 얻는 법.

“좀 닥쳐!”

지금은 전부 잔소리로만 들려올 뿐이었다.

견디기 힘든 고통에 정신이 아찔했지만 이성의 끈은 놓지 않았다.

몸속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는 이 빌어먹을 놈의 탁기를 진정시켜야 진정한 보상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아님 폐인이 되어 버리리라.

‘아직 마나가 남아 있어. 이걸로!’

[일시적으로 탁기를 제거하는 능력이 올라갑니다!]

다시 한번 등가교환을 시전해 탁기를 제거해 나가는데 노력했다.

[정신력이 올랐습니다!]

어느덧 다 떨어져 가는 마나.

이제 더 이상 무리다 싶은 위기의 순간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진기가 깃든 마꽃을 흡수하는데 성공합니다!]

[마나가 대폭 올랐습니다!]

[마나가 대폭 올랐습니다!]

[마나가 대폭 올랐습니다!]

……

……

……

마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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