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63화
63화 고대종 (2)
‘이게 같은 층에 있는 등반자의 싸움이라고?’
안수찬은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전투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준석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오간다.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양쪽의 힘은 팽팽했다.
넋 놓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
싸워 보고 싶다.
이기고 싶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온통 싸워 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래. 이리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나도 뭔가 해야 돼.’
하지만 전투에 갑자기 꼽사리를 끼는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완전히 밀려나면 그때 싸워 보는 거야.’
그러나 그 기회가 과연 올까?
모른다.
어쩌면 영영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부디 기회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 볼 뿐이었다.
그때.
퍼어엉!
준석이 괴생명체가 내지른 일격에 제대로 맞고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기회다!’
안수찬은 이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무기를 들고서 괴생명체에게 달려들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상대가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것은 전투를 쭉 지켜봐 왔기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첫 일격부터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
손끝에 마나의 힘을 불어넣자 갑작스레 비대한 크기로 변하는 망치.
푸쉬이이이-
망치에서는 연기가 자욱이 피어났다.
“후하아~.”
자신의 덩치만큼이나 커진 망치를 어깨에 짊어진 안수찬 역시 똑같이 몸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갸악!”
괴생명체가 날카로운 손날로 그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라스트헤드.
그는 목에 칼이 들어오는 틈에 망치를 있는 힘껏 들어서 내리찍었다.
쿠화아아아아앙!
망치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압력의 힘이 주변의 강한 풍압을 만들어 냈다.
충격파로 땅에 균열이 갈 정도였다.
한편 망치를 직격타로 맞은 괴생명체가 짧게 괴성을 지른다.
통한다.
분명 그의 공격이 통하고 있었다.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그는 다시 한 번 더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내려찍으려던 그는 순간 몸을 멈칫했다.
“으윽!”
[차가운 빙결이 체내에 침투하였습니다!]
[체내의 모든 활동력이 저하됩니다.]
[체내의 마나 회복력이 저하됩니다.]
[체내의 마나 회전력이 저하됩니다.]
…….
…….
언제 빙결이 침투한 것인지 부작용이 쉴 새 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분명 괴생명체와 가까이 맞닿은 것이 전부였다.
“갸아아아아.”
결국 꿈쩍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괴생명체가 내지르는 공격에도 무방비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푸욱! 푹!
“커억…….”
왼쪽 어깨와 오른쪽 가슴에 녀석의 손날이 깊게 파고들었다.
파지지직!
“으아아악!”
손날에서 뿜어져 나온 고압의 전기가 전신을 강타했다.
순간 정신이 잃을 뻔할 정도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전해졌다.
그는 고통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빨리 두 손을 움직였다.
강제로 녀석의 손날을 떼어 내려고 시도했다.
“끄아아아!”
우드득! 촤아악!
“허억. 허억…….”
상처들 위로 피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서 녀석을 경계했다.
“갸악! 갸아아아!”
녀석이 이번엔 시뻘건 연기를 뿜어낸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곧 대기 중의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안수찬은 조금 더 거리를 벌려, 쉬지 못했던 숨을 다시 크게 몰아쉬었다.
직접 싸워 보니 체감이 됐다.
준석이 얼마나 괴물 같은 녀석하고 싸우고 있었는지 말이다.
‘이런 놈하고 그동안 싸웠단 말이지…….’
겨우 십수 초간에 벌어진 일도 견뎌 내기가 힘들건만.
싸움을 좋아하는 그이지만 지금은 당장에 밀려드는 고통에 녀석과 떨어지고 싶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특히 겉으로 난 상처보다 몸의 내부가 엉망이었다.
“쿨럭쿨럭!”
빙결 침투로 인해 기침이 계속해서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뭔가 호흡하기도 어려워진 것 같았다.
“그아아악!”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달군 괴생명체가 불을 뿜으며 다가온다.
그는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
과연 다가오는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을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젠장!’
그리고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화아아악! 챙!
다행히 누군가가 녀석의 공격을 대신 막았다.
다름 아닌 주안나였다.
얼음벽을 둘러 주변에 들이닥친 불꽃을 막아 낸 그녀가 뒤를 살짝 돌아보며 소리쳤다.
“어서 물러나!”
“갸하아아!”
“끄윽!”
그녀 역시 녀석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주안나는 기본적으로 빙결 내성을 지니고 있어 자신보다야 낫겠지만 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차캉!
“꺄악!”
기어코 괴생명체에게 공격을 허용한다.
“안나야!”
안수찬은 그녀가 날아가는 걸 막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하나 충격에 못 이겨 결국 같이 날아가는 꼴이 되어 버렸다.
“커헉…….”
안수찬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가아아악!”
괴생명체는 그의 목을 옥죄듯 천천히 접근해 오고 있었다.
이대로면 자신만이 아니라 주안나까지 꼼짝없이 당하리라.
이미 몸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격을 준비했다.
[강인한 의지가 발동합니다!]
아직 라스트헤드의 힘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몇 방만 더 갈기면 녀석을 처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힘겹게 머리 위로 망치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근접거리에 접근한 순간.
퍼어엉!
“……!?”
망치를 내려찍으려는 그때 괴생명체에게 어떤 검은 물체가 날아들었다.
그걸 맞고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괴물 녀석.
옆을 흘끗 쳐다본 그는 두 손에 힘이 탁 풀리는 기분을 받으며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이내 검은 인영이 그에게 다가와 말한다.
“저놈은 제 사냥감입니다. 수찬 씨라 해도 빼앗으려고 하면 가만 안 둡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준석이 아주 멀쩡한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안수찬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하하. 빼앗으려고 해도, 보다시피 몸이 엉망이라.”
준석은 말없이 그를 보더니 이내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한쪽 손에는 웬 깃발 하나를 들고서.
‘저건 뭐지?’
“케헤에에에!”
괴생명체가 곧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하늘높이 도약을 시도했다.
준석은 녀석과 몸이 맞닿기 직전.
쿵!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있던 깃발을 땅에 내리꽂았다.
둘을 중심으로 소용돌이 폭풍이 일어났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지나가던 바람처럼 폭풍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던 듯 아무도 서 있질 않았다.
그저 황량한 바람만이 자리를 채울 뿐이었다.
* * *
아무것도 없는 회색의 고요한 공간.
구체로 된 바닥이 전부인 이곳은 평등의 깃발이 만들어 낸 아공간.
“갸아아아!”
주피로, 오직 저 녀석을 죽이기 위해서 만든 독무대였다.
나는 피가 흐르고 있는 한쪽 팔을 감싸며 시야에 올라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집니다.]
[모든 능력치와 스킬. 이외에 기타 힘들이 깃발이 정한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단 깃발 소유자만은 기존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깃발 이름이 평등이지만, 내용은 전혀 평등하지 않았다.
소유자는 제외한다는 조건부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누구든지, 가지고 있는 힘이 깃발이 정한 수준까지 내려간다는 건 매우 사기적인 힘이 아닐 수가 없다.
하나 이 아이템은 1회성에 불과하고.
소유자보다 훨씬 압도적이거나 초월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그러한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깃발이 가진 힘이 사기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 공간은 상대를 약화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놈들에게 방해를 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특히나 막타를 빼앗기면 안 되니 말이다.
[이곳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5분입니다.]
[이후가 되면 원래 있던 공간으로 되돌아갑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아직 이쪽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니,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아아악!”
금세 녀석이 접근해 오고 있었다.
‘확실히 느려졌어.’
움직임만이 아니다.
챙!
부딪혀 오는 힘도 이전에 비하면 약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깃발 덕분에 약해졌다고는 하나, 녀석은 아무도 잡지 못했던 고대종 몬스터.
“다칼!”
“캬하아앙!”
나는 다칼을 앞세워 시간을 끌었다.
하나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다.
깃발의 힘 때문에 다칼 역시 약해져 있었다.
“후~.”
간만에 그 힘을 사용해야 할 때다.
우우웅-
반지의 검은 보석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우어어어어!
반지에 흡수되어 있던 영혼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하나씩 내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크소울(Lv1)을 사용하였습니다.]
[영혼들의 힘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놀라울 정도로 상승합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상승한 능력치가 유지됩니다.]
[신체 부하가 시작됩니다!]
[영혼들이 가지고 있던 일부 스킬들을 획득합니다!]
[파이어플래그(Lv20)를 배웠습니다.]
[아이스호크(Lv19)를 배웠습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획득한 스킬들을 사용이 가능합니다.]
[정신 부하가 시작됩니다!]
갑작스럽게 넘쳐 끓는 힘을 스스로 갈무리하며 임시로 얻은 스킬들을 파악했다.
‘하나는 광역기고 하나는 단일기군.’
각자 속성과 특징은 다르긴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마나가 많이 들어가는 마법들이란 사실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나로는 막무가내로 사용이 불가능해.’
현재는 마나가 회복되는 속도보다 쓰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물론 마나를 단숨에 회복시킬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비록 임시 마법에 불과하나, 방금 전에 불과 얼음 속성 마법을 얻으며 모든 속성을 가지게 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엘리렌스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해 보자.
해 본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곧장 아공간에서 엘리렌스 마법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책장을 펼쳐 봤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엘리렌스(Lv1)를 배웠습니다.]
‘오…… 임시라고는 해도 조건이 충족되는군.’
이것으로 상황이 조금 더 유리해졌다.
엘리렌스는 버프 마법.
각 마법의 속성을 강화해 주고 각 속성의 내성까지 형성시켜 준다.
다만 한 번 사용한 이후엔 재사용하기 위한 대기시간까지 몇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 보니 최후의 일격 때 마법의 속성을 강화해 주거나 혹은 속성이 담긴 마법을 받아 낼 때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크학!”
주피로에게 맞서던 다칼이 결국 밀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대와의 격차도 나는 편이지만, 평소보다 힘을 무리하게 사용한 영향이 커보였다.
“다칼! 이만 뒤로 빠져!”
내가 나설 차례다.
다크딥트리!
다크웹!
“그갸아아!”
나는 연달아 속박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녀석은 간단히 속박을 풀어내고 돌진해 왔다.
주피로가 속박의 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전투를 통해 이미 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이유는 시간을 끌기 위함이다.
다크월!
코앞에 장벽을 친 뒤 연달아 마법을 시전했다.
엘리렌스!
무지갯빛 장막이 온몸을 휘감았다.
[각 마법의 속성이 강화됩니다.]
[각 속성의 내성이 일부 형성됩니다.]
“좋아.”
그 사이.
펑! 채앵!
벽을 뚫고 보호막까지 뚫은 주피로.
화아악!
나는 불꽃을 두른 양 손날의 공격을 지팡이로 급히 막아 냈다.
태앵!
목 근처까지 온 공격을 강하게 튕겨 냈다.
그리고 다크퍼드로 반격했다.
촤작! 촤아악!
날카로운 바람이 주피로의 살을 베고 지나갔다.
살갗 안으로 파고든 어둠은 기생충처럼 피어올라 빠르게 안을 부패시켜 나갔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부패 속도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엘리렌스 효과가 확실하군.’
하지만 녀석의 몸이 부패해 가는 것에만 기댈 수는 없는 일.
나는 다시 몸에 보호막을 치며 연달아 마나볼트를 갈겼다.
파직! 파지지!
“그아아!?”
도넛 모양의 전기를 여러 개 만들어 내 녀석의 몸을 묶어 버렸다.
거기에 임시로 얻은 스킬, 아이스호크를 사용했다.
지팡이 끝에서 형성된 차가운 얼음이 독수리의 형상을 갖춰 녀석에게로 날아간다.
파챠쟈쟈쟈!
주피로가 반응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서 바로 얼어붙었다.
스킬 레벨이 높은 것도 있었지만, 엘리렌스 효과가 더해지며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냈다.
하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깨부수고 나올 터.
예상대로 얼어붙은 동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컬스버닝.
불타는 저주를 건 다음 하늘에는 검은 비가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쏴아아아-
“그아아아악!”
곧장 얼음을 깨부수고 나온 주피로가 일직선상으로 무언가를 내던졌다.
순간, 반응하지 못했다.
피칭!
보호막을 뚫고 들어온 공격이 가슴에 직격했다.
“크윽!”
뭔지는 모르겠지만 찌릿한 느낌이 드는 게 불길함이 들었다.
‘서둘러 끝내야 돼!’
이 공간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로 짓기에는 가지고 있는 마나가 턱없이 부족했다.
컬스버닝과 다크레인을 유지하는 것도 간당간당하다.
‘어쩔 수 없지.’
그 수만은 안 쓰려고 했는데.
등가교환.
[남아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대가로 마나를 수급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여유가 남아 있는 체력과 정신력은 필요 없으니 그걸 이용해 마나를 수급했다.
원래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원리였지만 등가교환 마법이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물론 효율은 더럽게 좋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가아아악!”
연격으로 이상한 침을 또 내던진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 보기를 포기하고 다크스윔을 사용했다.
나타나는 곳마다 날아드는 공격!
나는 날아드는 침을 보호막으로 막아 낼 수 없으니, 다크스윔으로 최대한 회피하며 곳곳에 다크소드를 심었다.
그리고 검이 다섯 개가 넘어섰을 때 동시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슈슈슈슛!
“케에에!”
검들을 견제하느라 더 이상의 공격은 날아들지 않았다.
숨 쉴 틈이 생긴 나는 호흡을 고르며 녀석을 잠시 관망했다.
팔 하나가 달아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팔을 재생시켜 전투를 이어 나가는 녀석.
재생 능력이 좋아 어느 곳을 노리든 금방 회복해 버린다.
물론 무한으로 회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하게 끝내려면 저 괴물 같은 회복력부터 없애야 했다.
그리고 그 계획으로 녀석에게 어둠을 내뿌리는 중이다.
나는 이미 시전된 다크레인을 무자비하게 연달아 시전했다.
하늘을 아예 검게 물들일 정도로 시전하고 또 시전했다.
[어둠의 반지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효과 ‘고속캐스팅’이 발동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완전한 어둠이 반지의 효과마저 이끌어 냈다.
그렇게 검은 비로 적셔진 주피로는 점차 회복력이 느려져 가고 있었다.
그 증거로 회복하는 속도보다 검에 의한 상처가 늘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선, 내가 시도하고 있던 잭팟이 터졌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가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다크소드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우우웅-
더욱 정교하고 정제된 대검이 마무리라는 장식을 짓기 위해 내 손아귀에 들렸다.
“후우읍~.”
타이밍이 찾아왔다.
한 호흡을 내쉬며 앞을 향해 조용히 달려갔다.
“갸아아아!”
다른 검들과 싸우는데 정신이 없는 주피로.
나는 그 녀석의 목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온 힘을 대검에 쏟아 넣었다.
조용히 허공을 가르며 일격!
서거억!
목을 갈라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하~.”
짧게 호흡을 뱉으며 뒤를 돌아본다.
정제된 어둠이 담긴 검의 일격에 머리가 달아난 주피로의 몸뚱이만이 멀뚱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꿈틀꿈틀.
부패의 힘이 부족했던 탓일까?
녀석의 상체 위로 혈관의 핏줄과 살이 새로 돋아나려고 하고 있었다.
‘질긴 녀석.’
그래서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나서려는 순간.
[어둠의 반지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효과 ‘완전한 부패’가 발동합니다!]
반지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힘이 발동했다.
‘완전한 부패?’
그것은 처음 보는 힘.
나는 곧 그 힘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