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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61화 (61/230)

회귀한 탑 등반자 61화

61화 상인들의 왕

‘의외군.’

상왕이라고 해서 거대하고 위엄 있는 모습일 거라 생각했는데,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냐아~”

귀엽게 우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상왕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등반자들 중 최초로 상왕과 마주하였습니다.]

[상왕과 마주한 업적으로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상왕에게 물품을 구매할 시 1회에 한해서 할인을 적용받습니다.]

‘할인이 적용된다고?’

이는 뜻밖의 혜택이었다.

탑의 상인들과 거래를 하게 되면 할인이란 개념은 존재치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다른 이도 아닌 상왕에게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니,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쓸 만한 아이템을 하나 더 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상왕은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로 날 올려다보았다.

“흠냐앙. 날 처음으로 부른 소환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평범하게 생겼구냥.”

상왕은 내 주변을 돌면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듯했다.

“해당 층에선 보기 힘든 마나량이구냐. 흥미롭구냥.”

금방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린 상왕은 혼잣말을 이었다.

“주변에 보는 시선이 많구냐. 치워야겠다.”

한쪽 앞발을 살포시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포옹!

강물에 물방울이 떨어져 일어나는 물결처럼 상왕을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퍼져 나갔다.

그러더니 일정 반경 안으로 장막이 생겨났다.

-강력한 결계군

공간 속에는 다칼과 나. 그리고 상왕뿐이었다.

“후양~ 불편한 시선들은 제거했다냥. 자, 이제 말해 보랑. 무엇이 필요한지.”

귀여운 인상이긴 하나, 상대는 상인들의 왕.

그것을 되새기며 입을 뗐다.

“기본 리스트가 있겠지. 리스트를 보여 줘.”

“좋다냥.”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 앞으로 아이템이 빼곡하게 들어찬 리스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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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의 무구 10,000,000포인트

에리고느 샘물 16,900,000포인트

란키르 오르페스 반지 11,200,000포인트

엠페러 워 소드 7,500,000포인트

카오스 델리켄 배틀엑스 5,430,000포인트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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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은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아이템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아이템들이라는 것이었다.

듣던 대로 탑에서는 없는 희귀 아이템들이 널려 있었다.

30년간 탑에서 지내며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아이템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 리스트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건 새 발의 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리스트의 아이템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저절로 리스트에 스며들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햐햣!”

상왕이 소리를 내어 시선을 집중시켰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냥.”

꼬리로 쥐고 있는 회중시계를 보여 준다.

째각…… 째각…… 째각……

시계의 초침이 아주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앞으로 세 바퀴만 더 돌면 거래 시간은 끝이다냐.”

일반 상인과 거래를 했을 때는 시간제한 따위 없었건만.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관련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왕과의 거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거래를 마치십시오.]

‘좋아.’

초침이 돌아가는 속도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5분쯤.

그 정도면 원하는 것을 구매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조금은 느긋하게 쇼핑을 즐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우선은 원래 사고자 했던 것부터 사기로 결정을 내렸다.

“평등의 깃발부터 구매하지.”

“냐앙.”

리스트가 저절로 움직인다.

그렇게 빠르게 넘어가던 리스트가 이내 한 곳에서 멈춰 섰다.

[평등의 깃발 500,000포인트]

[할인을 적용하면 330,000포인트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할인은 됐고. 기본으로 지불하겠어.”

“그럼 50만 포인트를 가져가겠다냥.”

[500,000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포인트를 가져간 상왕은 이내 아공간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 주었다.

[평등의 깃발을 얻었습니다.]

사람 키 높이만 한 문양의 깃발이 손에 들어왔다.

그것을 아공간에 집어넣곤 남아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초침이 한 바퀴가 돌았으니 이제 대략 3분 정도 남은 건가.’

리스트를 일일이 봐 가며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그러나 그 3분이라는 시간 안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낼 수는 있었다.

‘마나가 좀 들어가겠지만.’

등가교환.

나는 집중해서 사용하려는 마법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리스트에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 중에 내가 탑을 오르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추리는 작업을 마법으로서 실현했다.

물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아이템으로만 탐색을 할 수 있도록 조건부를 달았다.

이내 리스트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마나도 빠르게 소모되어 갔다.

마나가 절반쯤 줄어들었을 때, 움직이던 리스트가 멈추었다.

히라이스 마도서 2,500,000포인트

‘마도서?’

히라이스, 그 이름조차 낯설었다.

자세한 확인을 위해 아이템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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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스 마도서

내용: 진리를 깨우치고자 했던 히라이스의 마법 수식과 진리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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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수식과 진리라…….’

히라이스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마도의 길을 걷고 있는 입장에서 이 안에 어떤 내용을 적어 놓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등가교환으로 알아낸 아이템이니, 내게 분명한 도움이 되어 줄 터.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우선 할인이 얼마나 적용되는지 확인해 보았다.

[할인을 적용하면 1,750,000포인트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무려 75만 포인트나 할인이 적용됐다.

이 정도면 거의 거저먹는 셈.

나는 기꺼이 175만 포인트를 지불했다.

[1,750,000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히라이스 마도서를 얻었습니다.]

상왕에게 고급양피지로 만들어진 책을 건네받았다.

잠깐 안에 있는 내용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책이 열리지 않았다.

‘뭐지?’

그때 눈앞으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가지고 있는 마나가 부족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마나가 부족해?”

회귀 전에 축적했던 마나에 비하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마나가 적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마나가 부족해서 열람을 할 수 없다니.

마나가 얼마나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강제로 보관해 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도서를 아공간에 집어넣고서 상왕이 가지고 있는 회중시계를 쳐다봤다.

이제는 한 바퀴도 채 남지 않았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운데.’

현재 남아 있는 포인트는 약 160만 정도.

아이템 두어 개는 더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여유분은 항상 있어야 하기에 아이템 구매는 이만 마치기로 했다.

대신 상왕에게 팔고 싶은 것을 하나 꺼내 들었다.

“냐야아아아!?”

그저 꺼내기만 했는데 상왕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상왕이 두 눈을 빛내며 내게 가까이 붙었다. 정확히는 꺼낸 물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건 마살치가 아니냐앙!?”

그렇다. 5층에서 얻은 마지막 남은 마살치였다.

“추르읍.”

상왕은 벌써부터 침을 질질 흘리는 중이었다.

“팔아라냥! 바로 사겠다냐! 얼마면 되냐앙?”

“포인트는 됐고, 대신 다른 걸 받고 싶은데.”

“한번 말해 보라냥.”

“축복의 차.”

상왕만이 내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차가 바로 축복의 차였다.

그것을 마시면 짧은 시간 동안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큰 전투를 앞두고 있으니, 그 차를 마실 수만 있다면 내겐 금상천화와 같은 일이었다.

“축복의 차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냥. 하나, 마살치를 주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다냐~.”

상왕이 곧 아공간에서 찻잔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마셔라냐.”

찻잔을 받아 든 나는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보았다.

황금빛이 반사되는 투명한 물을 보고 있으니 영롱한 느낌마저 든다.

-차에서 청량한 냄새가 나는군.

다칼의 말대로 찻잔에서 올라오는 향은 깔끔했다.

‘그럼 마셔 볼까.’

나는 망설임 없이 찻잔을 들이켰다.

순간. 손발에는 힘이 들어갔다.

단순한 물맛일 줄 알았는데 콕 찌르는 느낌의 강한 탄산이 느껴졌다.

[축복의 차를 섭취하였습니다.]

[상왕의 축복이 깃듭니다.]

[단기적으로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단기적으로 마법의 힘이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단기적으로 정신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됩니다!]

변화를 체감하기도 전에 내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르응. 시간이 다 됐구냐아~.”

상왕이 멈춘 초침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쉽게 됐지만 거래는 여기까지다냐~.”

상왕은 주변에 쳐 두었던 장막을 회수하더니 균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다음에 또 보길 고대하겠다. 냐~.”

그러고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균열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콰가가강!

느리게 흐르던 시간의 흐름이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손에 쥐고 있던 세 개의 씰스톤의 빛도 빠르게 사그라진다.

이제 이것들로는 상인을 소환할 수가 없었다.

씰스톤을 이용한 상인 소환은 1회가 전부니까.

총 개수가 세 개이니 원래는 세 번 소환이 가능해야 하지만, 세 개를 사용한 대가로 상왕을 소환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각 씰스톤에 새겨져 있던 문양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해당 층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조건부 아이템이기에 보통이라면 더는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다른 쓰임새로 쓸 게 아니라면 말이다.

고요함으로 물든 격전지 가운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제우스의 진영과 토르의 진영을 내다봤다.

그 바닥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홈이 하나씩 파여져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씰스톤 중에 하나를 다칼에게 넘기곤 말했다.

“넌 이걸 저쪽에 끼고 와. 난 저쪽을 맡지.”

“크르릉.”

-상왕과의 만남에, 이젠 정말 그놈과도 마주할 생각이군. 이제 와서 말린다 한들 듣지 않을 테고.

“잘 아네.”

“캬하후~.”

-아이고~ 내 팔자야.

내 결정에 단념한 듯 다칼이 시그의 씰스톤을 가지고 토르의 진영으로 향한다.

나는 크록의 씰스톤을 가지고 제우스의 진영으로 향했다.

철컥!

바닥에 있는 홈에 크록의 씰스톤을 끼워 맞추고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아우우~!”

다칼 역시 반대편에 있는 홈에 씰스톤을 끼워 넣고 되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그걸 끼워 넣기 전에 메시지가 먼저 올라왔다.

[돌발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끝까지 다리 중앙을 사수한 이들에게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50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그저 다리 중앙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50만 포인트를 얻어 냈다.

하지만 돌발이벤트의 진짜 보상은 등급 상승이었다.

[이목을 끌었습니다.]

[등급 : S]

나 역시 보상이 적용되기는 했지만 등급의 변화는 없었다.

애초에 S등급 이상이 있는지조차 들어 보지 못했다.

나는 다시 한곳을 응시했다.

주변은 마치 폭풍의 눈에 들어온 것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이윽고 씰스톤이 들린 손을 움직인다.

철컥!

제 주인을 만난 듯 씰스톤이 홈 구멍에 딱 들어갔다.

우웅- 우웅- 우웅-

그 순간, 각 씰스톤에서 붉고 노랗고 파란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푸슈슈슈슈웅!

어마어마한 빛의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쿠구구구구-

빛기둥과 함께 엄청난 진동이 다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어어, 어! 다들 도망쳐!”

“뒤로 물러나!”

다리에 남아 있던 이들이 안전한 땅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멈추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던 지진이 갑자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큰 폭풍이 찾아오기 전의 신호에 불과했다.

콰아아웅!

다리의 지반이 한순간 위로 분출하며, 돌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와 함께 저 깊숙한 곳 아래서부터 뚫고 올라오는 괴성이 머릿속을 관통하고 지나가듯 뒤흔들었다.

“가아아아아아악!”

봉인된 고대종 몬스터 주피로.

녀석이 뚫린 지반 위로 천천히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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