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58화
58화 휴식
조금 더 빨리 나섰어야 했는데, 늦어 버렸다.
“으악!”
“억!”
순찰대 두 명이 단숨에 제압당했다.
‘순간 보이지 않았어.’
마을에서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녀조차 상대의 움직임을 거의 캐치하지 못했다.
무슨 얕은 수라도 쓴 것일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순수하게 육체의 힘만 쓴 거야.’
개인적으로 판단했을 때 여기에 있는 순발대 인원들이 한꺼번에 저 남자에게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거기다 육체의 힘을 주로 사용하는 자가 아니야. 가지고 있는 무기는 지팡이. 원거리를 다룰 가능성이 높아.’
그렇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괜히 막무가내로 덤볐다가는 뼈도 못추리리라.
하지만 이미 사태가 벌어진 것도 모자라 마을 내에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저 새끼 막아!”
다수의 사람들이 포진해서 접근하자, 남자는 태연스레 발을 무릎 밑까지 들었다가 내리찍었다.
쿠우웅!
순간 강력한 마나의 파동이 그의 발끝에서부터 퍼져 나갔다.
“으, 으어어!”
접근한 모두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이를 보고 엘리는 확신했다.
‘분명, 저 남자를 포함한 그 일행이 아셔를 잡은 거야.’
다른 일행들은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지만 일이 꼬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으, 으아악!”
남자가 쓰러져 있는 이들을 향해 지팡이를 쳐올린다.
엘리는 더 큰 일로 번지기 전에 재빨리 그곳으로 뛰쳐갔다.
지팡이에서 구체가 생겨나려는 순간.
“멈추세요!”
엘리가 그 사이에 끼어들자, 남자가 멈칫했다.
“내가 왜 그래야 되지? 먼저 공격한 건 저쪽인데.”
엘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그건 맞지만, 저쪽에서 먼저 공격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쪽은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 지금과 똑같은 행동을 했겠죠.”
그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난 그저 마을에 들어가서 쉬려고 했을 뿐이야. 그런데 이유도 없이 막으니 당연히 사람이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그런 문제라면 저들을 탓할 게 아니라 제 탓을 하세요! 마을에 아무도 출입시키지 말라고 명령한 게 저니까!”
“아~ 그쪽이 이 마을의 주인인가 보군.”
“주인이 아니라 그냥 마을 사람들을 대표해서 촌장직을 맡고 있을 뿐이에요.”
“그거나 그거나. 아무튼. 마을 출입을 통제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여긴 원래 등반자들 그 누구나 쉴 수 있는 공동 세이프존 아니었나.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걸 자기네 것이라고 착각하며 출입세와 자릿세를 받기 시작했지.”
엘리는 속으로 당황스러움이 물들었다.
‘그걸 이자가 어떻게 알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이 마을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한데.’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 더욱 중요한 건 눈앞에 있는 자가 경계해야 될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일행들이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그것부터 일단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여기서 그를 힘으로 제압하려고 든다면 그것이 배드엔딩의 끝이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럴 사정이 있었어요.”
“그럴 사정이 뭐지?”
솔직하게 말해야 될까? 아님 거짓을 고해야 할까?
답은 금방 정해졌다.
“아셔가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그래서 확인차 인원을 꾸려 아셔가 있는 곳을 갔죠. 더불어 아셔가 잡혔다면 대체 누가 잡았을까. 여태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았던 아셔를 잡았다면 분명히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집단이겠죠. 그래서 경계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출입시키지 마라 명한 겁니다.”
그에게 거짓말하는 것은 독이라고 그녀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어차피 마을에 해를 끼칠 자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지 시비를 걸어올 거야. 그렇담 이렇게라도 해서 미리 떠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엘리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솔직하네.”
“굳이 숨겨 봐야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쪽은 아셔를 해치운 집단의 사람들 중 한 명인 것 같고.”
“눈치도 빠르고.”
“그거라도 없으면 촌장 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없죠.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마을을 위협할 생각인가요?”
엘리는 긴장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 또한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덤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방금 전의 일로 통해 깨달았으니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이렇게 표정을 읽기 어려운 자도 처음이야.’
곧 그녀의 손이 허리춤에 가 있었다.
대답 여부에 따라 검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설사 이미 승패가 갈려 있다고 해도.
순찰대들 역시 만약을 대비했다.
이내 그가 마을로 천천히 움직였다.
“저기요! 아직 제 질문에 답을 안 한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남자가 발을 멈춰세운다.
“허리춤에 가져간 손은 내려 두는 게 좋을 거야. 더 피를 보기 싫으면. 그리고 그쪽이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 긴장 말고.”
그러곤 가던 길을 걸어갔다.
“하아~.”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한편으론 우리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방 접어 버렸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압박감이 컸지.’
다른 진영에 있는 리더들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마 일행 없이도, 저자 혼자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그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마음에 안 들면 죄다 쓸어버리면 되는 거니까.
하나 마음속 한편으론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그의 발걸음을 다시 멈춰 세웠다.
“저기요! 잠깐만요!”
“귀찮게 또 무슨 볼일이 남았나.”
“그런 게 아니고. 사과의 뜻으로 지낼 곳을 마련해 드리고 싶어서요.”
“굳이? 필요 없는데.”
“여기서 제일 좋은 집이에요. 맛있는 음식도 많이 준비되어 있고 뷰도 좋아서 아마 보시면 만족할 거예요.”
“으음.”
“좋게 풀자는 의미예요. 필요하다면 다른 것도 구해 드릴 수 있어요. 물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만.”
잠시 고민을 하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환하게 미소를 짓는 엘리는 그에게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동시에 뒤에 서 있는 순찰대에겐 따로 바깥 주변을 경계하라고 수신호를 보내는 그녀였다.
* * *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마을길을 지나며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느껴졌다. 동시에 그들에게서 나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냥 조용히 머물다 갈 생각이었는데.’
그러기는 그른 듯하다.
“저기예요.”
집을 안내하던 촌장은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는 계단의 문턱을 넘기 전에 고개를 들어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청객에게 갑자기 이리 잘 대해 주려는 것이 수상했다.
‘함정을 파 놓은 건가?’
의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봤지만 크게 이상은 없어 보였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진심일 수도 있었으나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제일 좋은 집을 내준다고 하기에 얼마나 좋은 집을 내주나 했는데.
촌장이 가리킨 것은 3층 구조로 된 통나무집이었다.
확실히 주변에 있는 건물들에 비하면 이곳이 가장 거대했다.
“거기 멈춰 서서 뭐 해요? 안 오고.”
내게 발걸음을 재촉해 온다.
‘저 여자, 회귀 전에 소문이 별로 없었지.’
아셔 마운틴 사람들은 제우스와 토르의 영역 다툼에서 끼어들지 않는 편이다 보니 비교적 소문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마을의 총책인 만큼 다른 영역의 리더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곧 나는 계단을 올라, 그녀를 따라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공기가 느껴진다.
이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이곳이 사적인 공간처럼 꾸며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집을 여관처럼 내줄 리가 없을 텐데.
‘대체 누구의 집이지?’
필시 높은 직책을 가진 자의 것일 터.
그리고 이런 식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어 기습할 수도 있었다.
나는 집 안에 무슨 위협이 되는 것이 있는지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떤 액자였다.
두 여자가 사이 좋게 웃고 있는 사진, 마치 엄마와 딸의 모습 같았다.
한데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내 눈앞에 있는 여자와 동일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구 집인가 했더니 자기 집으로 초대한 건가.’
굳이 왜 자기 집을?
단순히 이곳이 가장 큰 집이라서?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집에 무언가를 준비해 두었겠지.’
수상한 짓을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녀는 내 눈을 속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순찰대에게 따로 수신호를 보낸 것을 알고 있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나 말고도 다른 일행이 있는 줄 알고 있으니까.
“어때요? 이 집. 마음에 드나요?”
그녀가 괜스레 방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면 뭐 충분한 것 같은데.”
“다행이네요.”
“그런데. 감시를 당하는 건 기분이 별론데.”
“예……?”
그녀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냈다.
“이 집, 그쪽 집 아닌가? 이곳에 뭘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게…….”
“다른 일행들을 걱정하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 애초에 그런 일행들은 없으니까. 그러니 순찰대에게 외부를 빡세게 경계하라고 할 필요도 없고. 뭐. 내 말을 믿지 않을 테니, 결국엔 생고생을 하겠지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네요. 딱히 숨기는 것은 없어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그보다 일행이 없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지. 아셔를 해치운 건 나 혼자란 소리야.”
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 말을 믿고 안 믿고는 자유야. 근데 이런 짓은 그만하고 슬슬 쉴 곳을 안내해 주면 좋겠는데?”
빨리 휴식을 취하고 싶은 기분뿐이다.
“아니면 아까 하던 거 계속할까?”
잠시 후, 그녀가 체념을 한 듯 얘기했다.
“하아~ 그래요. 인정할게요. 순찰대를 외부로 돌린 건 사실이에요.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데 이 집에서 쉬라고 한 건 진심이고, 우려하는 함정 같은 건 없어요. 마을에서 가장 좋은 집인 것도 사실이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크르릉.”
조용히 집 안을 둘러보던 다칼이 다가와 말했다.
-함정이 없는 건 사실이다. 뭔가를 숨기는 것도 없는 것 같고. 다만 부엌에 독이 있더군.
‘독으로 죽일 셈인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여자가 말했다.
“정 그렇다면 다른 쉴 곳을 마련해 줄 수 있어요. 그래도 여기서 밥은 먹고 가세요. 다른 데로 가서 먹어도 상관없지만 아마 만족하지는 못할 거예요.”
다칼이 배를 문질렀다.
-동행자여, 만일 음식에 독을 타면 내가 알 수 있으니 그냥 먹고 가는 게 어떻겠나? 저 여자 말대로 이 집에 신선한 음식 재료들이 있는 것 같더군.
“으음.”
결국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그녀가 곧바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능숙한 손놀림. 주방 경력이 꽤 있는 듯했다.
“크르릉. 쓰읍~.”
다칼은 벌써부터 먹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조용히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그때.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 언니! 나 왔어~!”
곧장 뒤로 돌아보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절벽에 새를 끌고 왔던 여자.
‘에레나라고 했나?’
“언니! 왔는데 반응도 없고 대체 뭐해…… 어?”
그녀와 두 눈을 마주쳤다.
곧바로 표정이 얼어붙는다.
“당신이…… 왜 여기에?”
“어? 레나야.”
엘리, 그녀가 음식을 하다 말고 에레나에게 다가간다.
“언, 언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이 남자가 왜 이 집에…….”
“잠시만. 나랑 얘기 좀 해.”
사태를 파악시켜 주려는 듯, 엘리는 에레나를 데리고서 윗층으로 올라갔다.
‘둘이 나이 차가 있으니 자매는 아니고. 그냥 친한 사이끼리 같이 사는 건가?’
사진 속에 딸처럼 보이는 여자는 아니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관심을 끄고 돌렸던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렸다.
그런데.
딸강!
거의 다 된 음식에 손을 대고 있는 다칼.
“콰읍! 콰읍!”
음식에 독이 없다는 걸 확인한 다칼이 먼저 폭식을 취했다.
위에 소음을 들어 보니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저놈, 내버려 두면 혼자 다 처먹을 것 같은데. 나도 먹을까.’
이내 모른 척 손을 뻗었다.
……
……
……
“우각우각우각!”
-이것 참 맛있군! 신선한 재료를 써서 맛있는 게 당연하지만, 저 여자 음식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나는 수저로 국을 떠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찌개는 아니지만 찌개와 비슷한 맛이 났다.
얼큰하면서도 텅빈 속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거기다 밥 대신 감자를 풀어 만든 달콤 쌉싸래한 스프도 감미로웠다.
이외에 반찬들까지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후아~.”
[상당량의 음식을 섭취하였습니다.]
[포화 유지 상태가 됩니다.]
나는 부른 배를 문지르며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정말로 간만에 사람의 정이 담겨 있는 음식을 먹은 기분이다.
찰나 어렸을 때 엄마가 해 주었던 찌개가 떠오르기도 했다.
쿠당탕!
뒤늦게 발소리를 내며 2층에서 내려오는 두 여자.
에레나는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나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
그리고 이내 엘리는 식탁에 놓여 있는, 다 비워진 그릇들을 보며 크게 놀랐다.
“제가 차려 드릴려고 했는데. 이미 갖다 다 드셨네요.”
“크흠!”
“캬하라앙!”
-대신 맛있었다고 전해 주게. 진심으로 오해해서 미안하다고도 전해 주고.
엘리가 식탁 주변을 살피며 말을 잇는다.
“완전 싹 다 비우셨네.”
나는 옆에 앉은 다칼을 힐끔 곁눈질을 했다.
“내 소환수가 아주 잘, 많이 먹었다고 전해 달라네.”
“소환수가 참 똑똑하네요.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도 전달되고.”
“크하아앙?”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전해 달라는 말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그대도 많이 먹었으면서…… 아니지. 나보다 더 많이 처먹은 거 같은데.
나는 씨익 웃으며 다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흘리면서 많이도 먹었네. 어고고. 그리 배가 고팠어?”
“크하아아앙!”
-고귀한 나를 이런 취급하다니. 참을 수 없다!
“카악!”
다칼이 또 이빨로 날 물었다.
그런 다칼을 보며 엘리가 말했다.
“이런. 아직 덜 먹어서 불만족스러운가 봐요. 어차피 레나 것도 해야 하니, 더 차려 드릴게요. 아, 그리고 소개가 늦었네. 이쪽은 저랑 가까이 지내는 동생 에레나.”
“흥!”
무언의 불만을 표하는 에레나.
하지만 난 그녀가 어떻게 반응하든 관심 없었다.
그저 내겐 지나가다가 만난 엑스트라 같은 존재에 불과하니까.
“끼아아악!”
에레나 어깨 위에 올라타 있는 새가 울부짖었다.
그 새는 절벽에서 봤던 새와 생김새가 똑같았다.
‘몸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나 보군.’
“끼아악!”
그런데 그 새는 마치 누군가가 자기 영역에 들어온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다칼을 보며 계속 울부짖어댔다.
퍼드득!
기어코 새가 날갯짓을 한다.
다칼에게 다가가는 새.
덩치가 작아졌다고는 하나, 다칼보다 덩치가 두어 배쯤은 컸다.
순간 나는 에레나의 입이 귀에 걸리는 것을 포착했다.
“끼아아!”
뾰족한 발톱을 이용해 공격적인 행위를 하는 녀석.
“레나야!”
뒤늦게 엘리가 사태를 파악하고 말리려고 나섰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이거.’
마을의 입구에서 벌어진 상황과 아주 유사했다.
하나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캬악! 크르륵…….”
“끼이익! 끼잉!”
무참히 공격당할 것 같았던 다칼이 단숨에 새의 목덜미를 물어 제압했다.
-어디 하찮은 소환수 따위가 감히!
서열 정리를 제대로 해 버리는 다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