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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57화 (57/230)

회귀한 탑 등반자 57화

57화 설인 아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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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 미완성된 오리오 벨트 ◈

내용: 마물들의 왕 오리오의 힘이 깃들어 있다.

효과: 봉인

영구 습득: 근력+20, 민첩+15, 체력+20, 정신력+15, 마나+20

조건부 효과: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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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능력치가 올라갔다.

다만 각자 오른 수치가 달랐는데, 근력과 체력. 마나가 유독 돋보였다.

그리고 상태창 아이템 이름에 각인된 마름모 문양.

회귀 전에 저것과 비슷한 표식을 본 적이 있었다.

비록 다른 아이템이고 새겨진 문양도 다르기는 했으나, 숫자 표기 대신 문양으로 숫자의 의미가 표현된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다가 지금 생겨났다는 건 한 가지를 뜻한다.

오스트 문양을 가진 마물을 두 놈 잡았다는 표식.

아마 두 놈을 더 잡으면 옆에 마름모가 하나 더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녀석이 오스트 문양을 가지고 있는 거지?”

다음 12층으로 향하는 통로는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런데 통로도 없는 이곳에 문지기가 있다? 말이 안 된다.

문지기는 항상 통로 옆을 지키는 존재이니까.

그렇다면 통로가 두 개란 말인가?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올라가는 통로가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주변에 딱히 통로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 보니 아셔가 문지기라는 사실이 논외적으로 느껴졌다.

“문지기가 아닌데 오스트 문양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건가?”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던 찰나.

-저길 봐라.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있던 다칼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뒤늦게 고개를 든 나는 아셔의 시신을 바라봤다.

떨어져 나간 머리에는 녀석이 입으로 토해 낸 씰스톤이 있었다.

내가 회수하고자 했던 물건. 하지만 다칼이 가리킨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뭐지. 저건.’

몸체에 따로 떨어져 있는 두루마리 한 개.

불길함이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검붉은색을 덮어쓴 가죽 두루마리였다.

가까이 다가가 그걸 손에 쥐자, 시야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식 속에서 사라진 통로를 얻었습니다.]

“인식 속에서 사라진 통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칼이 입을 열었다.

-그대도 알다시피 오스트 문양을 가진 존재는 문지기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알고 있어. 순간 문지기가 아닌 마물이 문양을 가질 수 있는지 의심했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야. 그렇다면…… 아셔가 명백히 문지기라는 것인데.”

-솔직히 아셔가 문지기라는 사실을 오늘 나도 처음 알았다. 하지만 네 말을 듣고 한 가지를 떠올렸지.

“아는 거라도 있어?

-아주 오래전에 인식 속에서 사라진 통로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보통 탑의 층을 올라가는 통로는 하나다.

“그렇지.”

-하지만 올라가는 통로가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 층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인식 속에서 사라진 통로다?”

-그래. 나도 그리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다만. 그 통로를 지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마나를 얻을 수 있다더군.

“흐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마나라, 구미가 안 당길 수가 없었다.

써도 써도 모자라는 게 마나이니까.

하지만 언제나 대가가 따르듯이 그만한 마나를 얻으려면 무언가를 해내야 할 것이다.

“근데. 그 얘긴 어디서 들었지?”

들은 얘기라면 그 얘기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출처가 중요했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신좌 리페우스다.

순간 나는 두 눈을 치켜떴다.

리페우스라면 나도 알고 있는 것이 드물었다.

계약자들 앞에 선뜻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와 계약을 맺은 자들도 하나같이 입이 무거웠다.

그렇기에 수수께기 신좌로도 불렸다.

하지만 아예 아는 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리페우스의 계약자들에겐 통칭이 존재한다.

현자.

그들의 입이 무겁긴 하나, 한번 입을 열면 그들은 언제나 진실된 말을 하거나 지혜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그게 정말 그자의 입에서 나온 거라면 신빙성 있는 얘기겠어.’

“근데 다칼. 그 신좌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을 텐데. 어떻게 마주한 거야?”

“케엥?”

다칼은 의문의 표정을 드러냈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 양반이 얼마나 말이 많은데. 내게 가끔씩 찾아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중얼 내뱉는데,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의외군. 지금도 말을 걸어오나?”

-아니. 말했다시피 오래전의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말을 걸어오지 않더군.

‘원래부터 말이 없던 건 아니었나…… 그보다.’

나는 통로라고 표현된 두루마리를 쳐다봤다.

이게 대체 어떻게 통로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두루마리를 펼치면 무언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

‘이게 통로라면 아직이야. 여기서 할 일이 남아 있다.’

이걸 사용한다면 그것은 이곳에서의 할 일이 끝난 직후일 것이다.

난 그대로 두루마리를 챙겨 들고서 씰스톤이 같이 회수했다.

[씰스톤을 얻었습니다.]

이것으로 두 개. 이제 마지막 한 개만 남았다.

마지막 한 개를 얻으려면 곧장 이곳을 벗어나 시그 마운틴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달리기만 할 수는 없는 일, 노동을 했으면 휴식도 취해야 했다.

아셔, 이 녀석을 상대하는 바람에 상당히 지친 상태.

꼬르륵.

[오랜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포화 유지 상태에서 벗어납니다.]

마침 풍요의 로브로 유지되던 포만감도 사라져 버렸다.

“흐읍, 흐읍.”

아셔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고약한 냄새 탓인지, 몸에 시큼한 냄새가 벤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서 거리가 조금 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아셔 마운틴의 유일한 휴식처이자 중립자들의 서식지 베르곤.

나는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 * *

[아셔 보스가 처치되었습니다!]

“응?”

“어……?”

11층에 머물던 등반자들은 갓 올라온 메시지를 보고 다들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방금 전에 날아온 메시지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내용이었다.

“아셔가 잡혔다고?”

“탑이 존재한 이래 단 한번도 잡히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 놈을 대체 누가 잡았다는 거지. 혹시 메시지가 잘못 온 거 아니야?”

메시지를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아셔 마운틴의 베르곤 마을에 머물고 있는 등반자와 거주민들이었다.

아셔가 어떤 존재인지 직접 체감해 본 이들은 아셔가 잡혔다는 소식을 믿지 않거나 부정했다.

그 정도로 아셔란 마물은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넘볼 수 없는 공포와 재앙의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똑같이 이 소식을 접한 베르곤 마을의 촌장 엘리, 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그녀 또한 메시지 내용이 믿기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집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누가 찾아왔나 했더니 탑에서 태어나 자란 거주민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헐레벌떡 달려온 듯 얼굴이 크게 상기되어 있었다.

“촌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아셔가 잡혔다는 소식이라면 방금 전해 들었어요.”

“예에. 그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그 괴물 같은 놈을 누가 잡았냐면서요. 촌장님도 아셔가 잡혔다는 걸 믿으십니까? 그놈은 누구에게 잡힐 놈이 아닙니다.”

“으음…… 믿기 힘든 일이긴 하죠.”

여태 단 한 번도 잡히질 않은 몬스터다.

그놈을 직접 마주해 본 사람이라면 왜 놈이 단 한 번도 잡히질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다른 이가 소식을 전해 온 것도 아닌 소식을 전해 온 것은 메시지였다.

메시지는 여태 거짓말을 고한 적이 없었다.

“그럼…… 거길 가시겠다는 겁니까?”

거주민은 두려움에 떨듯 몸을 떨었다.

엘리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확인만 하러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녀석이 살고 있는 지역의 경계선을 넘기만 해도 몸에는 무리가 따르니까.

“잠깐이라면 괜찮겠지요. 가서 순찰대에게 전하세요. 아셔의 주둔지로 갈 채비를 하라고.”

“예, 예! 알겠습니다!”

베르곤 마을의 순찰대는 정예들만 모아 놓은 집단.

그들이 마을의 치안 유지도 맡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호출한 엘리는 옷을 두껍게 걸쳐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이내 책상 앞에 선 그녀는 액자 속에 자신과 같이 서서 찍은 딸아이를 보았다.

엘리는 조용히 액자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녀.

“갔다올게.”

엘리는 사진 속의 딸아이에게 말을 남기곤 집을 나섰다.

마을의 입구에는 그녀의 부름에 모인 순찰대 스무 명이 있었다.

일부만 데리고 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들 전부를 데리고 갔다.

확인만 하러 가는 것인데 이렇게 많이 데려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일 아셔가 잡혔다면 녀석을 잡은 인원들이 있을 터.

최근 불특정한 다수의 인원이 넘어왔단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어떤 수를 써서 마을의 시선을 피해 이 산에 들어왔을 수도 있다.

‘정말 아셔를 잡은 무리가 있다면 조심해야 돼.’

마을 사람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해치우지 못하는 마물이 아셔이다.

그런데 어떠한 무리가 녀석을 잡았다면, 그 무리는 그녀에게 있어 잠재적으로 큰 위협이었다.

탑은 약자가 강자에게 잡아먹히는 세상.

마을 사람들이 아셔가 잡혔다는 소식에 불안에 떨어하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만일 그 무리가 마을에 적대적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그래서 만일을 대비해 마을에 남아 있는 순찰대에게 출입을 통제하라 명해놓았다.

“촌장님! 경계선 앞에 다 왔습니다.”

순찰대 중 한 명이 현재의 위치를 알린다.

어느덧 경계선.

땅을 내려다보면 눈이 쌓여 있는데, 눈앞에는 선이 그어진 것처럼 앞과 뒤의 눈색깔이 달랐다.

서 있는 곳은 하얀색이라면 한 보 앞부터는 에메랄드색이었다.

마물 때문인지 혹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경계선을 기준으로 추위의 강도가 달라진다.

에메랄드 눈밭은 하얀색 눈밭에 있을 때보다 서너 배는 더 추웠다.

얼마나 추운지 마치 뼛속을 때리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쉰 그녀가 명령을 내린다.

“가지.”

저벅. 저벅. 저벅.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경계선을 넘는다.

사아아아아-

“크윽…….”

강추위가 온몸을 덮친다.

고통을 견뎌가며 얼마나 걸었을까?

곧 아셔가 머무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촌장님! 저기이!”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것은 아셔의 시신이었다.

사방에는 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치열하게 싸운 듯,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리고 아셔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코를 쑤셨다.

“정말로 잡혔어…….”

“저 괴물이 잡히다니. 대체 누가…….”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다.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멍한 눈빛으로 녀석의 시신을 쳐다보던 엘리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아셔가 정말 잡혔다면 녀석을 잡은 무리가 있어야 할 텐데. 어디에 있는 거지? 분명 마주쳐야 정상인데.’

이곳을 오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분명히 마주쳐야 할 텐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촌장님! 아셔는 확실히 죽은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빨리 결정을 내리시는 것이…….”

벌써부터 몸상태가 좋아 보이질 않은 인원이 있었다.

그녀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서둘러 마을로 돌아가죠!”

저들 무리와 길이 엇갈린 것이라면, 어쩌면 마을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서두른 탓일까?

그녀와 순찰대는 금방 마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마을에는 누군가가 찾아와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여럿이 아닌 한 명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순찰대 두 명이 어떤 한 남자를 막고 있다.

‘아셔를 상대한 녀석들은 다른 곳으로 간 건가.’

“이봐! 우리가 한 말 못 들었어! 마을에는 못 들어간다고!”

“아으, 냄새. 좀 씻고 다니지.”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또 한 번 더 막아 봐. 그땐 네 녀석들 머리통을 아주 터트려 줄 테니까. 지금 이런 말장난하고 있을 기분이 아니거든.”

“뭐라고? 이 새끼가 좋게 말하니까 진짜!”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엘리는 적당히 말릴 생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순간 섬뜩하게 만드는 냄새가 저쪽에서 풍겨 왔다.

‘이 냄새는…….’

분명히 아셔에게서 나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였다.

‘그렇다면 저 남자가……!?’

그 와중 입구를 지키는 순찰대 중 한 명이 그에게 공격을 가하려고 하고 있었다.

갑자기 다급해진 엘리는 입구에 서 있는 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안 돼! 저기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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