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51화
51화 11층
인간보다 세 배는 큰 몸집.
목이 달아나도 살아남는 괴물 같은 회복력.
공격을 맞추기도 힘든 남다른 민첩함.
수십 수백을 상대해도 지치지 않는 체력.
등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잔머리까지.
그런 우월한 조건을 다 갖춘 뮤턴트 트롤이 지금 힘없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어어엉!”
몸에는 섬뜩한 느낌의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흔적들이 난자해 있었다.
놈 앞에 무표정한 눈길로 서 있는 남자.
그가 팔을 쳐들어 손짓을 하는 순간.
서걱!
어디선가 날아들어 온 검이 녀석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쿵!
뻗은 손을 거둬들인 그는 쓰러진 시체를 잠깐 흘겨보곤 시야에 올라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뮤턴트 트롤 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10층 클리어 조건이 충족됩니다.]
[기여도 순위에 들었습니다.]
[기여도 명단에 이명을 공개하겠습니까?]
“아니.”
[기여도 명단에 이명이 비공개 처리됩니다.]
[기여도 순위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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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비공개 – 55.4%
2위) 뚝배기 브레이커 – 19.1%
3위) 검에 서리가 맺힌 설녀 – 10.8%
4위) 광기에 물들은 자 – 6.60%
5위) 비공개 – 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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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기여도순에 따라 기본 보상이 지급됩니다.]
[영광의 장갑이 지급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받은 장갑에는 방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크르응.”
남자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는 검은 늑대, 다칼이 목 긁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문양을 보니 올튼 왕가에서 만든 보호 장갑이군.
그러자 준석, 그가 위를 힐끗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꽤 쓸 만한 게 나왔어.”
한때 저층부의 전체를 지배했던 올튼 왕가.
지금에서야 그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질 않지만 간혹 발견되는 왕가의 흔적에는 그들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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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 영광의 장갑
영구효과: 힘+15, 체력+15, 정신력+15
효과: 불에 타지 않는다.
조건부 효과: 장갑에 각인된 방패 문양에 불을 받아 내면 그대로 흡수하여 방출할 수 있다.
조건부 효과: 소지자가 상당한 양의 피를 흘리면 전신에서 ‘영광의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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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귀속된 것만으로 힘. 체력. 정신력이 대폭 상승한다.
그리고 조건부 효과에 있는 영광의 불은 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정신력을 강화해 주는 불이라지.’
직접 체감해 본 적은 없지만 영광의 불을 얻은 등반자를 상대해 본 적은 있다.
이미 체력적 한계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좀비처럼 계속 달려들던 그 모습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그는 곧바로 영광의 장갑을 착용했다.
이어서 주변을 둘러본다.
나무줄기가 가득한 바닥에는 트롤들과 등반자들의 피로 물들어 있다.
준석은 바닥에 깔려 있는 시신들을 지나, 저 멀리 벽에 기대 있는 안수찬에게 다가갔다.
뒤처질 줄 알았던 안수찬은 의외로 주안나와 함께 잘 따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회귀 전에 이름을 떨쳤던 이들답게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준석이 손을 뻗자 그는 씨익 웃으며 손을 맞잡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하아~ 정말. 못 당하겠네. 못 당하겠어.”
이번에도 그에게 패배한 안수찬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미션에서 그의 기여도는 19퍼센트.
엄청나게 차이가 났던 처음보다는 그 격차를 메운 셈이었다.
잠시 후, 그들의 곁으로 주안나가 걸어왔다.
그녀는 얼굴에 상처가 있긴 했지만 신경 쓸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주안나는 준석을 잠시 흘겨보더니 한기를 풀풀 풍겨 댔다.
4층에서의 일 이후로 더 나아진 것 없이 서로 냉전 상태를 유지 중이었다.
그러더니 그녀가 안수찬을 보며 입을 뗐다.
“포탈 열렸어. 올라갈 수 있는 계단도.”
“어. 이번엔 포탈 타고 바로 올라가자. 내가 상태가 이래서.”
안수찬은 살이 움푹 파인 옆구리를 가리켰다.
“준석 씨는 어디로 갈 겁니까?”
“포탈로 갈 겁니다.”
“그럼 같이 가면 되겠네요.”
준석은 다음 층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기에 고개를 저었다.
“수찬 씨는 계단으로 갈 겁니다.”
“예?”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어……? 음…….”
안수찬은 허공에 무언가를 보더니,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견을 바꾸었다.
“안나야, 계단으로 가자.”
주안나가 인상을 찡그린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포탈로 가자며.”
“아, 그게…… 나도 이게 참 난감한 게. 갑자기 나랑 계약을 맺은 신이 그리하라는데. 그래야 도움이 된다고. 물론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의 상황은 안 봐도 훤했다.
계약을 맺은 신좌가 무조건 계단을 타라고 메시지를 엄청나게 날려 대고 있을 터.
‘그럴 수밖에 없겠지.’
다음 층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우스의 영역과 토르의 영역.
포탈로 가느냐 아님 계단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가는 영역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했다.
준석은 포탈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준석 씨! 잠시만!”
주안나와 급하게 대화를 끝마친 안수찬이 뒤에서 뛰어왔다.
그리고 물었다.
“제가 계단으로 갈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저 감입니다.”
“감이라고요?”
“네.”
“그게 무슨…….”
황당해하는 그를 보며 준석은 씩 웃었다.
“왠지 그럴 거 같을 때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겁니다. 그런 거.”
“……그런 것치고는 꽤 확신하는 표정이었는데.”
안수찬이 고개를 갸웃하는 동안 준석은 어느덧 포탈의 코앞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러며 그는 잠시 뒤로 돌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음 층에서는 아마 대립하는 관계로 만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일시적인 상황이 그리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나름 재밌을 수도.’
“준석 씨! 잠깐만!”
뒤에서 안수찬이 불러 세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준석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궁금해하는 것은 제대로 답해 줄 수 없으니 말이다.
잠깐 동안 보이지 않았던 시야가 다시 되돌아온다.
11층에 다다르자마자 들이닥치는 후끈한 열기.
콰르르릉!
격한 환영 인사로 하늘의 번개가 내려쳤다.
그대로 정면을 내다본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한가운데 길게 이어진 산등성이가 보였다.
뒤로는 구름이 있는 곳까지 치솟은 산꼭대기가 배경을 채웠다.
저것이 11층에 있는 3대 거산 중에 하나.
크록 마운틴.
동시에 제우스의 영역이기도 했다.
그때 흥미로운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당신을 관심 있게 바라봅니다.]
신약을 맺은 이후로 그에게 단 한마디도 없던 하데스가 말을 걸어왔다.
준석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하데스에게 있어 제우스는 그 존재만으로 역린을 건들이는 존재.
자신이 그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리라.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제우스의 영역을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여기서 얻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들려야 할 목적지 중에는 제우스와 토르의 영역을 벗어난 아셔 마운틴도 있다.
두 영역에서 모두 그곳을 갈 수 있지만, 지역적 환경을 생각해 보면 제우스의 영역이 훨씬 더 용이했다.
웅성웅성.
등반자들이 하나둘씩 포탈을 타고 넘어오기 시작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황을 파악해 나가는 그들.
주변을 살피던 준석은 곧 11층의 미션을 확인했다.
[11층 클리어 조건이 생성됩니다.]
[최대한 눈에 띄십시오.]
[눈에 띄는 정도에 따라 등급이 책정됩니다.]
[시간제한은 랜덤입니다.]
이번엔 미션도 시간제한도 아주 제멋대로였다.
“뭐야…… 최대한 눈에 띄라니. 뭐 이딴 미션이 다 있어!”
“시간제한도 랜덤이라는데? 그럼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미션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혼란도 잠시.
주관적으로 뜻을 해석한 등반자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그는 머리를 밀은 남자였다.
마법으로 빛을 생성하더니 그것을 자기 머리에 비춘다.
그러곤.
“나는 빡빡이다! 대머리 빡빡이!”
빡빡이를 목 놓아 부르던 그가 이내 희열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 신이시여! 받았다! 받았다고! 등급! D등급이야! 대박! 설마설마했는데.”
그 얘기를 들은 등반자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에! 누가 내 친구 좀 줘어어! 시바아아알! 외롭다고!”
“니코내코니! 아나타노 하토니 니코내코니! 니 코도 내 코! 내 코도 니 코!”
어째 예상한 것을 하나도 빗나가질 않는다.
‘이지나 하드나.’
여기저기 미친놈들투성이다.
아무렴 미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니 이해는 된다만.
등급을 받으려고 꼭 저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어질어질하네.’
준석은 더 듣고 있기가 힘들어 곧장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몇십 보 앞으로 나아가니 갓 올라온 등반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서 있는 자들은 회귀 전과 다른 자들이었지만 이전에 본 것처럼 그들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낯이 익었다.
‘쉼터에서 온 이들이겠지.’
대다수는 노출이 심한 복장을 입은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양어깨에 끼고 있는 몇 명의 남자들.
그중 몇 명은 제우스의 계약자들일 터.
저들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같은 신좌의 소속 인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
새로 올라온 그들을 포섭하고 만약 제의를 거절하면 어떻게든 이곳에 소속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하나, 다른 신좌와 계약을 맺은 등반자의 경우에는 다르다.
그들은 같은 신좌의 소속이 아니면 배척해 버리려는 성향이 강했다.
그러니 하데스와 신약을 맺은 준석 또한 그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 없었다.
되레 똥물이 튀지 않으면 다행이지.
준석은 그들이 막고 있는 곳을 피해 원하는 목적지로 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다른 층이면 몰라도 이곳에서는 최대한 튀는 게 좋으니까.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다칼이 먼저 으르렁거렸다.
-녀석들 몸에서 탄내가 진동을 하는군.
남자 한 명이 준석에게 다가선다.
“에에, 이봐. 잠깐만 멈춰 봐.”
대뜸 손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더니 강제로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방금 올라온 신입이라 모르는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는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어. 제우스님의 영역이거든. 우리는 그 제우스님의 계약자들이고. 알아들어?”
오만함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그런지 반말은 패시브였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라니. 하~ 이 새끼 귓구멍이 막혔네. 그러니까, 이곳을 지나가려면 우리들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거지. 물론 그쪽도 제우스님의 계약자라면 마음대로 출입해도 상관없겠지만.”
그는 바로 본 목적을 물었다.
“어때. 계약을 맺은 신좌는 있어?”
대답하기 전에 준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데스가 아까 전부터 그에게 계속 메시지를 날려 왔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녀석들을 처단하라 말합니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녀석들을 처단하면 자신의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합니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자신과의 약속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
…….
시야가 어지럽다.
그것이 그의 신경을 긁었다.
참다못한 그는 소리쳤다.
“좀 닥쳐 봐! 이 영감탱이야!”
“뭐……?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냐?”
“아니, 너 말고. 다른 영감탱이. 그보다 계약을 맺은 신좌가 있냐고? 있지.”
“누구?”
“죽음. 이 새끼야!”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
퍽!
“커억!”
상대는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나가떨어졌다.
“야! 저 새끼 족쳐!”
다른 놈이 소리치자 가만히 있던 녀석들이 움직였다.
준석은 주먹을 거둬들이며 곧장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다크딥트리.
순식간에 땅에 내려앉은 어둠의 뿌리가 커다란 나무로 변했다.
“꺄아악!”
“아응!”
나무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줄기가 단숨에 녀석들을 속박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하아앙!”
다칼이 뿜어낸 어둠이 그들의 몸을 에워쌌다.
“크윽! 왜 이리 질겨!”
몇몇이 힘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저 무기력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은 꽤 볼만한 광경이었다.
“야! 이거 안 풀어! 내 신좌가 누군지 알아! 제우스님이시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야! 야 이 새끼야!”
주먹을 맞고 나가떨어졌던 남자가 묶여 있는 채로 입을 떠들어 댔다.
준석은 그런 그에게 다가갔다.
“뒷감당? 너나 감당할 수 있겠어? 이런 속박 하나 벗어나지도 못하는 병신이 입만 살아 있기는.”
“뭣, 뭐라고!?”
“제우스의 계약자들은 하나같이 여자나 밝히는 좀생이에 나약해 빠진 거머리들뿐이군.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딱 그 꼴이네.”
쿠구구궁……!
그때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이런 미친 새끼가! 말 다했어!? 이것만 풀리면 아주 그 주둥이를 찢어 버릴 라니까. 딱 기다려!”
“어이고. 무서워라. 입으로 침만 튀는 게 너희들만의 비전인가 보지? 아~ 통하긴 통했네. 침 냄새가 아주 씹…….”
일부러 오만상을 찌푸린 그는 말을 이었다.
“그게 비전이니 다른 놈들 입 냄새는 안 맡아 봐도 알겠어. 몸에서 고기 썩은 냄새도 나지만 풍기 문란한 냄새도 아주…… 초장부터 이러면 다른 거야 안 봐도 뻔하지. 하여간. 무게 좀 잡길래 뭐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퉤!”
고기 썩은 냄새와 풍기 문란한 냄새.
그것은 눈앞의 남자를 지칭하기보다 다른 자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데스가 제우스를 욕할 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지.’
콰르르릉! 쿠궁!
“뭐!? 고기 썩은 냄새? 풍기 문란한 냄새? 너 일로 와! 시발! 너 일로 와아아! ……으읍! 으읍!”
다칼이 타이밍 좋게 입을 막았다.
준석은 어느새 바닥으로 내려온 다칼에게 말했다.
“마무리해.”
그 말에 앞으로 나선 다칼이 한쪽 눈을 크게 치켜떴다.
번뜩이는 눈빛.
제우스의 계약자들이 돌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벌레는 벌레답게 거기서 편히 쉬라고.”
어둠을 떼고 겨우 입을 연 남자가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제우스님!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제우스니이임!”
그 순간.
번쩍! 콰가가가가강!
엄청난 낙뢰가 아래로 떨어졌다.
위를 올려다본 준석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수아아악-!
준비해 두었다는 듯 그의 손끝에는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둠은 내리친 번개를 모조리 흡수했다.
이후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주위가 고요해진다.
준석은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며 마치 누군가를 비웃듯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천공의 주인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당신에게 함부로 나대지 말라 경고합니다!]
제우스의 화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준석이 관심 있는 것은 제우스의 반응이 아니었다.
수많은 등반자들이 이곳에서의 미션을 보고 착각들 하곤 한다.
신좌들에게 최대한 많은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하지만 진정 관심을 끌어야 할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콰과가가강!
다시 한번 내리치는 낙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였다.
그라고 할지라도 절대로 막지 못할 공격!
하나 도중에 공격을 막아 내는 보호막이 생겨났다.
지이이잉!
엄청난 자기장이 낙뢰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나타나셨군.’
[탑이 개입합니다.]
[탑의 등장에 천공의 주인이 일시적으로 뒤로 물러납니다.]
[이목을 끌었습니다.]
[등급이 책정됩니다.]
[등급: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