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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47화 (47/230)

회귀한 탑 등반자 47화

47화 추방자들 (2)

준석은 보상으로 받은 천리안 와드를 내려다보았다.

인형 안에 인형, 마트료시카를 닮은 외형이 기본의 형태였다.

몸체 가운데는 살아 있는 매의 눈동자가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양측에 붙어 있는 하얀 날개는 금방이라도 날갯짓을 할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그는 아이템에 관한 정보를 열어 보기 전에 스니어들의 울음소리를 고개를 들었다.

“까악! 까악! 까악!”

공중을 맴돌기 시작하는 녀석들.

[멜트스니어가 죽으며 스니어들 사이에 큰 혼란이 벌어집니다!]

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

세력 다툼.

새로운 황제를 선출하기 위해서 자기들만의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당분간 도시에 저들이 쳐들어올 일은 없으리라.

그렇다고 자신들의 황제를 죽인 준석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되갚아 주는 성질을 강한 녀석들이기에 언제고 그를 공격하기 위해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 녀석들을 일일이 상대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준석은 멜트스니어의 시체에서 파란 깃털만 회수한 후 곧바로 다크스윔을 사용해 협곡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그는 미세한 냄새라도 털어 내기 위해 숲의 잔가지들을 이용해 냄새를 없앴다.

“너도 냄새 지워.”

“크하라앙.”

다칼까지 냄새를 지우곤 준석은 아이템 정보를 마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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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와드

내용: 하나의 눈으로 천리 밖을 내다본다는 매의 눈동자가 각인되어 있는 목제 인형이다.

효과: 마나 각인자가 원하는 특정 목표를 추적할 수 있다. 최대거리는 천 리 안으로 한정한다.

사용가능횟수: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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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이름만 보았을 땐 천 리 안으로 모든 시야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기능의 제한이 있었다.

특정 목표만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아이템임은 틀림없었다.

어떤 물건이나 혹은 어떤 건물 아님 어떤 위치. 어떤 인물을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흡족한 얼굴을 내 보인 그가 와드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도시로 발걸음을 돌린다.

“쿠하항~.”

-지금쯤이면 싸움도 결판났겠지?

“무슨 결판? 아~ 성주의 병사들이랑 추방자들을 말하는 건가.”

-내가 보기엔 추방자들이 유리해 보이던데.

준석은 다칼에게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물었다.

-추방자들 중에 한 녀석에게 느껴지는 기감이 약간 튀더군.

“오웬.”

-그 녀석이 오웬인가.

“네가 그런 느낌을 받을 인간은 그놈밖에 없지. 아마 너의 예상이 맞을 거야.”

성주 윌튼에게 미리 귀띔을 해 주었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투능력.

윌튼이 준비를 잘했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회귀 전과 똑같이 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분명 달라진 점은 존재했다.

류주한.

그가 이번의 변수로 작용하리라.

‘그가 움직였다면 인포메 길드도 대비를 하겠지.’

그렇게 되면 오웬도 쉽사리 도시를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석은 싸움의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결과는 나와 있었다.

‘윌튼의 패배군.’

시체들 틈 속에 윌튼이 쓰러져 있었다.

준석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직 살아 있다.’

미미하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치료를 받으면 살 가능성도 보였다.

‘살릴까.’

성주를 살려 놓으면 여러모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는 5층의 성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최고 부자이기도 하니까.

준석은 다칼의 어둠을 이용해 그의 출혈을 막고 윈드퍼드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 발자국의 흔적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바로 도시로 갔군. 서둘러야겠어.”

* * *

다친 어깨를 부여잡은 유희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에 벌어졌던 상처가 싸우며 더 벌어져 버렸다.

계속해서 상처에 힐을 걸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창에 상처 치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거야.’

“커헉! ……쿨럭.”

같이 합세에 나섰던 하성태 또한 어느새 피범벅이 되어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편 둘을 상대하고 있는 오웬은 왼쪽 옆구리에 난 상처를 제외하곤 멀쩡했다.

그나마 옆구리에 상처라도 낸 것이 여태 둘의 목숨을 지켜 준 셈이었다.

하지만 그 운마저도 이제 불씨가 꺼져 가고 있었다.

“허헉. 허헉…….”

유희와 하성태, 둘 다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강제로 따라가려고 하니 금세 체력이 떨어져 생긴 일이었다.

겨우 숨을 고른 하성태가 유희를 힐끗 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죠? 유희 씨? 그냥 지금이라도 도망칠까요? 여기서 개죽음당할 순 없잖아요.”

“끅.”

유희는 어렵사리 입을 뗐다.

“저도 현실적으로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괜히 대책 없이 도망만 가 봐야 금방 따라잡히면 의미 없어요. 어떻게든 상황을 만들어 보죠.”

둘이 도망갈 궁리를 하는 동안 오웬이 접근을 해 왔다.

태앵!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 낸 유희가 오웬을 노려본다.

스으윽- 스으윽-

힘에서 밀리니 점차 뒤로 밀려나는 그녀.

오웬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잔챙이들을 데리고 너무 시간을 많이 뺐군. 힘을 비축해 두려고 했는데. 그냥 죽여 주마.”

순간 오웬의 기세가 바뀌었다.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녀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희 씨! 뒤에!”

하성태의 외침을 들은 그녀가 바로 뒤로 돌았다.

푹!

“끄억……!”

차가운 창날 끝이 그녀의 우측 가슴을 찔렀다.

이어서 오웬이 하성태에게 달려간다.

“으어억!”

하성태 역시 대응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아랫배를 찔렸다.

오웬은 무릎을 꿇은 둘을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게 네놈들의 위치다.”

이만 둘의 목숨을 끊어 놓으려는 순간.

“저기 있다!”

한 남자의 외침에 다수의 사람들이 그 자리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오웬을 둘러쌌다.

“쥐새끼 두 마리를 처리하려니, 이젠 아예 떼거리로 나타나 덤벼드는구나.”

오웬은 그들이 입은 복장을 보고 말했다.

“그런데 인포메 녀석들. 지금쯤 내부 문제로 바빠야 할 텐데. 흠~ 이상하군.”

이내 인포메를 대표하는 인물이 앞을 나섰다.

“네놈이 뭘 계획했든 그 계획은 일어나지 않아. 움직임이 수상한 놈들은 모두 가두라고 지시를 내렸거든. 물론 사전에 막지 못한 인원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부 정리한 상태고.”

“오호~ 미리 대비를 한 건가. 도시를 치기로 결정한 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는데 바로 대응을 하다니. 이쪽에도 스파이가 있는 건가…… 크하하! 뭐. 그렇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겠지만.”

류주한, 그가 오웬을 노려본다.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길 바랐는데. 결국엔 그가 진 건가…….”

혼잣말을 마친 류주한은 이내 길드원들에게 거침없이 상대를 처단하라는 뜻의 제스처를 보냈다.

십여 명이 넘는 인원이 오웬을 노렸다.

그리고 류주한 또한 그 싸움에 끼어들었다.

도시에서 그래도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성주가 당한 만큼, 결코 얕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을 상대하는 오웬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는 제자리서 한 바퀴 회전하며 창을 휘둘렀다.

푸하아아악-!

강한 풍압이 발생해 오웬에게 날아들던 모든 공격이 튕겨져 나갔다.

상대의 빈틈을 만들어 낸 그는 정확히 타깃들을 노려보며 허공에 창을 내질렀다.

푸앙!

“커억!”

창끝에서 쏘아진 빛의 탄환이 타깃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푸앙! 푸앙! 푸앙!

그는 연달아 다른 타깃들을 노리며 차례대로 쓰러뜨려 나갔다.

“흐아아아!”

류주한은 그의 연격을 막아 내기 위해 하얀 광빛을 뿜어내는 검을 들고 접근을 시도한다.

채앵!

둘의 첫 격돌이 이뤄졌다.

챙! 채채채챙!

누구 하나 밀리지 않는 팽팽함!

그 사이.

“크윽…….”

크게 상처를 입은 유희는 가슴에 손을 대며 힐을 사용했다.

하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힐 마법으로는 치유가 어려워 보였다.

애초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으로는 이런 중상을 완벽히 치유할 수 없었다.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돼…….’

이럴 때 준석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그에게 기대고 있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지금 그녀 주위에는 그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래. 이건 내가 선택한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야. 어떻게든 해야 돼.’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유희는 검으로 겨우 몸을 지탱했다.

곁에 있는 하성태를 쳐다봤다.

“쿨럭! 하아~ 하아~.”

그는 자신보다 상처가 훨씬 더 심각했는데,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

그녀는 하성태를 부축하며 말했다.

“호텔에 가면…… 끅.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러며 그를 이끌고 호텔 쪽으로 이동했다.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하성태가 자신을 부촉한 유희를 올려다봤다.

“준석이 형님한테도, 유희 씨한테도, 쿠허억! 괜히 짐만 되는 것 같네요.”

“말하지 마요!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매번 민폐만 돼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러곤 의식을 잃어버린 그.

분명 뱀파이어는 회복력이 강하다고 했는데, 대체 어떤 것 때문인지 그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 왔다!”

호텔 로비에 들어선 그녀는 크게 소리쳤다.

“누가 좀 도와줘요!”

다행히 호텔에는 침입자들이 들이닥치지 않은 상태였다.

곧 직원 두 명이 뛰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이 사람 좀 치료해 주세요! 빨리! 어떤 독 같은 거에 당했는지 전혀 치유가 안 돼요!”

직원 한 명이 다급히 말했다.

“어서 치유사분을 불러!”

그러곤 유희를 걱정스러운 기색을 바라본다.

“손님도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데…… 괜찮으십니까?”

“저언…….”

그제야 다시 자신의 상태를 자각한 유희는 힘줄이 끊어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손님!”

그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진작에 한계가 왔었던 것인지 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졸려.’

최대한 정신이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의식은 점차 흐릿해져 갔다.

‘아직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바람에 날아가는 한 줌의 재처럼, 그녀의 의식이 떠나가려는 순간.

위이이잉!

그녀의 머리끈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파란 머리끈은 유희가 계약을 맺은 신좌, 시니엘과 이어 주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끈에 각인된 스킬의 일부를 습득합니다.]

[기사회생(Lv1)을 배웠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며 멀어져 가던 정신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오른쪽 가슴에 난 상처도 더 이상의 출혈은 멈춘 상태.

하지만 마저 치료가 필요했다.

금방 정신을 되찾은 유희는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해나갔다.

‘뭐지? 기사회생……?’

우연히 얻어 낸 스킬, 그것이 그녀를 살렸다.

그러나 기사회생 스킬이 무적 스킬은 아닌지 그녀는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힘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신성력도 전부 바닥이 나 버렸다.

곧 호텔의 치유사가 엘리베이터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온다.

유희는 자신보다 심각한 하성태를 가리켰다.

“저 남자 먼저 봐 주세요.”

그녀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죽지 않을 정도면 충분히 참아 낼 수 있었다.

“크흐으…….”

그래도 쓰라린 가슴을 손에 움켜쥐는 그녀.

애써 고통을 잊어 보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한쪽 벽에 기댄 유희는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길 기다리는데.

“김유희.”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찬찬히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린 유희는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기쁨과 안도감. 반가움의 감정이 한데 어우러졌다.

유희는 목소리의 주인인 그를 보고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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