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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43화 (43/230)

회귀한 탑 등반자 43화

43화 경매장

가느다란 줄기 끝에 자란 파랗고 보란 잎.

마초가 틀림없었다.

‘여기선 얻기 어려운 약초야.’

필시 위층에서 얻어 낸 것일 터.

잎의 크기를 보니 땅에서 자란 기간도 꽤 길었다.

‘한 40~50년쯤 된 놈이다.’

나는 자세한 확인을 위해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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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묵은 마초

영구 효과: 마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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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 정도 선물이면 사과를 받아 줘도 되지 않을까.

나는 직원에게 말했다.

“사장님께 말을 좀 전달해 주십시오.”

“예. 어떤 말을 전달해 드릴까요?”

“선물은 잘 받았다고. 그리고 오웬을 조심하라고 말해 주십시오.”

“예.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전 물러가 보겠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직원이 물러난 뒤, 나는 마초를 집어삼켰다.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강렬한 쓴맛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아으. 써.”

무슨 사약보다 더한 것을 씹어 삼킨 기분이다.

그래도 몸속에 새로이 자리 잡은 마나가 느껴지는 것이 쓴내를 잠시라도 잊게 만들어 주었다.

“캬후릉~.”

-동행자여, 설마 그쪽에서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던 건가?

나는 다칼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용권까지는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뜻밖의 선물까지 받을 줄이야.”

-멀어지려고 할수록 가까워진다니. 결국 일석이조로 끝난 셈이군.

“근데 이런 선물을 보낸 걸 보면 어지간히 똥줄이 탔나 본데?”

아마 오웬이라는 이름을 듣고 나면 재빠르게 행동에 나설 터다.

오웬은 윌튼의 오랜 친우.

윌튼의 자리가 탐났던 오웬이 친구의 뒤통수를 치는 흔한 탐욕의 결과였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한 것 같지만.

아무튼. 친구가 그런 계략을 꾸미고 있을 줄 꿈에도 모르고 있던 윌튼이 그 이름을 들었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궁금했다.

“지나 보면 알게 되겠지.”

지금은 눈앞에 주어진 행복이나 즐기도록 하자.

“찜질하는 건 진짜 간만이네.”

* * *

윌튼은 사무실 책상에 한 손을 톡톡 두들기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준석…… 이준석…….”

윌튼은 그를 마주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가 인포메에서 찾고 있는 최고의 루키라는 걸.

하드 튜토리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알려진 남자.

그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은 하나같이 얻기 어려운 것들뿐이었다.

그러나 윌튼이 놀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5층에 갓 올라온 등반자가 알지 말아야 할 정보들을 가지고 있고, 탑의 제약을 받았다고는 하나 자신이 만들어 낸 보호막 결계를 단숨에 부숴 버렸다.

십수 년간, 수많은 루키를 봐 온 그이지만 이렇게 규격 외로 느껴지는 신입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단 말이지.”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그런 중요한 정보들을 얻어 낼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들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현재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숲을 조사해 본 결과, 그가 말한 대로 추방자들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들 뒤에 있는 배후였다.

“분명 그건 잘못된 정보일 거다. 오웬이 그럴 리가 없지.”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편엔 불안감이 자리 잡았다.

똑똑.

“들어와.”

이내 수하에게 보고를 받은 윌튼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급하게 인원을 꾸려 2차 조사를 해 본 결과.

오웬의 모습을 직접 발견하진 못했지만 추방자들이 행동하는 움직임이나 수법에서 그의 흔적이 여럿 발견되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하아~.”

크게 한숨을 내쉰 그가 고뇌를 했다.

하나뿐인 친우가 자신을 배신했다.

“대체 왜.”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다.

그러나 이렇게 책상에만 앉아 있어서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덜컥!

결단을 내린 윌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일, 정예로 병력을 꾸려 숲으로 간다.”

* * *

이튿날 오후.

준석은 경매장에 가기 위해 시간에 맞춰서 방을 나왔다.

그리고 다른 객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쾅쾅!

“김유희!”

잠시 후.

“하암~.”

유희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나온다.

“아. 졸려 죽겠네.”

“어이구. 아주 다 죽어 가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새벽부터 오전까지 도시에 스니어 떼들이 들이닥쳐 제대로 잘 시간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게 오지랖 부리지 말고 적당히 잡다 그냥 잠이나 더 자지.”

“후~ 그게 말처럼 쉽게 되나.”

유희는 스니어 떼를 굳이 잡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미션은 클리어 조건을 갖춘 상태이고, 그냥 조금의 기여도를 더 챙겨서 순위권을 높여 보려는 것이다.

그럼 그냥 도시에서 전투가 아닌 생존만 해도 기여도를 챙길 수가 있었다.

물론 미션에 나오지 않는 걸로 기여도를 챙길 방법이 있긴 하지만, 최소한 그 방법이 단순 스니어를 많이 잡는다고 해서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희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옮기며 말했다.

“나도 그게 됐으면 네가 말한 대로 했지.”

“그보다 뭘 살지는 생각해 본 거야?”

유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무기나 방어구. 장신구를 맞추기보단 스킬 얻을 수 있는 책을 사려고.”

“스킬? 괜찮지. 근데 내가 보기엔 장갑이랑 신발도 하나 사야 될 거 같은데.”

“장갑은 왠지 쓰면 불편할 것 같고. 신발은 쓸 만한 게 있음 사야겠다.”

“그래. 그리고 이거. 미리 챙겨 둬.”

준석은 어제 받아 둔 VIP이용권 하나를 건넸다.

그러자 유희가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 근데 뭔가 받기만 하네. 나도 뭐라도 챙겨 줘야 하는데. 포인트라도 좀 줄까?”

“됐네요. 그냥 나중에 밥이나 쏴.”

호텔을 나온 후 그들이 향한 곳은 에도리카스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오펜스 경매장.

그 주변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며 모여 있었다.

“와~ 사람 많네.”

“일주일에 한번 진행하는 경매니까. 들어가자.”

콜로세움 건물을 닮은 경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출입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이용권을 확인했다.

이용권을 건넨 준석은 곧바로 직원의 안내를 받아 VIP들만 이용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가 진행될 특별한 무대가 보인다.

준석은 그 무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착석했다.

이어서 옆에 유희도 착석한다.

유희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궁금한 걸 준석에게 물어봤다.

“앞서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은데. 다 어디로 간 거야?”

“내가 설명 안 했나? 여긴 VIP들만 이용하는 곳이야. 그런 만큼 경매에 나오는 물건도 귀하고 특별하지. 네가 말한 사람들은 다른 장소에 있어.”

“그러니까. 네 말은 경매 장소가 두 개로 나뉜다는 거네?”

“그렇지. 혹시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는 경매가 궁금하면 있다가 가 봐도 돼. 우선 이곳부터 경매가 진행되고 순차적으로 다른 장소에서 진행이 되거든.”

경매로 나오는 아이템들의 차이는 극명하지만 두 개의 장소 중에 준석이 굳이 이곳을 고집한 이유가 있었다.

톱날검의 판매를 지켜보려 것도 있지만 그것은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은 얻고자 하는 마법책이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 의자. 엄청 푹신푹신하고 좋다.”

준석은 유희가 들떠 있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크르응. 하아아암~.”

-동행자여, 난 경매가 끝날 때까지 자고 있겠다.

반면 다칼은 경매에 흥미가 없는 듯 금세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어? 시작한다!”

유희의 목소리에 준석은 고개를 돌렸다.

시간에 딱 맞춰왔는지 무대 위로 진행자가 올라왔다.

진행자가 소개한 물품은 총 오십 여 개.

그중엔 준석이 어제 등록을 마친 아리아의 톱날검도 있었다.

“딱 중간 순번이군.”

첫 스타트는 장신구였다.

분명히 좋은 옵션을 가지고 있긴 했으나 그에겐 별로 필요 없는 물품이었다.

이후에 나오는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와~ 대박!”

유희는 매번 물품이 소개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지만 준석의 입장에선 딱히 흥미도 없고 지루한 릴레이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그가 눈을 빛내는 순간이 있었다.

“이번에 소개드릴 것은 아리아의 톱날검입니다! 튜토리얼 층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매우 희귀한 무기이죠!”

해당 물품이 공개된 순간 주변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 검의 가장 큰 특징은 기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말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이템 옵션을 공개하겠습니다!”

무대 뒤, 마법 스크린에 옵션이 공개되었다.

“자~ 보다시피 조건부 효과가 3개나 됩니다! 보통은 1개에서 2개인데! 무려 3개! 분명히 흥미로워하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시작가는 1만 포인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가 호명되자마자 대략 스무 명이 번호표를 들었다.

“3번분! 10만 포인트를 들었습니다! 오~ 14번분! 12만 포인트! 33번분이 다시 한번 손을 듭니다! 무려 14만……!”

그렇게 시작된 경쟁은 10만을 넘어서 금세 30만까지 치솟았다.

“3번분이 다시 한번 손을 듭니다! 31만! 더 부르실 분 없나요!? 31만! 31만! 31만! 네에~ 31만 확정!”

땅땅!

진행자가 망치로 끝마무리를 지으며 최종적으로 아리아의 톱날검은 31만 포인트에 팔려 나갔다.

준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미 10만 포인트를 넘어선 순간부터 만족스러운 수치였기에 최종으로 낙찰받은 31만 포인트는 대만족 수준이었다.

‘근데 내 물건을 누가 산 거지?’

뒤늦게 3번 번호표를 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자리를 뜨고 없었다.

‘뭐, 지나가다 언젠가는 보겠지.’

그에게 다시금 지루한 시간이 찾아왔다.

도중에 유희가 광역 검술 스킬과 그리고 힐과 연관된 마법책을 구매한 것을 제외하곤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하나, 경매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품이 드디어 공개가 됐다.

마법책 루트딥트리.

다르게 표현해서 뿌리 깊은 나무라고도 불렀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물품은 루트딥트리 마법책입니다! 이것은 매우 희귀하고 얻기 힘든 마법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광역으로 속박을 걸 수 있는 마법입니다. 마법으로 뽑아낸 나무줄기는 물리. 마법에 대한 일부 내성을 지니고 있어 끊어 내기 어렵기로도 유명하죠!”

진행자가 설명한 것과 같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능이 뛰어났다.

그러나 루트딥트리의 진면모는 속성을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모습이 드러난다.

‘아무도 모르겠지. 속성을 부여해 트리를 소환하고 그 나무 곁에 지속해서 있으면 관련 속성의 친화력과 지배력이 오른다는 걸.’

스킬을 지속해 친화력과 지배력을 동시에 올린다는 건 거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저 마법을 통해서는 가능했다.

“시작가는 5천 포인트부터 시작합니다!”

준석은 망설일 것 없이 번호표를 들어 가격을 호명했다.

“46만 포인트.”

이미 최고가를 알고 있기에 부를 수 있는 가격.

순간 정적이 흘렀다.

“4, 46만 포인트 나왔습니다!”

진행자의 목소리에 더불어 번호표를 들려던 이들이 손을 내렸다.

그것으로 이미 마법책의 주인은 결정이 난 셈이었다.

* * *

나는 경매장에서 사들인 마법책을 내려다봤다.

마법책 한 권 가격치고는 매우 비싼 돈을 치르긴 했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가치를 하는 책이니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그리고 톱날검을 팔고 받은 포인트를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사용한 포인트는 15만 포인트.

“이준석!”

낙찰한 경매 물품을 수령하고 나온 유희가 손을 흔들며 뛰쳐나왔다.

유희는 일반 경매까지 참여해 내가 조언했던 신발까지 사들였다.

그녀는 산 물건들이 마음에 드는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크하아암~.”

-이제야 끝난 건가?

한숨을 자고 일어난 다칼이 입을 찢어지게 벌리며 내게 물어 왔다.

“그래. 그러니까 그만 늘어지고 슬슬 일어나.”

이내 가까이 다가온 유희가 내 등을 손으로 툭! 친다.

“오래 기다렸어?”

“한 백 년은 기다린 것 같네.”

“뭐어……? 근데 왜 안 죽고 살아 있대?”

유희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날 바라본다.

“장난이야, 임마. 그보다 산 것들은 마음에 드나 봐?”

“어! 덕분에 원하는 것도 살 수 있었어.”

신발사라고 빌려준 10만 포인트를 말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건물을 빠져나오니 어느덧 해는 저물어 있었다.

컴컴한 밤 아래 불빛이 가득한 도시 풍경이 보였다.

“야, 밥이나 먹으러 갈래?”

슬슬 저녁밥을 먹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철컥! 철컥! 철컥!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경비병들이 눈앞을 지나쳤다.

그것도 한둘이 아닌 수십 명에 이르는 병사가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긴 도시 밖 숲으로 향하는 길일 텐데.’

아무래도 윌튼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

“유희야, 밥은 혼자 먹어라.”

“응? 뭐, 마저 해야 할 일이라도 있어?”

나는 저 멀리 도시 밖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없었는데, 지금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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