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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41화 (41/230)

회귀한 탑 등반자 41화

41화 제작 의뢰

“꾸아악!”

저택의 입구를 가릴 정도로 큼지막한 크기를 가진 두꺼비는 자그만 뱁새 같은 눈으로 날 내려다본다.

“케엥?”

-이런 곳에 웬 두꺼비지?

다칼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자기만의 결론을 내려 버렸다.

-덩치를 보아하니 저택의 주인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저택 주인의 따가리 정도인가. 아무리 시대가 흘렀다고는 하나, 두꺼비가 집지키는 건 처음 보는군.

딱히 틀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녀석은 대장간의 주인이 키우는 두꺼비 디렉.

혓바닥에 독이 있는 것이 특징인 놈이었다.

나는 어깨에 앉은 다칼을 손에 쥐고 디렉을 바라봤다.

“크하아?”

-네 녀석 또 날 던지려는 건 아니겠지?

“아직 말도 안 했는데. 감이 좋잖아?”

기다렸다는 듯이 다칼을 냅다 던졌다.

“캬하아아아-!”

-이노오옴!

그러자 바로 디렉에게서 반응이 왔다.

츄릅!

입 안에 숨겨져 있던 기다란 혀가 뻗어 나와 다칼의 몸을 낚아챈다.

“캬하아앙!”

-내 가만두지 않겠……!

나는 절규 어린 외침을 뒤로한 채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밖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훅! 하고 덮쳐 왔다.

높은 온도가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숨을 쉬기 어려워할 정도의 열이 느껴졌다.

나는 각종 가구물품들에서 시선을 떼고 인기척이 있는 곳을 돌아봤다.

깡! 깡! 깡!

밖에서부터 들려왔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깨끗한 타격음과 일정한 박자감.

왠지 듣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깡!

이내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곧 가려진 벽 사이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그만 키에 근육은 과하게 드러난 몸을 지닌 그가 날 올려다본다.

“여긴 일부 사람 말고는 알지 못하는 곳인데. 어찌 알고 왔지?”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회귀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니까.

“뭐 그냥 운이 좋아 찾아냈습니다.”

“운이 좋긴. 개뿔! 칫! 또 인포메인가 뭔가 하는 길드에서 대가를 받고 팔았겠지. 그래서 무슨 볼일이요?”

“당연히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그가 바로 손사래를 쳤다.

“의뢰라면 안 받아. 밀린 일이 상당하거든. 물건 만들고 싶거든 며칠 뒤에 다시 오슈.”

그 말이 헛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작업장에는 온갖 재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가 바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온 상태였다.

“마도사가 쓸 만한 무기랑 방어구를 이틀 안에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봐! 내 말 못 들었어!? 밀린 일이 많다고!”

나는 말을 잇는 대신 아공간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아니. 그것은……!”

천황금을 드러내자 그의 눈빛이 단박에 바뀌었다.

마치 물건에 홀린 사람처럼 천천히 두 팔을 내뻗는다.

나는 천황금이 그의 손에 닿기 직전에 일부러 뒤로 뺐다.

“쩝…….”

그러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가 입맛을 다신다.

“이걸 이용해 방어구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이것도.”

이어서 고대골렘 마나핵을 보여 주자 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자네……! 이것들을 대체 어디서 구한 겐가!?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것들을 나한테 맡기겠다고?”

“네. 대신 다른 것들보다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물론 보수도 섭섭지 않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눈앞에 있는 재료들을 직접 다룬다는 건 대장장이에게 있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만큼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기도 했다.

“크흠. 근데 이런 귀한 물건을 가졌으면 나 말고도 맡길 놈은 많을 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연유를 물어도 되나?”

나는 말 대신 속으로만 속삭였다.

‘그야. 당신이 오르테 신좌와 계약을 맺은 인간이니까.’

5층의 거주민 페일러.

탑 저층부에서 태어나 탑을 오를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좌에게 관심을 받는 인간.

그만큼 그쪽의 대한 재능이 크다는 반증이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으니 그쪽만큼 실력 좋은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아닙니까?”

“커흠! 맞는 말이지. 내 실력은 성주님한테도 인정받은 실력이니까.”

성주라면 이 도시의 주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가 결정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좋아. 의뢰를 맡지. 솔직히 말해서 천황금을 가지고 온 고객을 내칠 대장장이가 있겠냐만.”

그가 의뢰를 받아들이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천황금과 고대골렘 마나핵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무기 재료에 필요한 어둠석을 같이 건네면서 악재 구슬도 같이 보여 주었다.

“끄억! ……이 무슨!”

그는 악재 구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건 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소름 끼치는 기운을 뿜어내는 건가……?”

“들어 보셨을지 모르지만, 악재 구슬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악을 품은 구슬이죠.”

“악이라…… 어디선가 들어 본 기억은 나는데…… 내 생전 이런 물건은 처음 보는군.”

“그래서 혹시 이걸, 무기에 갖다 쓰면 어떨까 하는데. 재료로 쓸 수 있겠습니까?”

“흠.”

그는 턱수염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한참을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의 기운을 가진 물건을 무기로 녹여 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으음. 까짓것 한번 해 보도록 하지. 뭐. 이것 말곤 다른 재료는 없는가?”

“예. 없습니다. 나머지 재료는 알아서 해 주십시오.”

“좋아. 자네가 말한 이틀 내로 무기랑 방어구를 만들어 내려면 아무래도 밤을 새야겠군.”

말하는 그에게서 강한 열정이 엿보였다.

왜 그가 오르테에게 선택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면모였다.

“의뢰비용은 얼마를 원하십니까?”

“그것은 물건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 결정하지. 허엄. 시일을 맞추려면 지금 당장부터 시작해야겠어.”

그는 곧바로 재료들을 가지고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만 악재 구슬만큼은 특별취급을 하듯, 거대한 집게 도구를 이용해서 가지고 들어갔다.

나는 잠시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방어구부터 만들 생각인지 천황금과 고대골렘 마나핵부터 손을 대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저런 재료는 가지고 있지 않았었던 만큼, 앞으로 어떤 무기와 방어구가 탄생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 * *

호텔로 돌아가는 길.

“크륵……! 크르륵……! 크르륵……!”

두꺼비에게 던진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다칼 때문에 내 옷자락은 녀석의 침으로 잔뜩이었다.

나는 축축함에 한숨을 푹 내쉬며 다그치듯 얘기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다신 안 던질 테니까.”

“크앙?”

-정말인가?

“정말이야.”

-흠. 네놈의 간악한 두 눈을 보아하니, 거짓말이 분명하다!

“정말이라니까. 믿어 봐.”

나는 최대한 초롱초롱한 눈빛을 내 보였다.

-쓰읍. 아무리 봐도 거짓의 눈인데.

‘응. 맞아. 다시 할 거야.’

“그보다 다 왔네.”

호텔에 들어선 나는 곧바로 로비의 카운터 앞으로 이동해 마리를 호출했다.

“부르셨어요!”

여전히 밝은 목소리를 내는 그녀이다.

“혹시 내가 말한 건 제대로 처리했나?”

“예! 그럼요! 안 그래도 불러 주시면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물품등록 예약은 무사히 끝마쳤고, 등록시작은 오늘 오후 6시부터 한다고 했어요!”

“그럼 경매시작일은 내일이겠군.”

“네! 제가 알기로는 내일 오후 12시부터 경매를 시작하는 걸로 알아요!”

“그래. 수고했어.”

“또 시키실 일은 없나요?”

“있지. 가능하다면 빨리 호텔 사장 좀 불러 줘.”

호텔 사장이란 말을 듣자마자 밝게 웃던 마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어? 어…… 혹시 제가 실수한 거라도 있나요?”

“아니. 없어. 그냥 내가 개인적인 볼일이 있을 뿐이야.”

거짓이 아닌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음기를 되찾는다.

“일단은 지배인님께 말씀드려 볼게요!”

나는 큐브에 1000포인트를 집어넣어 마리에게 건넸다.

“어. 이건 너무 많은데…….”

“괜찮아. 받아. 그리고 꼭 전달 좀 해 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마리는 생각보다 많은 포인트를 받은 게 신경이 쓰였는지 안 가고 어물쩍댔다.

“뭐해? 안 가 보고.”

“아, 예! 가요!”

마리가 떠나가는 걸 본 나는 로비 한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마침 우연히 로비로 내려온 유희와 두 눈을 마주쳤다.

“어? 준석아!”

나는 손 하나를 흔들었다.

“볼일이 있다는 건? 마치고 온 거야?”

“아, 응. 해결했어. 넌 잠은 푹 잤냐?”

“잤지. 하암~ 아직 덜 깼지만.”

유희가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런데 여기 앉아서 뭐 해?”

“누구 기다려. 그러는 넌 왜 내려왔어?”

“아아. 호텔 직원이 와서 누가 날 찾아왔다고 하길래.”

“그럼 널 찾아온 사람들 만나러 가야지. 왜 여기에 있어.”

“뭐. 누군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다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오겠지.”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여간. 이럴 때보면 대장부 기질이 다분하단 말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유희가 말한 대로 그쪽에서 먼저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같은 정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인포메 소속 녀석들이군.’

유희에게 길드에 들어오라고 제의를 했다는데, 아무래도 포기를 한 것 같지가 않았다.

“인포메 사람들이네요. 전 분명히 거절한 것 같은데. 또 여기까지 무슨 일이죠?”

오랜만에 차가운 눈빛을 한 친구 녀석의 모습을 보았다.

그만큼 이 상황이 불쾌하다는 의미.

하지만 그러든 말든 그들 중 하나가 말을 이어 나갔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입니다. 인포메 길드에 들어오면 상당한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층을 오르는데도 전폭적인 지원이 들어갈 겁니다.”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말들이지만, 제 생각은 바뀌지 않아요. 그만 가 주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얼굴을 와락 구기며 말했다.

“여태 괜찮은 신입이라 좋게 말했더니, 시발. 끝까지 기어오르네. 고개도 존나 빳빳하게 들고.”

같이 온 일행이 막아 보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더니 허리를 숙여 유희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입을 뗀다.

“그러다 머리 꺾여. 조심해.”

“당신이나.”

유희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발끈한 그가 뭔가 더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그가 뒤를 힐끗 보더니 얼어붙은 표정이 됐다.

무엇 때문에 저러는 것일까?

대충 예상은 갔다.

‘왔나 보군.’

“저희 호텔까지 인포메 길드분들이 웬일이십니까?”

듣기만 해도 온화한 목소리, 한편으론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곧 우리들 눈앞에 나타난 한 남성.

붉은색 머리에 붉은색 망토를 두르고 온갖 액세서리들로 몸을 치장했다.

“……가자.”

그의 등장에 인포메 길드원들이 뒤로 조용히 물러선다.

나는 그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괜히 저희 호텔에 머무르며 불편함을 끼친 것 같군요.”

우리 둘에게 사과를 한 그가 곧 나를 응시했다.

“혹시 절 부르셨다는 분이 그쪽입니까?”

“예, 접니다.”

“혹여 호텔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셨나요?”

나는 호텔 사장을 보며 씩 웃었다.

“아뇨. 필요한 게 있어서요.”

“예. 뭐든 편히 말씀하세요.”

“경매장 VIP이용권.”

VIP이용권만 있으면 VIP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경매에 참가할 수가 있다.

하지만 곧바로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흐음. 그것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죄송합니다, 손님.”

VIP이용권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

경매장에 큰돈을 사용한 이력이 있는 고객. 또 하나는 경매장에 대박 물품을 올려놓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난 둘 중 대박 물품을 올려놓는 사람에 속할 예정이다.

말보다는 보여 주는 게 빠를 테니, 나는 아공간에서 경매장에 내다 팔려는 물건 하나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의 눈에서 살짝 이채를 띠었다.

“오호.”

“이 정도면 VIP이용권을 가질 자격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일단 제 사무실로 가시죠.”

* * *

호텔 꼭대기 층에 위치한 사무실 안.

나는 햇볕이 드는 창가를 바라보다 이내 반대편에 앉아 있는 호텔 사장을 바라봤다.

이내 호텔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아까 하지 못한 얘기. 마저 해 볼까요?”

“네.”

“우선 그 물건을 경매장에 올려놓는다면 VIP이용권을 드리는 건 딱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바로 도와 드리죠.”

“예. 그런데 이용권이 두 개 필요합니다.”

하나는 내 것, 또 하나는 유희에게 줄 예정이었다.

경매장에서 필요한 걸 내가 대신 사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보단 유희가 직접 물건을 보고 고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꺼낸 다른 이유도 있고 말이다.

“그게 무슨? 기존의 룰대로라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한 개가 전부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VIP이용권을 받으려면 둘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 예. 맞습니다. 여기에 올라오신지 얼마 안됐을 텐데…… 이런 정보들을 알고 계시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는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었다.

하긴. 저자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아까 전부터 궁금했는데.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죠?”

“전 호텔의 주인을 맡고 있을 뿐. 경매장도 긴밀한 제휴를 맺고 있을 뿐이지, 실권자는 아닙니다. 한데 왜 제게 이런 부탁과 얘기들을 하시는지…….”

‘나를 떠보시겠다?’

그는 지금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떠보는 것이었다.

“저야말로 이해가 안 가네요. 왜 호텔 주인이면서 경매장의 주인인 것을 숨기시는지. 이외에도 여러 사업들을 지배하에 두고 계시죠.”

그의 온화하던 표정에 금이 가는 게 보였다.

“그런 얘긴, 인포메 길드에서 들은 겁니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전 이용권이 두 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쪽은 그걸 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확인차 묻는 거지만 혹, 그것이 필요한 분이 VIP이용권을 지급받을 조건에 충족합니까?”

“아뇨.”

“그렇다면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불가능합니다. 아시다시피 VIP이용권은 가진 두 조건 중 하나를 총족시키지 못하면…….”

“정보를 드리죠.”

“말하는 걸 들어 보니, 여러 정보에 대해서 주워들으신 것 같은데. 정보력이라면. 저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체 어떤 정보를 주시겠다는 건지. 그것이 이용권만큼의 가치가 있는 겁니까?”

나는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예. 오히려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지녔을 겁니다.”

“……오만하군요.”

그러고는 그는 한동안 나를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무겁던 입이 드디어 열렸다.

“한번 들어나 보죠. 그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닌 정보라면 드리겠습니다.”

나는 때를 기다린 사람처럼, 그에게 가까이 붙어 말했다.

“얼마 있지 않아, 에도리카스가 큰 위험에 빠질 겁니다.”

“예?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정확히는 도시 밖, 숲에 있는 추방자들이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그는 다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고개를 숙여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크게 웃기 시작했다.

나는 차갑게 내려앉은 두 눈으로 말을 이었다.

“아마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죠. 그럴 리가 없다고. 사실이라 해도 나약한 추방자들이 뭘 하겠냐고. 하지만 그 배후에 그쪽과 똑같이 20층에서 내려온 등반자가 섞여 있다면?”

갑자기 웃음기가 싹 사라진 그가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당신, 누구야.”

“그쪽한테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할까요? 나라면 배후에 있는 놈이 누구인지부터 물을 텐데. 5층의 성주, 월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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