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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39화 (39/230)

회귀한 탑 등반자 39화

39화 성배를 든 천사 (1)

보는 풍경은 같았으나, 도심에 있는 스니어들에게는 따로 구분선이 생겨났다.

붉은빛과 푸른빛을 몸에 두른 두 부류의 새들로 말이다.

그중에 준석은 붉은빛을 띤 새들에게 집중했다.

두 색깔을 가지고만 판단을 한다면 어떤 것이 킹스니어이고 그냥 스니어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붉은빛을 띤 새들이 킹스니어라는 것을 확신했다.

색깔로는 구분할 수 없지만, 개체수 가 확연히 적은 쪽이 킹스니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상상하여 만든 마법은 과의 분류.

고양잇과에서도 분류가 나뉘듯이 녀석들의 겉모습은 같아도 분명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다른 분류의 존재였다.

그러나 분류하는 마법을 펼치면서도 준석은 그 안에 제한을 두었다.

우선은 거리.

마법의 영향력 범위가 커질수록 마나가 많이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기에 300미터 이내로 범위를 한정했다.

이외에도 스니어라는 존재 외에 생명체는 분류대상에서 배제했다.

분류대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나의 소모 또한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형화된 정보를 마법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한 대로 상당한 마나가 체내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더 유지했다간 큰일 나겠어.’

준석은 2초도 유지하지 못한 채 마법을 해제시켰다.

그 사이 절반가량의 마나가 빠져나갔다.

다행히 마나가 쏙 빠져나가는 마법이 아니고 유지성 마법이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했다.

‘역시 무형화된 정보를 읽어 내기엔 상당한 마나가 들어가. 그렇담 복잡성이 얽힌 마법을 구성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마나가 필요하겠어.’

간만에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

대가가 크긴 해도 마나만 충분하다면 자신이 상상한 무엇이든 마법으로 펼칠 수 있다니.

마도사의 길을 걸어온 그로서는 항상 바라 오던 순간이었다.

‘탑에서 책으로 배운 스킬들은 어딘가 전부 빌려다 쓰는 느낌이었어. 근데. 이건…….’

비로소 본연 자신의 것을 사용한다는 느낌이 드는 이 스킬은…… 확실히 남달랐다.

마치 달콤한 사과를 한입 씹어먹은 듯한.

“캬하아앙!”

다칼의 울부짖음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녀석들이 코앞까지 왔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100미터 이내로 접근한 새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는 녀석들은 냅 둬. 저기엔 내가 찾는 놈은 없어.’

마법을 쓴 시간은 겨우 2초뿐이었지만 킹스니어가 어디에 있는지는 이미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준석은 고개를 들어 다른 무리들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300미터 내에 있는 무리는 크게 다섯 개의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한데 그 무리들 중 딱 한 무리에만 킹스니어 두 마리가 숨어 있었다.

그것도 이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무리였다.

그 얘긴 즉 자신을 공격하려는 무리의 우두머리는 저쪽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깍! 까악까악!”

준석은 어느새 초근거리까지 접근한 스니어들을 보았다.

‘지금 저 녀석들을 공격하면 함정이라 판단하고 도망을 치겠지.’

그렇다면.

“뒤로 물러나.”

“크릉?”

-무슨 생각이지?

그는 바닥에 마살치를 떨군 후 거기에 다크웹을 시전했다.

그리고 곧장 다칼을 데리고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까아악! 까악! 까악!”

이내 호텔방 안으로 들어온 스니어 떼들이 마살치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까악! 깍!”

녀석들은 그걸 입으로 물어 가져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물고기에 덧씌워진 거미줄 때문에 떼어 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거미줄 틈새로 녀석들이 부리를 집어넣어 보지만, 겉에 있는 껍데기만 살짝 벗겨질 뿐이었다.

‘주변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녀석이 직접 올 거다.’

잠시 후.

퍼드득!

새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날아들어 왔다.

“깍! 깍!”

녀석이 등장하자, 주변에 있던 스니어들이 일제히 길을 비켜선다.

킹스니어였다.

준석은 가장 소음이 적은 다크소드를 시전하고 녀석이 방심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킹스니어가 고개를 떨구는 그때.

슈우욱! 푹!

[킹스니어를 처치하였습니다!]

깔끔한 공격이었다.

“까악! 까악! 까악!”

주변에 있던 스니어들이 뒤늦게 적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퍼드득 날아올랐다.

준석은 다칼을 앞으로 휙 던지며 말했다.

“처리해.”

“크응?”

-뭔가 이상하군. 아까랑 다르게 어찌 짬 처리를 하는 기분이 드는데. 착각인가.

“맞아. 짬 처리.”

“캭!”

-동행자란 자고로 하등 존재가 아니라 서로 평등해야……

다칼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한 채 자신에게 들이닥치는 스니어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다칼에겐 더는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 준석은 금방 시야에 올라온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5층 클리어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였습니다.]

[미션 종료가 가능합니다.]

[미션을 종료하겠습니까?]

5층의 미션 역시 4층처럼 먼저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러면 앞서 그랬듯이 우선적으로 위층에 올라갈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보상도 기여도 순위 책정이 끝나고 나면 추후 주어지는 형태였다.

다만 이곳은 튜토리얼 층과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미션을 종료한 직후에 포탈이 더 이상 눈앞에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계단도 마찬가지.

또한 해당 층만의 특수한 환경인 이지와 노멀, 하드 난이도의 일시 통합이 등반자들 기여도 순위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뿐이랴.

각 난이도에서 갓 올라온 등반자들 이외에도 이곳에서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해 잔류한 사람들마저 잠재적 경쟁자들이라는 점에서 규모가 남달랐다.

하지만 이리 경쟁자 숫자가 늘어난 만큼 보상의 혜택도 컸다.

한데 만일 여기서 미리 미션을 종료해 버린다면?

아직 회수하지 못한 추가 기여도들을 버리게 되는 셈이 되어 버린다.

‘그럼 1위도 물 건너가겠지.’

그러니 그가 여기서 내놓을 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아니. 미션 종료는 나중으로 미루겠어.”

[그대로 미션이 진행됩니다.]

‘그나저나 유희 녀석은 잘하고 있으려나?’

궁금함에 준석은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는 보이지도 않는 건너, 건너에 있는 옆방을 대신해서 아무것도 없는 벽을 쳐다본다.

“혹시 아직도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너무 조용해서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었다.

“캬앙!”

퍽! 퍼석! 퍼석!

그 와중에 어디선가 부수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칼이 방에 들어온 스니어들을 전부 돌로 만들어 버리고, 그걸 일일이 하나씩 부수는 소리였다.

누가 봐도 돌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 준석은 개의치 않듯 그 행동을 무시하곤 이내 다른 곳에 주목했다.

“저건 뭐지?”

갑자기 창밖에서 비춰 들어온 환한 빛.

절로 창가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빛이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유희가 펼친 성역이었다.

* * *

준석의 말을 새겨들었던 유희는 새벽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잠에서 깨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근데 스니어가 어떻게 생겨 먹은 몬스터인지 안 물어봤네.’

어디서 어떻게 등장할지 예상인 안 가던 찰나, 하늘에서 나타난 세 때를 보며 스니어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까마귀를 닮았어.’

하지만 그 새와 닮았다고 하여 상대를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는 항시 위험함이 도사리는 탑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멀리서 윤곽만 확인했을 때 사뭇 덩치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숫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그리 고민해 봐야 별 의미도 없었다.

결국은 상대해야 할 적.

그녀는 호텔 밖으로 뛰쳐나가 녀석들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검과 방패를 든 그녀에게 있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는 치명적이었다.

당최, 공격타입이 근거리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저 멀리 있는 녀석들을 상대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유희는 검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ㅡ

강렬한 빛이 칼날 위로 피어오른다.

어느덧 검을 전부 감싼, 형상화된 빛은 이내 모습을 감추며 검끝으로 점이 되어 모여들었다.

준비를 끝낸 그녀가 검을 든 손을 허리 뒤로 젖힌다.

그리고 목표물을 찾아 두 눈을 바삐 움직였다.

‘제일 가까운 놈을 노리는 거야.’

“까악! 까악!”

목표물을 포착한 순간, 그녀는 뒤로 젖혔던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동시에 한점으로 모였던 빛이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씨이잉!

빛의 일격을 맞은 스니어가 제대로 반격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방금 사용한 스킬은 준석이 준 오르크 비전 검술의 일부 기술이었다.

겨우 한 마리를 잡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유희.

‘역시 배우길 잘했어.’

그러나 그리 여유를 부리는 것도 잠시 후엔 사라졌다.

동족이 죽자 십수 마리가 넘는 스니어 떼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챙! 채챙!

몸이 얼마나 단단한지 신성력을 불어넣지 않은 검으로는 녀석들의 몸이 베이질 않았다.

결국 그녀는 계속해서 신성력을 쏟아붓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으아악! 아악! 살려!”

“까아아악! 누가 좀 도와주세요!”

다른 스니어 떼들이 집에 숨어 있던 사람들을 찾아내 살육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해도 당장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 눈에 밟힐 수밖에 없었다.

“아씨…… 쓸데없는 오지랖은 독인데.”

준석의 충고를 기억하는 그녀이지만 우선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은 살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녀가 주위를 보며 눈을 번뜩인 순간 일정 범위 안으로 황금색 원의 장막이 생겨났다.

장막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따로 보호막이 부여됐다.

그리고 힘이 넘쳐 나는 그녀는 소모된 신성력이 다시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근데 이 많은 새들 중에 킹스니어는 어떻게 찾아? 이름이 다르니 뭔 다른 특징이 있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생김새를 가진 새를 찾기는 어려웠다.

한데 우연히.

[킹스니어를 처치하였습니다!]

[1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어?”

정말 우연히 죽인 새 한 마리가 바로 킹스니어였다.

유희는 외형상 다른 스니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은 절망했다.

저 많은 새들 중에 어찌 두 마리를 더 찾으란 말인가?

그때 그녀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저놈 잡아.”

어느새 그녀 뒤에 다가온 한 남자.

준석이었다.

“어? 너. 언제 왔어.”

“방금.”

한데 특이하게 그의 두 눈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그보다 저놈, 저놈 잡으라고!”

“어? 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검끝에 빛을 모아 준석이 가리킨 녀석을 향해 쏘아보냈다.

[킹스니어를 처치하였습니다!]

“저기 저놈도!”

“어, 응!”

[킹스니어를 처치하였습니다!]

[5층 클리어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였습니다.]

[미션 종료가 가능합니다.]

[미션을 종료하겠습니까?]

유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게 이렇게 쉽게 된다고?’

쉬워도 너무 쉽게 끝이 나버렸다.

사실상 준석이 어려운 걸 쉽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한 마리 더 잡아야 되지? 저기 저놈 잡아.”

“아니. 다 잡았어. 아까 우연히 한 마리 잡았거든.”

“그래? 그럼 미션을 종료하겠냐는 말이 뜰 텐데. 거절해. 남은 기여도는 다 챙겨 먹어야지.”

“어. 알았어.”

그녀는 그가 말한 대로 미션 종료를 거절한 후 뒤늦게 비명 소리를 인식했다.

‘도울 수 있는 건 돕자.’

유희는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내던졌다.

그것이 설사 위선이든 동정심이든 상관없었다. 그러고 싶으니까, 행동할 뿐이었다.

성역의 유지 시간이 끝나간다.

다행히도 옆에서 준석이 도와준 덕분에 주위를 괴롭히던 스니어 떼들을 모두 정리할 수가 있었다.

“하아~.”

겨우 숨을 토해 내는 그녀.

“응?”

한데. 그런 그녀의 앞으로 순간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내렸다,

무슨 공격이라도 당한 것인가 싶어 경계를 하고 있는데 곧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성배를 든 천사가 당신에게 계약을 제의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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