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탑 등반자-38화 (38/230)

회귀한 탑 등반자 38화

38화 킹스니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스니어들로부터 어떻게든 살아남으십시오. (0/240)]

[스니어들의 정신적지주인 킹스니어를 찾아 처치하십시오. (0/3)]

[둘 중 하나만 충족하여도 해당 층을 클리어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남은 시간: 234:21:50]

5층의 미션은 선택 미션이었다.

스니어들과 무려 240시간 동안 혈투를 벌이며 살아남거나 혹은 킹스니어를 세 마리 잡거나.

보기에는 킹스니어 세 마리를 잡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킹스니어를 잡으려고 시도해 본 사람들의 대다수는 비효율적이고 오래 걸리는 240시간 동안 살아남기를 선택했다.

그만큼 킹스니어를 잡는 것이 쉽지가 않고, 자칫 자신의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킹스니어의 강점은 물리적인 강함이 아니었다.

녀석의 강점은 머리.

몬스터답지 않게 뛰어난 지능을 지니고 있었다.

“까악까악! 까악까악!”

그새 중심지까지 파고 들어온 스니어 떼들이 도시 밑으로 하강을 하기 시작한다.

“다칼! 일어나!”

그의 외침에 잠에 취해 있던 다칼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고는 두 눈을 뜨더니 기지개를 펴듯 네 다리를 쭉 펴며 일어난다.

“크아아암.”

-한창 좋은 꿈을 꾸던 참인데. 그걸 끊다니 야속하군.

준석은 고개를 돌려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꿈 타령은 그만하고 와서 저 녀석들 상대할 준비나 해.”

다칼은 곧 어둠이 되어 창가로 이동했다.

-스니어 떼들이군.

“우선 네가 마안을 얼마큼 다룰 수 있는지 보자고. 내가 어그로를 끌 테니, 개인적으로 신호하면 바로 사용하는 거야. 오케이?”

-알았다.

그의 본래 목적은 스니어 틈에 섞여 있는 킹스니어를 찾아내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테스트해 볼 것들이 있었다.

준석은 한 손을 창문 밖으로 내밀었다.

휘이잉!

금방 손아귀에 모인 회색 바람이 잘게잘게 나뉘어 얇고 긴 날들로 변했다.

칼날의 형태를 취한 각개 바람은 무엇이든 벨 기세였다.

그런데 1레벨 스킬이라고 하기에는 형성된 바람에서 강기가 느껴졌다.

레인보우 띠 효과로 인해 마법 증폭이 일어난 것.

[마법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마법컨트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가 신호를 보내는 순간.

치치치칭!

날카로운 음을 내며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그의 두 눈이 바삐 움직인다.

“깍! 까악까악!”

잠시 후, 공격에 적중한 스니어들이 몸을 휘청거리며 이쪽을 주시했다.

재깍 반응이 왔다.

급히 뱡향을 꺾더니 이곳을 향해 온다.

휘이잉!

그는 다시금 윈드퍼드를 시전했다.

그리고 다른 타깃들을 향해 마찬가지로 공격을 날려 보냈다.

둘, 셋, 넷, 다섯.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더니 스니어 수십 마리가 접근해 오는 중이었다.

대략 200미터 안팎으로 들어섰을 때쯤.

“지금이야!”

그에게 신호를 받은 다칼은 한쪽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다가오는 스니어들이 석화가 되기는커녕 아주 멀쩡했다.

“크르릉.”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 안 되는 것 같군. 내가 다루는 것이 미숙하기도 한 것 같고.

“역시 처음부터는 무린가.”

그래도 신수라 금방 새로운 눈에 적응할 것이라 여겼건만.

“계속 시도하고 있어. 어디가 최대거리인지 알아야 하니까.”

-그러지.

한 100미터 안팎으로 줄어들었을 즈음에 녀석들에게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까악! 까악!”

멀쩡히 날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날갯짓이 느려지더니 몸이 회색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끝내 수십 마리에 이르던 스니어가 완벽히 석화로 변해 추락해 버렸다.

준석은 그 광경을 끝까지 목격한 뒤 다칼에게 물었다.

“어때?”

-무엇이 어떻다는 거지?

“정신적 부담이 어떠냐고.”

-뭐. 아무런 느낌도 없는데. 어떤 부담이 와야 하는 건가?

“으음.”

거리에 대한 영향력은 아직 눈에 익숙해지지 못해 부족하지만, 역시 마안에 대한 지속성은 좋은 편이었다.

보통 한 마리를 석화시키는데 들어가는 정신력 소모는 대단히 큰 편이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소모량이 커지는데.

스니어는 비록 하나하나가 강한 상대가 아니더라도 숫자가 많았기에 그만큼 커다란 정신력이 필요로 했다.

하나, 수십 마리를 석화시켜놓고도 다칼은 여전히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는 건 정신력 한계치가 대단히 높다는 뜻.

탑과 한세월을 살아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혹시나 육체에 변화를 겪으며 정신력 또한 낮아졌을 수도 있으니 확인은 필수였다.

일단 방금 전 일로 정신력이 낮아지지 않다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

조금 더 테스트를 해 볼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다시 대기하고 있어.”

준석은 다칼에게 말을 전한 후, 아공간에서 마살치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크소드를 시전해, 마살치의 몸 일부를 베어 냈다.

뚝. 뚝. 뚝.

마살치의 피가 바닥에 몇 방울씩 떨어져 내렸다.

그 와중, 밖에서는 소란이 일고 있었다.

‘다른 등반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군.’

킹스니어가 잡기 힘들다고는 하나, 그들 중 일부는 결국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을 터.

하지만 킹스니어는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킹스니어와 스니어 간에 외형적 차이가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녀석을 죽이기 전까지는 그 차이를 알 수가 없는데.

단 다른 방식으로 구별해 낼 수 있었다.

등반자들이 모르는 사실 중에 하나.

그것은 킹스니어가 특정 피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그 특정 피란, 마나가 섞인 피를 말한다.

보통 신체 내에서 마나와 피는 섞이지 않기 마련이지만, 마살치의 경우 피 안에 마나가 섞여 있었다.

이내 준석은 윈드퍼드를 이용해 방안에 진동하는 피 냄새를 바깥에 퍼트렸다.

이럼 굳이 자신이 찾아 나서지 않아도 킹스니어들이 알아서 찾아올 터.

그는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왔군.’

무리를 이탈해 조심히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까마귀 한 마리.

본래 킹스니어는 머리가 좋은 녀석인 만큼 눈에 띄는 행동을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한데 녀석은 힐끗힐끗 이곳을 노려보며 점진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만큼 이 물고기 피가 탐난다는 반증이었다.

‘이제 두 마리인가.’

그 사이 한 마리가 더 합류했다.

하지만 녀석들을 노리기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조금만 더 와라.’

준석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리며 속도가 가장 빠른 윈드퍼드를 준비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다칼에게도 슬쩍 신호를 보냈다.

“까아악!”

두 마리가 거의 동시에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이야!”

준석은 손에 들린 거대한 칼날 바람 두 개를 날려 보냈다.

다칼도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마안을 사용했다.

이제부턴 정확도와 시간 싸움이었다.

만약 자신의 공격이 닿기도 전에 석화가 되어 바닥에 충돌해 버린다면 처치 카운트가 오르지 않을 테니.

미끼로 끌어들인 것이 허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에 윈드퍼드로 직접 박살을 내 버려야 했다.

“까악! 까악!”

킹스니어 두 마리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미 석화가 걸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놈들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느려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매우 빠른 기동력을 보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킹스니어는 일반 스니어보다 다섯 배 이상은 빠른 편이니 말이다.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다.

그러나 속도가 빠른 것은 비단 녀석들의 움직임뿐만이 아니었다.

준석이 날려 보낸 거대한 칼날 바람이 두 녀석을 맹추격하고 있었다.

점점 거리 격차를 좁혀 나가더니 이윽고.

팍-!

[킹스니어를 처치하였습니다!]

[1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파악ㅡ!

[연속으로 킹스니어를 처치하였습니다!]

[행운의 더블킬을 하였습니다!]

[일시적으로 행운의 가호가 깃듭니다.]

보상과 같은 가호가 그에게 떨어졌다.

휘아아ㅡ!

대기 중에 은은하게 피어오른 빛이 그를 감싸고 돌았다.

[가호가 깃든 동안에 임의 타깃을 공격하면 일정 확률로 두 배의 충격을 가하게 됩니다.]

확률성이기는 하지만 두 배의 충격을 가한다는 건 사기적인 능력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만큼, 이런 가호의 유지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아마 이 웨이브가 끝나고 나면 주어진 가호도 같이 사라질 터.

그 전에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선택.

그렇다고 막무가내식으로 아무 타깃이나 노리는 건 현명치 못하고, 준석은 미션 내용에 올라간 카운트 수치를 보며 아직 부족한 한 마리가 오길 기다렸다.

‘저 녀석인가?’

킹스니어로 추측되는 녀석들을 유심히 살핀다.

‘아니네.’

이번에는 좀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천 마리나 되는 스니어들 틈에 숨어 있는 킹스니어 숫자는 대략 이삼십여 마리.

벌써 그 많은 녀석들이 잡혔을 리는 없다.

‘조금 더 냄새를 퍼트러 볼까.’

준석은 마살치의 배 부분을 조금 더 갈랐다.

그러자 몇 방울씩 떨어지던 피가 이젠 밑으로 줄기를 그리며 떨어졌다.

방에 그래도 옅었던 피 냄새가 진하게 밴다.

그는 바람으로 그 피 냄새를 바깥으로 퍼트렸다.

미끼를 던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또 다른 녀석이 나타났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까악까악까악!”

약 500미터 밖에 떨어진 백여 마리가 넘는 새들이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갑자기 저 많은 숫자가 의도적으로 방향을 꺾었어. 그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놈은 하나밖에 없지.’

솔직히 어느 놈이 킹스니어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저 안에 녀석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님 다른 곳에서 상황을 주시하며, 과정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크흐르릉.”

-숫자가 꽤 많아 보이는데.

“카항!”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부 돌로 만들어 보지.

다칼의 말에 그가 반응했다.

“기다려. 괜히 다 잡은 놈 놓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가자.”

준석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간만에 그는 긴장감을 느꼈다.

“해 보자.”

회귀 전에도 사용해 보지 못했던 마법.

등가교환.

그 마법을 시전했다.

파직!

단순한 형태의 전기 덩어리가 그의 손에 피어올랐다.

준석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의 전기 덩어리를 보며 자신의 몸속에 빠져나가는 마나량을 체크했다.

혹시나 해서 등가교환으로 마나볼트와 비슷한 마법을 시전해 본 것인데.

테스트해 보기를 잘했다.

일반적으로 빠져나가는 마나볼트의 마나 소모량과 등가교환을 통해 만들어진 마나볼트의 마나 소모량은 차이가 있었다.

그것도 매우 큰 차이가.

‘기존에 열 배라…….’

그는 열 배나 많이 들어갈 줄은 몰랐기에 살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단 얘기는 이보다 독창적이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마법은 마나가 더 심하게 소모될 수도 있다는 거군.’

만일 그 소모량이 자신이 가진 마나량을 초과하면 다른 무언가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가교환 마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라면 괜찮겠지.’

앞서 테스트를 끝낸 준석은 다시금 등가교환 마법을 시전했다.

잠시 후.

순간 그의 두 눈이 번쩍였다.

얼마나 환하게 빛났으면 잠깐 창가 주변이 하얗게 변했을 정도이다.

이내 갈색빛을 띠던 그의 두 눈이 파란 안광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그가 보던 시야에도 변화가 생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