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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36화 (36/230)

회귀한 탑 등반자 36화

36화 5층 (1)

하늘높이 치솟은 빛기둥 아래,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등반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기둥 앞에 있는 광장, 뉴그라운드에는 그들을 환영하는 인사들로 빼곡히 가득 차 있었다.

“아~ 그립다. 나도 저렇게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적이 있는데 말이야.”

길드 인포메의 소속인 류주한은 신입들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잠시 회상했다.

하나 감성에 젖어 있던 것도 잠시 그는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흠. 근데 썩 마음에 드는 놈이 없네.”

각 난이도에서 올라온 신입들 중에 눈에 띄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눈대중으로 판단하는 것이었지만, 오랜 세월 길드의 스카웃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안목은 꽤 뛰어났다.

그나마 괜찮은 놈들을 눈여겨 뒀으나 차선책일 뿐 최상책은 아니다.

이내 류주한 뒤로 길드원 한 명이 다가왔다.

“류주한 님, 현재까지 조사한 신입 리스트입니다.”

“어디보자.”

류주한은 길드원에게 건네받은 서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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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명, 사진)

미숙한 검잡이

잔재주의 대가

혈사

김장혁

…….

…….

난이도 및 평균 기여도 순위

황홀의 음유시인 (이지, 50~63위)

무통의 귀사 (노멀, 70~89위)

이유린 (하드, 비공개)

…….

…….

…….

난이도 총 인원수

이지 231명

노멀 99명

하드 10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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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번에 노멀 생존자는 영 시원찮네. 근데 하드는 뭐지? 이거 제대로 측정한 거 맞아?”

“예! 알다시피 회차마다 거짓말하는 놈들이 몇 나오긴 하지만 그래봐야 편차가 얼마 안 됩니다.”

류주한은 턱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직 다 온 것도 아닌데 앞 회차 놈들보다 더 많이 살아남았잖아?”

하드는 평균적으로 두 자리 숫자만 살아남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차는 가뿐히 세 자리 숫자를 넘고 있었다.

이를 뜻하는 건 하나였다.

괴물 하나가 섞여 있거나 괴물 놈들이 섞여 있거나.

“이거 기대되는데?”

흥이 깨질 뻔한 찰나 그의 눈빛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응?”

흥미로운 감정이 피어오르던 류주한은 순간 빛기둥 쪽을 쳐다봤다.

“류주한 님,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기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불길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저 감으로 느낀 게 아니라, 그의 고유스킬인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이었다.

그것이 발동했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가까운 곳에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자가 등장한 것.

해당 층에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몇 존재하기는 하지만 근방에는 딱히 그런 대상이 없었다.

특히 저 빛기둥 속에서 느껴진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괴물이 여럿인 줄 알았더니 하나였군.”

류주한은 그 대상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그새 어디로 튄 것인지 더는 고유스킬이 발동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이 지역을 벗어났나.’

“이봐.”

“예!”

여기서 그가 할말은 정해져 있었다.

“사람 하나를 찾아야겠어.”

* * *

구름이 껴 있을 정도로 높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도시 에도리카스.

나는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이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여전히 화려하네.’

튜토리얼 층에서 보던 마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장엄하다.

무엇보다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는 건조물들은 햇볕에 반사돼 빛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산이 껴 있는 도시 사이로 거대한 폭포수와 공중에 떠 있는 바위들이 눈에 띈다.

이 장면을 처음 봤다면 감탄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회귀 전에 체험을 끝낸 나는 금방 감상을 끝내고 곧장 안으로 진입했다.

원래는 도시 밖에 있는 광장 뉴그라운드를 지나쳐서 와야 하지만, 나는 다크스윔을 사용해서 그곳을 생략하고 지나온 상태였다.

거기선 신입들을 위한 환영인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그들은 그저 새로 올라온 신입들의 정보가 필요할 뿐이었다.

‘괜히 줄 서 있다가 붙박이들한테 정보를 줄 필요는 없지.’

나는 곧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 들었다.

이곳에는 참으로 다양한 인종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본래부터 해당 층에 살았던 거주민들, 탑에서 태어나 자란 거주민들, 그리고 더는 층을 오르지 않고 눌러앉은 붙박이 등반자들이 존재했다.

이외에 다음 층으로 올라가려는 도전자들까지.

또한 일부 층에만 있는 난이도 통합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지, 노멀, 하드와 관계없이 전부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렇기에 사람의 숫자도 남달랐다.

도시에 살아가는 인구만 해도 수만 명은 될 터.

덕분에 없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아까부터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는 것 같군.

내 왼쪽 어깨에 앉아 있는 다칼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맞는 거 같은데. 쳐다보는 거.”

길을 지나가다 한 가게 건물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꼴이 엉망이었다.

옷도 웬 거지꼴이다.

“일단 걸칠 옷부터 사야겠어.”

사는 김에 다칼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옷도 사면 좋을 듯싶다.

나는 많은 옷가게들 중에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시스템이 운영하는 곳에 찾아 들어갔다.

아무래도 기본만 주어진 곳이다 보니 옷들의 디자인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적하니 좋았다.

나는 곧장 편복과 몸과 머리에 걸칠 수 있는 검정색 로브를 택해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고 다칼에게도 소환수 및 애완용 코너에 있는 남색 로브 하나를 선물했다.

“캬아흥. 컁!”

-이걸 꼭 입어야 하나? 거치적거린다.

“덩치가 작아져서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널 알아보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입어 둬.”

-하여간. 이놈의 인기는 식지를 않는군. 신수로 산다는 건 참으로 피곤한 일이야.

가만 보면 개소리도 참 잘한다.

나는 옷값으로 3천 포인트를 지불한 뒤 가게를 나왔다.

여전히 얼굴이 더럽긴 했지만 새 옷을 갈아입으니 확실히 쏠리던 시선들이 사라졌다.

“캬응.”

-허기가 진다.

“뱀을 그렇게 처먹어 놓고 아직도 배가 고파?”

다칼은 배를 문지르며 나름 이유를 설명했다.

-수백 년 세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나는 진심 궁금해서 물었다.

“원래 넌 어둠을 먹고 사는 존재 아니었어?”

-맞다. 하지만 다른 걸 안 먹고 살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긴 하지. 기다려 봐. 안 그래도 나도 배고프던 참이니까.”

하지만 나는 눈앞에 있는 식당들을 죄다 지나치고 도시 뒤쪽에 있는 폭포수 근처로 이동했다.

끝내 발길을 멈춘 곳은 어느 한 호텔.

30미터 높이에 가까운 건물은 주변의 큰 암석과 잘 어우러졌다.

“크릉?”

-묵을 곳부터 찾는 건가?

“겸사겸사. 저 호텔엔 없는 게 없거든.”

안으로 들어서니 원목으로 된 매끌매끌한 바닥이 보인다.

로비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볐다.

나는 그들을 흘깃 바라보다 이내 카운터 앞에 멈춰 섰다.

“어서 오십시오~”

정장 차림의 직원이 인사를 해 온다.

“체크인 도와 드릴까요?”

“예.”

“룸은 일반실부터 최고급실까지 있습니다. 무엇으로 해 드릴까요? 가격표는 이쪽을 보시면 있습니다.”

일반실과 고급실, 그리고 최고급실의 가격 차이는 튜토리얼 때처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격이 더 비싸다는 점이었다.

일반실만 해도 하루를 묵는데 500포인트가 들었다.

이후 고급실이 2000포인트. 최고급실이 5000포인트.

100만 포인트나 소유하고 있으면 딱히 아무 생각이 안 들긴 하지만 주어지는 서비스 혜택이 다르기에 가장 비싼 최고급실을 선택했다.

그러자 직원이 노란색 큐브 하나를 건넸다.

이것은 포인트 거래 큐브.

짧게 거래 큐브라 불렀다.

일종의 아이템으로서 등반자들끼리 포인트가 오갈 때 애용했다.

나는 그 큐브에 5천 포인트를 넣은 후 다시 직원에게 돌려줬다.

“저희 호텔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큐브에 적립된 포인트를 보고 감사 인사를 한 직원이 곧 내게 열쇠를 건넸다.

“최고급실을 이용하는 만큼, 저희 호텔에 있는 서비스 모두 이용이 가능하십니다. 도우미를 붙여 드릴까요?”

“예. 한 명 붙여 주십시오.”

잠시 후, 앳된 얼굴의 직원 한 명이 인사를 해 왔다.

“안녕하세요! 도우미를 맡게 된 마리입니다. 말은 편히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리는 메이드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

“우선 안내부터 도와 드릴까요?”

“아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그보다 따로 할 일이 있어.”

“무엇이든 시켜 주세요.”

웃는 얼굴을 하는 마리를 뒤로 하고, 나는 카운터 직원에게 거래 큐브 한 개를 부탁했다.

최고급실 서비스 중에 하나가 거래 큐브 하나를 무료로 지급하는 것이기에 가격지불은 필요 없었다.

나는 그 거래 큐브에 100포인트를 집어넣고 마리에게 건넸다.

“내가 시킨 심부름을 하고 나면 그건 네 거야.”

“아닛. 전 이런 거를 안 받아도…….”

“줄 때 받아. 대신 심부름만 제대로 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내게 팁을 받은 마리의 두 눈이 이전보다 빛나고 있었다.

“어떤 걸 해 드릴까요?”

“뉴그라운드에 가서 김유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나타나면 내 메시지를 전달해 줘.”

메시지는 별것 없었다.

그저 내 위치를 알려 준 것뿐이었다.

유희가 올라올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리기에는 해당 층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히든피스 풍요의 로브를 찾는 일이랑 방어구 제작. 그리고 무기 하나도 구해야 된다.

가지고 있는 아이템 몇 개도 팔아야 하고.

기본적인 것만 해도 그 정도이고 이외에 해야 할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하기 전에 먼저 샤워부터 하고 배부터 채워야 했다.

나는 호텔의 유리천장을 올려다보며 꼭대기 층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안에 탑승하니, 왠지 지구에서 행복했던 그 시기로 돌아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실, 이 도시에 주어진 모든 것이 향수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곳은 탑 내부에 불과하다.

난 그런 현실을 직시했다.

그렇지 않으면 여타 향수병에 젖어 버린 사람들처럼 여기서 안주하게 될 테니까.

띵!

나는 곧 10층에서 내려, 열쇠에 적힌 번호 객실로 들어갔다.

최고급실답게 넓은 공간이 주어졌다.

거실에는 침대와 그리고 마법 냉장고. 마법 티비가 있었다.

심지어 다른 방에는 미니 수영장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들엔 금방 관심을 끄고 곧장 샤워를 준비했다.

쏴아아ㅡ

샤워기에서 뻗어 나오는 따뜻한 물에 몸을 씻겨 내린다.

바닥엔 금세 구정물이 생겨났다.

“그아아ㅡ.”

옆에서 다칼도 물을 맞아 가며 몸을 씻겼다.

나랑 다칼은 한참 동안을 그러고 가만히 있었다.

“크하아응.”

-간만에 몸이 노곤해진 것 같군.

“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이후 나는 아까 샀던 새 옷을 차려입고서, 지하에 있는 호텔 라운지로 내려갔다.

라운지에는 각종 시설들이 마련돼 있었는데. 식당만이 아니라 단련장, 카지노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그중에도 유독 눈에 띄는 장소가 있다.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호수동굴의 낚시터.

호텔에 웬 낚시터냐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호텔이 잘되는 이유가 바로 저것 때문이었다.

폭포수를 견뎌 내고 살아남은 생선들의 맛은 일품으로 알려졌다.

하나, 저 호수에는 비단, 맛만 좋은 물고기만 사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그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있지만 호수 깊숙한 곳에는 마살치가 살고 있다.

정제된 마나를 품은 물고기.

그 마살치를 잡아다가 먹으면 마나 순환력을 높여 줄 수가 있었다.

그러면 마나 탈진이 예방되는 셈.

물론 한계가 오는 걸 늦춰 주기만 할 뿐, 완벽한 예방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았다.

“크하앙!”

-음식의 종류가 아주 많군. 벌써부터 고민이 되는데, 무얼 먹을지 결정했나?

나는 낚시터를 바라보며 넌지시 입을 뗐다.

“간만에 생선이나 먹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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