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35화
35화 문지기 (2)
[숨겨진 미션이 주어집니다.]
[회색 띠의 주인을 처치해 새로운 주인이 되십시오.]
“안 그래도 그럴 참이란 말이지…….”
나는 한쪽 손에 어둠을 끌어모으고 나머지 한쪽 손에는 톱날검을 쥐었다.
오스트 문양을 지닌 뱀이라면 앞서 상대했던 놈들과 비교해 절대 꿀리지 않는 스펙이었다.
오히려 찾아보면 뛰어난 점이 더 많았다.
쿵! 쏴아아ㅡ
곧 녀석이 구부러진 몸을 튕겨, 그 반동을 이용해 돌진을 해 왔다.
“캬아ㅡ!”
날카로운 네 개의 송곳니를 드러낸다.
본래라면 피해야 하지만 나는 오히려 자세를 낮추고 기다렸다.
“크응?”
-설마 또…….
나는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 다칼을 보며 씩 웃었다.
“그 설마가 맞아.”
이번엔 내가 직접 안으로 파고들 작정이었다.
‘지금이다!’
타이밍에 맞춰서 살짝 몸을 띄웠다.
수우욱!
단숨에 입 주변을 지나 뱀의 목구멍을 타고 들어간다.
쿵!
“어?”
못해도 몸속으로는 들어가 아주 난장판처럼 파헤쳐 놓으려고 했는데.
그 계획은 아무래도 실행에 못 옮길 듯했다.
‘보호막에 가로막혀 있다.’
[입장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조건을 충족시켜 주십시오.]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조건이 무엇인지는 안 봐도 훤한 일이었다.
‘잡고 들어오라는 거군.’
그렇다면 그리하는 수밖에.
나는 들고 있던 톱날검을 목구멍 주변에 박아 넣었다.
쿠궁!
작은 흔들림이 느껴진다.
하지만 중심을 잡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내 나머지 손에 들린 어둠을 뾰족한 형태로 갖춘 나는 그것을 같이 박아 넣었다.
조금 더 큰 흔들림이 있었다.
“굳이 안까지 들어갈 필요도 없지.”
그 상태로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푸욱! 푸억!
지나간 자리로 초록색 핏물이 잔뜩 튀어 오른다.
금세 뱀의 입 주변까지 다다른 나는 두 개의 무기를 위로 쳐들어 올렸다.
푸화악!
그리고 뱀이 격하게 움직이기 직전에 턱과 천장 위아래로 무기를 찔러 넣는다.
예상한대로 격한 움직임을 보인다.
“캬하아아ㅡ!”
이어서 녀석이 괴성을 질렀다.
“큭……!”
목구멍 위로 엄청난 바람이 불어온다.
그것을 견뎌 내곤 여태 검으로 축적한 기를 느꼈다.
어둠에서 손을 떼고서 오직 톱날검을 손에 잡는다.
“후읍!”
온 힘을 다해 가로로 공중제비를 시도하며 축적한 기를 검으로 방출했다.
서걱!
잔상으로 반달선이 그려진다.
이어서 그 선을 따라 녀석의 살이 갈라졌다.
푸헉! 푸허억!
얼굴, 몸. 다리 할 것 없이 초록색 핏물들이 가득 튀었다.
곧 녀석의 턱주가리가 머리와 분리되어간다.
동시에 나도 떨어져 나간 턱주가리와 같이 떨어지는 중이었다.
위를 올려다보자 턱을 잃은 뱀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나는 발에 대고 있는 녀석의 턱을 지지대 삼아 위로 뛰어올랐다.
‘마무리다!”
난 입천장에 남겨 둔 어둠을 향해 톱날검을 찔러 넣길 시도했다.
콰직!
이미 어둠으로 살을 벌려놔 비집고 들어가기는 유용했다.
그러나 톱날검 자체가 찌르기 용도가 아니다 보니 옆에 있는 이빨처럼 서 있는 날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파고드는 힘이 더욱 많이 요구된다.
“으아아!”
“카하아아ㅡ!”
큰 고통을 느낀 듯 뱀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걸 따라서 내 몸도 같이 움직였다.
최대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고 판단했을 때 나는 손잡이 부분을 꺾어 칼날을 살 속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땅 밑으로 하중을 두었다.
바닥에 머리가 꼬꾸라지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케헤에에! 케헤에!”
힘에서 밀린 뱀이 이번엔 내 의지를 따라서 서서히 밑으로 내려온다.
점차 가속도가 붙어간다.
뱀의 머리가 호수를 벗어난 땅을 향하고 있었다.
땅에 닿기 직전에 나는 톱날검을 회수하고 먼저 그곳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쿠후웅!
무거운 하중에 의한 충격이 땅을 뒤흔들었다.
후아아악ㅡ
진한 먼지가 피어오른다.
나는 손을 뻗어 날아드는 먼지를 최대한 막아 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혀에 감도는 흙먼지 맛을 느껴가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곧 뿌연 연기 속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나는 재빨리 다칼의 어둠으로 방패막이를 만들어 냈다.
칙! 치이익……!
연기는 석화 기질이 깃들어 있는 맹독이었다.
배지로 인해 속박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 맞아도 돌이 될 일은 없지만 독에 대한 내성은 없으니 맞으면 치명적일 수 있었다.
“카하아ㅡ.”
뱀은 힘없이 머리를 흔들거리며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땅에 닿은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일 터.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전에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탓!
“케헤!”
목 위에 올라타자 뱀은 나름대로 방어기제를 펼치려 했다.
일부러 땅에 부딪치기도 하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촤악! 촤악!
나는 톱날검으로 칼부림을 펼쳤다.
단순한 공격으론 머리를 깔끔히 베어 낼 수 없기에 기를 축적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축적한 기로 난 턱이 없어진 나머지 머리 부분을 단숨에 베어 내 버렸다.
[그레이아를 처치하였습니다!]
[회색 띠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후우~.”
치이이이ㅡ
잘려 나간 머리 부분에 있는 오스트 문양이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어 간다.
그 잿더미는 바람을 타고 내게로 날아들더니 곧 회색 띠에 스며들었다.
[회색 띠가 변화합니다.]
빛으로 물든 띠에는 뱀이 가지고 있는 눈이 새겨졌다.
[오리오 벨트를 얻었습니다.]
회색 띠. 그리고 회색 띠의 주인인 오스트 문양을 가진 뱀.
그것들이 한데 맞물렸을 때부터 이 벨트를 얻는 것은 예정되어 있었다.
오스트 문양을 가진 마물들을 지배할 수 있다고 알려진 오리오 벨트는 최소 여덟 마리 이상의 오스트 문양을 가진 마물을 제거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선 옵션 확인부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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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 미완성된 오리오 벨트
내용: 마물들의 왕 오리오의 힘이 깃들어 있다.
효과: 봉인
영구 습득: 근력+5, 민첩+5, 체력+5, 정신력+5, 마나+5
조건부 효과: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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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아이템 효과가 봉인되어 있었다.
제법 쓸 만한 아이템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금 당장엔 능력치 습득 말곤 도움이 되는 게 없어.’
그래도 모든 능력치가 5씩 상승하는 거면 나쁘지는 않았다.
이내 벨트를 두르자 미미한 신체변화가 일어난다.
‘가벼워서 착용감이 좋아.’
하나, 입고 있는 옷과는 딱히 어울리지 않는다.
[돌발미션이 종료됩니다.]
회색 띠에 주어져 있던 미션이 종료됐다.
그런데.
‘회색 띠에 있던 숫자는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당장에 레인보우 띠에 적힌 숫자를 확인했다.
다행히 회색 띠에 찍혀 있던 10만은 레인보우 띠로 옮겨 갔다.
그럼 총 합해서 현재 가지고 있는 띠 숫자는 51만.
그걸 두 배로 돌려받으면 무려 102만이었다.
“캬항, 컁.”
-아주 독식을 했군.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튜토리얼에서 100만 포인트를 거머쥔 등반자는 들어 보지 못했다.
다른 이도 아닌 다칼이 그리 말을 하니 나도 모르게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 여기서 할 일도 끝이군.
“그렇지.”
다음 층으로 올라가야 할 시간.
나는 항상 눈에 맴돌던 미션종료 메시지를 띄워 말했다.
“이만 미션을 마치겠어.”
[미션을 종료합니다.]
[아직 미션에 남아 있는 등반자들이 있으므로 기여도순에 따른 보상결과는 추후 진행됩니다.]
[보너스 기회로 적용됐던 보상 정산을 시작합니다.]
[현재 등반자가 가지고 있는 띠 숫자는 510,499이므로 두 배가 적용되어 1,020,998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이어서 눈앞에 포탈이 열렸다.
하지만 나는 포탈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죽어 있는 뱀의 목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그냥 보호막을 지나칠 수 있었다.
곧 내리막길이 아닌 낭떠러지 끝에 이른다.
난 망설임 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한동안 몸이 붕 뜬 채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보이지 않던 땅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쿵!
충격에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 끝이 살짝 저려 온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줘 가며 나는 여유로이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모를 긴 통로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무수한 쓰레기들.
해초이며 뼛조각이며 흙이며 돌이며 없는 것이 없는 잡동사니였다.
쓰레기 산들 사이로는 좁은 길이 보인다.
그리고 곳곳에는 숫자도 세기 어려울 정도로 뱀들이 즐비했다.
발을 내딛자 메시지가 올라온다.
[시련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타임 어택이 발생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시련의 길 끝에 이르십시오.]
[남은 시간: 01:00:00]
[만일 끝에 이르지 못하고 시간이 종료될 경우 강제로 5층으로 추방됩니다.]
주어진 시간만 봐도 꽤 길이 험난하거나 길이가 길 것으로 예상이 됐다.
그리고 미션 포커스가 빨리 들어가는데 집중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분명 끝에 도달했을 때 남은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 보상이 들어올 것이다.
하나 내가 포탈이 아닌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타임 어택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4층과 5층을 잇는 통로에만 있다고 알려진 뱀의 보주를 얻기 위한 것.
그것이 타임 어택 보상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저 많은 뱀들 중에 보주를 가진 놈이 있다.’
보통은 구별하지 못할 테지만 난 아니었다.
여태까지는 스킬이 금지되어 스킬 사용이 되지 않았지만 이젠 스킬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다는 것은 점지 스킬도 발동한다는 의미.
점지가 가리키는 뱀만 찾아내면 뱀의 보주도 내 것이었다.
“카하앙.”
-여기가 말로만 듣던 시련의 길이군.
다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너도 여긴 처음 와 보나?”
-처음 와 본다. 그리고 저 뱀들. 작지만 조심해야 할 거다. 엄청난 맹독을 품고 있어.
“그건 걱정 말라고.”
한번 배지의 힘을 빌려 볼까?
나는 몸속에 있는 마나를 끌어와 가슴팍에 달린 배지에 불어넣었다.
우우웅ㅡ
연한 초록빛의 막이 내 몸을 감싸고 돌았다.
곧 호랑이 형상을 한 메나이어가 나타난다.
크하아앙ㅡ!
포효하는 소리에 귀에 들려온 소리가 잘게 떨린다.
나는 곧 좁은 길로 걸어갔다.
쉬이익ㅡ!
각양각색의 소리를 내는 뱀들이 기습적으로 나를 공격해 왔다.
이빨을 들이미는 녀석들이 있는 반면 독을 뱉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조리 보호막에 막혀 버린다.
[소량의 정신력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재끌자 칭호 덕분인지 정신력이 단번에 3이나 올랐다.
…….
[소량의 체력이 올랐습니다!]
…….
…….
[소량의 마나가 올랐습니다!]
이후에도 몇 번이고 능력치가 올랐다.
“진짜로 개꿀인데?”
보주를 가지고 있는 뱀을 찾아도 여기서 1시간을 풀로 채워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함에 젖어 있는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캬하압! 아욱! 아욱!”
어느샌가 뱀들을 잡아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다칼.
벌써 열 마리째였다.
저 작은 배 속으로 잘도 들어간다.
다칼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왠지 어렸을 적 먹어 본 꿈틀이 젤리가 생각이 났다.
‘아, 보고 있으니 나까지 배고프네.’
5층에 올라가면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어?”
앞에서 뭔가가 보였다.
저것은 점지 메시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것은 뱀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뱀의 보주를 가진 뱀.
시이익ㅡ 시익ㅡ
그런데 뱀이 눈을 마주치자마자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시야에서 놓치기 전에 다크스윔을 사용해 붙잡았다.
시이익ㅡ
그렇게 붙잡은 뱀을 곧바로 해부하려는데.
“아움!”
그걸 자연스레 빼앗아 입에 집어넣는 다칼.
“……야.”
뒤늦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다칼이 날 힐끔 쳐다본다.
“……꿀꺽.”
“먹었냐?”
“카으응?”
-그게…….
나는 녀석의 몸뚱어리를 잡고 세게 흔들었다.
“뱉어! 뱉어! 빨리 뱉어!”
“카햑! 카햑! 캬햑!”
-흔들지 마라! 어지럽다!
“어지러운 건 네 사정이고 빨리 뱉어! 임마!”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 봐도 보주는 나오지 않는다.
“하아~ 미친.”
이건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인데.
“카끅! 카끅!”
이상한 딸꾹질을 하며 눈치를 보는 녀석.
“다칼. 지금 네가 뭘 먹은 건지는 알고 있겠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다른 쪽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이걸 확 그냥!”
나는 다칼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하~ 그래. 좋게 생각하자고. 신수라고 해도 보주의 힘은 발휘될 테니.”
뱀의 보주를 먹으면 마안을 얻게 된다.
눈을 마주친 상대를 석화 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마안을.
곧 보주의 힘이 드러나듯, 다칼의 한쪽 눈이 뱀처럼 마름모 형태로 변화했다.
키이ㅡ!
동시에 내게 달려들던 뱀들이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머리부터 몸통, 꼬리까지 회색으로 물들어 갔다.
퍼석!
지나가며 발로 밀쳐 내니 속절없이 부서져 내린다.
‘다칼 말대로 다르게 생각해 보면 녀석이 마안을 얻은 것이 오히려 좋게 작용할 수가 있어.’
마안을 쓰려면 자신이 가진 정신력을 소모하게 된다.
이미 마법으로 정신력과 마나를 소모하는 내 입장에선 되레 부담을 덜어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칼은 내 동행자니 떨어질 일도 없을 테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잠깐. 혹시 내가 마물 입속에 집어넣었다고 일부러 복수를 한 건 아니겠지?”
“캬, 캬응.”
-전, 전혀 아니다.
“그런데 왜 말을 더듬어?”
-동행자의 맹세를 걸고 맹세코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좋아.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비록 뱀의 보주는 다칼의 배 속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시련의 길에서 나도 나름 얻어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능력치.
정신력과 체력. 마나 위주로 간간이 수치가 올라갔다.
하지만 재끌자의 효능이 있다고 해도 능력치가 무한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반복적인 패턴과 행태를 보이면 아무래도 오르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각 세 개 능력치가 10이상씩은 올랐다.’
특히 노력으로는 올리기 어려운 마나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이득이었다.
어느덧, 끝없이 이어지던 시련의 길도 끝이 보인다.
곧 뱀의 몸 밖에서 보았던 출구, 하얀빛이 나를 강렬히 맞이하는 중이었다.
[시련의 길 끝에 이르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B급 맹독수가 지급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시간 10분.
최대한 늦게 도착한 것인데.
그래도 B급 맹독수 정도면 쓸 만한 보상을 받은 셈이었다.
그보다 내 시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벌써부터 케케묵은 냄새와 습기가 가득 찬 공기를 떨쳐 내고 상쾌한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5층.
본 무대의 시작 장소.
“아우우우ㅡ!”
다칼은 그 시작을 알리듯 고개를 들어 크게 울부짖었다.
난 그런 다칼을 마주 보며 흥분과 기대 대신 덤덤함을 가지고 입을 뗐다.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