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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9화 (29/230)

회귀한 탑 등반자 29화

29화. 악재 구슬 (2)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세웁니다!]

[틀을 벗어난 행위로 재앙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재앙을 끌어안은 자라는 칭호가 주어집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5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받은 5만 포인트보다 나는 새로 주어진 칭호에 이목이 끌렸다.

악재 구슬을 사용하게 되면 자연스레 얻게 되는 칭호.

재앙을 끌어안은 자.

일명 재끌자라 불리며 회귀 전부터 여러모로 등반자들 사이에서 거론됐던 칭호이다.

여타 칭호와는 다르게 버프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디버프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차별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점 때문에 유명했던 것은 아니었다.

난 자세한 설명을 읽어 보기 위해 칭호 옵션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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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을 끌어안은 자

효과: 위협과 마주할 확률이 높아진다. 단, 위협이 들이닥쳤을 때 그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영구 능력치가 상승할 확률이 높아지며 그 상승의 폭도 같이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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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탑 등반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버프 옵션을 지니고 있었다.

그저 위험한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영구 능력치가 상승할 확률이 높아지다니.

뿐만 아니라 뒤로 가면 1도 올리기 힘든 영구 능력치를 2, 3 이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보다 사기적인 칭호가 있을까?

물론 디버프를 생각하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탑에는 항상 위협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거기서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하나 이것은 내가 본 관점에서나 그렇고 다른 등반자가 이걸 가지게 되면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곧 나는 날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을 떠올리며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셋 다 어딘가로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유희는 날 보자마자 확신에 찬 어조로 물어봤다.

“방금 안개. 네가 제거한 거지?”

“어, 어떻게 알았어?”

“네가 사라지자마자 안개가 사라졌잖아. 우연인 것치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서.”

“맞아. 내가 제거했어.”

“안개에 독이라도 있었나 봐?”

나는 벙찐 눈으로 유희를 쳐다봤다.

“그것까지 어떻게 알았냐?”

“어? 맞아? 그냥 맞춰 본 건데.”

“가끔 보면 족집게가 따로 없다니까.”

“족집게는 무슨.”

“그보다…… 얼렁 가 봐야 하지 않아? 기여도 챙겨야지. 보상 안 받을 거야?”

“아! 맞다.”

내 말에 자기 할 일을 떠올린 유희가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친구 녀석과 같이 발걸음을 떼던 하성태는 내 앞에 잠깐 멈춰 선다.

“형님은 안 가십니까?”

“안 가. 난 따로 잡을 놈이 있거든.”

“어, 그럼 저도 같이 갈까요?”

“됐어. 나 혼자서도 충분해. 넌 유희나 따라가서 도와.”

“음. 그러시다면야…… 먼저 가 보겠습니다. 형님. 몸조심하세요.”

“너나 몸간수 잘해. 죽은 몸이라고 막 굴리지 말고.”

“형님!”

내 말에 발끈하던 하성태는 그런 말을 계속하면 서운하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 버렸다.

“남자가 잘 삐치긴.”

그리고 새로이 합류한 박자린이 뒤늦게 둘을 따라갔다.

순간 날 쳐다보는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난 어깨를 들썩이며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곳곳에서 비명과 싸우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재앙은 사라졌으나 아직 그 주변에 잔재가 남아 있었다.

레드 포그 독에 중독되었던 오크들은 여전히 중독된 상태로 미쳐 날뛰고 있는 중이었다.

“쿠허어!”

내게도 오크 한 놈이 멋도 모르고 달려든다.

파직!

나는 마나볼트를 시전해 녀석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콰앙!

머리가 통째로 사라지고, 나머지 몸체만 남았다.

그 몸체가 몇 번이고 크게 들썩인다.

“생각해 보니. 유희랑 성태, 둘한테 말 안 했네. 오크들이 좀 질기니까 뒷마무리를 확실히 하라고 해야 했는데.”

걱정도 잠시.

“뭐. 알아서 하겠지.”

그보다 난 내 걱정부터 해야 했다.

오크 한 놈을 찾아 하는데.

나는 눈에 띄게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아 헤매길 십수 분.

‘찾았다.’

오크 수장만큼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큰 덩치를 지닌 오크가 자신보다 큰 둔기를 들고 그걸 등반자들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크하하하! 빌어먹을 인간 녀석들! 죽어라!”

녀석에겐 이미 수십 명의 등반자들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하나 등반자들은 녀석을 밀어붙이긴커녕 밀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녀석은 재앙으로 탄생한 가장 강력한 돌연변이니까.

안수찬 같은 강한 등반자가 아니라면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언제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등반자가 나올지 모르기에 나는 바로 전투에 끼어들었다.

내 목적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어금니 증표.

녀석만 잡으면 필요한 증표는 다 모으게 되는 것이다.

다크소드.

우웅-

나는 단숨에 끝낼 기세로 틈을 노렸다.

서걱!

“커헉…….”

사실 전투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분명 강한 놈이긴 하나.

그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등반자들에게나 해당하는 것.

저 녀석보다 더 강한 놈들과의 싸움을 거듭하며 이미 동등의 위치에서 벗어나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대고 있는 오크에게 다가갔다.

앞서 크게 고전하던 등반자들이 날 어벙한 눈길로 쳐다본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쳐다보건 말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오크 목에 걸려 있는 증표를 떼어 내 목적을 달성할 뿐이다.

[어금니 증표를 획득하였습니다.]

[어금니 증표가 일정 개수를 넘어서며 찬란한 어금니 증표에 변화가 생깁니다!]

외형적으로 조금 변화가 있었다.

그래 봐야 내 눈엔 그게 그거이지만.

그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능력치가 한 단계 더 증폭하여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이었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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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자

칭호: 좀비 학살자 외 3개

능력치

근력: 61(+250)

민첩: 60(+430)

체력: 68(+250)

정신력: 118(+250)

마나: 115(+250)

스킬

점지(Lv1) 마나볼트(Lv8) 마법컨트롤(Lv15) 다크스윔(Lv3) 다크웹(Lv3)

어스월(Lv3) 행운의 룰렛(Lv1) 다크소드(Lv2) 다크소울(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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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간간이 오른 영구 능력치와 그를 뒷받침하는 추가 능력치가 아름답게 숫자로 나열되었다.

‘민첩은 곧 오백을 바라보고 있어. 다른 것들도 삼백을 넘어섰고. 얼마 안 있으면 육체 그릇이 한 번 더 넓어지겠군.’

앞으로도 더 발전해야겠지만 능력치는 이제야 좀 볼만해진 기분이다.

“저기요!”

“응?”

고개를 돌리자 어떤 남자가 내게 다가와서 불만을 표시했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 갑자기 끼어들어서 막타로 죽여 놓고 전리품만 챙기다니. 원래대로라면 그건 저희 중 한 명이 가져가야 하는 게 맞다고요!”

“맞아!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그러지 말아야지!”

나는 냉랭한 눈길로 그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다들 저 남자와 같은 생각인지 누구 하나 반박하는 자가 없었다.

“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까? 이게 그쪽 것들이라고.”

나는 오크 시체를 들어 올려 사람들이 있는 곳에 집어 던졌다.

“상처를 한번 보세요. 내가 낸 상처 말고 치명상을 입은 게 있나. 수십 대든 수백 대든 많이 두들겨 팼다고 해서 공이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확실하게 끝낸 놈이 공을 가져가는 거지.”

어딜 봐도 그런 상처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할 말을 잃은 듯 처음과는 다르게 침묵을 유지했다.

이어서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나갔다.

“이걸 진심으로 가지고 싶으면 자기 거라 주장하기 전에 강해질 생각부터 하세요. 괜히 이런 식으로 떼써서 빼앗을 생각하지 말고.”

“뭐? 이봐! 지금 말 다 했어!?”

“야야! 네가 참아! 잊었어? 저 사람, 그 사람이잖아.”

“뭐! 누구!?”

따지고 들려던 사람 옆에 서 있던 일행이 귓속말로 친구에게 무슨 얘기를 전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얘기를 전해 들은 친구는 이내 굳어진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크흠…… 에이 씨…… 재수탱 걸렸네. 가자.”

워낙 작게 말해서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분명히 나에 대한 얘기였다.

그들이 순순히 뒤로 물러나니 나 또한 그곳을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향한 목적지는 멀쩡한 건물들이 남아 있는 곳.

사실 내 입장에서는, 더는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기여도도 이미 필요한 만큼 충분히 채웠고, 얻어 낼 수 있는 히든피스도 다 얻어 냈다.

하나 멀뚱히 가만히 있는 것은 내 성미에도 안 맞고, 미션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는 게 나았다.

건물에 불을 붙이고 다른 건물에도 불을 붙이려다 이내 손을 거둔다.

“맞다. 템포 조절해야지.”

그래도 유희를 비롯해서 다른 일행들이 지금쯤 기여도를 조금이나마 얻기 위해 뛰고 있을 텐데.

속도 조절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만 여유롭게 작업을 해 나가자.

* * *

그로부터 반나절이 지났다.

등반자들의 시야에는 오르크 대마을을 완전히 함락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야! 드디어 끝났다!”

“와아아!”

또 하나의 미션을 이겨 냈다는 기쁨 때문일까? 아님 살아남았다는 기쁨 때문일까?

등반자들이 환호의 함성을 질러 댄다.

그 함성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곧 기여도 순위도 같이 공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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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비공개 – 90%

2위) 뚝배기 브레이커 – 3.99%

3위) 검에 서리가 맺힌 설녀 – 2.34%

4위) 백발백중 – 1.1%

5위) 비공개 –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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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에서 1위를 차치하였습니다!]

[기여도순에 따라 기본 보상과 보너스 보상이 지급됩니다.]

준석은 자신의 기여도 수치를 확인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먼저 올라온 보람이 있네.”

-뭐. 좋은 거라도 얻은 것인가?

어느새 자신의 어깨 위로 내려온 다크 울프를 힐끗 쳐다봤다.

“이제야 좀 정신이 드나 봐. 무슨 신수가 멀미를 해. 그것도 아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큼! 정신을 못 차리다니. 누가 정신을 못 차렸다고 그러지?

“거의 반나절 이상은 기절해 있던데. 이걸 아니라고 잡아뗀다고?”

“캬항!”

-참 눈치가 없는 친구로군. 모른 척하면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을.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신기해서 그러지. 신수가 멀미를 한다는 얘긴 들어 본 적 없거든.”

-가까운 거리라면 상관없다. 하나 멀리 떨어진 거리를 공간 이동을 하면 멀미를 하지. 그리고 그리 오래 기절해 있었던 건 멀미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래도 몸이 줄어들면서 그에 대한 육체 반응인 것 같다.

“하긴. 갑작스레 작아져 버렸으니.”

부작용이 따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준석은 기절한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 나가려고 했지만 도중에 들어온 보상 때문이 그러지 못했다.

[메나이어 배지가 지급되었습니다.]

[윈드퍼드 마법책이 지급되었습니다.]

떨어진 보상 개수는 적었지만 그 두 개가 가진 가치는 매우 높았다.

특히나 배지.

과거 등반자 중 배지 장인으로 유명했던 크레이슨.

그리고 그가 만들어 낸 희대의 유작, 메나이어 배지.

배지에 새겨진 한 마리 야수의 얼굴은 크레이슨이 사랑했던 반려동물 ‘메나이어’의 것이었다.

호랑이와 닮은 메나이어는 탑에서만 거주하는 희귀 동물이자 일부에겐 신수처럼 여겨지며 보호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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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나이어 배지

효과: 상태 이상 일부 저항(저주, 속박)

조건부 효과: 배지에 마나를 불어넣으면 메나이어 형상을 한 강한 보호막이 형성된다.

조건부 효과: 배지 소지자와 강한 유대감을 지닌 타인에게도 메나이어 형상을 한 강한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다. 단, 상대와 유대감이 없다고 판단할 시 보호막은 형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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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를 상징하는 배지답게 조건부 효과에는 그와 관련된 능력들이 깃들어 있었다.

덤으로 저주와 속박에 관한 저항력까지.

튜토리얼에서 이만한 아이템을 얻기는 힘들었다.

물론 그가 이것 이전에 얻은 아이템들 중에는 이보다 더하거나 이와 비슷한 수준의 아이템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필요한 것을 얻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마도사에게 있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중간한 보호망을 형성하면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나 메나이어 배지가 있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소지자가 마나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강력한 보호막을 형성해 낼 수가 있다.

이내 자신의 가슴팍에 배지를 매달은 그는 이어 윈드퍼드 마법책을 살폈다.

바람 계열 마법 중에도 얻기 힘든 것이 윈드퍼드다.

그래서 그 희귀성을 인정받아 경매장 혹은 거래소에서도 비싸게 팔려 나가는 책이었다.

마법이라면 하나라도 더 얻어야 하는 게 마도사이기에 그는 곧바로 마법책을 펼쳐 습득에 들어갔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마법책에 각인된 스킬을 습득합니다.]

[윈드퍼드(Lv1)를 배웠습니다.]

스킬을 배우자마자 테스트 겸 마법을 사용해 봤다.

윈드퍼드.

휘이이잉!

회색에 가까운 바람이 그의 손길 속에 모이더니 여러 형태로 변환이 됐다.

동그란 구체에서 뾰족한 창으로, 뾰족한 창에서 초승달처럼 생긴 반원으로, 반원에서 잘게 나뉜 파편들로.

각양각색의 형태를 보여 준 직후, 회색 바람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듯 주변으로 흩어져 버린다.

“역시 쓸 만해.”

보통 스킬 마법이란, 주어진 형식대로 형태와 성질을 갖추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의로 마법의 형태와 성질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나볼트를 구체에서 미사일 형태로 바꾸는 것이 거의 전부이듯이.

각자 마법에는 그 정해진 형식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윈드퍼드는 그중에도 가장 형태가 자유로운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인기가 있는 마법이고.

“이준석!”

보상 확인을 끝내자마자 유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뒤로는 일행도 같이 있었다.

“보상은 받았어?”

“어! 근데 아무래도 기여한 게 적어서 그런지 영 좋지는 않네.”

“당연하지. 그래도 아래층에서 시간을 투자한 만큼 얻은 게 있을 거 아냐?”

“있지! 어? 너 소환수 정신 차렸네.”

“크르르륵.”

-저 여자에게 신성력이 느껴지는군.

“너무 경계하지는 마. 나한테 가족 같은 베프거든.”

“크앙.”

-알았다. 노력해 보지.

“뭐야? 지금 둘이 대화하는 거야?”

“어.”

유희는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대박. 나도 그런 소환수 하나 있으면 좋겠다.”

“원하면 그렇게 하면 되지. 올라가다 보면 얼마든지 그럴 기회는 있어.”

준석은 유희의 눈빛을 보더니 이내 확신했다.

‘정말로 하나 더 생기겠군.’

항상 저런 눈빛을 하면 반드시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얻어 내곤 했다.

“어? 형님. 문이 열렸습니다.”

뒤에 서 있던 하성태가 열린 포탈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유희는 준석에게 물어본다.

“이번엔 어떻게 할 거야?”

“난 계단으로 갈 생각이야. 꼭 들려야 할 곳이 있거든.”

“나도 계단으로 갈래. 너희는?”

“음. 저는 이번엔 포탈을 좀 이용할 생각입니다.”

“전 언니 따라갈래요.”

하성태를 제외하곤 전부 계단으로 가길 택했다.

“아쉽습니다. 형님. 이렇게 보자마자 또 헤어져야 한다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긴. 닥치고 그만 가. 훠이!”

하성태는 어느정도 길들여놓았으니 따로 움직여도 상관없다는 판단이었다.

오히려 혼자 성장하다 쓸 일이 생겼을 때 부르는 것이 그의 입장에서도 편안했다.

하지만 그가 빨리 보내려고 하자, 하성태는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약간의 연기도 섞여있었다.

“흑. 제가 필요 없으시다니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유희야. 쟤 함정에 빠져서 머리 좀 다치고 온 거 아니지?”

“아닐 걸……?”

“저 아직 있습니다.”

저런 어색한 연기를 봐주고 있어야 한다니.

“하~”

준석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준석 씨!”

그때 저 멀리서 뛰어오는 두 일행이 있었다.

안수찬과 주안나였다.

“허헉. 헉…… 어디 있는지 한참 찾았네.”

준석은 그를 보며 말했다.

“두 분 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제때 만났나 보네요.”

그가 주안나를 흘겨본다.

그러며 주변 사람들을 호기심 있는 얼굴로 살폈다.

“예. 덕분에. 그런데 이분들은……?”

“아, 제가 말했던 일행들입니다. 이쪽은 바깥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 김유희.”

“아하~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가 오고 간다.

그 와중에도 주안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형님. 전 정말 먼저 가 보겠습니다.”

“어. 그래. 나중에 보자고.”

하성태는 이 사이에 끼기가 어색했는지 금방 자리를 떠 버렸다.

“슬슬 우리도 늦지 않으려면 가야 하지 않아?”

도중에 유희가 발걸음을 재촉해 온다.

“잠깐만.”

준석은 안수찬과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다.

“수찬 씨. 기억합니까? 저희 내기했던 거.”

“예. 기억하죠.”

그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설마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날 줄은 몰랐지만. 솔직히 화도 안 나요. 너무 압도적으로 져서. 등신같이.”

승부욕이 강한 그가 패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저 인정 하나 받겠다고 괜히 말을 꺼낸 것이 아니었다.

준석은 살짝 풀이 죽어 있는 그에게 말을 전했다.

“다음에 또 내기합시다. 근데 그땐 이것보다 좀 더 좋은 승부가 됐으면 좋겠네요. 시시하게 끝나지 않고. 그리고 내기 보상은 제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겁니다. 그러니 나중에 가서 괜히 잊어버렸다고 하지 마세요.”

그는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그런 비겁한 짓은 안 합니다. 약속은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안수찬은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해져야 한다.

추후 서로가 도움이 될 인연이 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는 그와 제대로 안면을 터놓았으니 여기서의 그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말로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터.

예상대로 안수찬이 눈에 불을 켰다.

“다음번에는 안 집니다. 반드시…….”

“기대하겠습니다. 근데 수찬 씨는 어느 방향으로 갑니까?”

“아 저흰 포탈로 가려고요.”

“그럼 여기서 헤어지겠네요.”

“그렇죠.”

어차피 다시 볼 사이이기에 준석은 쿨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 다음 층에서 봅시다.”

“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예.”

그들이 가는 모습까지 지켜본 준석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유희를 뒤늦게 쳐다봤다.

“우리도 그만 가자.”

“응.”

하지만 유희와의 동행도 얼마 가지 않아 끝이 났다.

“저쪽으로 간다고? 저긴 막힌 벽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저 벽 너머에 있거든. 내가 갈 곳이.”

“뭐 좋은 거라도 숨겨져 있는 거야? 그런 거면 나도 같이 가.”

“안 돼.”

“왜?”

“벽을 부순 자만 출입할 수 있거든.”

“음…… 그러면 동행도 여기까지네.”

“그렇지.”

준석은 뒤에 서 있는 박자린을 힐끗 바라보며 유희를 데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김유희. 다음 층에 올라가게 되면 무조건 포인트를 써.”

“그게 무슨 소리야?”

“올라가면 알게 될 거야. 기억해. 포인트를 써. 아깝다고 아끼지 말고. 그래야 기여도를 많이 챙길 수 있어.”

“아, 알겠어. 그렇게 할게. 대체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가 봐. 난 용무 마치고 금방 뒤따라갈 테니까.”

“항상 조심해. 알지? 너라 해도 목숨이 여러 개인 건 아니잖아.”

“알았어.”

유희는 친구 걱정을 뒤로하고 박자린과 함께 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편 홀로 남게 된 준석은 따로 나 있는 통로, 막혀 있는 벽 앞에 섰다.

“다시 보니 무진장 크네.”

압도하는 크기를 가진 벽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내 준석은 아공간에 있던 너클을 꺼내 들었다.

파괴자의 너클.

그것을 오른손에 끼니 딱 맞는다.

“후~.”

길게 숨을 토해 내는 그.

너클을 낀 손을 허리 뒤로 뺀다.

그리고 앞을 내다보더니 한순간 호흡을 멈췄다.

휘이잉- 파아앙!

강렬한 충격이 벽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쩌저적, 쩌적!

곧 주먹을 내지른 곳을 중심으로 벽이 갈라진다.

마치 오래된 역사를 지닌 벽이 무너지듯이.

갈라진 틈새 사이로 먼지 가루가 떨어져 내린다.

이어서 모래성이 무너지듯 벽이 그의 눈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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