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27화
27화 다크 울프 (2)
힘이 넘치다 못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저 양손을 꽉 말아 쥐었을 뿐인데.
달라진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같이 일어났다.
몸에서 통증이 밀려온 것.
마치 몸살에 걸린 것처럼 이곳저곳이 콕콕 쑤셔 왔다.
타인의 힘을 과도하게 빌려 온 결과였다.
하지만 고통에 집중하기보다는 나는 임시로 얻은 스킬들을 주시했다.
‘유체이탈, 단단한 피부, 라이트버닝이라. 나쁜 조합은 아니야. 잘만 이용하면 큰 걸 한 방 먹일 수도 있겠어.’
어느새 양 갈래 방향으로 접근해 오는 어둠의 줄기.
‘테스트해 볼까.’
라이트버닝.
손 위로 뾰족한 물방울 모양의 하얀빛이 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화악!ㅡ
나머지 한 손에도 하나를 더 시전한다.
이어서 두 개의 빛을 날려 보냈다.
치잉ㅡ 팡!
그렇게 양쪽으로 흩어진 빛은 들이닥친 어둠과 충돌했다.
강한 파장이 일며 서로 힘겨루기를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빛이 어둠에 타들어 간다.
상성 마법으로도 녀석이 다루는 어둠을 이겨 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뭉쳐 있던 어둠이 그 빛으로 인해 떨어져 나가는 듯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뭉쳐서 내게 달려들었다.
쿵! 쿵!
나는 들이닥친 어둠 두 개를 피하며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다크 울프를 쳐다봤다.
접근전을 펼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면.
다크스윔!
나는 녀석의 다리 밑으로 이동한 뒤, 가슴의 상처를 올려다봤다.
라이트버닝!
하얀빛의 불꽃이 다크볼트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팟! 치이이익!
“캬하아앙!”
그 불꽃이 상처에 닿자마자 크게 반응이 왔다.
곧 녀석은 날 뒷발로 뿌리치더니 재빠르게 몸을 회전해 연타로 꼬리를 움직였다.
‘늦었다!’
워낙 파고드는 속도가 빨랐다.
퍼억!
묵직한 것이 날아와 얼굴을 때린 듯 나는 그 충격에 나가떨어졌다.
[단단한 피부 효과가 발동합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큰 고통을 느끼진 않았다.
임시 스킬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그리고 다크 울프는 날 밀쳐 내는 덴 성공했지만 여전히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나는 다시 녀석에게 접근해, 이번엔 몸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유체이탈!
손끝에서는 퍼져 나오는 무지갯빛이 주변을 밝혔다.
고요한 기류가 흘렀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그 순간.
파아아앙!
압축한 공기가 터져 나가듯 풍압이 쏟아져 나왔다.
“캬하아응!”
찰나 다크 울프의 몸에서 잔상과 비슷한 것이 비춰졌다.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실패인가.’
상대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신수인 만큼 강한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나 잔상이 남았던 걸 보면 아예 가망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잔상은 분명 녀석이 가지고 있는 영혼이었다.
유체이탈은 육체와 영혼을 분리시켜 놓는 스킬.
주로 스스로에게 적용시키는 스킬로 많이 쓰이지만 이렇게 타인에게도 사용이 가능했다.
“캬하악!”
순간 녀석이 입을 벌려 날 집어삼키려고 했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벌려진 아가리 속으로 지팡이가 들어간다.
콰득…… 콰드득……!
“젠장……!”
치악력이 상당해 무기가 겨우 버티고 있었다.
지팡이에서는 서서히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금이 가고 있어.’
다크볼트!
무기가 부서지기 전에 나는 아가리 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쾅! 콰앙! 콰앙!
“캬하아악!”
그러나 연달아 퍼부은 공격은 오히려 녀석을 자극시키는 꼴이 되었다.
콰작!
속절없이 지팡이가 두 동강이 나 버린다.
동시에 지탱하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하~ 새 지팡이를 만들기 전까지는 써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부서진 지팡이에서 어둠석만 쏙 빼고서 그것을 바닥에 던졌다.
이젠 다크볼트와 다크월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어둠석을 손에 쥐고 집중하면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였다.
‘어차피 녀석과 싸울 땐 크게 영향이 없다.’
차라리 마나볼트와 어스월 마법의 기본 속성이 나을지도 몰랐다.
“크르르…….”
녀석이 날 경계하며 거리감을 천천히 좁혀 왔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녀석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러며 라이트버닝과 마나볼트를 번갈아 시전했다.
금세 머리 위로는 번갯빛 구체와 빛의 방울들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녀석 또한 주변의 어둠을 다시 끌어모았다.
이윽고.
하나의 덩어리로 변한 어둠을 파도처럼 일으켜 세웠다.
“캬하아아앙!”
그것이 곧 해일처럼 밀고 들어온다.
나는 공중에 띄운 마법들을 일제히 녀석에게 타깃팅했다.
하지만 바다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내가 시전한 마법들이 금세 모습을 감추었다.
나도 녀석의 어둠에 기존 마법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하나로 뭉친 어둠을 파훼시키고 흩어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4>가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4>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라이트버닝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한 빛과 열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
…….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6>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6>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마법을 한층 더 강력한 힘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새로이 시전한 라이트버닝과 마나볼트는 어둠을 상대로 이전보다 더 긴 시간을 버텨 냈다.
어둠을 흩어지게 하는 힘 또한 더욱 강력해졌다.
그러나 티끌에서 조금 더 변화했을 뿐.
화려하게 마법을 펼쳐 시선을 분산시킨 후 나는 다크스윔을 시전했다.
‘눈치챘나?’
이동 중 다크 울프가 날 매섭게 흘겨봤다.
그러더니 어둠을 이용해 내 움직임을 막아서려고 들었다.
‘어림도 없지!’
공격을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엔 가만히 서 있던 다크 울프가 돌진해 왔다.
퍼억!
‘안 돼!’
아예 머리로 들이박아 버린다.
[단단한 피부 효과가 발동합니다.]
“크윽!”
스킬이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속력이 붙어서인지 상당한 충격이었다.
나는 겨우 두 발을 지탱하고 섰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내뻗었다.
“캬하앙!”
하나 공격할 기회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다시 접근해 온 녀석이 두 앞발을 치켜들었다.
촤작!
급하게 뒤로 물러났으나 때는 늦었다.
녀석의 발톱 자국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았다.
뚝…… 뚝…….
출혈이 상당했다.
“후우~ 후우~”
숨이 거칠었다.
방금 다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억지로 얻어 낸 힘의 부담이 가중되어 가고 있었다.
물에 적신 이불처럼 몸이 무겁고, 머리의 통증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고통은 많이 겪어 봤다.
누군가는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는다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진절머리가 날 만큼 고통을 겪다 보면 일정 수준은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다.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 자기 최면을 걸며 난 달려들었다.
다크스윔!
곧장 녀석의 발밑으로 이동해 다시 한번 더 상처를 노렸다.
아까 전의 공격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는지 상처가 더 벌어져 있었다.
그렇담 이번에만 먹히면!
하지만 그보다 다크 울프가 먼저 반응했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더니 날 내려다본다.
“칫.”
다크소드.
두 개의 검을 시전해 양측으로 나눠 날려 보냈다.
그리고 라이트버닝을 시전한다.
그사이 날아든 두 개의 검이 막혔다.
이어서 날려 보낸 라이트버닝조차 도중에 막혀 버린다.
같은 패턴의 공격은 더 안 당한다.
곧 녀석이 끌어모은 어둠이 나를 향해 떨어졌다.
나는 낙하하는 어둠 덩어리를 피해 뒤로 공중제비를 했다.
이후 몸의 반동을 이용해서 두 발을 튕겼다.
앞으로 접근한 나는 도약을 시도해 녀석의 등 위에 안착했다.
그리고.
유체이탈!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캬하아앙!”
크게 흔들리는 육신!
“카하아악!”
다크 울프가 나를 떨쳐 내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나는 겨우 몸의 중심을 지탱하고서 다크소드를 시전했다.
그리고 그걸 곧바로 거꾸로 세워 몸에 찔러 넣는다.
푹!
“쿠하아악!”
한 번 더 유체이탈!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쿠허어엉!”
여전히 실패였지만 이전보다 반응이 컸다.
‘멘탈이 흔들리고 있다.’
상처가 더 벌어져, 후유증을 드러내는 것일 터.
나는 공격이 들이닥치기 전에 먼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우우우!~”
다크 울프가 공격에 치중했던 어둠을 거둬들인다.
그리고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온몸에 둘러싼 어둠이 눈에 띄었다.
특히 상처가 있는 가슴에는 방어를 더욱 치중했다.
‘그렇게 나오겠단 말이지.’
상황이 이리되면 다시 상처가 난 곳을 노리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을 노리면 된다.
나는 위를 올려다봤다.
다크스윔.
천장 벽을 디딤돌 삼아 밑으로 돌진했다.
바로 아래에는 다크 울프가 있었다.
찰나의 순간.
어스월!
나와 녀석 사이에 벽을 둘렀다.
그렇게 시야를 차단하고 연달아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소드, 라이트버닝!
옆으로 검 하나를 날려 보내 그것이 녀석의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방향으로는 빛의 방울을 날려 보냈다.
가슴을 제외하고 나머지 몸체에도 녀석을 보호하는 어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슴에 모인 어둠에 비하면 충분히 파훼가 가능했다.
콰앙!
벽이 부서져 내린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녀석이 검에 시선이 쏠렸다.
그사이, 빛의 방울이 다른 부위의 빈틈을 만들었다.
나는 그 빈틈으로 착지를 하곤 손을 내뻗었다.
하나 직전에 문제가 생겨 버렸다.
다크 울프를 감쌌던 어둠이 생각보다 빨리 모여 나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이대로 내가 공격을 하게 되면 저 공격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어둠의 형태도 이전에는 뭉뚝했지만 이젠 뾰족했다.
녀석은 인정을 하는 것 따윈 잊어버린 듯 나를 죽일 기세로 공격해 왔다.
때론 살을 내주고 피를 취해야 하는 법이다.
유체이탈!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푸욱!
“크윽.”
[단단한 피부 효과가 발동합니다.]
몸에 날카로운 어둠이 박혔다.
그나마 다행히 단단한 피부 덕에 깊게 파고들지는 못했다.
나는 짧게 숨을 고르며 다시금 녀석에게 유체이탈을 시도했다.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푸욱! 푹!
다시금 몸속에 파고드는 어둠.
[단단한 피부 효과가 발동합니다.]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푸욱!
[단단한 피부 효과가 발동합니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3>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3>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
…….
‘칫. 하필 숫자가 나와도 3이라니.’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스킬 레벨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유체이탈 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르며 눈에 보일 정도로 잔상의 윤곽도 더욱 뚜렷해졌다.
‘레벨을 조금만 더 높이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와야만 한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피와 살을 내주었다간 먼저 죽게 생겼다.
나는 뒤로 빠지며 녀석의 신경을 긁을 수 있도록 다시 상처가 있는 가슴을 노렸다.
라이트버닝!
카항! 카항! 카항!
역시나 요새처럼 단단하다.
하나 바뀐 점은 있었다.
내가 가슴을 노리자 저돌적인 행동은 멈추고 막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때였다.
다크 울프 몸에 다시금 손을 댄 나는 마법을 시전했다.
유체이탈!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유체이탈!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두어 번 정도 사용했을 때 녀석이 내 빈틈을 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확실히 움직임도 느려졌다.
그러나 움직임이 느려진 건 나 또한 마찬가지.
퍼억!
“커헉.”
[단단한 피부 효과가 발동합니다.]
그대로 맞고 날아간 나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허억…… 허억…….”
“푸하아…… 푸하아.”
다크 울프 역시 상태가 좋질 않아 지쳐 있긴 마찬가지였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 보자!’
나는 이후에도 녀석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시도 때도 없이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길 십수 번.
“허억. 헉…… 헉…….”
피를 많이 흘려, 시야는 흐릿하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
서 있기도 힘들었다.
정말로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해 봐야 두어 번 시도하는 게 전부다.’
나는 다가가서 시도할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떨려 오는 팔.
손이 녀석의 몸을 터치한다.
유체이탈!
[유체이탈에 실패합니다!]
[상대의 정신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가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유체이탈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보다 더 강한 정신체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유체이탈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보다 더 강한 정신체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기회다.’
이거라면 반드시 성공할 터.
하지만 이어서 뜬 메시지는 찬물을 끼얹었다.
[마나 순환율이 과다합니다.]
[한계치에 이릅니다.]
[마나 탈진에 걸렸습니다.]
[일시적으로 마나 회복률이 감소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나 총량이 감소합니다.]
[신체가 과부하에 돌입합니다!]
[정신이 과부하에 돌입합니다!]
마나 탈진에 신체와 정신 모두가 과부하에 돌입하며 몸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젠장……!”
“캬하아앙!”
재빠르게 뒤로 물러난 다크 울프가 이내 옆에 벽을 타고 접근을 해 온다.
반대편 벽으로 점프를 해서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더니 도중에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지배력을 이용해 곧바로 주변의 어둠을 끌어왔다.
그리고 몸을 감쌌다.
어설픈 방어였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우측!’
나는 곧장 그쪽으로 손을 내뻗었다.
준비해 둔 라이트버닝에 이은 다크소드를 직선으로 쏘아 보냈다.
녀석이 두르고 있던 어둠이 순간 빛에 걷혔다.
이어서 빠르게 날아든 나의 검이 녀석의 몸을 꿰뚫었다.
“케에엥!”
난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두 발을 움직여 가까이 달라붙었다.
‘마지막이다!’
유체이탈!
순간 적막감이 찾아온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모른 채 녀석이 날 마주했다.
파아아앙!
“큭!”
고막이 달아날 것 같은 풍압이 귓속을 때려 왔다.
[유체이탈에 성공합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눈앞의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육신에서 튀어나온 녀석의 잔상, 아니 영혼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성공이었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서, 다크 울프의 몸체는 힘없이 축 늘어졌다.
녀석을 두르고 있던 어둠 또한 힘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지금이야말로 완벽한 공격 타이밍.
라이트버닝!
라이트버닝!
라이트버닝!
‘먹어라!’
나는 상처 난 가슴에다 불타오르는 빛의 방울들을 마구 난사했다.
그러자 안에서부터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순간, 내 편으로 만들 놈을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지만 그런 흔들림은 길게 가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녀석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망설이는 순간 내가 이 자리서 끝이 날 수도 있었다.
애초에 어떻게 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
상대를 죽이진 못해도 최소한 무력화 상태로는 만들어야 했다.
‘돌아오고 있다.’
이내 가출했던 영혼이 육신에 돌아오고 있었다.
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순간 나는 섬뜩함을 느꼈다.
감겨졌던 늑대의 두 눈이 번뜩인다.
펑!
순간 보이지 않는 공격이 전신을 강하게 때렸다.
지쳤기 때문일까?
보는 시야도, 반응하는 육체도, 전부 느렸다.
몇 초 정도 정신을 잃었다.
“쿠에엑!”
피가 울컥 나왔다.
더 이상 단단한 피부가 발동하지 않는 걸 보니 다크소울의 유지 시간도 끝이 나 버린 듯하다.
내 몸에 흡수되었던 영혼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신체가 과부하에 걸렸습니다!]
[일시적으로 신체를 움직이기 어려워집니다.]
[정신이 과부하에 걸렸습니다!]
[일시적으로 머리 회전이 느려집니다.]
[다크소울 스킬 발동이 강제로 해제됩니다.]
[영혼들의 힘으로 얻었던 모든 능력치가 회수됩니다.]
[영혼들의 힘으로 획득했던 스킬들이 모두 회수됩니다.]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크흐르…… 크륵!”
상처가 깊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두 눈을 마주 봤다.
“허억…… 헉……. 이미 결과는 나온 것 같은데.”
“크르르…….”
다크 울프는 말없이 날 죽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상처를 저렇게 냈으니 그런 식으로 쳐다봐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
녀석에겐 지금 나를 선택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약속대로 그대와 동행하겠다.
“말로만 말고. 맹세해.”
-맹세를…… 알고 있나?
“당연하지. 괜히 목숨 걸고 싸운 게 아니라고.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저 말로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그것은 거짓을 고하지 않는 신수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너의 이명을 밝혀라.
신약을 맺을 때는 밝히지 않았지만 녀석에겐 내 이명을 메시지로 전달했다.
“!?”
다크 울프는 곧 내 이명을 확인하더니 크게 입을 벌렸다.
-범상치 않은 자라곤 생각했는데. 설마 정해진 운명의 굴레와 정해진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등반자일 줄이야. 아주 재미있군.
다크 울프가 날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봤다.
녀석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태초의 존재라고 하나, 여태 회귀한 자를 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내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으니까.
-좋다. 회귀한 자여. 그대라면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태초 어둠에서 태어난 자가 회귀한 자에게 동행의 맹세를 청해 옵니다.]
[맹세를 받아들이겠습니까?]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세를 받아들였습니다.]
[등반자 중 최초로 신수와 맹세를 맺는 데 성공합니다!]
[등반자의 이명의 격이 오릅니다!]
이로써 또 한 발을 내디뎠다.
앞서는 없었던 신수와의 동행이다.
아마 이는 앞으로의 일에 있어서 아주 큰 영향을 끼칠 터.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밑으로 또 다른 메시지가 있었다.
[신수의 힘은 해당 층에 있기에 너무 강력합니다!]
[신수가 해당 층에 맞는 존재로 변화합니다.]
변화한다는 메시지가 뜨기가 무섭게 다크 울프의 몸이 빠르게 작아지고 있었다.
‘얼마나 작아지는 거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작아진다.
그렇게 거침없이 작아지던 다크 울프는 어느덧 사람 주먹만 한 크기에 불과해졌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나.”
지금은 비록 신좌에게 크게 상처를 입어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다고는 하나.
다크 울프의 힘은 저층부에서 밸런스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다른 등반자들보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나조차도 다친 몸을 가진 다크 울프를 상대로 고전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 탑이 개입할 것이란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아무래도 이건 너무…….
“크앙?”
“작아져도 너무 작아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