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26화
26화 다크 울프 (1)
회귀 전에도 다른 신수를 여럿 만나 봤지만 확실히 다크 울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남달랐다.
포효에서 느껴진 압박감이 온몸에 전해져 전기가 흐른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푸후우우ㅡ!”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자세를 취한다.
난 위를 올려다봤다.
다크 울프와 두 눈을 마주친다.
녀석이 단순 몬스터였다면 이렇게 마주할 겨를도 없을 테지만 녀석은 몬스터보다 상위 존재인 신수이다.
신수는 생각을 하는 존재.
아마 지금쯤 내가 적인지 아군인지 가늠하고 있을 터다.
선뜻 먼저 말을 건네려고 하는 순간 시야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힘을 숭배하는 자가 지금 건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고 경고합니다.]
‘카딘인가.’
힘을 중시하는 자인 에고스와 비슷한 이명을 가졌으나 힘을 숭배하는 자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정확히는 카딘과 에고스, 그 둘은 형제 사이였다.
[힘을 숭배하는 자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봉인 해제석을 이용해 신수를 다시 봉인하라고 말합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봉인 해제석을 바라봤다.
이것은 봉인 해제석인 동시에 신수를 봉인할 수 있는 봉인석이기도 했다.
“캬하앙!”
쿵!
다크 울프가 한쪽 앞발을 들어 올렸다 내리찍었다.
쿠구구ㅡ
그랬을 뿐인데 땅이 흔들린다.
역시 힘이 장난이 아니다.
나는 녀석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끝에는 봉인 해제석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긴, 자신을 이곳에 가둬 두었던 원흉이나 마찬가지이니 녀석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이걸 계속 손에 쥐고 있으면 나를 적이라고 오인할 것이다.
나는 봉인 해제석을 주먹으로 꼭 말아 쥐었다.
최대한 힘을 줬지만 부서지기는커녕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역시 물리적인 힘으로는 못 부수는 건가.’
다크볼트.
[어둠의 반지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효과 ‘고속캐스팅’이 발동합니다!]
파직!
파직!
파직!
[다크볼트 레벨이 올랐습니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가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우웅ㅡ 우웅ㅡ
회전하는 고리에 압축된 에너지의 구체가 봉인 해제석을 감쌌다.
어둠에 천천히 부식되어 가는 돌.
파슥, 파사삭!
견고하던 돌에 금이 갔다.
그 뒤.
파앙ㅡ!
강한 충격파 에너지가 돌에서 뿜어져 나왔다.
충격파가 어찌나 세던지 순간 몸을 지탱하던 발이 들릴 정도였다.
워낙 재질이 단단해 완전히 부숴 버릴 순 없었지만 이제 이 돌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이걸로 괴로울 일은 없겠지.”
나는 다크 울프를 다시 올려다봤다.
여전히 날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하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힘을 숭배하는 자가 지금 일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카딘이 한 경고를 무시한 채 다크 울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커져 가는 경계심만큼 녀석은 이빨을 드러냈다.
쿵!
이내 녀석이 두 앞발을 내디뎌 다시 땅을 내리찍었다.
경고하는 것이었다.
더는 다가오지 말라고.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선 채 말을 이었다.
“우리 서로 자기소개를 할까? 내 이름은 이준석이다.”
녀석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입을 뗄 것 같지가 않다.
조금은 자극을 줘 볼까?
“신수라면 당연히 말을 할 줄 알 텐데. 오랜 시간 갇혀 있어서 말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건가? 아니면 혹시 마물이라도 되어 버린 건가…….”
신수라면 자신을 마물이라고 부르는 것을 지극히 싫어했다.
역시 반응이 왔다.
다크 울프가 두 눈을 번뜩였다.
그러며 내 머릿속에 스며드는 하나의 목소리.
-나는 탑 태초의 존재.
예상보다 더 굵직한 목소리였다.
“역시, 말을 할 줄 아네. 난 또 마물이 되어 버린 줄 알았지.”
-마물은 하찮은 생물이다.
“그래. 넌 신수지. 그것도 태초의 존재. 신좌조차도 죽이길 어려워하며 등반자들에게는 탑의 역사라 불리는.”
-그렇다. 난 탑의 시작과 끝.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지? 너 꼬라지를 봐. 여기에 갇혀서 한세월을 보내고 있는 꼴이라니. 사람들은 더 이상 널 기억하지 않아. 완전히 잊혀 버린 존재지. 탑의 역사라 불리던 것도 전부 옛말뿐이고.”
“크르르…… 카하아앙!”
나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네가 고향이라 부르는 이 탑조차도 널 그냥 이곳에 방치했지. 가지고 있는 건 뭐? 이 방에 들어찬 쾌쾌한 어둠뿐이야. 하지만 그 어둠마저도.”
난 마나볼트를 시전해 공중 위로 띄웠다.
파직! 파지직!
파란빛이 주변 어둠을 걷어 낸다.
“이렇게 언젠가 누군가에게 빼앗기게 되겠지.”
“크하아아앙!”
-내게 어둠마저 빼앗아 갈 순 없다!
다크 울프가 울부짖자 주변 어둠이 요동치며 반응했다.
사아아ㅡ
빛에 밀려났던 어둠이 공중에 떠 있는 마나볼트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흥분하지 말라고. 난 사실을 얘기한 거니까. 난 너 적이 아니야. 그래서 이렇게 봉인을 풀어 준 거고.”
이내 감정을 추스른 다크 울프가 물어 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다크 울프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젠 녀석이 머리를 내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였다.
“그렇게 빼앗긴 너의 것들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거지.”
“카하앙!”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그 다친 몸으로 되겠어?”
나는 상처가 크게 나 있는 가슴을 가리켰다.
“날 따라와라. 그럼 그 몸을 치료해 주지. 그리고 이전처럼 다시 살게 해 주겠어. 아니, 과거보다 더 찬란한 삶을 맛보게 될 거다. 너를 억압하는 것들 또한 사라질 것이고. 신좌조차도 다신 여기에 널 가두지 못하게 될 거다. 원한다면 복수도 가능하고.”
“크하앙!”
-난 그 누구도 따르지 않는다.
역시나 반발이 컸다.
이리 나올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곳에 봉인을 당한 이유가 바로 신좌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힘을 숭배하는 카딘은 다크 울프가 가진 힘을 탐내 녀석을 길들이려고 했다.
하나 길들여지길 원하지 않았던 다크 울프는 그것을 완강히 거부했고, 카딘은 녀석에게 치명상을 입히고서 이곳에 가둬 놓기에 이르렀다.
탑의 드높은 존재, 신좌와도 인연을 맺지 않았던 신수이다.
그로 인해 여기서 수백 년의 세월을 갇혀 지냈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등반자인 나와 인연을 맺는다?
현실적으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크 울프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낙원.”
낙원이란 말에 다크 울프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나와 함께한다면 낙원에 보내 주지.”
-그곳은 신좌들도 그 위치와 출입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등반자인 그대가 어떻게 보내 주겠다는 거지?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내가 널 낙원으로 보내 줄 수 있냐, 없냐이지.”
-믿을 수 없다. 그곳은 가고자 해도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녀석의 말이 맞았다.
그곳은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예 못 가는 것도 아니다.
갈 방법은 존재했다.
다만 많은 이들이 그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
“낙원의 답은 꼭대기에 있어.”
다크 울프가 내 말에 반응했다.
나를 믿을 수 없다면서도 녀석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역시 녀석은 낙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탑의 신수들은 영생을 산다.
그것은 축복임과 동시에 저주.
그들은 가끔씩 죽기 위해서 스스로의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영생이란 저주에 걸려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것이 신수의 숙명이었다.
그런 신수들이 바라는 것은 평화로운 죽음.
바로 낙원에 가는 것.
그리고 나는 그 신수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너를 그곳에 보내 줄 수 있을지, 없을지 믿고 말고는 자유야. 하지만 걸어 볼 만하지 않아?”
-나보고 도박을 하란 말인가.
“생각을 달리해 보라는 말이야. 설사 내가 거짓말을 얘기했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는 건 없어. 되레 그땐 날 죽여도 좋아. 너에겐 나와 동행하는 것이 삶에 있어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겠지. 탑을 오르는 도중에 죽으면 그 시간은 더 단축될 테고.”
-…….
다크 울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좋은 징조였다.
그만큼 내 얘기에 집중을 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니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크 울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좋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다만 조건이 있다.
“조건? 말해 봐.”
받아 줄 수 있는 건 다 받아 줄 생각이었다.
그만큼 눈앞의 신수는 내게 필요한 전력이었다.
회귀 직후, 나는 나와 함께할 동료들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동료들도 결국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완벽한 타인.
그러니 완전한 내 편도 아니었다.
나는 계속해서 내 편이면서 내 말에 곧장 따라오고 끝까지 배신하지 않을 동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동료로는 신수가 가장 적합했다.
신수는 맹세를 통해 한번 약속한 것은 절대로 깨지 않으니까.
다크 울프는 자신의 조건을 얘기했다.
-내 조건은 그대가 내게 인정을 받는 것. 같이 할 시간으로 따지면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그댈 따라가는 것은 내 인생을 맡기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그만한 자질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게 당연한 법.
[미션 보상이 누적되었습니다.]
[새로운 선택 미션이 주어집니다!]
[신수 다크 울프와 싸워 인정을 받으십시오.]
[신수 다크 울프의 제안을 거절하고 살아서 도망치십시오.]
[선택에 따라서 누적 보상이 바뀝니다.]
두 번째 선택 미션이라…….
그런데 두 개의 선택지 중 나머지 하나를 보니 아무래도 다크 울프는 날 살려 보낼 생각이 없는 듯했다.
다크 울프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만일 내가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도망을 치면…….
‘날 먹겠다는 건가.’
오랜 시간 동안 갇혀 있었으니 당연히 배가 고플 것이다.
신성함의 존재로 알려진 신수라고 해도 사람을 안 먹는 것은 아니니까.
자칫 신수와 맹세를 맺으려다가 늑대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다.
하나.
[미션을 선택하셨습니다.]
[신수 다크 울프와 싸워 인정을 받으십시오.]
[제한 시간은 없습니다.]
이는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난 녀석과 물리적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왔다.
“캬하아아앙!”
다크 울프가 크게 포효하더니 곧 내게 파고들었다.
본래 신수가 가진 힘을 사용한다면 나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테스트.
녀석도, 나도 서로가 기본적으로 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녀석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날 우습게 봤든, 봐주는 것이든, 그게 무슨 이유가 됐든 간에 상관없었다.
나는 그 방심을 이용해 빈틈을 노릴 생각이다.
파직!
난 정형적인 전략을 취했다.
‘가슴에 있는 상처를 노리자.’
가까이 온 그 녀석에게 구체를 날리고 곧장 거리를 벌렸다.
접근전을 펼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발을 움직여 달려들던 다크 울프는 금방 어둠과 동화되어 사라졌다.
‘다크스윔과 비슷한 기술이다.’
퍼억!
“크윽……!”
복부에서 강한 충격이 밀려들어 왔다.
내 육신은 반대편 끝에 다다라서야 겨우 멈추었다.
“쿠확!”
피가 한 움큼 나온다.
묵직한 것에 맞은 배는 오장육부가 다 뒤틀린 느낌이었다.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앞을 내다봤다.
확실히 앞서 상대해 온 녀석들과는 달랐다.
정신줄을 놓는 순간 곧바로 이 자리서 죽으리라.
“아우우우~!”
날 날려 보냈던 다크 울프는 모습을 드러낸 채 주변을 까마득한 어둠으로 물들였다.
이미 주변은 어두웠지만 더욱 새카만 칠흑으로 만들었다.
대체 바닥과 천장의 구분점이 사라지고 선과 면의 경계선이 무너진다.
공간 지각 능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녀석이 가진 진정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둠에 친하지 않은 녀석들에게나 해당되는 것.
녀석이 어둠에 익숙한 것만큼이나 나 또한 어둠은 진저리가 날 만큼 익숙했다.
나는 양팔을 펼쳐 주위에 깔려 있던 어둠을 움직였다.
그 어둠으로 온몸을 덮은 나는 마법을 시전했다.
파직! 파지직!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검은 구체들.
불러들인 어둠으로 인해 마법의 힘이 증폭된 상태였다.
다크 울프가 다시 움직인다.
언제 또다시 다크스윔 같은 기술을 사용해 기습을 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수중 지뢰를 설치하듯이 공중 지뢰 역할을 하는 구체들 속에 녹아들었다.
고속캐스팅이 발동한 덕분에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 빨랐다.
쾅! 콰앙! 콰가강!
녀석도 머리를 썼다.
하나씩 접근해 자신이 지배하는 어둠으로 마법을 집어삼켜 나갔다.
그렇다고 통제하는 어둠으로 상대 어둠에 맞서기엔 상대보다 지배력이 달렸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순 없지.’
나는 강제로 마법을 조작했다.
콰가가가가가쾅!
공중에 깔아 둔 구체들로 연쇄 폭발을 일으켜, 다크 울프가 그 폭발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다크월.
나도 그 폭발에 휘말리기 전에 앞에 벽을 세웠다.
그리고 다크소드 두 개를 시전해, 기습을 노리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
녀석의 시야가 이쪽을 보지 못하는 동안 바닥 밑에 두 개의 검을 숨겼다.
콰아앙!
멀쩡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 다크 울프가 벽을 부수고 돌진해 온다.
다크웹. 다크웹. 다크웹.
연달아 거미줄을 쳤지만.
“캬하아아악!”
녀석의 발 동작에 쉽사리 끊어져 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다크웹 마법을 시전했다.
날쌘 발톱으로 거미줄을 끊어 냈을지는 몰라도, 몸에 남은 잔거미줄은 미처 제거하지 못했다.
다크소드.
나는 검 하나를 더 시전해 녀석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리고 근거리에 접근했을 때.
다크볼트. 다크스윔.
검은 구체를 제자리에 띄워 놓은 채로 어둠으로 변화해 녀석과 거리를 벌렸다.
그 뒤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다크볼트 앞에 도달한 녀석을 보며 나는 씩 웃었다.
콰강! 콰가가강! 콰강!
녀석의 몸에 붙어 있던 잔거미줄들이 산화하며 연쇄적으로 터져 나간다.
“크하아앙!”
괴로워하는 걸 보니 가슴의 상처에도 영향이 간 듯하다.
그렇담 꽤 타격을 입었을 터.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나는 쉬지 않고 준비해 두었던 두 개의 검을 위로 쳐올렸다.
차앙! 창!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관통하는 소리가 아닌 튕겨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아우우!”
먼지를 걷어 내고 유유히 걸어 나오는 다크 울프.
“캬하아아아앙!”
신경을 제대로 건든 듯 나를 노려보는 게 심상치 않다.
‘진지하게 나올 속셈인가.’
녀석은 자신이 퍼트렸던 어둠을 다시 한곳에 모으더니.
“카항!”
울부짖는 것과 동시에 그 어둠을 쏘아 보낸다.
마치 여의봉처럼 길게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유연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다크월!
쿠구구구……!
나는 재빠르게 벽을 세웠다.
파앙!
하지만 소용없었다.
공격이 그대로 뚫고 들어왔다.
퍼억!
“크헉…….”
덩어리째로 맞은 나는 망치로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주륵…….
타격을 받은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나는 시야를 가리는 피를 빨리 닦아 내곤 반격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공격이 치고 들어왔다.
퍽!
“큭……!”
한 대를 더 맞으니 어질어질했다.
격차가 나도, 너무 많이 난다.
이대로 싸움이 계속 진행되다가는 신체도 망가지고 체력도 다 빠지게 될 터.
그러면 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역시 그 수밖에 없나.’
나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크스윔으로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허억. 헉…….”
숨을 내쉬며 체내의 마나를 끌어모았다.
우우웅ㅡ
반지가 공명을 일으켰다.
가운데 박힌 검은 보석에서는 회색빛이 조그맣게 반짝였다.
잠시 후.
우어어어ㅡ
반지에 흡수됐던 영혼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새어 나온 영혼들은 마치 나를 보호하듯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하나둘씩,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크소울(Lv1)을 사용하였습니다.]
[영혼들의 힘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놀라울 정도로 상승합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상승한 능력치가 유지됩니다.]
[신체 부하가 시작됩니다!]
[영혼들이 가지고 있던 일부 스킬들을 획득합니다!]
[유체이탈(Lv17)을 배웠습니다.]
[단단한 피부(Lv22)를 배웠습니다.]
[라이트버닝(Lv8)을 배웠습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획득한 스킬들을 사용이 가능합니다.]
[정신 부하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