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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4화 (24/230)

회귀한 탑 등반자 24화

24화 레드 포그 (1)

“드디어 시작됐나…….”

준석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마을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함락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면서 미션 진행 또한 빨라졌다.

그는 기척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주안나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

둘은 서로 마주 보기만 할 뿐, 딱히 말을 섞거나 하진 않았다.

먼저 시선을 돌린 주안나가 손에 검을 쥐고 마을 밖으로 향한다.

“이씨!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든다는데!”

“에잇! 퉤!”

똑같은 메시지를 받은 등반자들도 볼멘소리를 내긴 했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준석도 슬슬 마을을 벗어났다.

그러나 사람들과 향하는 방향이 달랐다.

오르크 대마을에 가는 것은 똑같았지만 이후에 가는 목적지가 갈렸다.

어차피 재앙은 벌어진다.

그는 딱히 재앙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재앙이 벌어져야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크 마법사들을 쫓는 대신 오크 수장을 쫓았다.

녀석을 추적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지도를 펼쳐 빨간 점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을 위주로 찾으면 됐다.

그런 곳이 여섯 군데.

우선 그곳들부터 확인했다.

‘이쪽은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그렇게 찾아 헤매길 몇 분.

‘찾았다.’

오크 수장은 중앙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에 있었다.

수장만이 아니라 그의 수족들도 같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등반자들과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수장 휘하에 있는 수족은 다섯 마리.

오인대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항시 수장을 붙어 다니며 호위를 하는 친위대 같은 존재인데, 그들의 전력은 특출났다.

한 마리 한 마리로만 보면 다른 오크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지만 그들이 같이 뭉쳐 있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섯이면 오크 수장과도 비견된다는 말이 있다.

준석은 바로 끼어들지 않고 싸움을 지켜봤다.

그들을 상대하고 있는 건 박영수와 같이 다니던 덩치 큰 사내가 이끄는 그룹이었다.

“떨어지지 마! 서로 공백을 메워!”

덩치 큰 사내의 외침에 등반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동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걸 보면 덩치 큰 사내는 리더십 자질이 있어 보였다.

“끄아아악!”

“뭐 해! 어서 일어나!”

하지만 호흡이 잘 맞는 것과는 별개로 싸움의 양상은 그들에게 불리한 형태로 가고 있었다.

적과의 전력 차이가 너무 컸다.

‘얼마 버티지 못하겠어.’

특히 오크 수장을 상대하고 있는 덩치 큰 사내의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질 않았다.

온몸이 피투성이에 왼팔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지 오른팔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췩! 죽어라!”

“크윽!”

5미터에 이르는 거구, 오크 수장이 대검을 들어 올렸다.

덩치 큰 사내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대검이 그의 머리맡으로 향하는 순간.

챙!

날아든 다크소드가 그 검을 튕겨 냈다.

백발을 휘감은 오크 수장이 가려진 머리카락 사이로 파란색 두 눈을 번뜩였다.

“췩! 어떤 버러지가!”

방해를 받은 오크 수장은 검의 주인을 찾아 나섰다.

녀석이 곧 준석을 찾아내곤 두 눈을 마주친다.

준석은 말없이 다크볼트를 시전했다.

동시에 다크소드를 움직였다.

챙! 채채챙!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쾅!

그 틈에 날아드는 공격.

다크볼트를 맨손으로 쳐 낸 오크 수장이 손을 털며 다시 접근했다.

쾅! 쾅!

다크볼트가 연계로 날아들었다.

그때마다 손으로 쳐 낸 오크 수장은 인상을 구겼다.

“우아아아!”

그가 이내 대검으로 다크소드를 강하게 쳐올렸다.

준석은 거의 근방까지 접근한 오크 수장을 보며 녀석의 몸에 거미줄을 치고 앞을 막아서는 벽을 세웠다.

그러며 여전히 다크볼트에 대한 견제가 들어갔다.

결국 다크웹에 걸려들었던 오크 수장은 날아든 다크볼트에 직격타를 허용했다.

콰아앙!

그를 중심으로 큰 폭발이 일었다.

후폭풍으로 휩쓸고 들어오는 먼지.

“쿨럭쿨럭!”

준석은 기침을 토해 내며 시야 확보 대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크하아!”

금방 모습을 드러낸 오크 수장이 팔을 크게 돌렸다.

대검 든 팔을 허리 뒤로 돌리고서, 손끝에 힘을 집중시킨다.

“흐하앗!”

우렁찬 기합이 이어진다.

곧, 대검에서 뻗어 나온 파란 검기가 반달을 그리며 날아갔다.

지이이잉!

준석은 그 검기를 보며 우측으로 발을 옮기곤 다크소드로 수장의 등 뒤를 노렸다.

간발의 차로 빗나가는 공격!

‘아깝군.’

귀에 피를 흘리는 것이 전부였다.

“우아아아아!”

그사이, 다음 검기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다크월.

예상하고 있던 연계에 준석은 일시에 세 개의 벽을 세웠다.

파칭! 파칭! 파칭!

모든 공격이 벽을 뚫지 못하고 막혀 버렸다.

“이노오오옴!”

검기가 먹혀들지를 않으니 오크 수장은 다른 공격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준석은 생각했다.

‘성급해. 벌써 그 공격을 꺼내 들려는 건가.’

휘오오오ㅡ

오크 수장의 주변으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이내 대검의 끝으로, 바람이 모여들었다.

검에서는 회오리가 몰아친다.

준비가 끝나자 녀석은 팔에 짊어지고 있는 일격을 날려 보냈다.

화아아악!

준석은 바람을 두른 검기를 응시했다.

그것은 모든 걸 집어삼킬 것처럼 주위의 것들을 파괴해 나갔다.

그는 곧 떨어져 있던 다크소드를 당겨 와, 자신의 손 위에서 옆으로 회전을 시켰다.

후웅ㅡ! 후웅ㅡ! 후웅! 후웅! 후웅!

검이 한 개의 원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돌았다.

바람을 두른 검기가 그에게 닿기 직전.

훅!

그는 회전력이 더해진 다크소드를 앞으로 쏘아 보냈다.

차아앙! 후웅! 후웅! 후웅!

회전하는 다크소드가 검기를 단번에 파훼시킨 것도 모자라 그대로 원심력을 유지한 채 오크 수장에게로 향했다.

푸욱!

“크허억…….”

오크 수장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옆구리를 베이곤 앞으로 허리를 굽혔다.

준석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그 전에 앞을 막아서는 놈들이 있었다.

“췩!”

오인대장 중 하나.

다른 녀석들도 이쪽으로 합류해 그의 앞을 막아선다.

준석은 그들을 상대하던 등반자들을 바라봤다.

모두 죽거나 혹은 치명상을 입었다.

그나마 살아남은 인원들은 도망을 치는 중이었다.

‘그래도 오래 버텼네.’

이들이 합류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애초에 준석은 이 녀석들까지 싸잡아서 오크 수장을 상대하려고 마음을 먹고 온 것이었다.

“덤벼.”

“췩! 건방진 놈! 감히 우리 수장님을!”

쉬이이익-!

콧김 소리를 크게 내며 달려드는 오크는 양팔에 검과 방패를 짊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방패로 그의 시야를 가리면서 접근을 해 왔다.

그래서 어떤 공격으로 치고 들어올지 몰랐지만 그는 사실 어떤 공격이 치고 들어오든 상관없었다.

전부 느려 터진 움직임이었다.

“쿠아아아!”

다른 녀석들도 나서서, 그들 나름대로 사각지대로 파고든다.

다크스윔.

[다크스윔 레벨이 올랐습니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가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다크스윔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빠른 형태로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다크스윔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일정 개수 이하의 물체를 같이 이동시키는 게 가능해집니다.]

지금 잭팟이 터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선은 눈앞에 있는 녀석부터 신경을 써야 했다.

준석은 어둠이 되어 바로 앞까지 접근한 녀석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오크 수장이 그를 내려다본다.

파직!

그 면상에다가 다크볼트를 날린다.

콰아앙!

“크아악!”

동시에 뒤에 두고 온 녀석들을 견제하기 위한 멀티태스팅도 펼쳤다.

허공에 남아 있는 다크소드로 접근을 최대한 늦추면서 다크월로 그들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지이잉!

그는 다크소드를 하나 더 시전해 그것을 손에 쥐곤.

다크스윔.

금방 다시 어둠이 되어 사라진다.

“췩!?”

푹!

벽을 피해서 돌아가던 오인대장 중 하나에게 날카로운 검이 파고들었다.

사악!

이어서 두 번째 오크 녀석에게도 치명적인 검격이 가해졌다.

“크억!”

[민첩이 올랐습니다!]

“어억……!”

[민첩이 올랐습니다!]

“크하악!”

오인대장 다섯 마리 모두가 제때 반응하지 못한 채 준석이 내지른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사아아ㅡ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어느덧 바닥에 기고 있는 오인대장을 쳐다봤다.

다크볼트.

파직! 파직! 파직……!

마법 시전을 멈추지 않는다.

금방 만들어진 다섯 개의 구체가 각각 한 놈씩에게 날아들었다.

콰가가가강!

[업적을 달성합니다!]

[혼자서 오인대장을 처치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1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준석은 무심히 오인대장이 가지고 있던 어금니 증표 다섯 개를 회수했다.

그리고 오크 수장이 있는 곳으로 다시 다가갔다.

“우하악! 후아!”

오크 수장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견제하라고 보낸 다크소드 하나를 제대로 쳐 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예상한 것보다 더 큰 치명상이었다.

준석은 거기다 검을 하나 더 추가해 녀석을 압박했다.

서서히 녀석의 상처가 늘어 간다.

“쿠하아아! 빌어먹을 놈이 감히!”

성미가 급한 오크 수장은 결국 또다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날아드는 두 개의 검을 그대로 무시한 채 그에게로 뛰어든 것이다.

푹, 푹!

그 대가로 두 개의 검이 몸에 꽂혔다.

그럼에도 오크 수장은 멈추지 않았다.

쿵!

준석은 머리 위로 다가오는 대검을 뒤로 움직여 가벼이 피해 냈다.

후웅! 후웅! 후웅!

검격이 연달아 치고 들어오지만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췩! 쥐새끼 같은 놈!”

계속해서 피하기만 하던 그가 그 소리를 듣더니 이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음!?”

오크 수장은 놀란 눈으로 녀석을 내려다봤다.

대검을 맨손으로 잡아낸 그.

“크으으으!”

힘에서라면 절대 밀리지 않는 것이 오크이건만.

아무리 검을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그의 이마에는 혈관이 드러났다.

“장난질은 이쯤 하자고.”

오크 수장이 순간 몸을 움찔했다.

상대의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봤을 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지만 오크 수장은 그 눈빛에 압도를 당해 버렸다.

파자자작! 채애애앵ㅡ

오직 악력의 힘만으로 검날이 부서졌다.

그는 가만히 있던 손을 까닥여 다크소드를 움직였다.

푸욱!

그리고 단숨에 목을 벴다.

“우어억!”

하지만 목뼈가 예상보다 단단했는지 전부가 베이진 않았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게 한계였던 녀석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준석은 이제야 자신과 눈높이가 맞는 그 녀석에게 다가가, 몸에 박혀 있던 검들을 하나씩 뽑아냈다.

“크하아아악!”

뽑을 때마다 녀석의 비명이 들려온다.

수장이라고는 하나 결국 하이 오크에 비하면 약자에 불과했다.

“끝이다.”

가벼운 유흥을 마친 준석은 오른쪽으로 몸을 한 바퀴 돌려 녀석의 머리를 발로 차 버렸다.

파악!

그대로 머리는 몸과 분리돼 바닥에 나뒹군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합니다!]

[혼자서 오크 수장을 처치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3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아리아의 톱날검이 지급되었습니다!]

준석은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고서, 자신에게 굴러들어 온 머리를 쳐다봤다.

보상과 별개로 그곳에는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저장고 열쇠와 어금니 증표가 달려 있는 목걸이.

[저장고 열쇠를 획득하였습니다.]

[어금니 증표를 획득하였습니다.]

‘이걸로 어금니 증표는 마흔아홉 개. 이제 하나만 더 있으면 완성된다.’

나머지 한 개는 어디서 얻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뒤늦게 다른 메시지도 올라왔다.

[오크들의 수장이 죽었습니다!]

[오크들의 사기가 저하됩니다!]

[마을 함락이 가속화됩니다!]

서서히 3층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준석은 이내 남아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01:10:39]

앞으로 재앙이 들이닥치기까지 1시간 남짓.

하지만 저 멀리 상황을 보니 그보다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였다.

‘그렇담. 대비를 해야지.’

재앙이 들이닥치기 전에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이 있었다.

푸억! 두근! 두근! 두근!

아직도 팔팔하게 뛰고 있는 오크 놈의 심장.

이걸 먹어야 했다.

그래야만 재앙이 퍼트리는 맹독, 레드 포그 독의 항체가 생길 테니까.

준석은 눈을 딱 감고 입에 가져갔다.

“…….”

피비린내에다가 느끼함까지. 그리고 쓴맛이 느껴진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준석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방금 전에 얻은 아리아의 톱날검을 들어 아이템 정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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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의 톱날검

효과: 기(氣) 축적, 근력x1.2

조건부 효과: 전투 중에 적에게 타격을 주어 기 축적을 할 수 있다.

조건부 효과: 축적된 기를 이용해 언제든지 검기를 방출할 수 있다.

조건부 효과: 축적된 기가 만기 상태가 되면 완전한 검기를 방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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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을 잡아 얻은 무기답게, 써먹기에 나쁘지 않은 옵션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기에는 맞지 않는 물건이었다.

검을 사용하는 인간이 되지 않는 이상에야.

‘이건 내버려 뒀다가 나중에 팔아야겠군.’

조건부 효과는 그렇다 쳐도 기 축적이 가능하니 아마도 꽤 비싸게 팔리리라.

* * *

“다 죽여!”

재앙을 막기 위해서 모여든 등반자들은 오크 마법사를 서로 잡겠다며 경쟁했다.

“으아아아!”

그중에 단연코 선두에 서 있는 것은 안수찬이었다.

그는 또 한 놈을 정리한 뒤 이내 위를 올려다봤다.

무슨 재앙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크 마법사들이 만든 마법진이 거의 완성을 이루어 하늘에 떠 있었다.

여태껏 본 마법 규모와는 달랐다.

크기마저 매우 웅장했다.

한데 그는 그 와중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쉬워. 마법사들을 제외하곤 다른 오크들이 없잖아?’

있어 봐야 오크 전사들 서너 머리가 전부였다.

분명 이 인근을 조금만 벗어나도 수십, 백이 넘는 오크들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녀석들은 이곳에 얼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와서 엄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일부러 피하는 것 같았다.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그는 미션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지고 있는 의문이 확실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의심뿐이었으니까.

콰직!

끝내 마지막 남은 놈까지 정리한 안수찬은 숨을 고르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런데.

“어……?”

분명 사라져야 할 마법진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분명 다 죽였을 텐데……?”

혹시나 하고 그 주변에 남아 있는 놈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남은 놈은 없었다.

“어? 왜 안 끝나?”

“뭐야? 뭔가 잘못됐는데?”

다른 등반자들 역시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재앙이 시작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죽은 오크 마법사들의 몸에서 전운이 도는 붉은색 기운들이 흘러나왔다.

혼이 빠져나오는 것처럼 붉은색 기운들이 하늘에 떠 있는 마법진에 스며들었다.

“설마…….”

뒤늦게 무언가 눈치를 챈 안수찬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옅은 분홍빛이던 마법진 색깔은 점차 진해져 붉은빛으로 바뀌었다.

원 안에 있던 공백에는 형상 문자들이 채워진다.

지이이잉ㅡ

그리고 원 바깥 테두리로부터 크기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본래 운동장 크기이던 마법진은 어느새 그 이상의 크기로 부풀어 나갔다.

“느낌이 싸하다 싶더니.”

녀석들은 재앙을 불러오기 위해 자신들을 일부러 희생한 것이었다.

정답은 녀석들을 죽이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회를 해도 늦었다.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어떤 것이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안수찬은 긴장한 채 주변을 경계했다.

마법진은 이제 마을을 전부 뒤덮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

주변이 뿌옇게 변하고 있었다.

안개였다.

그것도 붉은 안개.

밀도가 얼마나 높은지 눈 깜짝할 새 시야가 좁아져 버렸다.

손을 내뻗으면 그 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쿠허어어ㅡ

코빼기도 보이지도 않던 오크들의 울부짖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뒤에서는 걸어오는 기척 소리가 났다.

후웅ㅡ!

적이라 생각한 그가 망치를 휘둘렀다.

그러나 상대는 맞지 않고 그것을 피해 냈다.

“하아~”

뒤늦게 그가 누구인지 확인한 안수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어 그는 손짓으로 미안하다는 시늉을 하며 입을 열었다.

“여긴 언제 온 겁니까?”

준석은 말했다.

“아까요. 그보다 안나 씨는? 그쪽과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음? 그쪽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

“마을에서 같이 있긴 했는데. 미션이 발생하고 나서부터는 따로 갈라졌습니다.”

“그럼 도대체 얜 어디에 간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린 안수찬이 이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핀다.

“어디서 또 칼자루나 휘두르고 있겠네…….”

딱히 걱정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보다, 메시지는 봤습니까?”

“예. 봤습니다.”

“재앙이란 게 아직 뭔지 감은 잘 잡히지 않지만 이 안개가 그 시작인 건 분명한 것 같네요. 우선 시야가 보이는 곳으로 가죠. 그래야 뭐라도 판단이 설 거 같은데. 안개가 끼기 전에 제가 길은 봐 뒀습니다. 저쪽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쿨럭쿨럭!”

안수찬은 말을 하다 말고 기침을 해 댔다.

단순한 기침이 아니었다.

비말과 함께 피가 묻어나왔다.

“어……? 갑자기 왜 이러지…… 우욱, 우웨엑!”

금방 토까지 하는 그는 상태가 꽤 심각해 보였다.

“하아~ 하~”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인 공격을 당한 것일까?

현재로선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온갖 의문을 느끼던 안수찬은 그때 새로 올라온 메시지를 발견했다.

[당신은 레드 포그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레드 포그 독에서 벗어나려면 항체를 가진 오크의 심장을 획득하여 먹으십시오.]

[아니면 당신은 죽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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