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22화
22화 돌발 이벤트 (1)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런 개새끼가!”
한 명이 발끈해 허리춤에 찬 무기를 꺼내 들었다.
단검류라 칼날이 짧았다.
이어서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해 왔다.
뒤를 따르는 한 놈이 더 있었다.
친절히 경고도 해 주었건만.
‘멍청한 놈들.’
나는 아직 허공에 떠 있는 다크소드를 움직였다.
슈우욱! 서걱!
단검을 들고 있던 남자는 무기를 내뻗어 보기도 전에 목을 베였다.
“으, 으아!”
그 뒤를 따르던 남자가 달아난 머리를 보고 소리를 지른다.
두려움을 떨쳐 내려고 그리한 것 같은데.
그런다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서걱!
다시 들려온 소리에 저쪽 동료들이 몸을 움찔했다.
표정들이 어두워진다.
거만을 떨던 그 모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점점 사람들 얼굴에는 공포가 드리웠다.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며 조용히 입을 뗐다.
“더 죽고 싶은 사람 있어? 죽고 싶으면 나와. 그게 소원이라면 들어줄 테니까.”
같은 등반자를 죽이는 건 회귀자인 나라도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행할 수는 있었다.
이번 일로 인해 내게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생길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들은 여기서 정리를 하는 게 오히려 미래적 관점에서 더 도움이 됐다.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저쪽 리더 역시 가만히 있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대가리들이 아예 굳진 않았나 보네.’
저들이 떼거리로 달려든다고 해도 전부 상대가 가능했다.
적어도 나와 호각을 이룰 사람이 있었다면 진즉에 다크소드를 사용했을 때 막아내거나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러지 못했다.
“당장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나 보네. 그렇담. 이제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든 대가를 바쳐야지.”
나는 저들이 가지고 있는 음식을 손으로 가리켰다.
“가지고 있는 음식 전부 내놔. 그럼 오늘 이 자리에서 더 죽는 사람은 없을 거야.”
“시발. 지금 뭐라는 거여. 아무리 그래도 음식은 오바지! 우리가 어떻게 얻은 건데!”
“누구야? 방금 목소리 낸 사람. 나와.”
“나다! 이 시발놈아!”
서걱!
다크소드로 녀석의 목을 베곤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또 죽고 싶은 사람?”
자신들 머리 위에 검이 날아다니니 지레 겁을 먹은 모습이다.
그때 그룹의 리더가 자그만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넘겨.”
“예……? 하지만.”
“넘기라고!”
몇 명이 음식을 챙겨 내게 다가온다.
‘그새 많이도 챙겼네.’
음식들 종류를 보니 대마을에서 찾아낸 것일 터.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마을에 출입하는 데 성공했다.
‘후문을 이용하지는 않았을 거야. 병력이 상당수 거기에 몰려 있었으니까. 그럼 중앙 위치에서 어그로를 끌었던 게 저 녀석들인가?’
가능성은 있어도 이들끼리 쳤을 확률은 낮았다.
지도에 빨간 점으로만 판단했을 때 그곳에는 스무 명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그렇다면 여러 그룹이 힘을 합쳐 그곳을 공략했다는 것인데.
지금 가지고 온 음식량을 보면 이것만 전문적으로 찾아 배분해 준 이가 있는 듯했다.
당최, 대마을에 있는 건물들에는 음식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수십 채의 건물을 뒤져야, 겨우 십여 명 정도가 한 끼를 먹을 수준이다.
애초에 양이 많았다면 먹을 음식 가지고 사람끼리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대마을의 먹을 것 체계는 배분형으로 이루어진다.
중앙에 위치한 수장의 집 아래 있는 저장고를 중심으로 음식을 모아 두고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만 배분한다.
그럼, 등반자들이 뭉쳐서 그곳을 치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난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우선 저장고에 들어가려면 수장이 품에 지니고 있는 열쇠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저장고를 지키고 있는 늑대 녀석들 또한 제압해야 했다.
수장은 그렇다고 쳐도 진짜 문제는 그 늑대 녀석들이었다.
샤프 울프.
수장보다는 약하지만 그다음으로 강한 힘을 가진 늑대가 수십 마리가 있다.
밀폐된 장소에서 녀석들에게 잘못 걸려들면 지금의 나조차도 위험할 수 있었다.
아무튼.
나는 바닥에 놓인 음식들을 내려다보며 손을 뻗었다.
마나볼트.
파직! 파지지지ㅡ 화악!
방금 빼앗은 음식들은 전부 다 태워 버렸다.
그러자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없는 음식들을 왜!”
어느새 밖으로 나온 안수찬이 타고 있는 음식들을 보며 한마디 한다.
“흐~ 아깝다. 아까워……. 태울 거면 나 주지.”
나도 안 아깝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태운 이유가 있었다.
이걸 독식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나눠 주게 되면 거기서 거기만의 문제가 또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 남들도 이렇게 쉽게 빼앗으려고만 할 것이다.
자신이 얻어 보려고도 하지 않고.
한번 시작된 약탈은 또 다른 약탈을 야기할 뿐이었다.
‘그건 내가 원하던 상황이 아니야.’
이렇게 태움으로써 나는 한 가지 경고를 할 수 있었다.
음식을 가지고 사람을 농락하려고 들거나, 약탈로 얻은 음식은 언제든지 이리될 수 있다는 것을.
나도 그때마다 일일이 나설 생각은 없지만 사람의 상상이라는 것이 항상 과장되기 마련이다.
특히 눈앞에서 음식이 타 버리는 걸 지켜본 사람들에겐 더더욱.
“근데 진짜 음식은 왜 태운 겁니까?”
안수찬이 순수하게 질문을 해 왔다.
나는 즉답했다.
“우리가 약탈한 걸 빼앗아서 먹어 봐요. 혹은 나눠 주거나.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음…… 우리가 먹으면 우리는 자연스레 약탈범에 나쁜 놈이 되는 거고, 나눠 주게 되면…….”
“그걸 받아먹은 놈들을 저들이 가만히 안 볼 겁니다. 그럼 분란이 일어나겠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도 몰래 몇 개 정도는 챙겨 두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그가 이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아. 근데. 음식은 어디서 구한 거예요? 보니까 여긴 밑에 층처럼 여관도 없던데.”
“마을에서 챙겨 온 겁니다.”
아직 그를 믿는 것이 아니기에 거짓말을 했다.
내가 만약 상당한 양의 음식을 쟁여 두고 있다고 말하면 그가 어떤 식의 반응을 보일지는 그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 가느니 차라리 이러는 게 낫다.
“그럼 가서 창고들 좀 털고 와야겠네! 준석 씨는 어때요? 내일 해 뜨는 대로 우선 먹을 음식부터 확보하는 게. 그래야 난 안심하고 미션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오케이~”
‘이대로 두면 끽해야 한 끼 겨우 먹을 양이나 얻겠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고. 대다수는 굶게 될 거야.’
나는 새벽에 몰래 오르크 대마을에 갔다 올 생각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음식들을 곳곳에 풀어 둬야 했다.
사람들이 오늘은 안 먹고 어찌 버틸 수 있다고 해도 내일도 그러면 고비가 찾아오리라.
계획한 대로 대마을에 음식들을 풀어 자연스레 미션을 진행하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에 진행되는 이벤트를 챙기려는 것도 있고 말이다.
꼬르륵.
안수찬은 굶주린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미치겠네…… 진짜 음식 남은 거 하나도 없어요?”
나는 그를 보며 고민했다.
한두 개 더 준다고 해서 크게 영향이 가는 건 아니다.
“표정 보니 있네! 있어! 있죠? 있으면 제발! 하나만 더. 하루 종일 망치만 휘둘렀더니 몸에 힘이 없습니다. 힘이…….”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오오!”
그가 갑자기 내 손을 붙잡았다.
“줄 테니까, 달라붙지 말고.”
“아, 예! 알겠습니다~!”
“하~”
안수찬에 대해서 아직은 더 알아 가야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겠다.
본능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라는 거.
나는 피식 헛웃음을 흘리곤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 * *
조용한 새벽.
밖에서 들려온 인기척에 준석은 잠에서 깼다.
쿨쿨 소리를 내며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 안수찬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는 주안나.
그는 둘을 흘겨보다 이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가 마을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박영수가 이끌던 그룹이군.’
꽤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 왔는지 몰골들이 말이 아니었다.
특히 갔을 때보다 인원이 더 줄어들어 있었다.
‘절반 정도가 없다.’
피해를 많이 입었다는 건 기습에 실패했다는 뜻.
“에이씨!”
팍!
박영수 옆에 서 있던 덩치 큰 사내가 쓰고 있던 투구를 냅다 바닥에 팽개쳤다.
그러고는 사내가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시발…… 이게 다 뭐야! 먹을 건 얻지도 못했고, 사람들이 죽었어! 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한 거라고! 그런데 이게 뭐야! 이게 네가 원하던 결과야!?”
박영수는 할 말을 잃은 듯 멱살을 붙잡힌 채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하~ 씹…… 뭐라고 말 좀 해 보라고! 이 개새끼야!”
퍽!
덩치 큰 사내가 주먹을 내질렀다.
박영수는 힘없이 맞고 나가떨어졌다.
“그래. 끝까지 인정 안 하지. 지가 잘못한 거. 평생 그러고 살아.”
덩치 큰 사내는 뒤로 돌아서더니 말을 이었다.
“난 여기서 빠진다.”
준석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작게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됐네.”
급하게 만든 커다란 단체는 깨지기가 쉽다.
‘이걸로 그룹이 갈기갈기 나눠지겠군.’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이내 시선을 뗀 준석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이 구름에 가려져 모든 게 칠흑과 같다.
자신이 활동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슬슬 움직여 볼까.”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주안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새우잠을 자던 그녀가 밖에 나와 있었다.
“나도 같이 가.”
어디에 가는 줄 알고 같이 간다는 것일까?
하지만 무얼 얘기해도 따라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부러 떼어 놓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것이고.
“어두운데 괜찮겠어?”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방해만 되지 마. 난 내 할 일을 할 거니까.”
“걱정 마. 방해 안 해.”
준석은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도 신기했다.
분명 서로 말을 놓은 적이 없는데, 자연스레 말을 놓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희한한 여자야.’
준석이 먼저 발을 뗐다.
귀찮은 혹이 하나 달라붙긴 했어도 계획을 실행하는 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쫓아오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테니까.
목적지에는 금방 다다랐다.
향한 곳은 후문이 아닌 정문.
정문은 문이 뚫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곳에 온 이유는 낮과 다르게 오크들 경계가 적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문 근처에는 음식을 두고 올 건물들이 많이 남지 않았다.
앞으로 등반자들이 털 것 같은 건물들에 음식들을 둬야 하는데, 그럼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정문을 선택하는 것이 맞았다.
‘이 여자도 떼어 내야 하고.’
준석은 옆에 따라온 주안나를 힐끗 쳐다봤다.
두 눈을 마주친 그녀의 눈빛은 마치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표정이었다.
‘어쩌기는. 정면 돌파지.’
다크스윔!
준석은 어둠이 되어 순식간에 문 코앞까지 도달했다.
그는 문 틈새를 들여다보며 안에 보초를 서고 있는 오크들 숫자를 파악했다.
‘넷뿐인가.’
생각보다 더 적었다.
아무래도 박영수 그룹이 후문을 통해 쳐들어간 영향이 커 보였다.
준석은 잠깐 뒤를 돌아봤다.
주안나는 그 자리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동행은 여기까지야.”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인 그가 다시 다크스윔을 시전했다.
그리고 안에 있던 오크 네 마리를 조용히 제거했다.
워낙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성벽 위에 있던 녀석들은 아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준석은 마을 안을 살폈다.
무겁게 가라앉은 어둠 속에 얕은 붉은빛들이 감돌았다.
경계를 서고 있는 오크들일 터.
저렇게 빛을 밝혀 대놓고 위치를 알려 주니 몰래 움직여야 하는 그의 입장에선 빛이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
준석은 곧장 오크들의 시선을 피해 이곳저곳 집을 들려 가며 음식을 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이 먹을 음식 일부만 남겨 두고 전부 푼 그는 곧 드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 깃발이 꽂혀 있는 건물을 찾아 헤맸다.
마을에 깃발이 걸려 있는 건물은 단 하나.
제사장뿐이었다.
그곳은 오크들이 선조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장소.
예정대로라면 그곳에서 이벤트가 발생할 것이다.
‘저기 있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다 보니 금방 목적지에 닿았다.
제사장 근처에도 붉은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대한 오크 석상 앞에 서 있는 오크 주술사 한 놈과 녀석을 지키고 둘러싸고 있는 십수 마리의 오크 전사들.
“쿨라파. 쿨라파.”
오크 주술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다.
이내 괴기한 춤까지 추기 시작한다.
준석은 녀석의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봤다.
일단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에 온 것은 맞는데.
발생 시간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니어서, 얼마나 더 죽치고 앉아 있어야 하는지는 그조차도 몰랐다.
그저 기다릴 뿐.
…….
…….
…….
…….
“하암~ 지루하네.”
기도와 괴기한 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체감상 벌써 지난 시간만 해도 서너 시간이 넘었다.
한숨 자고 있으면 진행될까 싶어 잠시 눈을 감으려는 그 순간.
“추아악!”
오크 주술사가 이상한 추임새를 내며 하늘 높이 두 팔을 쳐들었다.
그러자 짙은 파란빛이 오크 주술사의 몸을 감쌌다.
“오, 왔나?”
준석은 자리서 벌떡 일어나 대비했다.
[돌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오크 주술사가 선조들의 힘을 끌어오려 하고 있습니다. 오크 주술사가 힘을 끌어오지 못하게 막으십시오!]
본래라면 이벤트가 발생한 즉시 오크 주술사가 더는 기도와 춤을 추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오크 주술사가 선조들의 힘을 더 빨리 끌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제사장 근처에 있던 오크들을 죽여 시체를 만들었다.
그게 어떻게 도움을 주는 것이냐고 할 수 있다.
하나, 죽은 영혼을 강하게 끌어모으는 데는 주변에 짙은 어둠과 죽음의 기운을 흩뿌리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었다.
“추아!”
예정보다 빠르게 오크 주술사의 주변으로 선조들의 영혼이 모여들었다.
구어어어ㅡ!
수백의 영혼들이었다.
“으크라타. 으크라타.”
영혼들이 녀석의 몸속에 깃들기 직전.
탓!
내내 지켜보고 있던 준석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비켜.”
“쿠억!”
그는 녀석이 있던 자리를 빼앗아, 영혼들이 몰려 있는 중심에 섰다.
“자. 나한테 와라!”
끼고 있는 어둠의 반지를 들어 올리자.
우웅ㅡ
반지에서 얕은 진동이 느껴졌다.
이에 동조하듯 주변 공기도 같이 떨려 온다.
구어어어ㅡ!
그에 반응을 보이는 영혼들.
영혼들은 지금 반지에 동요하고 있었다.
이 반지는 본래 죽음의 신인 하데스가 가지고 있던 반지.
하데스는 영혼들을 통치하는 왕이었다.
그리고 이 반지는 그 왕의 힘이 깃들었다.
‘모든 조건은 다 갖춰졌어.’
이 시기, 회귀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때는 이런 지식을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어둠의 반지를 강화하는 방법을.
반지는 영혼을 통해 강해진다.
그동안 반지를 강화시킬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영혼을 묶어 둘 수 있는 힘이 아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크 주술사는 그것을 이어 주기 위한 매개체.
준석은 악당이라도 된 것마냥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며 나지막이 외쳤다.
“영혼 흡수.”
수하아아악ㅡ!
반지를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어둠이 뻗어 나왔다.
그것은 주변에 깔려 있던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