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21화
21화 오르크 대마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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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어금니 증표
보유 중인 증표 개수: 35
효과: 가지고 있는 증표 개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하나씩 증가한다.
조건부 효과:
어금니 증표 10개 이상을 모았을 경우 가지고 있는 증표 개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증가하는 폭이 1.5배로 증가한다.
어금니 증표 20개 이상을 모았을 경우 가지고 있는 증표 개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증가하는 폭이 2배로 증가한다.
어금니 증표 30개 이상을 모았을 경우 가지고 있는 증표 개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증가하는 폭이 3배로 증가한다.
어금니 증표 40개 이상을 모았을 경우 가지고 있는 증표 개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증가하는 폭이 4배로 증가한다.
어금니 증표 50개 이상을 모았을 경우 가지고 있는 증표 개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증가하는 폭이 5배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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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에 따라 힘만 증가를 시켜 주던 옵션이 모든 능력치 증가로 바뀌었다.
증가하는 폭의 배율이 상당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단순히 수치 증가로만 봤을 때는 더 큰 이득이었다.
‘증표도 찬란한으로 바뀌었겠다, 이제 열다섯 개만 모으면…… 모든 게 완벽해진다.’
그리만 된다면 역대 튜토리얼에서는 보기 힘든 능력치가 완성될지도 모른다.
들뜬 기분이 된 것도 잠시.
“크윽!”
팔, 다리, 몸, 머리에서 고통이 쏠려 왔다.
바늘로 쿡쿡 쑤셔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하고 누군가가 때린 것처럼 욱신거렸다.
“크하악!”
분명 이전에도 겪은 고통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찬란한 어금니 증표 효과를 적용받으면서 모든 능력치 수치가 세 자리 숫자가 됐고.
신체가 그에 걸맞은 그릇으로 변화하는 중이었다.
주변에 방해할 적들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마 있었다면 상당히 골치 아팠을 것이다.
난 고통을 통제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그런다고 해서 고통이 가시는 건 아니었지만 참아 내는 데 도움은 됐다.
“후~ 후우~ 하아. 하…….”
길게 느껴졌던 고통은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비를 맞은 듯 온몸에는 적셔진 땀과 온갖 찌꺼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곧 불에 태워 날려 버리듯 수증기로 산화하며 깔끔히 사라져 버린다.
이어 불어오는 바람에 개운함이 들었다.
그 느낌을 천천히 만끽하던 나는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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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자
칭호: 좀비 학살자 외 2개
능력치
근력: 60(+105)
민첩: 58(+279)
체력: 67(+105)
정신력: 87(+105)
마나: 115(+105)
스킬
점지(Lv1) 마나볼트(Lv7) 마법컨트롤(Lv15) 다크스윔(Lv2) 다크웹(Lv3)
어스월(Lv3) 행운의 룰렛(Lv1) 다크소드(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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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과 마나는 수치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래서인지 몸이 가볍고 마나는 충만했다.
물론 아직 회귀 전에 가지고 있던 신체 능력과 마나에 비하면 한 줌의 재만도 못하지만 말이다.
이후 나는 본래 하고 있던 일을 떠올렸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남은 시간: 00:00:49]
미션 종료까지 1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동안 건물을 더 부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으니까.
[숨겨진 미션이 종료됩니다.]
[엄청난 업적을 세웠으므로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파괴자의 너클이 지급되었습니다.]
손아귀에 시커멓고 낡아 빠진 너클 하나가 쥐어졌다.
조금은 감개무량한 기분이 든다.
‘이전엔 얻지 못했던 게 내 눈앞에 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정말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옵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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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의 너클
효과: 어떤 것이든 부수는 것이 가능하다. 단,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는 큰 효력이 없다.
사용 가능 횟수: 1회
제약: 해당 층에서만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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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생명체에 한하여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부술 수 있는 힘을 지닌 무기.
사용 가능한 건 1회에 불과하지만 말도 안 되는 성능을 지니고 있어, 이 무기는 원래 등반자가 얻을 수 없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등반자 한 명이 1시간 내에 건물 백여 개 이상을 부수는 것은 불가능한 일.
나처럼 방화자 칭호를 얻어 빠르게 건물을 태우고 숭배의 고탑을 부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님 그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너클만 있으면 저 단단한 성벽도 부수겠지.’
하지만 이걸 사용할 데는 따로 있었다.
3층의 미션을 클리어하고 나면 이전 층들처럼 통로가 열린다.
그 통로를 통해 가다 보면 나오는 또 다른 통로.
그곳엔 견고한 벽이 하나 있었다.
등반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부술 수 없는 벽.
회귀 전에 나는 그 벽을 부수기 위해 할 수 있는 시도를 다 해 보았다.
그러나 그 어떤 짓을 해도 그 벽은 부서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너클이라면…….’
부순 벽 너머로는 서고가 존재한다.
여태 그곳을 출입한 이들이 매우 드물다고 알려졌다.
그런 만큼 정보도 부족했다.
‘하나는 분명하지. 서고엔 엄청난 마법책들이 숨겨져 있다는 거야.’
어쩌면 마왕에 대항할 만한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그 순간이 기대가 됐다.
쿠웅!
나는 요란하게 울린 진동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서는 싸움의 현장이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 이 난리를 치고 있는지 떠올려 보면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안수찬.”
아마도 도움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보다 다른 곳에 시선을 뒀다.
“……슬슬 빠져야 할 타이밍인가.”
중앙과 정문 쪽에 있던 오크들이 이쪽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지도에 보이는 수많은 빨간색 점들.
그리고 해가 저물어 간다.
계속해서 잿빛 하늘이었던 2층과는 다르게 3층은 밤낮이 따로 존재하는 곳이었다.
밤이 되면 어둠 친화력을 가진 나로서는 전투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되레 싸우는 데 있어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같이 온 일행들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휴식이 좀 필요했다.
“그럼…….”
나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두 발을 움직였다.
그저 가볍게 바닥을 튕겼을 뿐인데, 몸이 가볍게 날아올랐다.
몇 걸음 나아간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라 있었다.
현장에서는 안수찬이 오크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아주 살판났군.’
사방에 깔린 시체들.
같이 오크를 처리하던 선발대들도 안수찬과 거리를 두고 있는 걸 보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그의 곁을 지키는 친구가 있었다.
‘주안나.’
그런데 그의 전투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뭔가 위태위태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걸 버티지 못한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당장에 사용하고 있는 저 힘.
분명히 강력하지만 아직은 무리한 힘이었다.
그 누가 그를 저렇게까지 몰아넣은 것일까?
나는 상대하고 있는 적을 쳐다봤다.
안수찬과 호각으로 겨루고 있는 오크.
목에 걸린 증표를 보니 촌장급 이상의 오크였다.
그것도 꽤 강한 축에 속했다.
순간 그에게 위기가 왔다.
“주안나! 절대 끼지 마!”
그녀가 도우려고 나서자 그가 적극 만류했다.
‘혼자서 승부를 보고 싶다 이건가. 승부욕이 강하니 누군가가 끼어드는 걸 용납 못하겠지.’
지켜보자.
어차피 이곳은 그의 무덤이 아닐 터이니.
* * *
“후하~ 하아~ 하~”
안수찬은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막혀 있던 벽을 뚫은 것 같아 가슴이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값진 승리인가?
전투 속에서 한계를 넘어서며 그는 새로운 힘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이것으로 그와의 격차도 조금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내심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는 서둘러 증표를 회수하곤 주변을 살피었다.
망가진 몸만큼이나 주변은 엉망진창이었다.
한데 다들 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개중에는 준석도 있었다.
‘언제 온 거지?’
그런데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이전과는 또 달라졌다.
상대의 그릇을 볼 수 있는 금안을 얻은 그이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새 더 강해졌어.’
이제야 좀 다가서나 싶었는데 그는 다시 멀어져 버렸다.
“칫.”
쭉 자신을 바라보던 준석이 곧장 이쪽으로 걸어왔다.
“다들 많이 지친 것 같은데, 슬슬 빠지고 정비합시다. 곧 정문과 중앙 쪽에 있던 오크들이 이쪽으로 떼거리로 몰려올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쉬지 않고 바로 녀석들을 상대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휴식이 필요했다.
지쳐 있는 몸이 그 증거였다.
보다 더 강해지고 싶어도 멈춰야 할 때는 멈춰야 하는 법.
‘어쩔 수 없지. 이 상태로 더 싸웠다간 정말로 죽어.’
“어쩔 수 없네요. 물러나죠.”
준석이 먼저 앞장을 섰다.
안수찬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비록 지금은 벌어진 현재 거리만큼의 격차가 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 보이리라.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을 가지리라 다시 한번 굳게 마음먹었다.
* * *
해가 저물기 시작하며 등반자들은 유일하게 멀쩡한 거스 마을로 모여들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거의 대다수의 인원들이 다 모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계획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미리 마을에 들어와 있던 덕에 등반자들과 큰 마찰 없이 집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도중에 박영수 일행 중에 몇 명이 전부 자신들 소유라며 괜한 시비를 털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자기가 차지한 집을 내버려 두고 내 집에 와 있는 안수찬.
“아. 배고파…….”
그는 바닥에 대자로 누운 채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내 눈길을 끄는 건 안수찬만이 아니었다.
“먹을 거 없어. 그러니 참아.”
주안나도 내 집에 와 있긴 마찬가지였다.
“하~”
쉴 곳에 인원이 늘어 괜히 신경이 쓰였다.
‘쉴 땐 맘 편히 쉬려고 했더니.’
이미 그쪽이 머무는 집으로 가라고 말해 봤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그래서 그냥 결국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꼬르륵.
여태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팠다.
나는 둘이 배고파하는 모습을 흘겨보다 아공간에 꽁꽁 숨겨 뒀던 과일 몇 개를 꺼내 들었다.
“!?”
안수찬이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주안나 역시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먹을 거다! 먹을 거! 저, 저도! 하나만!”
안수찬은 과일을 뺏으려고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나는 과일을 든 손을 뒤로 뺐다.
“쓰읍. 안 주는 수가 있습니다. 진정하고 옆에 앉으세요.”
그는 군말 없이 옆에 착석했다.
그러고는 세상만사 가장 불쌍한 눈망울로 날 쳐다보았다.
말이 별로 없던 주안나도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하나만 달라는 애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상이나 했을까?
얼음여왕이 저런 모습을 보일 줄은.
나름 그녀의 다른 면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차피 이 둘에겐 음식을 제공해주려고 했다.
둘에게 말없이 과일을 건네자 누구랄 것 없이 걸신이 들린 듯 미친 듯이 먹어 댔다.
‘진심 누가 뺏어 먹는 줄 알겠네.’
나도 역시 과일을 입에 베어 물며 꺼진 배를 채워 갔다.
딱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만 배를 채운 나는 이내 밖을 내다봤다.
‘너무 조용한데.’
이쯤이면 잘 곳 문제 때문이든 음식 문제 때문이든 싸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한데 그러기는커녕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리고 왜 그리 조용했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없어.’
사람이 가장 많았던 박영수가 이끄는 그룹이 없었다.
그들이 이 늦은 시각에 어디에 갔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오르크에 갔군.’
낮에는 내내 쉬다가 드디어 움직인 것.
하지만 절대로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오크들 역시 생각을 하는 존재.
낮에 이미 기습을 당했으니 밤에는 경계를 삼엄하게 설 터.
자칫 큰 패배를 맞닥뜨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안 움직이는 것보단 낫겠지.’
하지만 아예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반대편에 낄낄대며 웃고 있는 한 그룹이 있었다.
“멍멍!”
“큭큭큭, 이 새끼 진짜 개처럼 짖네! 야! 더 짖어 봐! 더!”
어떻게 음식을 얻은 것인지 그걸 이용해 사람을 개 취급하며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하는 새끼나 그걸 시키는 새끼나.”
겨우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배고파서 자신을 파는 꼴이라니.
물론 자존심이 밥을 먹여 주는 건 아니지만 때론 그 자존심을 지켜야 될 때가 있다.
‘탑에서는 우습게 보이는 순간 약자로 자리 잡지. 어리석은 선택이야.’
자세히 보니 저 녀석들, 앞전에 내게 그룹에 들어오라고 제의했던 녀석들이었다.
‘그새 많이도 합류했네.’
분명 숫자가 일곱 명에 불과했을진대 지금은 스무 명쯤 되어 보였다.
내가 놈들을 노려보고 있으니 그쪽에서도 시선을 눈치채고 이쪽을 쳐다봤다.
내게 그룹에 들어오라 제의했던 사내와 두 눈을 마주쳤다.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들리지 않게 입 모양을 만들었다.
뭐라 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나보고 음식을 먹고 싶으면 이렇게 기어 보라는 듯했다.
눈에 뵈는 게 없었다.
‘파티 몸집을 좀 불렸다고 나대는 건가.’
일단은 저 쓰레기들부터 조용히 만들어야겠다.
나는 조용히 다크소드를 시전해 정면에 칼을 겨누었다.
그러고는 거침없이 쏘아 냈다.
슈우욱! 슈욱! 슈욱!
다크소드가 순식간에 그룹 리더의 뺨과 일행들의 뺨을 한 번씩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우선 입을 닥치게 만드는 덴 성공한 듯하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어 입 모양으로 녀석들에게 내 의지를 전달했다.
더 나대면 뺨 말고 목 날아간다.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