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20화
20화 오르크 대마을 (2)
[‘전문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전문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전문 방화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
…….
한번 치솟아 오른 불길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장작에 기름을 때려 부은 것처럼 강하게 타올랐다.
옮겨 가는 불길이 퍼지는 속도 또한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전문 방화자 칭호를 얻지 못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마을의 건물들이 시뻘겋게 물들어 하늘마저 붉어진다.
이윽고.
푸석! 쿠구구!
시커먼 잿더미가 된 집이 차례대로 무너져 내렸다.
[파괴된 건물 개수: 41]
[남은 시간: 00:41:39]
어느덧 마흔 채가 넘는 건물들을 파괴했다.
“아직이야…… 이 정도론 부족해.”
분명 회귀 전보다 빠른 속도로 건물을 부숴 나가고 있는 건 맞았다.
하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물건을 미션 보상으로 얻어 내려면 이보다 더 빨라야 했다.
사실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췩! 인간 노옴!”
다크볼트.
멋도 모르고 코앞에 들이닥친 오크 놈을 처리한 직후 나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드넓은 건물을 쳐다봤다.
숭배의 고탑.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옆으로 퍼진 넓이가 정말로 압도적이었다.
건물 수십 채를 붙여다 놓은 느낌이다.
숭배의 고탑은 오크들이 숭배하는 신좌, 에고스에게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건물.
규모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만일 저걸 잘만 쓰러트린다면…….
최소 수십 채가 같이 쓸려 내려갈 것이다.
다만 저곳을 부수면 에고스와 적대 관계가 되어 버린다.
신좌에게 미움을 받는 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다지 두렵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또 적을 많이 둘 필요도 없었다.
하나, 머릿속으로 굴린 손익 계산에서는 저걸 부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전엔 얻지 못했던 걸 손에 넣어야 내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그저 작은 변화만 추구하며 탑을 오른다면 내가 생각한 최후의 결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움직였다.
스르르ㅡ 탁!
다크스윔으로 숭배의 고탑 옥상 위에 올라선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러며 마나볼트를 시전했다.
파직!
이 정도로 큰 건물을 불태우려면 하나로는 부족했다.
둘. 셋. 넷. 다섯. 여섯…….
머리 위에 떠 있는 구체들을 보았다.
십여 개가 넘는 구체들이 내가 공격을 내려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 그래. 어디 한번 질러 보자고.”
나는 고탑을 바라보며 이내 양손을 쭉 내뻗었다.
* * *
‘강하다.’
여태 상대하던 적들은 강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안수찬은 오크 녀석들을 상대하며 녀석들이 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나 목에 어금니 하나를 걸고 있는 오크 녀석들은 기존 녀석들보다 두세 배쯤 강했다.
‘그래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냐.’
아직까지는 자신이 다룰 수 있는 힘 안에서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뒤늦게 목에 걸려 있는 어금니가 아이템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그것들을 챙겨 든 그는 재정비 후 주변을 살폈다.
곳곳에 불길이 조금 남아 있긴 했으나, 거의 모든 건물들이 잿더미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마을에 이런 짓을 벌인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준석.
등반자 중 유일하게 경쟁 상대라고 느끼는 남자.
그에게 성문을 빼앗긴 건 여전히 안수찬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깽판을 쳐 놓고 지금은 어디에 간 것일까?
방금 전까지는 시야에 보였었는데 말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근방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더 멀리 가 버렸나?’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아직 그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취익!”
도끼를 쳐들고 덤벼 오는 오크를 바라봤다.
콰직!
사정없이 머리를 망치로 쳐 버린 그는 바닥에 누운 오크를 흘겨보며 얼굴에 묻은 핏물을 쓱 닦아 냈다.
그런데 순간 온몸이 쭈뼛쭈뼛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매우 불길한 기운이다.
쿠구구구!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에 있던 건물이 불에 타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누구 짓인지는 뻔해 알았지만 건물이 무너진 것과 별개로 이 불길한 기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기감이 유독 좋은 편이 아님에도 그 기운을 느꼈다.
“췩! 네놈이 수장이더냐.”
하지만 멀리서 벌어지는 상황 따위를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직 주변에는 상대해야 할 오크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또 어금니를 가진 녀석이네.’
오크가 자신의 무기를 번쩍 들어 날을 세웠다.
싸우기 전임에도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놈, 세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적을 마주하며 들었다.
그러나 왜일까?
그는 마치 이 상황이 즐거운 듯이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좀 손맛이 느껴지겠는데?”
* * *
[숭배의 고탑을 부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남들은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업적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100,000포인트를 지급되었습니다!]
[S급 마나수가 지급되었습니다!]
“10만 포인트에 S급 마나수.”
큰 보상을 얻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에 뜬 메시지들은 날 그다지 달갑지 않게 했다.
[힘을 중시하는 자가 당신을 적대합니다.]
[힘을 중시하는 자가 당신에게 심판을 내릴 것을 경고합니다.]
비록 에고스와 적대 관계로 돌아섰지만 그래도 원하던 것은 얻어 낼 수 있었다.
[파괴된 건물 개수: 101]
고탑이 부서진 여파로 무려 60여 개가 넘는 건물이 같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원하는 걸 얻어 낸 것과 별개로 에고스가 경고한 심판이 내려오고 있었다.
쿠궁! 콰르르르!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쳤다.
나는 벼락이 내리꽂힌 데로 시선을 옮겼다.
엄습하는 기운에 숨이 턱턱 막혀 온다.
“쿠아아아!”
붉은 피부색을 지닌 단단한 근육질의 오크가 우뚝 선 채 나를 째려봤다.
‘녀석은…….’
해당 층에 있는 일반 오크들과는 차원이 다른 하이 오크였다.
본래라면 15층은 넘어야 볼 수 있는 놈이었다.
“취익! 감히 일개 등반자 따위가 숭배의 고탑을 무너뜨리다니! 내 네놈의 목을 취해 에고스 님에게 바치리라!”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마친 하이 오크가 붉은 눈을 번뜩였다.
위층에서 상대할 땐 몰랐는데, 여기 저층에서 마주하니 소름 돋는 눈빛이다.
파악!
이내 녀석이 몸을 앞으로 기울여 거리를 좁혀 왔다.
나는 다크스윔으로 재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S급 마나수를 입에 들이켰다.
한순간이라도 행동을 망설이는 순간 나는 녀석의 검에 목이 달아날 것이다.
심장이 요동친다.
[S급 마나수를 섭취하였습니다.]
[마나가 대폭 올랐습니다!]
움직이는 와중에 몸 안에 차오르는 마나가 느껴졌다.
그리고 마나 수치가 세 자리로 변하며 반지에서도 반응이 찾아왔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반지에 각인된 스킬의 일부를 습득합니다.]
[다크소드(Lv1)를 배웠습니다.]
드디어 다크볼트 말고도 제대로 된 공격 스킬이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나는 새로 생긴 스킬을 곧바로 시전해 보였다.
지이잉ㅡ
2미터 길이의 날이 선 검이 손에 쥐어졌다.
날 끝에는 짙은 어둠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칼 중심의 색은 빛 한 점 없는 칠흑이었다.
“우아아아!”
하이 오크가 연달아 검을 휘둘러 왔다.
하나하나에 묵직한 힘이 실렸다.
채챙! 챙! 챙!
나는 뒤로 스탭을 밟으며 다크소드로 검격을 받아 냈다.
‘미친…….’
떠돌이 증표를 30개 넘게 모아 힘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과 맞부딪치는 두 손이 얼얼했다.
‘이대로 정면에 맞부딪치는 건 내가 불리해.’
나는 곧 다크소드를 손에서 놓고 공중에 띄웠다.
그러고는 녀석에게 검을 돌진시켰다.
슈우우!
그러며 나머지 손을 움직여 다크웹을 시전했다.
허공에 생겨난 거미줄이 하이 오크의 몸을 덮쳤다.
빠른 연계였지만 하이 오크는 머리를 살짝 움직여 일격을 피해 냈다.
어깨에 스친 것이 전부다.
그리고 녀석은 순간 손에서 빛을 뿜어냈다.
그로 인해 녀석의 움직임을 차단했던 다크웹이 힘없이 녹아내렸다.
케르베로스도 잠깐 동안 묶어 뒀던 거미줄이건만.
역시나 상성인 빛 마법에는 약했다.
‘단순 하이 오크 전사인 줄 알았는데. 성기사였나.’
하필 상대가 성기사 계열이라니.
최악이었다.
“취익! 이런 잔꾀는 나한테 안 통한다!”
나는 녀석이 접근해 오려는 것을 공중에 띄워 둔 다크소드로 막아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크웹과 다크월을 순차적으로 시전했다.
최대한 움직임에 제약을 만들어 빈틈을 노릴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녀석은 손에서 빛을 뿜어내 거미줄을 끊어 내고 어둠의 벽을 쉽게 무너트렸다.
‘마나 소모가 빨라지고 있어.’
마법을 순간적으로 난사해 소모가 극심해진 것도 있었지만 강한 공격성을 지닌 다크소드의 마나 소모가 큰 편이었다.
다크월처럼 지속성을 요구하기에 더더욱 부담은 컸다.
그럼에도 다크소드 시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다크볼트.
견제로 날린 다크볼트가 직격타로 날아갔다.
하지만 손을 뻗어 만들어 낸 빛이 다크볼트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반면 다크소드는 녀석이 파훼를 시키지 못하는 유일한 공격이었다.
이는 서로가 상성임에도 녀석이 사용한 빛 마법보다 한 차원 높은 어둠 마법이기 때문이었다.
‘다크볼트로 상처를 주려면 룰렛이라도 터져야 돼.’
그게 아님 다크소드로 승부를 봐야 한다.
의미 없는 소모전이 계속됐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돼.’
하이 오크의 움직임이 워낙 재빨라 공격 타이밍을 재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지속되는 소모전이 이뤄졌다간 결국 지게 되는 건 나였다.
고대골렘 마나핵을 가지고 있어 마나가 고갈될 일은 없으나 결국 또 마나 탈진에 걸리고 만다.
도박수를 던져야 할 때.
나는 마나 소모가 큰 다크소드를 하나 더 만들어 냈다.
지이잉ㅡ
이젠 검 두 개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만큼 마나가 소모되는 속도도 배로 빨라졌다.
우선 녀석의 시선을 다른 데로 끌어야 한다.
쿠구구구!
다크월.
눈앞에 벽을 몇 차례 형성해, 녀석의 동선과 시야를 순간 차단했다.
동시에 양팔을 뻗어 양측으로 다크볼트를 날렸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다크볼트가 옆으로 반곡선을 그리며 한 타깃을 노린다.
“취익!?”
벽을 돌파해서 오던 하이 오크의 시선이 바쁘게 움직였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6>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6>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나이스 타이밍.’
이어서 강화된 다크볼트를 시전해 정면으로 날렸다.
이번 것은 절대 파훼하지 못할 터.
콰아아아!
폭발 속에서 금방 빠져나온 하이 오크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쿨럭거렸다.
뚝, 뚝…….
뺨과 이마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어도 어느 정도 타격을 주었다.
그것이 녀석의 신경을 건든 듯.
“쿠하아아! 이 쥐새끼가!”
크게 흥분한 나머지 움직이는 모션이 컸다.
빈틈.
‘이때다!’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나는 몰래 땅 밑으로 침투시켰던 다크소드를 손가락을 까닥 움직여 다시 치솟게 만들었다.
수우욱! 서걱!
치솟은 검이 서로 반대편을 향해 교차하며 하이 오크의 몸을 꿰뚫었다.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쓰러지지 않은 채 서 있었다.
“크아아! 이 내가 겨우 이딴 것으로 죽을 거라 생각하나!”
우측 무릎에 깊은 상처와 왼팔이 아예 달아났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두려움을 느끼긴커녕 더욱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싸움 광기에 사로잡힌 하이 오크답군.’
약화된 상태임에도 저런 기세라니.
우우웅ㅡ
뛰쳐 오는 녀석의 검에서 빛이 일렁였다.
최후의 일격을 해 오려는 것일 터.
나는 쇄도해 오는 공격을 급히 몸을 옆으로 틀어 피해 냈다.
상대의 움직임이 느려졌다고는 하나, 마지막 발악답게 날카로웠다.
다크월! 다크웹!
콰앙! 서걱!
‘이젠 아예 가진 신성력을 다 배출해 내고 있군.’
녀석은 지금 검격으로 신성력을 마구 소모하는 중이었다.
“크어헉, 크어헉.”
그러며 하이 오크의 숨소리도 같이 거칠어졌다.
점점 호흡은 빨라지고 있다.
전신의 근육은 크게 팽창해서, 핏줄이 크게 튀어나왔다.
무리하고 있는 게 한눈에 보인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채애앵!
내가 소환한 하나의 검과 녀석의 검이 마찰을 빚는다.
치지지지직…….
어둠과 빛이 충돌해, 두 속성은 팽팽하게 서로 대치했다.
그그그극.
하지만 점점 속성의 힘이 아닌 순수 육체의 힘 싸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몸이 뒤로 밀리고 있어. 녀석보다 힘이 부족해.’
그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견제가 가능한 건 녀석이 한 팔을 잃었기 때문이리라.
“쿠아아아!”
챙강!
하이 오크가 우악스럽게 검을 튕겨 냈다.
힘에 밀린 난 강제로 한쪽 무릎이 꿇렸다.
“크하하!”
하이 오크는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것처럼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이는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내 계획이다.
녀석의 검이 내 목을 내려치려는 순간!
푹!
시선 밖에 있던 다크소드가 녀석의 가슴을 관통했다.
“쿠하왁! 쿠웨엑…….”
피를 한 움큼 쏟아 냈다.
녀석이 뿜어낸 피가 내 몸에 잔뜩 튀었다.
“췩…… 네놈…….”
검으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서 있는 하이 오크가 내게 뭐라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하는지 뒷말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녀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듯 검에서 손을 떼고 내게 손을 뻗어 왔다.
나는 뒤로 물러서서, 녀석의 손길이 닿지 못하도록 쳐 내 버렸다.
사아아아!
허공을 휘젓는 하이 오크 손에서는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다 힘을 잃고 빛을 잃어 가는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성력을 전부 쏟아부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털썩!
결국 치명상을 견디지 못한 채 녀석은 쓰러졌다.
나는 뒤늦게야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숨이 계속해서 차오른다.
그리고 몸속에 도는 마나가 끈적한 느낌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나 순환율이 과다합니다.]
[한계치에 이릅니다.]
[마나 탈진에 걸렸습니다.]
[일시적으로 마나 회복률이 감소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나 총량이 감소합니다.]
‘결국 탈진에 걸렸나.’
어디엔가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아아아아ㅡ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빛이 내 위로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것은…… 녀석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한 줌이라도 가지고 있던 신성력이었다.
다른 등반자였다면 신성력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받았을 테지만 어둠을 받아들인 내겐 거부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신성력을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로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다.
녀석의 목에는 어금니 하나가 목걸이 형태로 걸어져 있었다.
증표였다.
한데 보통의 것들과는 다르게 빛이 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회수했다.
그러자 회수한 어금니 증표가 형태를 감추더니 이내 다시 빛을 뿜어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사아아ㅡ
그 빛은 내가 뭉텅이로 모아 둔 어금니 증표들에 그대로 흡수가 되었다.
[어금니 증표가 찬란한 어금니 증표로 변합니다.]
찬란한 어금니 증표라.
의도한 건 아니지만 튜토리얼 층에서 생각지 못하게 엄청난 걸 얻어 버렸다.
나는 바뀐 증표의 옵션을 확인하며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