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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9화 (19/230)

회귀한 탑 등반자 19화

19화 오르크 대마을 (1)

멀리서 성문과 성벽을 올려다본 안수찬은 휘파람을 불며 옆에 있는 나를 쳐다봤다.

“멀리서 봤을 땐 그리 웅장하게 안 보였었는데, 이리 가까이서 보니 되게 크네요.”

“왜. 보니 도저히 못 뚫을 것 같습니까? 쫄리면 지금이라도 물러나던가.”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저런 것쯤 내 망치 한 방이면! 아니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빠르겠네.”

안수찬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먼저 발걸음을 뗐다.

천천히 템포를 맞추던 그는 곧 전력을 다해 뛰쳐나갔다.

그 뒤를 조용히 따르는 주안나.

나는 뛰는 대신 다크스윔을 시전해 어둠의 형상이 되었다.

그리고 안수찬을 앞질렀다.

슈우우욱! 슈욱!

사정거리에 닿자마자 성벽 위로는 화살들이 날아들어 왔다.

다크월!

나야 상관없지만 일행들이 독이 묻어 있는 화살에 맞으면 곤란하니 그들을 보호했다.

위협적인 것은 비단 화살만이 아니었다.

오크 마법사 두 놈이 마법을 쏘아 냈다.

한 놈은 불덩이를, 한 놈은 얼음 조각을.

다크볼트.

이곳에 닿기 직전에 마법들을 상쇄시키려고 했다.

하나, 그 전에 주안나가 먼저 움직였다.

스으으ㅡ

서리가 낀 검을 꺼내 든 그녀가 하늘 위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

퍄자자자작!

반원을 그린 곡선 공격이 불덩이와 얼음 조각을 소멸시켜 버렸다.

동시에 공중에 피어오른 증기.

그녀의 모습이 증기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왠지 얼음 여왕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

“나도 질 순 없지!”

안수찬은 그에 자극을 받은 듯 날아드는 공격들을 무식하게 망치로 쳐 내며 길을 텄다.

다 왔다.

곧 성문 앞에 이른 나는 문 앞에 투명화된 채 감춰져 있는 보호 마법을 주시했다.

“으아아아!”

안수찬이 먼저 성문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쾅! 채애앵!

경쾌하게 울리는 타격음이 귓전을 흔들었다.

단번에 보호 마법을 뚫어 낸 안수찬이 이젠 직접 성문까지 노렸다.

성문을 최초로 부수는 건 보상을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나서야 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지금 나서지 않았다.

어차피 저 한 방으로 부서지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콰아앙!

그가 휘두른 망치의 힘은 엄청났다.

끼걱! 끼걱! 끼걱!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성문이 크게 흔들거렸다.

하지만 요란하기만 할 뿐, 흠집 하나 가지 않았다.

“어?”

여태 망치로 못 부수는 게 없었던 그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더 망치를 휘둘렀다.

콰앙! 콰앙! 콰앙!

“안 부서진다고……? 대체 왜…….”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성문에 자그만 금이 갔다.

하지만 그의 자존심에 고작 그 정도는 인정할 수 없는지 그의 시도는 계속됐다.

콰앙! 콰앙! 콰앙!

“부서져! 부서지라고!”

그가 흥분해서 망치를 휘두르는 동안 나도 슬슬 준비를 했다.

파직! 파스스ㅡ

다크볼트를 시전하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대여섯 번 시도 끝에 기다리던 메시지가 올라왔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귀에서는 룰렛이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3>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3>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나는 다시 다크볼트를 시전했다.

파직! 파지직!

마나볼트 스킬이 10레벨이 되며 구체의 형태가 변화했다.

크기는 더 거대해졌으며.

웅ㅡ 우웅ㅡ

토성의 고리처럼 회전하는 고리가 구체 주위를 맴돌았다.

그저 폼이 아니었다.

만들어진 고리는 구체의 회전력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걸로도 성문을 한 방에 보낼 수가 없었다.

‘조금 더 큰 숫자가 필요해.’

나는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스킬 레벨을 더 높이기 위해 다크볼트 마법을 계속 시전하고 없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허억, 허억…….”

안수찬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안 되겠어.”

그가 이내 뒷걸음을 쳤다.

그의 성격이라면 이대로 물러설 리가 없다.

그도 그 나름대로 무언가를 내보일 생각인 듯했다.

“피해.”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던 주안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내게 그런 말을 남긴 후, 홀로 저만큼 뒤로 물러나 있었다.

‘대체 뭘 하기에.’

주변에 영향을 끼칠 공격을 할 것이란 예감은 들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할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파직!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가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드디어 나올 수 있는 최대 수치인 곱하기 두 배가 나왔다.

기존 레벨에 곱하기 두 배가 되자 시전한 마법의 외부 형태도 다시 바뀌었다.

더 이상 크기가 커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압축된 형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고리가 하나가 아닌 두 개가 생겨났다.

대각선으로 회전하는 고리들을 보니 이제 얼추 문을 부술 준비가 된 듯하다.

“으아아아!”

그사이 안수찬 또한 준비를 마쳤는지 고함을 내지르며 큰 폼으로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찰나, 손에 잡힌 망치에서 황금빛이 표출됐다.

그리고 그 빛에 잔상이 남아, 그의 움직임에 황금 꼬리표가 달렸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망치 끝의 결과.

망치가 성문에 닿은 순간.

쿠와아아아앙!

온몸이 진동할 정도로 강한 후폭풍이 들이닥쳤다.

튜토리얼을 진행 중인 등반자가 낸 공격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결과는 실패였다.

소리만 요란했을 뿐, 이전보다 조금 더 금이 갔을 뿐이다.

여전히 성문은 건재했다.

“허억. 허억…… 헉…….”

방금 스킬은 체력을 꽤 많이 소모하는지 안수찬은 지친 기색을 내보였다.

‘내 차례인가.’

이제 와서 나서면 주워 먹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먼저 부수는 게 임자 아니겠는가?

내가 앞으로 나서자 허리를 굽힌 안수찬이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후~ 그쪽이 나서도 이건 못 부숴.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그거야 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지.”

다크볼트 스킬의 레벨을 올려서 마법이 강화되었다고 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꽂아 넣으면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문짝에 있는 틈을 들여다보며 스킬을 시전했다.

다크스윔.

빈틈만 있다면 그곳을 파고들 수 있었다.

순식간에 안으로 입성한 나는 눈앞에 서 있는 오크들이 내 앞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연달아 다크월을 시전했다.

그리고 여유로이 뒤로 돌아 다크볼트를 시전했다.

파직! 파지직!

두 고리가 회전하는 구체.

다크볼트를 하나 더 시전했다.

파직! 파지직!

나는 양손에 구체를 하나씩 들고 있는 채로 성문을 바라봤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에는 강할지 몰라도 내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에는 약하기 마련이다.

애초에 성문은 내부의 위협을 막아내려고 만든 물건이 아니니까.

룰렛의 시간이 끝나간다.

나는 그 전에 양옆으로 벌린 두 손을 움직였다.

슈우우ㅡ!

짧은 근거리.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나는 뒤에 쌓아 올린 다크월을 없애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건물 파괴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칭호 효과가 발동함과 동시에.

쿠하아아아앙!ㅡ

주변 성벽을 무너뜨릴 만큼 강한 폭풍이 몰아쳤다.

“크흑!”

멀리 빠져나왔던 나조차도 그 폭발에 휘말렸다.

다크볼트 스킬 레벨이 아무리 올랐다고 해도 겨우 마법 두 개의 힘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하나, 건물 파괴자 칭호를 가지고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건물에 한해서만 다섯 배가 넘는 파괴력을 보이는 것이 그 칭호의 효과.

바람을 따라 먼지가 날아간다.

이어 드러난 성문은 본래 모습 따윈 찾아볼 수 없고, 종이 쪼가리처럼 찢겨져 나가 크고 작은 파편들이 바닥에 나돌고 있었다.

[엄청난 업적을 달성합니다!]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성문을 부수는 데 성공합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5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오르크 대마을 지도가 지급되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숨겨진 미션이 진행됩니다.]

[남은 시간: 00:59:59]

[주어진 시간 안에 오크들의 삶터를 최대한 많이 파괴하십시오.]

여러 메시지들이 시야를 가렸다.

그중 나는 지도와 새로 얻은 미션에 관심을 뒀다.

가장 먼저 성문을 부수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오르크 대마을 지도.

이걸 얻기 위해서였다.

낡은 양피지로 만들어진 지도에는 마을에 대한 것이 아주 상세히 나와 있었다.

물론 기본 지리나 위치 같은 것들은 이미 알고 있기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하지만.

내게 큰 도움이 되는 건 지도에 실시간으로 표기된 빨간색 점들이었다.

이것으로 적들의 동향을 알 수가 있었다.

적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쯤에 몇 마리나 있는지 어디서든 확인이 가능했다.

그리고 나는 초록색 점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다만 나와 같은 등반자들도 적들과 같은 빨간색 점으로 표기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응?”

지도를 살펴보던 도중 조금 이상한 걸 발견했다.

“여긴, 왜 이렇게 떼거리로 몰려 있는 거지?”

빨간색 점이 엄청 많이 박혀 있는 곳이 있었다.

지도상으로 저곳은 정문과 후문이 없는 성벽만 있는 곳이었다.

한데 저렇게 몰렸다는 건 그곳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설마 그 노랑머리, 박영수가 이끄는 그룹이 방향을 튼 건가?’

그것은 시간상 맞지 않는다.

아무래도 다른 그룹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컸다.

자세히 확인을 하고 싶었으나 숨겨진 미션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시간뿐.

그것을 수행하기도 바빴다.

이내 안수찬이 부서진 성문을 지나 이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얼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와~ 씨…… 이거는 좀 분한데.”

“뭐가 말입니까?”

“내가 그리 때려 부숴도 꿈쩍도 않던 게 그쪽이 나서니까 단방에 나가떨어진 게요. 내가 조금만 더 강했으면 그냥 부수는 건데. 아이~ 아깝다.”

그는 분하기는 해도 내가 부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기는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잠깐만. 그쪽이 성문을 부쉈다고 해서, 아직 내기 끝난 거 아닙니다! 이번엔 그쪽이 이겼어도 승부 결과는 끝까지 가 봐야 아는 거지. 안 그래요?”

나는 피식 웃으며 그게 맞다고 대답해 주려고 했지만 그 전에 적들이 들이닥쳤다.

“취익! 적이다!”

“췩! 한 놈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라!”

나는 옆에 있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수찬 씨.”

“예?”

“녀석들의 시선 좀 끌어 주세요.”

“그쪽은 뭘 하려고?”

안수찬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물었다.

나는 그를 마주 보며 어둠 속성을 제거한, 불이 잘 붙는 마나볼트를 시전해 보였다.

“불장난 좀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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