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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5화 (15/230)

회귀한 탑 등반자 15화

15화 몬스터 웨이브 (3)

끄는 소리만큼이나 캐터펄트의 크기는 커다랬다.

높이만 해도 10미터 이상에 이르고 폭도 그에 절반은 되었다.

반면 그것을 끌고 있는 코볼트 스로우의 덩치는 초라할 만큼 작았다.

그렇다고 녀석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몸 크기보다 큰 것을 끌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힘을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나 진짜 녀석의 무서운 점은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캐터펄트의 능력이었다.

투척 몇 번이면 건물을 가뿐히 부숴 버리는 힘을 지닌 캐터펄트는 2층의 미션을 단번에 실패로 몰아갈 수 있었다.

물론 녀석이 부숴야 할 석탑은 다른 건물보다 튼튼하게 디자인돼 더 버틸 테지만 그것도 결국 시간 문제였다.

드르륵.

이내 캐터펄트를 멈춰 세우는 코볼트 스로우.

곧 있으면 녀석의 공격이 시작되리라.

나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예정보다 빨리 진행이 되긴 했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나는 속성이 부여되는 지팡이를 아공간에 집어넣은 뒤.

파직! 파지직!

기본 속성을 지닌 마나볼트를 여러 개 생성하여 하늘에 띄워 올렸다.

이후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을로 이동했다.

“다들 도망쳐!”

일부 등반자들이 따라서 마을로 후퇴하기 시작한다.

반면 아직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등반자들도 있었다.

“아악!”

“아, 안 돼!”

그러다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패널티 따위! 와 봐! 이것들아!”

인상 깊게 주어진 패널티를 무시하고 적들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한 인간도 있다.

그런 다양한 반응들을 지켜보며 나는 마을의 입구를 지났다.

[일시적으로 저하됐던 모든 능력치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일시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던 스킬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다가 풀어진 기분이다.

“준석아!”

내가 보낸 신호를 받고 곧장 마을로 돌아온 유희가 손을 흔들며 마을에 들어왔다.

“성태는?”

“못 봤는데. 안 왔어?

“어.”

아무래도 내가 보낸 신호를 못 봤거나 아님 돌아오는데 문제가 생긴 듯했다.

하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지금 그 녀석을 위협할 수 있는 건 이 층에 거의 없으니까.

그때.

후우웅!

하늘에 커다란 그림자가 지나쳤다.

고개를 올려다보니 큰 돌덩어리가 석탑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콰앙! 퍼서석!

[은색 석탑이 공격을 받아 건물의 일부가 파괴되었습니다!]

[불안정해진 은색 석탑을 포인트로 다시 복구하거나 더는 부서지지 않게 보호하십시오!]

나는 석탑의 일부가 무너진 걸 바라보며 옆에 서 있는 유희에게 소리쳤다.

“김유희. 앞으로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당분간 석탑에 계속 돌이 날아들 거야. 그러니 넌 지금 석탑에 가서 가지고 있는 포인트로 부서진 곳을 복구해. 돌이 더 이상 날아들지 않을 때까지 복구하는 거야. 알겠어?”

“굳이 그럴 필요 있어? 포인트 소모 없이 돌을 날리는 녀석을 빠르게 처리하면 끝이잖아.”

맞는 말이었다.

캐터펄트를 조종하는 코볼트 스로우만 처리하면 정리되는 일이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아까 녀석에게 바로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아직은 녀석이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맞아. 네 말대로 녀석만 처리하면 끝이지. 근데 녀석은 아직 살아 있어야 돼.”

“그게 뭔 소리야?”

“너한테 그냥 복구를 맡긴 게 아냐. 1층에서 기억나지? 미션을 클리어한 후 기여도에 따라서 보상을 지급하던 거.”

“응. 기억나.”

“2층도 마찬가지야. 기여도 순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해. 그리고 2층의 미션은 석탑을 지켜 내는 거지. 지키는 것엔 다양한 방법이 있어. 그리고 그중에 기여도가 가장 많이 오르는 건 탑을 복구하는 일이지.”

“그럼…… 기여도 때문에 일부러 그런다는 거야?”

“아니. 이유라면 또 있어.”

나는 이어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몬스터들이 입구 앞까지 들이닥쳤다.

등 떠밀리듯 밀려난 등반자들이 힘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하~”

그래도 조금은 버틸 줄 알았건만.

예상보다 더 빨리 밀려나 버렸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너는 빨리 탑에 가 봐!”

“잠깐! 정말로 가서 복구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그것만 해 줘. 나머지 내가 할게.”

“알았어.”

유희가 석탑을 향해 뛰어간다.

나는 유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커엉! 컹!”

파직!

가까이 근접한 코볼트 좀비를 다크볼트로 제압했다.

[마나볼트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한층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된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마침 새로 올라온 메시지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타이밍 한번 죽이네.”

안 그래도 잔무래기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했는데.

파직! 파지직!

만들어 낸 다크볼트는 겉보기엔 이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파즈즈즈!

그것을 날려 보낸 순간 구체 중심으로 검은 전류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커어어억!”

“커어엉! 커어억!”

반경 5미터 이내에 있는 코볼트 좀비들은 모두 그 전류에 휩쓸려 몸이 경직되거나 아님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몸이 바싹 타 버렸다.

콰아앙!

마지막으로 타깃을 향한 폭발까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십여 마리가 넘게 죽어 나갔지만 위력이 강해진 만큼 마나 소모도 컸다.

‘연속으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건 대략 열 번 정도인가.’

고대골렘 마나핵으로 마나를 회복하면 금방 다시 사용할 수 있었지만 현재로썬 그러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이미 장기간 전투를 치르며 마나 탈진을 두 번 겪은 상황.

거기에 계속 마나를 회복하고 쓰고 반복했다간 마나 탈진보다 심한 마나 중독에 이를 수도 있었다.

그것만은 피해야 하기에 지금은 마나를 자연 회복하며 적당히 몬스터들을 견제해 나갔다.

그 사이.

후우웅ㅡ

하늘 위로 돌덩어리 하나가 석탑에 또 날아들었다.

이걸로 두 번째.

앞으로 스물여덟 번 남았다.

* * *

유희는 이준석이 말한 대로 석탑의 일부가 부서질 때마다 복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에 차오르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대로 괜찮은 거 맞아? 이러다 석탑이 정말 부서지면 어떻게 하지? 미션이 실패로 끝나 버리면 모두 어떻게 돼?’

여태까지 미션 실패를 떠올려다 본 적이 없는 유희는 지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죽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얻은 행복을 다시 잃고 싶지 않았다.

남들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특히 여관에서 먹었던 음식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콰아앙!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공격은 계속됐다.

유희는 다급히 원형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부서져 있는 곳을 찾아낸다.

이번에는 구멍이 꽤 크게 뚫렸다.

바깥 풍경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

북쪽 입구에는 등반자들이 몬스터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유희는 두 진영이 싸우는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 이내 눈앞에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

[석탑의 부서진 곳을 찾아냈습니다.]

[부서진 곳을 가지고 있는 포인트로 복구하겠습니까?]

“복구해 줘.”

[복구하는 데 653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포인트를 지불하자마자 깨지고 흩어졌던 파편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원래자리로 되돌아간다.

다만 복구되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콰아앙! 쿠궁!

[은색 석탑이 공격을 받아 건물의 일부가 파괴되었습니다!]

[불안정해진 은색 석탑을 포인트로 다시 복구하거나 더는 부서지지 않게 보호하십시오!]

또다시 공격이 들어왔다.

아직 복구가 다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래층.

유희는 서둘러 내려갔다.

그런데 아래층에는 이미 다른 등반자가 그 자리에 와 있었다.

다만 등반자들끼리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 내가 먼저 온 거 안 보여? 좋은 말할 때 저리 비켜라!”

“무슨 소리! 내가 먼저 왔는데! 이 사람이 지금 생사람을 잡네? 그리도 기여도를 처먹고 싶냐?”

“그래! 처먹고 싶다! 시발! 한판 떠!?”

이를 지켜본 유희가 인상을 찡그리며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해요!”

“넌 뭔데 끼어들어? 어!?”

한 놈이 타깃을 바꾸고 유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악! 아악! 이거 놔!”

팔을 꺾인 남자가 괴로워하며 소리를 빽빽 질렀다.

유희는 팔이 꺾인 그를 뒤로 밀쳐 내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안 싸워도 복구해야 될 데는 많아요! 지금 공격이 날아드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거 몰라요? 그럼 복구할 곳이 점점 더 늘어날 텐데 협동해도 모자랄 판에. 후우~”

처음보다 주기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복구되지 못한 곳은 늘어나고 탑에는 점차 무리가 가고 있었다.

이런 공격이 언제까지 날아들지 모른다.

그런 것은 알려 주지 않았기에.

콰아앙! 퍼서석!

속이 타들어 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돌은 눈치 없이 또 날아들었다.

쿠궁! 쿠구구구…….

한데 이번 공격은 조금 느낌이 달랐다.

탑이 진짜로 무너질 것처럼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은색 석탑이 치명적인 공격을 받아 건물의 일부가 파괴되었습니다!]

[불안정해진 은색 석탑을 포인트로 다시 복구하거나 더는 부서지지 않게 보호하십시오!]

위험하다.

유희는 치명적이라는 말이 신경에 쓰였다.

어쩌면 다음 공격이 이 탑의 마지막이 될지도 몰랐다.

그리 생각하니 심장이 철렁거렸다.

“얜 처리한다고 해 놓고 대체 뭘하고 있는 거야!?”

기여도이고 뭐고 석탑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일 텐데.

혹시 회귀했다고 만용을,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이랬으면 자신이라도 나서서 투석기를 가진 녀석을 정리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어서 뜬 메시지는 그녀의 의문을 단번에 씻어 낼 만한 내용이었다.

[계속되는 공성 공격에도 석탑을 지켜 낸 모든 등반자들에게 일정 보상과 버프가 주어집니다.]

[5,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앞으로 마을 안에서 전투 시 능력치가 2배 상승합니다.]

[앞으로 마을 안에서 전투 시 스킬 파괴력이 2배 상승합니다.]

[앞으로 마을 안에서 전투 시 몬스터한테 얻는 획득 포인트가 10배 상승합니다.]

[지금부터 30분간 마을 안이 안전 지대로 취급됩니다.]

뜻밖에 보상과 버프.

그리고 30분간 마을 안이 안전 지대로 변하는 순간, 더 이상의 돌이 날아들지 않았다.

* * *

“커엉! 컹!”

“녀석들이 도망친다!”

“와아아! 이대로 밀어붙여!”

마을 안까지 밀고 들어왔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일제히 물러나고 있었다.

이는 마을이 안전 지대로 선언되고 나서부터다.

“후우~”

나는 숨을 길게 토해 내며 석탑 쪽을 바라봤다.

혹시라도 보상과 버프가 주어지기 전에 석탑이 견뎌 내지 못할 것 같으면 날아드는 돌덩어리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같이 싸우던 등반자들은 몬스터들이 물러가자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는 놈들도 있다.

그만큼 지쳤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나는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 틈을 타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난 물러나는 몬스터들을 따라 밖으로 이동했다.

[당신은 현재 마을 밖에 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저하됩니다.]

[모든 스킬 사용이 일시적으로 금지됩니다.]

[빨리 마을로 복귀해 주십시오.]

내가 이렇게 밖으로 나온 이유.

코볼트 스로우를 잡기 위해서였다.

‘이제 뒷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사실 내겐 방금 전에 주어진 보상과 버프가 크게 필요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것을 받길 기다린 이유는 나를 제외하고 2층에 남을 등반자들이 무사히 미션을 깰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2층의 보스들.

코볼트왕을 비롯해 나머지 세 마리의 보스를 처리하게 되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티켓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난 그 티켓을 얻고 먼저 층을 올라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2층 미션 또한 무사히 클리어 될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내린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물러난 몬스터들을 눈을 피해 코볼트 스로우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슈우우욱!

뒤에서 순간 급습이 날아 들어왔다.

비록 신체 능력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는 하나,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몸을 옆으로 비튼 후, 뒤를 돌아봤다.

몬스터가 공격한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을 공격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

“칫. 빗나갔네.”

“저 여자…….”

여관에서 날 죽이려고 했던 여자였다.

호되게 당한 것이 억울했던 것인지 그녀는 날 노리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그녀 주위로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몇몇은 원래 그녀와 함께 다니는 일행들이었지만 나머지는 여관에서 내게 당했던 남자들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곤 웃음을 터트렸다.

“웃어? 지금이 그 전이랑 상황이 똑같은 거 같아!? 네놈이 잘 사용했던 마법은 이제 더 이상 못 써! 심지어 기존 신체능력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지! 그런데도 네가 이 숫자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웃던 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녀석들을 노려봤다.

“감당? 감당은 너희들이 못할 것 같은데.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하는데 제약을 당한 건 나뿐이 아니지. 그리고…….”

탓!

녀석들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발을 내디디며 말을 이었다.

“애초부터 네 녀석들을 정리하는 데 마법은 필요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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