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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2화 (12/230)

회귀한 탑 등반자 12화

12화 프리미엄실

고요함에서 벗어나 시끌벅적하게 들려오는 소리들.

나는 눈을 깜박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마을을 떠나기 이전보다 숫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등반자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근데 뭔가 어수선하군.’

대충 흘겨만 봐도 마을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걸 포기하고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구걸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신경전이나 다툼을 벌이고 있는 그룹도 꽤 보인다.

익숙한 광경을 보는 듯했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침체되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난이도가 높다 보니, 자신이 정한 한계의 벽에 금방 부딪치는 것일 터.

하지만 여기서 한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본선에 들어가서는 더더욱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러니 여기서 운이 좋아 층을 오른다고 해도 그들에겐 희망 따윈 없었다.

오히려 더 큰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터.

어쩌면 여기서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반면 이런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도는 이들과 반대로 마을에 있는 시설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사람들.

그들은 몬스터를 잡아 얻은 포인트로 시설의 혜택을 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마을을 살피다 보니 뭔가 여유롭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상 웨이브가 한 번 들이닥쳐 수백 수천 마리가 마을에 쳐들어왔을 터인데.

‘벌써 다 처리했나?’

뒤늦게 외곽을 둘러보니 코볼트 좀비는커녕 마을 근처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력이 꽤 괜찮은 녀석들이 섞여 있는 듯했다.

‘쓸데없이 움직일 일은 없겠어.’

잡몹을 처리해 봐야 포인트를 많이 얻지도 못하고 괜히 잡일을 떠맡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잡일이 처리되었으니 내 입장에선 손해 볼게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 웨이브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40:30:01]

웨이브는 정확히 12시간마다 진행되니, 앞으로 여유시간으로 4시간 정도가 남았다.

그동안 여관에서 휴식이나 좀 취하자.

여관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에 다른 시설들도 눈에 띈다.

다친 곳을 치료할 수 있는 신전.

무기와 방어구를 구매할 수 있는 상점.

이외에 기타 시설들까지.

하지만 지금 당장 내게 당장 필요한 건 여관이다.

여관 가까이로 이동하자 웬 반투명한 막이 나를 막아섰다.

[여관을 이용하려면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포인트를 지불해 주십시오.]

[하루 이용시 15포인트를 지불해야 합니다.]

[포인트를 지불하겠습니까?]

“이틀치 지불.”

[이틀치 이용료로 30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지불이 끝나자마자 날 막고 있던 반투명한 막이 사라졌다.

다시 발을 내디디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와 고개를 돌렸다.

“저, 저기요! 아저씨!”

갓 스무 살을 넘긴 듯한 앳된 얼굴의 여자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인지 고개를 갸웃하자, 여자가 말을 잇는다.

“혹시…… 여관에 들어가면 음식 하나만 사서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고! 나중에 반드시 갚을게요!”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또 끼어들었다.

“저도! 저도! 빚은 반드시 갚을 테니까 빵 하나만요! 아니! 남은 음식이라도 주시면 먹겠습니다!”

한 남자가 끼어드니 여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곤 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친다.

“야, 이 돼지새끼야! 내가 먼저 부탁하는 거 안 보여? 알아볼 거면 다른 데 가서 알아보던가!”

“부탁하는 데 순서가 어디 있어! 이 망할 년아!”

둘은 서로 먹을 걸 달라며 싸우기 바빴다.

비단 그들만 배고픈 것이 아니었다.

내가 여관 출입을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된 등반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 놀랍지도 않은 광경이었다.

저들은 모두 몬스터를 상대하지 못해 포인트를 얻지 못한 이들이었다.

아니. 못한다기보다 안 한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보통은 두려워서 혹은 죽기 싫어서일 터.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다시 발을 뗐다.

뒤에서 음식 하나만 더 달라고 발악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 마음은 동하지 않았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나는 남의 노력을 빼앗아 그저 편하게 살려고 하는 인간들을 도와주고 싶진 않았다.

애초에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 탑에 들어오질 않았는가?

그렇다면 아무리 견디기 힘든 시련이 찾아와도 어떻게든 견뎌 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저들에게 인정을 베풀어 봐야 나중에 더 달라며 떼를 쓸 뿐.

나중엔 고마움 따윈 잊은 채 적으로 돌변하거나 내 탓을 할 게 분명했다.

‘절대 그런 꼴은 못 보지.’

철컥.

문을 열자 고요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맛있는 냄새.

여관 1층에는 이미 몇 명의 등반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대놓고 쳐다보지는 않았으나, 여관에 들어오는 인물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기에 이목이 집중된 것이리라.

나는 조용히 계산대 카운터로 이동했다.

카운터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본래 튜토리얼 마을은 시스템이 전부 관리를 한다.

곧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오듯 음식 메뉴판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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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퍽한 빵 1포인트

채소 스프 2포인트

품질 안 좋은 고기 5포인트

부드러운 빵 10포인트

고기 스프 15포인트

품질 좋은 고기 20포인트

쌀밥 50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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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스프. 고기. 그리고 쌀밥.

지구온난화로 멸망한 세상에선 보기 힘든 음식들이다.

물론 회귀 전에 탑을 올랐던 나는 이미 충분히 맛을 본 음식들이지만 100층에서는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던 걸 생각해 보면 지금은 이 정도도 감지덕지했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부드러운 빵과 고기 스프. 그리고 품질 좋은 고기와 쌀밥을 전부 시켰다.

[95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식사는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스프와 고기. 그리고 쌀밥. 그리고 맛나 보이는 빵이 카운터 위에 올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비어 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다른 것을 손대기 이전에 가장 먼저 빵부터 손에 집었다.

잘 구워진 둥그런 빵을 반으로 가르자 밀가루 빵 냄새가 그윽이 풍겨 온다.

꿀꺽.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하지만 빵만 먹으면 밋밋하단 사실을 알고 반으로 찢은 빵을 그대로 스프에 풍덩 담갔다.

그렇게 빵에 듬뿍 스프를 묻힌 뒤 그대로 입에 집어넣었다.

“으음~”

절로 감탄이 나왔다.

얼마 만에 먹는 음식인지.

혀에 녹아 드는 음식 맛이 아주 좋았다.

이후, 밥에 고기를 얹어 한입을 먹어 봤다.

“음~”

씹히는 육질이 너무 맛이 좋으니 한번 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주변 시선들이 눈에 거슬렸다.

다른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보면 죄다 퍽퍽한 빵 아니면 스프뿐이다.

그러나 단 한 테이블.

남자 넷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는 품질 좋은 고기도 놓여 있었다.

하나 그것도 한 개뿐.

무엇보다 비싼 쌀밥은 그 누구도 구매하지 않았다.

이 자리서 쌀밥을 먹고 있는 건 오직 나뿐.

시선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순수하게 내가 먹고 있는 걸 먹고 싶어서 쳐다보는 인간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인간들도 있었다.

적의를 가지고 째려본다.

나는 이를 무시한 채 음식을 먹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배 속에 식신이 들어찬 것처럼 마구 먹어 대니 어느덧 빈 그릇뿐이다.

만족스럽게 배를 채운 나는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 몇 명이 따라붙는다.

순수한 호기심인지 아님 다른 딴 짓거리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따라붙든 말든 크게 관심 없었다.

시비를 걸면 처리하면 되는 것.

곧 꺾인계단 끝에 이르렀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자 긴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수십 개의 문들이 쭉 늘어져 있는 게 보였다.

초입에 있는 문들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차서 닫혀 있는 반면 중간 부분 이후로는 몇 개의 문들을 제외하곤 모두 열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관방은 네 가지 분류로 나뉘기 때문이었다.

초입에 위치한 일반실.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고급실.

끝에 위치한 최고급실.

마지막으로 3층에 단 하나밖에 없는 프리미엄실이 있었다.

각개 방마다 내야 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주어지는 혜택도 달랐다.

일반실은 하루 이용시 1포인트를 내는 것에 불과하지만 고급실의 경우 10포인트. 최고급실의 경우 100포인트. 마지막으로 프리미엄실의 경우 2,000포인트를 내야만 했다.

보통 등반자들의 경우 일반실과 고급실을 애용할 터.

최고급실부터는 사용하기가 벅찰 것이다.

코볼트 좀비 하나가 확률적으로 주는 포인트는 겨우 1포인트.

만약 코볼트 좀비만을 잡았다고 쳤을 때 최고급실을 이용하려면 못해도 혼자서 이백 마리는 넘게 잡아야 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물론 그만큼 잡을 수 있는 괴물들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고급실의 세 개의 문만 사용한 사람이 있는 듯 닫혀 있었다.

아직 남아 있는 최고급실이 있었지만 내가 머물 곳은 최고급실이 아니었다.

바로 프리미엄실.

다른 방과 다르게 단 하나밖에 없는 그곳.

그만큼 크나큰 혜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 끝에 이른 나는 옆에 나 있는 또 하나의 계단을 올랐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붙던 이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나는 개의치 않고 계단을 올랐다.

하나, 마지막 계단을 남겨 두고 반투명한 막에 막혀 버린다.

[프리미엄실을 이용하기 위해선 따로 2,000포인트를 지불해야합니다.]

[포인트를 지불하겠습니까?]

아직 프리미엄실에 사람이 들어차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메시지가 떴을 리가 없으니까.

2,000포인트를 모으려면 못해도 코볼트 좀비를 혼자서 2천 이상을 잡아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시간상 불가능했다.

나처럼 광산에 들어갔다가 온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

[프리미엄실 이용료로 2,000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잠시 후, 반투명한 막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다시 내딛는 발.

3층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컴컴하던 공간에는 불이 들어왔다.

짧은 복도 중간에는 문이 하나 보인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략 100평쯤 되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푹신한 침대와 전신을 바라볼 수 있는 대형 거울. 그리고 옷을 걸어 놓을 수 있는 장롱.

씻고 볼일을 볼 수 있는 화장실.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이 전부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 2,000포인트나 소모해 가며 이곳에 들어온 게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프리미엄실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방에 있는 동안에는 깨어 있어도 누적된 피로가 회복됩니다.]

[방에 있는 동안에는 신체 회복 능력이 빠르게 증가합니다.]

[방에 있는 동안에는 정신 회복 능력이 빠르게 증가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방에 머물 시 소량의 근력이 오릅니다.]

[일정 시간 동안 방에 머물 시 소량의 민첩이 오릅니다.]

[일정 시간 동안 방에 머물 시 소량의 체력이 오릅니다.]

[일정 시간 동안 방에 머물 시 소량의 정신력이 오릅니다.]

[일정 시간 동안 방에 머물 시 소량의 마나가 오릅니다.]

나는 온몸에 차오르는 충만함에 미소를 지었다.

신체와 정신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곧장 체감할 정도로 방의 효과는 엄청났다.

그리고 아직 변화를 느끼진 못했지만 누적된 피로 또한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 방에 머물면 영구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1시간마다 모든 능력치가 1씩 상승한다.

2,000포인트를 소모해, 이렇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마 튜토리얼에 있는 이 여관밖에 없을 것이다.

“후~”

나는 곧장 침대에 몸을 걸치고 기댔다.

그러고는 맞은편에 있는 창문을 바라봤다.

흔한 마을의 풍경과 멀리 보이는 광산.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몰렸다.

마치 비라도 올 것처럼.

* * *

쿠르릉! 쏴아아아ㅡ

천둥번개가 치며 쏟아지는 빗줄기.

나는 멍하니 창문 밖을 내다보다 이내 새로 뜬 메시지를 내려다봤다.

[소량의 근력이 올랐습니다!]

[소량의 민첩이 올랐습니다!]

[소량의 체력이 올랐습니다!]

[소량의 정신력이 올랐습니다!]

[소량의 마나가 올랐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뜬 것도 벌써 세 번째.

모든 능력치가 1씩 상승한다는 예상과 다르게 세 번이나 2씩 상승했다.

아무래도 난이도가 오르며 혜택도 증가한 듯 보였다.

상태창을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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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자

칭호: 좀비 학살자

능력치

근력: 26

민첩: 24(+72)

체력: 33

정신력: 33

마나: 41

스킬

점지(Lv1) 마나볼트(Lv5) 마법컨트롤(Lv15) 다크스윔(Lv1) 다크웹(Lv1) 어스월(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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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회귀 전에 비하면 상태창의 능력치 수치와 스킬란은 빈곤하기 짝이 없었다.

하나 이제 막 튜토리얼의 길을 걸었을 뿐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은 셈.

그리고 회귀 전에 튜토리얼의 상태창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내 나는 상태창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곧 창틀에 손을 맞대고 몸을 기울였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일행들이 돌아올 시간을 한참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질 않았다.

그래서 찾아 나설까 고민하고 있는 그때.

‘왔다!’

광산의 입구서 마을로 걸어오고 있는 두 인영이 보였다.

분명 유희와 하성태였다.

나는 망설일 것 없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그들을 맞이하러 갔다.

한데 하성태는 비교적 멀쩡한 반면 유희의 상태는 그다지 좋아 보이질 않았다.

크게 다친 데는 없지만 어딘가 힘겨워 보이는…… 유희는 이내 나와 두 눈을 마주치더니 씩 웃었다.

무엇이 그리도 기쁜 것일까?

무언가 뿌듯해 하는 표정이었다.

하나 금방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웅덩이가 가득한 길바닥에서 쓰러진다.

“김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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