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1화
11화 코볼트왕
재빠르게 타깃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각 타깃을 향해 날려 보냈다.
“커엉!”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자칫, 폭발에 휘말릴 터.
그 전에 다크스윔을 사용해 녀석들과 거리를 뒀다.
콰가가가가강!
폭발음과 함께 여파가 밀려든다.
후우우웅!
폭풍처럼 밀려드는 바람이 몰고 온 은 파편들.
하나하나가 모두 뾰족하게 날이 서 있어 그대로 맞아주었다간 치명상이다.
나는 앞으로 손을 뻗어 다크웹을 시전했다.
피피피핏!
파편들이 내가 펼친 거미줄에 걸려 들어 가로막혀 버린다.
삭!
그러나 그중에 하나가 거미줄을 뚫고서 뺨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피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다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닦아내고서, 올라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은색 코볼트 좀비를 처치하였습니다!]
[1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반쪽짜리 금광석을 얻었습니다.]
[반쪽짜리 금광석을 얻었으므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은색 코볼트 좀비를 처치하였습니다!]
[1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반쪽짜리 금광석을 얻었습니다.]
[반쪽짜리 금광석을 얻었으므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은색 코볼트 좀비를 처치하였습니다!]
[1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반쪽짜리 금광석을 얻었습니다.]
[반쪽짜리 금광석을 얻었으므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
은코볼트들을 잡았다는 메시지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다만 앞서 잡았던 은코볼트보다는 포인트 보상이 적게 들어왔다.
같은 동류라 할지라도 힘의 격차가 존재하며 그에 따라 보상도 바뀌는 게 탑의 룰.
한 마디로 어렵게 잡은 놈일수록 보상도 크다는 의미였다.
메시지에 시선을 두던 것도 잠시 나는 시선을 다시 앞으로 두었다.
아직 남은 놈이 하나 있었다.
“쿼엉!”
기합 소리를 내며 폭발연기를 뚫고 달려드는 코볼트왕.
녀석은 금갑주를 온몸에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재빨랐다.
그리고 3미터에 이르는 거구의 몸으로 해머를 휘둘러 온다.
후웅! 후우웅!
위협적인 연격이 이어진다.
하지만 움직임은 이쪽이 더 재빨랐다.
‘빈틈.’
마치 날 공격해 달라는 것처럼 모션이 크게 들어왔다.
그 틈을 타서 시전한 다크볼트를 면상에 날렸다.
콰앙!
단단한 투구 때문에 피해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다.
다크스윔.
파직!
등 뒤로 이동해 또 하나 시전한 마법을 등에 날려 보냈다.
콰앙!
한 방 더.
콰앙! 콰장창!
갑주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좋아.’
다른 곳은 단단할지 몰라도 등만큼은 취약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커엉! 커어엉! 커어엉!”
코볼트왕이 분노한 듯 크게 울부짖는다.
하지만 난 녀석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은 채 곧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다크웹. 그리고 다크볼트.
두 개의 마법을 연계하여 폭발력을 더한다.
콰앙! 콰자자작……!
“커허엉!”
이미 한번 부서진 갑주에 충격을 가하자, 다른 부분까지 속절없이 부서져 내린다.
그렇게 완전히 갑주를 벗겨내니, 코볼트왕의 근육질적인 몸이 드러났다.
“커엉!”
갑주를 벗어 던진 탓일까?
움직임이 조금 빨라졌다.
나는 움직임을 제지하려 다크웹을 걸었다.
결국 근접한 코볼트왕이 거미줄에 걸려든다.
“커어엉! 커어엉!”
녀석은 걸려든 거미줄에서 벗어나보려고 발악했다.
그러나 다크웹은 일순간이지만 케르베로스의 움직임조차 막아 냈던 스킬이다.
비록 힘을 봉인 당한 녀석을 상대하긴 했지만, 코볼트왕에 비하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힘으로 바로 끊어 내기란 어려울 터.
팅! 팅!
하지만 계속 내버려 두니 거미줄이 하나씩 끊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전부 끊어 내기 전에 다크웹을 연달아 시전했다.
“컹! 컹!”
하나의 고치가 되어,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당한 코볼트왕이 곧 무기 해머를 내려두었다.
그리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이상한 손짓을 보였다.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렇겐 안 두지.’
나는 두 손조차 움직이지 못하게 아예 꽁꽁 싸매 버렸다.
“컹!”
이제는 마법을 사용하려고 들어도, 손을 봉쇄당해서 사용하지를 못할 것이다.
“컹!”
‘거, 시끄럽네.‘
입까지 틀어 막아버리자.
“크응! 크응!”
괜히 소리를 내어 광산에 있는 코볼트들을 폭주시키면 곤란하니까.
파직! 파지직!
밥상을 차려놨으니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나는 머리 위로 시전한 다크볼트 세 개를 곧장 녀석의 면상에다가 날려 보냈다.
쾅! 콰가가가강!
다크웹의 폭발 시너지가 더해져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코볼트왕 좀비 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금광석을 얻었습니다.]
[금광석을 얻었으므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광산의 최종 보스라고 하기에는 꽤나 허무한 죽음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케로베르스를 상대한 내가 고전하는 것도 나름 웃기는 일이었다.
이내 나는 추가로 들어온 보상을 확인했다.
[2층에 숨겨진 미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5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어스월 마법책이 지급되었습니다.]
[조각난 고대 석판B가 지급되었습니다.]
[지정 귀환석이 지급되었습니다.]
대량의 포인트를 비롯해 각종 아이템들이 수중에 들어왔다.
어스월이야 필요한 마법이니 바로 익히면 되고, 나는 석판과 지정 귀환석에 집중했다.
고대 석판B.
그리고 앞서서 얻은 고대 석판A.
이 고대 석판들은 본래 하나의 석판이다.
나는 1층에서 얻었던 고대 석판을 꺼내 방금 얻은 석판과 끼어 맞추었다.
지잉!
마치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조각난 석판들.
그러나 아직 하나의 석판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하나로 완성되려면 세 번째 조각난 석판이 필요했다.
그 세 번째 석판만 있으면…… 아르테미스의 석판이 완성된다.
아르테미스의 석판.
앞으로 있을 5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물건.
히든피스인 풍요 로브를 얻을 수가 있었다.
나는 아직은 완성되지 못한 아르테미스의 석판을 바라보다 이내 그것을 집어넣고 마법책을 펼쳤다.
휘이잉!
책장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마법책에 각인된 스킬을 습득합니다.]
[어스월(Lv1)를 배웠습니다.]
배우자마자 책은 사라져버렸다.
새로운 마법도 습득했겠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챙겨야 할 은광석과 금광석들이 많이 널려 있었지만, 그 전에 먼저 챙겨야 할 것이 있었다.
코볼트왕이 앉아 있던 왕좌.
나는 그 뒤에 있는 벽으로 이동했다.
온갖 해괴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벽지.
이 앞으로 점지 스킬이 발동 중이었다.
[우는 여인을 찾아라. 그럼 숨어 있는 물건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림들 중 우는 여인을 찾아 손을 뻗었다.
여인이 흘린 눈물에 뭉뚝하니 튀어나와 있는 돌.
망설임 없이 그것을 눌렀다.
기기기긱!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쿠구구구ㅡ
작은 지변이 일었다.
동시에 눈앞에 있던 벽지가 움직였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숨겨진 장소.
어두컴컴한 통로에 곧 불빛이 들어왔다.
아니, 불빛이라기보다 숨겨진 장소에 있는 금광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빛이었다.
당장이라도 득달같이 달려가 챙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광경이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함정이었다.
보물에 욕심내는 등반자를 해치려는.
나는 커다란 창고 안에 쌓여 있는 금광석들 사이로 바닥에서 주운 돌 파편을 던졌다.
그러자.
촤르르르ㅡ!
가만히 있던 금광석들이 공중에 떠올라 귀신같이 돌 파편에 달라붙었다.
이내 돌 파편은 사라지고, 각자 자리로 흩어지는 금광석들.
하지만 한번 반응하기 시작한 금광석들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채 공중을 부유했다.
파직!
이내 나는 다크볼트도 날려 보내봤다.
파직! 스으으ㅡ
하지만 폭발은 고사하고 도중에 다크볼트가 소멸하고 만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역시 이 창고 안에서는 마법사용이 불가능했다.
혹시나 다른 특이점이 있을까 하고 확인해 본 것인데, 금광석들이 더 늘어난 것 빼고는 특이 사항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지금, 저것들을 금광석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저 움직이는 금광석들은 사실 내가 원하는 금광석들이 아니었다.
포인트는커녕 자칫 내 목숨을 앗아 갈 녀석들에 불과했다.
그런 것이 대충만 훑어봐도 수백여 개에 이른다.
애초에 난 금광석들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저 끝에 기다리고 있는 물건.
그 물건을 얻으려면 마법 없이 그리고 저 녀석들에게 포위당하지 않은 채 끝에 이르러야 했다.
금광석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워낙 재빨라 붙잡힐 위험성이 있었지만, 내겐 그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었다.
나는 최대한 창고에서 멀어지며,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을 쳐다봤다.
신발에 달린 날개에 은은하게 빛이 나는 것을 보니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후~”
길게 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탓! 타다다닥!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창고 입구까지 20미터정도 남았을 때쯤, 메시지가 올라왔다.
[날개 달린 목동의 신발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효과 ‘효과 증폭’이 발동합니다!]
[효과: 이동방해면역, 이동속도 600%증가, 민첩x6]
파아악!
갑자기 움직임의 속도가 빨라지더니 딛고 있던 발에 엄청난 힘이 발생했다.
“어엇!”
순간 중심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금방 자세를 잡고 달리기를 이어 나갔다.
순식간에 20미터를 돌파해 창고 입구를 지났다.
수우웅!
그와 동시에 달려드는 광석들.
숫자가 워낙 많아 앞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하지만 광석들이 길을 전부 막는 것보다 내가 앞지르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모든 것이 느릿하게 보였다.
어느 순간 호흡을 하는 것도 잊은 채 오직 움직이는 데만 집중했다.
시야도 급격히 좁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
다시 숨을 내뱉는 순간, 잠시 좁아졌던 시야는 넓어졌다.
그리고 딛고 서 있는 곳이 창고 끝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촤르르르!
뒤로 돌자, 나를 맹추격하던 광석들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마치 쌓아 올린 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나는 가루가 되어 사라져 가는 금광석 더미를 보다 이내 다시 앞을 내다봤다.
길쭉하게 뻗어 있는 작은 기둥 위로 놓여 있는 시계 하나.
시계의 초침은 멈춰 있었다.
나는 그 시계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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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의 시계
효과: 사용자가 원하는 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단 1시간 후 원래 있던 층으로 되돌아간다.
사용 가능 횟수: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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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층을 제외하고, 미션을 클리어한 층은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탑의 환경상.
이 아이템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클리어하지 못한 층은 넘나들지 못하는 게 탑이었다.
하지만 층의 시계만 있으면 설사 클리어하지 못한 층이라도 이동이 가능했다.
이는 탑의 법칙을 어기는 일.
그만큼 이 아이템이 가진 사기성은 엄청났다.
다만 사용 가능한 것이 단 한 번뿐이고, 원하는 층으로 이동해 1시간만 머물 수 있다는 제약이 걸려 있지만 그 1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바뀌기도 했다.
층의 시계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곤 그것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아직은 쓸 데가 아니다.
볼일을 끝낸 나는 바로 창고를 빠져나왔다.
이젠, 은광석과 금광석들을 챙길 차례.
나는 가까운 것부터 하나씩 주워 나가기 시작했다.
* * *
“후우~ 이게 대체 다 얼마야?”
나는 완전히 깨끗해진 주변을 보며 이내 끌어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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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05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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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자리수가 어느덧 여섯 자리를 넘어갔다.
이 정도면 2층에서 내가 원하는 걸 얻고도 남을 터.
꼬르륵…….
나는 배를 움켜 줬다.
1층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달리기만 했더니 배가 고팠다.
조금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마을로 돌아가면 좀 쉬어야겠다.
난 아까 보상으로 받은 지정 귀환석을 꺼내 들었다.
이 지정 귀환석은 흔한 아이템 같지만 탑에서 꽤 귀한 물건 중에 하나였다.
‘튜토리얼 층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물건이지.’
사용 용도는 층마다 지정된 귀환 장소가 하나씩 있는데.
이 돌만 있으면 그곳으로 언제든지 이동이 가능했다.
물론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시간까지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2층에 등록되어 있는 귀환 장소는 바로 첫 스타트 지역이었던 그 마을.
지정 귀환석에 악력을 가하자 파란빛이 환하게 뿜어져 나온다.
[지정 귀환석이 활성화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몸을 뒤덮는 균열.
찰나, 나는 일행들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걱정할 필욘 없겠지?”
괜한 걱정이었다.
잠시 후 몸이 부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커멓게 물들었던 시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환한 빛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