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0화
10화 숨겨진 무덤 (3)
그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곧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복부와 다리에 있어야 될 상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없어…… 상처가…….”
이내 그가 허공을 응시한다.
“뱀파이어……?”
표정이 시시각각 바뀐다.
놀람에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뀐 그에게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제가 죽을 뻔한 걸 형님이 살리신 거란 말이죠?”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역시! 형님이 절 버리시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급작스레 포옹을 해 오려고 해, 나는 녀석을 뒤로 밀치며 말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나중에 다 돌려받을 거니까.”
“당연히 이 은혜는 갚아야죠! 절 살려 주셨는데! 그리고 이 피를 먹었더니 능력치들이 말도 안 되게 상승했어요! 이렇게 좋은 걸…….”
“마냥 좋지만은 않을 거야.”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형님.”
뱀파이어가 되면 기존의 능력치의 배가 되고 재생 능력도 월등히 상승하지만 반대로 잃게 되는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식성이 바뀌어서 이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을 거야.”
“그럼 설마…… 제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어야 한다는 겁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동물의 피를 먹어도 돼.”
“으엑! 결국 피를 먹어야 하는 건 매한가지네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웃습니까. 형님! 전 지금 무지 심각한데!”
“아니. 뱀파이어가 된 녀석이 피를 먹기 싫다고 하니까 웃기지. 안 웃겨?”
당장에도 그는 무의식적으로 유희를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살짝 피가 흐른 것 때문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것일 터.
“피를 안 먹는 방법은 없을까요?”
“굳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먹지 않아도 사는 게 뱀파이어란 존재니까. 다만 계속 안 먹고 살 수는 없을 거야. 허기질 테니까. 그 허기짐에서 영원히 벗어나려면 그 물건이 필요해.”
“예? 어떤 물건이요?”
“포만의 목걸이.”
말 그대로 포만감을 가져다주는 목걸이였다.
별것 아닌 기능 같아도 기본 욕구 중에 하나를 해결해 주는 목걸이라 엄청 귀하고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건 어디서 얻습니까?”
“일단 층을 더 올라가야 돼.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는 걸로 하고 슬슬 이동하자.”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움직이기 전에 나는 로이드의 무덤에서 챙겨 뒀던 검 한 자루를 유희에게 건네줬다.
“뭐야? 웬 검?”
“너 쓰라고. 가져왔어.”
로이드가 쓰던 검은 명검 중에 명검이라 불린다.
특히 뱀파이어가 쓰던 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신성력을 담을 수 있는 검이었다.
“신성력을 다루는 게 익숙해지면 그 검에 신성을 불어넣어 싸울 수도 있을 거야. 그럼 좀비들을 상대하는 데도 꽤 도움이 되겠지.”
우우웅ㅡ
말하기 무섭게 검에서 빛이 났다.
“와! 됐어!? 이거 된 거 맞지!?”
“어, 어…… 원래 이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닌데…….”
내 친구지만 참으로 무서운 재능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재능이라도 있으면 탑에 적응하기가 더욱 쉽다는 것이었다.
유희는 검에서 빛이 나는 게 신기한지 자꾸만 검을 쳐다보고 있었다.
“야. 그거 은근 신성력 많이 소모하니까. 싸우기 전까지는 아껴 둬.”
“어? 어. 알겠어.”
“이만 가자.”
나는 일행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는 출구로 바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아까 전에 도망을 쳤던 개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개들은 몸을 움츠렸다.
우두머리를 처치한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망치지 않는 이유는 이 출구를 지켜야 하는 게 저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기세를 빼앗긴 녀석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와 같다.
나는 일행 둘을 쳐다봤다.
“내가 처리할게!”
너희들이 나서서 한번 처리해 보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유희가 나섰다.
새로 얻은 검을 치켜들고 뛰쳐나가는 표정에서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성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정령을 소환한다.
그리고 마법을 준비했다.
개들의 기세가 많이 죽었다고는 하나, 녀석들도 엄연히 이곳의 무덤지기들이다.
우두머리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직 튜토리얼을 진행 중인 등반자들에겐 상대하기 어려운 적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제대로 스펙 업을 한 둘에게 녀석들은 코볼트와 비슷한 수준이리라.
하나는 오리지널 뱀파이어의 힘을.
나머지 하나는 신성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명검을 손에 쥐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예상한 결과가 나왔다.
압도적 승리.
“후~ 준석아. 네가 준 이 검. 엄청 쓸 만한데? 그립감도 좋고. 무엇보다 가벼워!”
좋을 수밖에.
중층부에서 써도 멀쩡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검이다.
“그 검만 잘 사용해도, 앞으로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 부러뜨리지 말고 잘 써먹어.”
“땡큐. 잘 쓸게.”
“형님! 보셨습니까!? 제가 피하는 거? 몸이 엄청 빨라졌어요!”
하성태 또한 변화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이미 메시지를 통해서 능력치가 상승한 것은 알고 있겠지만 그저 수치로 보는 것과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달랐다.
나는 기뻐하는 하성태를 보며 입을 뗐다.
“강해진 건 당연한 거야. 근데 마법을 사용하고 공격을 피할 때 아직 몸을 사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보이던데. 몸의 힘을 너무 과하게 쓰려고 하지 말고 조절을 하면서 싸워. 그럼 차츰 익숙해질 거야.”
“예. 형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뜀박질을 하며 바로 테스트를 해 보는 하성태.
나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출구 쪽을 응시했다.
서 있는 이곳도 어둡긴 마찬가지지만 출구는 더욱 시커멓다.
하성태와 나는 어둠에 대한 친화력이 생겼으니 괜찮다지만 유희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터다.
나는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 다크볼트 대신 마나볼트를 형성해 시야를 밝혔다.
그 뒤를 따르는 유희가 말했다.
“그래도 저기선 바로 앞에 있는 시야는 보였는데, 여긴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네.”
“안 보이는 게 당연해. 여긴 태초 어둠과 가까운 곳이거든.”
“뭐? 태초 어둠?”
“응. 아, 그리고 지금 말해두는 거지만, 주변에 무슨 소리가 속삭여도 절대 반응하지 마.”
“소리라니?”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릴 거야. 그대로 무시해. 성태도 들었어?”
“아, 네! 들었습니다! 소리에 반응하지 말라고.”
“그래.”
잠시 후, 어둠 속에서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감미롭고 달콤한 여성의 목소리.
난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하이웬.
그녀도 하데스의 충직한 수하 중에 하나였다.
그녀의 속삭임에 넘어가버리면 정신체는 죽어버리고 어둠에 잠식되어버리고 만다.
나는 그 속삭임을 무시하며 옆에 서 있는 유희를 살폈다.
간간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제외하곤 특이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기나긴 어둠을 지나 저 멀리 빛이 보였다.
“후아~”
“하~ 미치는 줄 알았네.”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자마자 조용히 걷던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야. 이준석. 저 안에서 들렸던 목소리는 누구야?”
“하이웬. 거기서 반응했으면 어둠에 잠식돼 죽었을 거야.”
“야! 그 중요한 걸 왜 안 말해!”
“말했잖아. 반응하지 말라고.”
“죽는단 말은 없었잖아!”
“그게 그거지.”
퍽!
“그게 그거는 무슨!”
유희는 내 팔을 한 대 때리더니 이내 다른 걸 물었다.
“그런데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저 밑에서 도대체 누구랑 대화를 했던 거야?”
“대화?”
“하늘을 올려다보고 뭐라 외쳤잖아.”
“아~ 하데스하고 말한 거야.”
“뭐……? 하데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그 하데스?”
“어. 네가 알고 있는 그 하데스.”
내 말을 들은 유희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러더니 금세 정신을 차리고 물어 왔다.
“네가 올림포스의 신을 만났다고!?”
“어.”
“어는! 무슨 어야! 신을 만났다는데 겨우 그런 반응이야!?”
나도 처음에는 유희처럼 반응을 했었다.
그만큼 신화속 신을 만난다는 건 인간에게 있어 충격적인 일이었다.
“말했잖아. 탑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고.”
“그렇다고 신을 만나!?”
“익숙해져. 너도 곧 보게 될 거야. 신좌들을.”
“근데 이곳에 네가 말한 신들이 있으면 우리 지구도 구해 달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유희에게 말했다.
“신들이 강력한 힘을 지닌 건 사실이지만 거대한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진 않아. 설사 그런 힘을 가진 신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돕지 않을 거야.”
“왜?”
“그들이 탑을 주시하며 이곳에 있는 등반자들에게 힘을 빌려 주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 혹은 유희에 불과하니까.”
“그래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나도 유희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신좌들이 지구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거대한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신좌조차도 지구의 운명을 바꾸는 일에는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무엇보다 탑이 그것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규칙을 깨부수려고 할 때마다, 탑은 언제나 등장했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희망은 접는 게 좋아.”
유희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쉽사리 희망을 놓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냥 내버려 뒀다.
탑을 오르면 알아서 알게 될 일.
그 사이, 어느덧 우리들은 광산의 중간지점에 다 와 가고 있었다.
나는 도중 발걸음을 멈춰 서서 은코볼트가 있던 통로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갈래 길을 쳐다봤다.
“여기서 슬슬 흩어지자. 유희는 우측으로 가고, 성태는 좌측으로 가. 내가 중앙을 맡을게.”
“뭐야? 여기서 나눠지자고?”
유희가 반문한다.
“어. 이제 너희 둘도 코볼트 무리를 혼자서 상대 가능할 정도로 강해졌어. 그러니 나눠져서 공략하는 게 나아. 이리 몰려다니는 것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딱 잘라 말했다.
“김유희. 너도 알잖아. 계속 붙어만 다닐 수 없다는 거. 그리고 이 양옆으론 나와 봐야 코볼트 좀비들이 전부야. 간혹 다른 종류의 코볼트가 나올 수 있는데, 그것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거야. 각자 다 공략하고 나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마을로 가 있어. 나도 그럴 거니까.”
“잘 알겠습니다. 형님.”
“음…… 일단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어.”
“혹시라도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발생하면 맞서지 말고 도망치고. 무슨 소리인지 알지? 둘 다.”
“알아. 그러는 너도 무리일 것 같으면 도망쳐. 네가 강한 건 알지만 무적은 아니잖아.”
나는 유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이제 그만 흩어지자.”
서로 각자 자리로 이동했다.
그런 후 난 우측에 서 있는 유희를 바라봤다.
긴장한 것이 역력해 보인다.
그래도 유희라면 잘해 나갈 것이다.
나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내 자리에 있는 통로로 걸어 들어갔다.
…….
…….
…….
…….
다시금 은코볼트를 마주한 나는 곧바로 싸울 준비에 들어갔다.
“컹컹!”
이내 녀석이 날 발견하고 이쪽으로 접근해온다.
녀석의 한쪽 손에는 덩치만큼이나 큰 철퇴가 들려 있었다.
후웅, 후웅!
철퇴를 휘두르는 기세가 살벌했다.
다크볼트를 시전한다.
그리고 은코볼트 몸에 거미줄을 쳤다.
“커엉! 컹!”
녀석은 빠져나가 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상대는 케로베르스가 아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저 다크웹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으리라.
* * *
[은색 코볼트 좀비 중간 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2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금광석을 얻었습니다.]
[금광석을 얻었으므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나는 얻은 보상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여태 들어온 것보다 많은, 무려 10,000포인트가 들어왔다.
그러며 획득한 금광석은 사라져간다.
하지만 여기서 보상이 끝이 아니었다.
나는 주위에 깔려 있는 수많은 은광석들을 쳐다봤다.
대충만 세어 봐도 백여 개가 넘는다.
은광석 하나가 주는 포인트는 100포인트.
이곳에 있는 걸 모두 독식하게 되면 최소 10,000포인트 이상은 더 얻어 낼 수 있다.
나는 어서 은광석들을 회수했다.
[은광석을 얻었습니다.]
[은광석을 얻었으므로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은광석을 얻었습니다.]
[은광석을 얻었으므로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은광석을 얻었습니다.]
[은광석을 얻었으므로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은광석을 얻었습니다.]
[은광석을 얻었으므로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
쉴 새 없이 올라오는 메시지들.
마지막 은광석까지 전부 회수한 나는 여태까지 모은 포인트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
21,565포인트
(((((((((((((((((((((((((((((((((((((((()
‘2만이면 나쁘진 않네.’
회귀 전에는 이 시점에 한 1만5천 포인트 정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하드가 광석이 더 많은 것도 있고, 몬스터에게 얻는 포인트도 잦다 보니 그 이상을 벌어들인 듯하다.
‘몬스터에게 얻는 포인트 드랍률이 확실히 올라갔어.’
그래도 아직 포인트는 부족했다.
원래 얻으면 얻을수록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포인트였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원하는 걸 사려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모아야 한다.
나는 곧 은코볼트가 지키고 서 있던 통로를 지났다.
일행들을 보낸 좌측과 우측 통로와 달리 중앙 통로에는 이 광산의 보스가 잠들어 있었다.
일명 코볼트왕 좀비.
다른 코볼트랑은 비교도 안 되게 강한 힘을 지닌 보스인데.
심지어 마법도 사용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아무튼, 놈이 있는 곳까지는 꽤 기나긴 통로를 지나야 했다.
파직!
함정도, 그 어떠한 적도 안 보인다.
본래 아무것도 없던 구간이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르니 주변을 경계했다.
파직!
그러다 중간에 은광석들을 발견했다.
겨우 두 개뿐이었지만, 함정인지 아닌지만 확인하고 바로 챙겼다.
[은광석을 얻었습니다.]
[은광석을 얻었으므로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은광석을 얻었습니다.]
[은광석을 얻었으므로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도중에 또 은광석을 발견했다.
파직!
그때마다 나는 함정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후 은광석들을 회수했다.
한 30분을 그렇게 반복하며 더 걸어 내려갔다.
차가웠던 공기가 어느덧 더운 공기로 바뀌었다.
파직!
어느 순간 분위기도 싹 달라졌다.
긴 통로를 지나, 나온 큰 공간에는 바닥과 천장이 온통 은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런 바닥 위로 은광석과 금광석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누구나 탐을 낼 만한 양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다가서지 않았다.
파직!
괜히 저것에 현혹되면, 주변에 숨어 있는 위협을 보지 못하리라.
나는 정면에 있는 금광석 더미를 노려봤다.
더미 사이로 아주 작게, 붉게 빛나고 있었다.
팡!
순간 더미를 떨쳐 내며 하늘 높이 뛰어오른 그림자.
파파파파팡!
연달아 다른 더미 속에 숨어 있던 적들도 같이 등장했다.
나는 녀석들을 쓱 살폈다.
‘은코볼트 열 놈에 코볼트왕 하나.’
기존보다 은코볼트 숫자가 두 배는 많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숫자가 많아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까.
“커어엉! 커엉!”
코볼트왕을 제외하고 은코볼트 열 놈이 동시에 달려든다.
나도 여기까지 걸어 내려오며 가만히 있진 않았다.
파지직! 파지지직!
내려오는 동안 준비해 뒀던 수십의 다크볼트가 떠오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