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8화
8화 숨겨진 무덤 (1)
“먼저 떨어질 테니까 따라와.”
유희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지금 저길 떨어지라고?”
“괜찮아. 안 다쳐.”
나는 안심시키려고 말한 것이지만 유희의 표정을 보니 전혀 위안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저 아래, 뭐가 있는데?”
“무덤.”
“무덤!? 무덤이 있는 데를 왜 가!?”
“얻을 게 있으니까 가지. 정가기 그렇다 싶으면 여기 있어도 돼. 나 혼자 갔다 올 게.”
“무슨 매번 혼자 한대. 혼자 가고.”
“뭐?”
“어? 아냐. 아무것도. 같이 가. 나도 갈게. 그냥.”
“저도 가겠습니다!”
“그래. 좋아.”
먼저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잠시, 뒤에 서 있는 일행들의 얼굴을 보곤 앞을 보며 밑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어둠 속에 잠겨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금방 바닥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서서히 어둡던 주변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밝은 톤은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저 앞이 보이는 정도.
[숨겨진 무덤에 들어왔습니다.]
코끝을 찌르는 썩은 냄새가 풍겨 왔다.
하지만 내겐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익숙한 냄새.
사방 곳곳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우엉! 우어엉!”
시체들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낸 코볼트 좀비들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질리는 놈들.”
나는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녀석들을 차례대로 제거해 나갔다.
“준석아! 어디 있어?!”
뒤에서 유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야!”
서로의 소리를 쫓는다.
곧 유희의 얼굴이 보였다.
옆에는 하성태가 있었다.
“여기 진짜 으슬으슬한데? 윽, 악취도 막 풍기는 것 같고.”
“좀만 참아.”
“그래서 이제 여기서 뭘 해야 돼?”
“무덤을 찾아야지. 따라와.”
나는 어두컴컴한 곳을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엉!”
도중에는 어김없이 코볼트 좀비들이 등장한다.
‘찾았다.’
나는 그다지 멀지 않은 위치에서 하데스의 무덤을 찾아냈다.
정말로 얼마 만인지, 잠시 옛추억이 떠올랐다.
기억 속의 모습처럼 하데스의 무덤은 신의 무덤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크기였다.
둥그렇게 반원으로 그려진 돌무덤 앞에는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 무덤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오싹함이 드는 게 익숙한, 죽음과 가까운 어둠의 기운이 느껴졌다.
난 비석을 흘깃 바라보다 곧장 무덤 위로 올라갔다.
“야! 갑자기 무덤엔 왜 올라가? 대체 뭐하려고!?”
유희가 말리는 기색이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끝에 다크볼트를 시전했다.
파직! 파지직!
“흐읍!”
이내 아래를 향해 구체를 쏘았다.
쾅!
돌무덤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러며 주변의 풍경이 물결처럼 요동쳤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크게 분노합니다!]
나는 메시지에 뜬 이명을 보며 씩 웃었다.
곧 이질적으로 움직이는 어둠의 그림자가 내 목을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난 그를 무시하고 무덤 속의 관을 내려다봤다.
시체 한 구가 있었다.
나는 그 시체가 끼고 있는 검은 보석이 박힌 반지와 한쪽 다리 뼈 하나를 수거했다.
[어둠의 반지를 얻었습니다.]
반지는 내 오른쪽 중지손가락에 착용했다.
회귀한 이후, 항상 오른쪽 중지손가락이 허전한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그 허전함이 채워진 기분이다.
곧 반지에 있던 어둠의 기운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반지에 남아 있는 힘이 이전됩니다.]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어둠과 친화력이 높아집니다.]
[어둠에 대한 내성이 생깁니다.]
[반지에 각인된 스킬의 일부를 습득합니다.]
[다크스윔(Lv1)를 배웠습니다.]
[다크웹(Lv1)를 배웠습니다.]
아직 이 반지의 힘의 전부를 사용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모든 능력치 상승과 더불어 어둠에 대한 친화력과 내성. 스킬 두 개를 얻어냈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목을 옥죄어 오던 느낌도 사라졌다.
날 옥죄던 어둠의 그림자가 여전히 내 곁을 머물곤 있긴 했지만, 어둠의 내성이 생긴 탓에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되레 날 감싸고 있으니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더니 갑자기 날 감싸던 어둠의 그림자가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순간 시야가 바뀐다.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하늘에 비춰지고, 낡고 부서졌지만 익숙한 도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지금 완전히 다른 곳에 와 있었다.
“준석아!”
고개를 돌리자 손을 흔들며 날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가 보인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건.
그러나 마주함도 잠시.
하늘에 있던 태양이 주위를 뜨겁게 달궈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부모님의 괴로워하는 비명에 난 차갑게 눈을 번뜩였다.
그때도, 지금도.
내겐 절대로 잊히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전에 나는 이 환상 속에 갇혀서 한참을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나.
나는 그저 이 환상에 불과한 광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다.
불타서 사라져가는 부모님을 지나, 그 앞을 내다보며 걸었다.
곧 저 멀리에 나를 주시하고 있는 덩치 큰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머리가 세 개 달린 개, 하데스의 하수인인 케르베로스였다.
녀석이 이 환상을 만들어낸 주범.
난 케르베로스를 향해 새로 얻은 스킬인 다크스윔을 이용했다.
원자 단위로 몸이 분해되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크르르르, 컹컹!”
가까이 다가서자, 케르베로스가 적의를 드러냈다.
“크화아앙!”
이내 이빨을 보이며 돌진해 온다.
본래라면 현재 내가 가진 힘으론 케르베로스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무력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난 가지고 있던 다리 뼈를, 녀석에게 던져 줬다.
“크응!”
나를 향해 돌진해 오던 케르베로스가, 곧장 방향을 꺾어 던진 뼈다귀를 입에 문다.
“캬하악! 카햐악!”
그리고 몸은 하나이지만 머리가 세 개인 놈들이 각자 자기가 먹겠다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파스슷!
뼈다귀에 정신이 팔려, 주변에 쳤던 환상마저 유리처럼 깨져 나간다.
그때.
“네 이놈들!”
귀가 아플 정도로 노한 목소리가 하늘 저편에서 들려왔다.
‘등장하셨네.’
뼈다귀로 싸우던 케르베로스가 그 목소리를 듣고 낑낑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내게 물러났던, 이질적인 움직임을 가진 어둠의 그림자가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이번엔 그 크기가 컸다.
폭풍처럼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으려나.
크게 소용돌이치는 어둠의 그림자가 곧 하나의 인영으로 변했다.
“혼 좀 내라고 보냈더니, 겨우 뼈다귀 하나에 놀아나는 꼴이라니.”
하데스, 그는 케르베로스가 입에 물고 있던 뼈다귀를 뺏어 들었다.
“끼잉…….”
“쯧쯧.”
그가 곧 검은 채찍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사정없이 케르베로스를 향해 내려쳤다.
촤악!
“끼이잉! 끼이잉!”
그는 몇 번이고 채찍질을 해댔다.
촤악! 촤악! 촤악!
케르베로스가 아파서 쓰러질 때까지.
결국 버티질 못하고 바닥에 누운 케르베로스가 엄청난 피를 흘려 댔다.
몸 곳곳에는 살이 짙게 파여, 보고 있노라면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데스는 자신의 수하를 그리 무자비하게 때려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그를 처음 마주했다면 나 또한 그 모습에 겁을 먹어 움츠러들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전의 얘기였다.
검은 형상의 하데스가 날 주시했다.
“보통의 인간이면 그 반지가 거부하려고 들 텐데…… 꼴을 보아하니 상성이 잘 맞나 보군.”
“보다시피.”
“등반자여. 네가 이곳에서 방금 뭘 부수었는지 알고 있는가?”
나는 양쪽 어깨를 들썩였다.
“아니, 글쎄.”
살짝 도발이라 여겼는지, 하데스가 살벌한 기세로 어둠의 그림자를 내뿌렸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세에 밀리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보다 영감이 하데스라는 건 알고 있지.”
“크하하하!!!”
그가 쩌렁쩌렁한 웃음소리로 주변의 소리를 가득 채웠다.
이윽고.
다시 말을 잇는다.
“누구의 것인지 알고도 무덤을 부수었다? 건방진 놈이구나.”
“크르르!”
그의 화를 대변하듯, 옆에 쓰러져 있던 케르베로스가 일어서서 내게 이빨을 내보였다.
“오랜만에 내 영역에 들어온 등반자라 봐주려고 했거늘. 안 되겠군.”
“캬하앙! 카항!!”
케르베로스가 달려들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데스에게 맞아, 몸이 성치 않다고 하나 여전히 케르베로스는 케르베로스였다.
중층부 이상의 등반자가 아닌 이상 상대하기 어려울 터.
그러나.
[탑이 개입합니다.]
[케르베로스의 힘이 현격히 낮아집니다.]
탑이 알아채고, 귀신같이 무너진 밸런스를 바로잡는다.
내 키의 서너 배는 더 크던 덩치도 이젠 작아졌다.
일반 개보다 조금 큰 정도.
이러면 상황은 달랐다.
“커어엉!”
곧 고삐가 풀어진 케르베로스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크볼트.
쾅!
공격을 정면으로 맞았건만, 녀석은 멀쩡하기만 했다.
밸런스가 일정부분 맞춰졌다고 해도, 튼튼한 맷집을 뚫기엔 파괴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공격은 연막작전이었을 뿐.
다크스윔을 이용해 케르베로스의 꼬리를 붙잡았다.
동시에 다크웹을 걸었다.
검은 거미줄이 녀석의 몸에 나앉는다.
하나 케르베로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뒤에 서 있는 날 견제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꼬리를 잡아당겨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케헤엥! 케헹!”
세 머리는 서로의 머리를 부딪치고 난리였다.
“카항!”
화아악!
그중 하나가 입에서 불을 내뿜었다.
그 때문에 내가 쳐놓은 거미줄이 금방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나는 꼬리를 다시 한번 더 세게 잡아당겨 자극을 줬다.
한 놈이 뿜은 불이 나머지 둘에게 가자, 나머지 두 놈도 불을 뿜었다.
“깨애앵!”
불이 서로에게 향하다 보니 얼굴은 금방 시커멓게 그을렸다.
피부는 녹아내려, 그 안으로 뼈와 내장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녀석들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강한 치악력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둘러져 있는 거미줄을 제거해 나갔다.
하지만 내가 먼저 마법을 시전하는 게 더 빨랐다.
다크웹.
다크웹.
다크웹.
…….
…….
중첩적으로 거미줄이 몸에 들어앉으며, 점차 거미줄에서 헤어 나오려는 녀석의 움직임도 둔해졌다.
‘됐다.’
나는 금방 뒤로 물러나, 이번엔 다크웹이 아닌 다크볼트를 준비했다.
“카아앙! 캬하아앙!”
거미줄을 끊어내고 공격해오려는 케르베로스를 향해, 나는 검은 구체를 날려보냈다.
다크웹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묶어두는 마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휘발유 역할을 하는 폭발성을 지니고 있었다.
중첩으로 쌓아 올렸던 다크웹이 다크볼트와 충돌을 일으킨 순간.
콰가가가강!
하나의 완벽한 공격이 완성됐다.
이 정도의 공격이면 해당 층에선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폭발력이었지만.
“크르으으…….”
녀석은 달랐다.
케르베로스는 살아 있었다.
이는 예상한 결과였다.
케르베로스는 몸의 일부만 남아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불사의 존재.
몸통의 절반을 날려 먹은 케르베로스가 여전히 그득한 살기를 뿜어내며, 내게 슬금슬금 접근해온다.
“큭큭큭, 크하하하! 놀랍군. 놀라워!”
주위에서 지켜보던 하데스가 입을 뗐다.
“탑의 제약을 받아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했다고 해도, 케르베로스라면 튜토리얼에 있는 애송이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터인데. 이건 예상 이외이군. 생각할수록 아쉬운 인재로다.”
나는 케르베로스를 주시하면서도 그에게 얘기했다.
“이제 서로 힘은 그만 빼자고. 영감도 오랜만에 등반자가 찾아와서 좋잖아? 덕분에 외로움도 덜고. 계약을 맺을 상대도 찾고.”
하데스는 신좌들 중 손에 꼽힐 정도로 강했다.
그럼에도 하데스의 계약자는 적었다.
그 이유는 하데스가 탑의 규칙을 어겼기 때문.
모종의 이유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탑을 오른 하데스는 탑에게 제약을 받았다.
보통 신좌들은 튜토리얼 층이라 불리는 1층부터 4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들에서 등반자들에게 계약 권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계약 권유를 금지당한 하데스는 직접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온 등반자가 아니면 계약조차 못하는 상황에 처해 버렸다.
등반자와의 계약은 곧 신좌에게 있어 권위와 힘.
한때 최강의 신좌라 불리기도 하던 하데스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잠깐 말 상대가 되어주었더니,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으냐?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면, 좋다. 소원을 들어주지.”
이전이나 지금이나 콧대 높은 건 여전하다.
말은 그리했지만 그는 날 죽일 수 없었다.
이곳이 아무리 그의 영역이고, 신좌의 힘이 닿는 곳이라고 해도 신좌는 등반자를 직접 죽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무엇을 믿고 자신하는지 모르나, 나나 케르베로스가 아니더라도 네놈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쉬운 일. 어디 한번 죽음 속에 파묻혀봐라!”
이내 그의 분신, 어둠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난 다시 있던 데로 되돌아와졌다.
부서진 돌무덤 위에 서 있는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준석! 뭘 그리 멀뚱히 서 있어! 좀비들 왔잖아!”
뒤에 서 있던 유희가 소리쳤다.
말한 대로 사방에선 코볼트 좀비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놈들이 지금 등장한 건, 하데스가 녀석들을 불러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코볼트 좀비만이 아니라 다른 종의 좀비도 보였다.
‘트롤 좀비?’
트롤 좀비라면 코볼트 좀비에 비해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었다.
강한 재생력과 재빠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기에 코볼트와 비할 바가 못 됐다.
“둘은 저쪽에 있는 좀비들을 맡아! 내가 저 트롤 녀석들을 정리할 테니까!”
“알았어!”
“알겠습니다!”
나는 다크스윔으로 공격하기 좋은 장소로 이동했다.
어둠에 친화력이 생겨, 이젠 멀리서도 시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높은 곳에 서서 트롤 좀비들만 골라서 다크웹을 시전했다.
이동력이 제한된 트롤 좀비들을 향해 이어서 다크볼트를 선물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모여드는 좀비 무리 숫자만 해도 약 삼백여 마리.
셋이서 처리하기엔 매우 많은 숫자다.
하지만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었다.
‘그때까지 둘이 잘 견뎌 줘야 할 텐데.’
하성태는 그렇다고 쳐도 유희도 조금은 성장을 했으니 분명히 잘 견뎌 주리라.
* * *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단시간 안에 수많은 좀비들을 해치웠습니다!]
[좀비 학살자 칭호가 주어집니다!]
“후우~”
난 크게 숨을 토해 내곤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에 깔린 시체들.
몰려오는 좀비들이란 좀비들은 전부 다 죽였다.
“허억. 헉…….”
많이 지쳐 보이는 유희는 다행히 왼쪽 팔에 긁히고 찔린 상처 말고는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크으…….”
오히려 하성태가 좀 심하게 다쳤다.
다리를 절뚝거렸다.
회복 마법이 있었다면 치료해 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금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하데스에게 외쳤다.
“죽기엔 이 정도론 어림도 없을 거 같은데!? 이제 그만 빼고 제대로 된 대화나 나눠 보자고!”
그의 영역 밖이라면 몰라도 영역 안에서만큼 내 목소리가 그에게 닿을 터.
하지만 하데스는 내 말에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말을 하면 어떨까?
‘이래도 안 나와?’
“세포네!”
그 이름을 언급한 순간 다시 어둠의 그림자가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