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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6화 (6/230)

회귀한 탑 등반자 6화

6화 코볼트 좀비 광산 (1)

[목동의 날개 달린 신발이 지급되었습니다.]

[천황금이 지급되었습니다.]

양쪽에 작은 날개가 달린 낡은 가죽 신발과 그리고 둥그렇게 생긴 커다란 금덩이 하나.

그것들이 내게 주어진 보상들이었다.

‘두 개 다 괜찮은 걸 얻었어.’

그 중 천황금이 먼저 눈길이 쏠렸다.

대장장이들의 꿈의 재료라 불리는 천황금.

항시 뛰어난 품질과 내구성. 그리고 각개 고유의 특성과 능력이 깃들어 있어 개성 넘치는 물건 중에 하나였다.

나 또한 이전에 천황금이 들어간 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

이렇게 낮은 저층부에서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중층부부터 고층부까지 그 무기를 써먹었던 걸 보면 확실한 성능을 지닌 것은 분명했다.

다만 아직 얻은 천황금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기에, 그 힘에 따라 앞으로의 쓰임새가 갈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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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금

내용: 마나 전도율이 높으며 뛰어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충격에 튕겨 내는 힘이 매우 강하며 일정 부분 마법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다.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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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효과가 공개되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내용만을 보고 판단했을 때 어떤 힘이 깃들어 있는지 유추해볼 수 있었다.

“무기에 쓰이는 것보단 방어구에 쓰이는 게 좋겠어.”

앞서 얻은 고대골렘 마나핵과 이 천황금을 섞어 아이템을 만들면 꽤 괜찮은 물건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하나, 지금 당장에는 써먹을 데가 없기에 아공간에 넣어 두었다.

‘저것도 한 번 볼까.’

나는 그 다음 아이템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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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의 날개 달린 신발

효과: 이동 방해 면역, 이동 속도 300%증가, 민첩x3

조건부 효과: 100보씩 걸을 때마다 스택이 쌓인다. 스택 수치가 100까지 쌓이면 ‘효과 증폭’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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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회귀 전에는 얻지 못했던 물건인데.

아이템 이름을 보고 이게 본래 누구의 것인지 파악하기가 쉬웠다.

역시 그 녀석의 전유물이라 그런지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이동 방해 면역이 있는 것만으로도 써먹을 만한 수준이건만.

이동력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들 또한 같이 지니고 있었다.

특히 조건부로 붙은 효과는 중요한 순간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나는 곧장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지고 목동의 날개 달린 신발로 갈아 신었다.

“좀 큰데?”

하지만 금방 딱 맞는 크기로 변화했다.

난 두 발을 움직여봤다.

살짝 앞으로도 달려 본다.

가벼웠다.

마치 몸무게를 덜어낸 것처럼 한결 가벼워졌다.

스택을 쌓아 조건부 효과도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지만, 그 전에 추방된다는 메시지가 먼저 떴다.

어느덧 뒤에 생겨난 포탈.

그것이 서서히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난 그 힘에 몸을 맡겼다.

어차피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다 얻었다.

곧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한순간에 어둠이 몰아쳤다.

주변의 소리는, 귀를 막은 것처럼 고요했다.

그러더니 금세 시야 앞으로 빛이 환하게 뿜어져 나온다.

이어서 처음 들려온 소리는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온갖 비명이 들려온 탓이다.

등반자들의 비명이었다.

2층의 미션은 이미 시작돼 있었다.

시커먼 흙이 뒤덮여 있는 땅에 사람의 핏자국과 웅덩이처럼 고인 핏물로 가득하다.

“우어엉! 우엉!”

비명에 섞여 코볼트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날 향해 접근해오는 코볼트 좀비를 보며, 난 지팡이로 머리를 찍어 내렸다.

그리고 새로이 올라오는 미션의 내용을 확인했다.

[진행 중인 미션에 합류합니다.]

[몰려드는 코볼트 좀비들로부터 마을에 있는 은색 석탑을 지켜 내십시오.]

[남은 시간: 46:30:01]

본래 주어지는 시간은 48시간.

약 2시간 늦게 합류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우선은 일행을 찾아야 했다.

검은 들판 위로, 땅 중앙에는 돌덩이로 쌓아 올린 수십 채의 집들이 있었다.

하나의 작은 마을.

그 마을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성였다.

이곳에 먼저 온 등반자들이었다.

금방 나는 마을 쪽으로 움직였다.

지금쯤이면 유희도 저 어딘가에 있을 터다.

굳이 마을 안까지 뒤져 볼 필요도 없이 나는 유희를 찾아냈다.

입구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녀석.

눈을 마주친다.

날 발견한 유희는 곧장 이쪽으로 달려왔다.

반가운 재회였지만 유희는 다가오자마자 다짜고짜 주먹부터 먼저 내리꽂았다.

“뭐, 뭐야!? 갑자기 왜 또 때리고 그래?”

“너무 늦었잖아! 괜히 잘못된 줄 알고 걱정했네!”

잘못되기는.

그럴 일은 없었다.

사실, 유희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1.5층의 소문에는 죽어도 부활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었다.

다만 그 얘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래야 긴장하고 움직일 것 같아서였다.

한데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유희는 거기서 끝까지 살아남았나 보다.

“안 죽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근데 여기엔 언제 온 거야? 말하는 걸 보니 좀 된 것 같은데.”

“어. 한…… 10분? 15분 전쯤?”

시간 차이가 두 배 정도 났다.

하긴 기여도 순위에 따라서 난이도와 시간이 정해진다고 했으니.

그쯤 차이가 나는 게 정상이었다.

“다친 덴 없어?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다친 데가 없기는. 이거 안 보여?”

유희는 다친 곳을 여기저기 보여 주었다.

긁히고 파이고 멍이 들었다.

이 정도는 탑을 오르며 매사 벌어지는 일이다.

“멀쩡하네. 뭐.”

“안 괜찮거든! 아직도 온몸이 쑤셔. 아우! 그놈의 골렘은 이제 안 봤으면 좋겠네.”

“한동안은 골렘 볼일은 없어. 근데 사원에선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얘기해봐.”

궁금함에 묻자 유희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결론적으론 운이 좋았다.

난이도는 내가 진행했던 것보다 두 단계나 낮았지만 그것마저 유희한테는 버거웠다.

마지막에 우연히 숨을 곳을 못 찾았다면 아마 유희는 보상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밖에 쫓겨나 부활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고는 하나, 살아남은 것은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절실히 체감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탑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마주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다.

그런 경험이 앞으로 녀석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리라.

나는 유희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하성태. 그 사람은?”

“하하! 저라면 여기 있습니다!”

저 멀리 존재감 없이 서 있다가, 기다린 듯 달려와 내게 인사를 했다.

보기에 그는 다친 곳도 없고 멀쩡해 보였다.

확인만 하고 다시 유희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유희의 무기와 방패. 그리고 옷을 보고 물어봤다.

“거기서, 보상은 뭐 받은 거 없어?”

“아, 있긴 한데. 지금은 못 써서 아공간에 넣어뒀어.”

“못 쓰다니?”

말 대신 직접 꺼내서 보여줬다.

“갑옷이야. 근데 너무 무거워서 아직은 못 사용하겠더라고.”

직접 들어 보니 확실히 무게감이 있었다.

확실히, 지금 이 갑옷을 입고 다니면 오히려 효과를 보기는커녕 방해가 될 것이다.

“그러네. 일단은 집어 넣어둬.”

“저, 저도 보상으로 이걸 받았습니다.”

옆에 서 있던 하성태가 내게 들이민 것은 반지였다.

난 그 반지를 보고 그것이 뭔지 단박에 알아챘다.

“정령의 반지?”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불의 정령이 깃든 반지입니다.”

그는 이내 정령 하나를 소환해 냈다.

손보다 작은 인간 형태의 요정이 자신의 몸에 불꽃을 휘감으며 하성태 주위를 맴돌았다.

“셀리가 얘 이름입니다.”

보아하니 하급 정령이었다.

정령은 급에 따라 크기가 바뀌는데, 저 정도 크기면 하급 정령 중에는 그래도 꽤 큰 편에 속했다.

‘정말 운도 좋아.’

“와, 진짜 예쁘다.”

유희가 정령에 손을 대려고 하자 나는 곧바로 제지하고 나섰다.

“만지면 안 돼.”

“왜? 그냥 살짝 만져보는 것뿐인데.”

나는 귀에 속삭였다.

“그러다 손화상 입는다. 정령 중에 불의 정령은 특히 성질이 사납거든. 자신과 계약을 맺은 존재가 아니면 보통은 공격하려고 들어.”

“에이. 저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공격해 봐야 얼마나 위험하다고.”

아무래도 직접 보여 주어야 알아먹을 듯하다.

나는 말하는 대신 정령을 터치했다.

“씨익!”

정령은 순식간에 험상궂은 얼굴을 내보였다.

화르륵!

그러더니 내게 공격을 해 왔다.

커다란 불덩이가 날아 들어온다.

“셀리! 안 돼!”

하성태가 급하게 말려보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날아 들어온 불덩이를 가벼이 피해내곤 뒤를 쳐다봤다.

불덩이는 그보다 더 날아가 바위와 충돌했다.

유희는 산산조각이 나버린 바위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봤지?”

유희는 아주 잘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여러 번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유희가 내게 딱 달라붙어 귓속말로 물어 왔다.

“야. 그것보다 아까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2층에선 뭘 해야 되는 거야? 일단 미션을 받긴 했는데. 마을에 있는 저 석탑만 지키면 끝이야? 얘기 좀 해봐.”

“결론적으로 보면 그렇지. 그런데 저 석탑을 곁에서 지키려하기보다 그 전에 먼저 다른 데를 노리고 움직여야 돼. 그리고 의식주도 해결해야 되는데... 배 안 고파?”

유희는 배를 문질렀다.

“고프지. 여태 아무것도 안 먹고 움직이기만 했으니까.”

“2층에서는 먹을 걸 해결할 수 있어.”

“뭐? 정말!?”

유희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근데 그 전에 필요한 게 있어.”

“뭔데?”

“탑에서 쓰이는 화폐, 포인트. 앞으로 우린 포인트를 모으러 다닐 거야.”

“포인트?”

“그래.”

“그 포인트라는 건 어디서 모으는데?”

나는 마을 바깥에 돌아다니고 있는 코볼트 좀비들과, 동서남북 끝에 하나씩 있는 광산 네 개를 가리켰다.

“저기 저 코볼트들을 죽이면 일정 확률로 포인트를 얻어. 하지만 그건 효율이 좋지 않아서 별로고, 저 광산 안에 들어가서 녀석들이 모아둔 은광석들을 얻어야 돼.”

“미친... 그러면 지금 저 광산들 중에 하나를 기어 들어가자고?”

“다른 광산 말고, 저 광산. 지금 2시간이 지났으니까 앞으로 대략 10시간. 그 안에 저 광산에 있는 모든 걸 공략할 거야.”

10시간이 지나면 저 광산에는 영영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저렇게 녀석들이 입구 앞에서 지키고 있는데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후~ 그래. 네가 저길 노리는 게 맞다고 하면은 따를 게.”

“좋아. 바로 가자.”

“지금 바로?”

“그럼? 쉬었다가 가려고 했어?”

“뭐, 그건 아니지만...”

먼저 발걸음을 뗐다.

그러자 유희도 군말없이 뒤따라온다.

한데 우릴 몰래 뒤따라오는 남자가 있었다.

난 뒤로 돌아보며 말했다.

“그쪽하고의 동행은 이미 끝난 걸로 아는데.”

하성태. 저 자가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계속 따라올 줄도 예상하고 있었고.

나는 그가 말 잘 듣고 쓸만한 놈인지 알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사원에서는 얻어낸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아…… 저, 그…… 시키실 게 있으면 뭐든 시켜만 주세요! 짐꾼이든 뭐든 상관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따라가는 것만 허락해 주실 수 없나요? 하하…….”

그가 나름대로 절박함을 드러냈다.

‘태도는 나쁘지 않은데?’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그럼, 전에도 말했지만 방해되지 않게. 알아서 잘. 능동적으로. 오케이?”

“아, 물론이죠! 잊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방해가 안 되게. 조용히 따라다니며 제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와 대화를 끝낸 나는 앞을 내다봤다.

“유희야.”

“응?”

나는 어느샌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코볼트 좀비들을 가리켰다.

“싸울 준비해. 온다.”

뒤늦게 몰려오는 적들을 확인한 유희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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