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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3화 (3/230)

회귀한 탑 등반자 3화

3화 하드 난이도 (2)

1층 중앙 광장.

모든 등반자들의 집결지이자 첫 결전이 치러지는 곳.

“워어어…… 미친. 저걸 상대한다고?”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골렘을 발견한 유희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살짝은 겁을 먹은 듯 뒤로 물러선다.

유희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나도 골렘을 처음 마주했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니까.

하나, 지금은 7미터에 이르는 크기의 골렘을 올려다봐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내 눈엔 큰 과녁판으로 보일 뿐이었다.

“쫄지 마.”

“안 쫄았거든.”

“근데 왜 뒤로 물러서.”

“그거야…… 상대할 무기가 없으니까 그렇지. 대체 무기는 어디에 있는 거야?”

“저기.”

난 광장에 따로 있는 통로를 가리켰다.

사람 혼자 들어가야 할 만큼 좁은 입구 너머로 전시된 무기들이 보인다.

“오! 저기에 있었네.”

유희가 성큼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곧바로 제지했다.

“왜 그래?”

“그렇게 멋대로 들어가다간 죽는다. 내가 아까 오면서 얘기했잖아.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아. 그랬지.”

“내가 갈게.”

난 무기 창고로 이동하며 유희에게 골렘을 가리켰다.

“넌 골렘 움직임이나 주시하고 있어. 시선을 끌지 않으면 안 움직이는 게 정석인데. 혹시 움직일 수 있으니까 어그로 끌리면 바로 얘기해.”

“알았어.”

“근데 무기로 뭘 사용할 거야? 개인적으론 검하고 방패 추천할 게.”

“음. 난 멀리서 공격하고 싶은데.”

“네가 가진 고유 스킬에는 검하고 방패가 맞아. 정 쓰기 싫으면 활 쓰든가. 어떻게 할래?”

“막 마법을 쓰게 해 주는 지팡이 같은 거 없나? 그런 것도 좋은데.”

“그건 내가 쓸 거야.”

“칫. 그럼 검방패나 가져다 줘. 활은 사용할 줄 몰라.”

난 피식 웃으며 알겠다고 답하곤 무기 창고의 입구 쪽을 살폈다.

본래 입구 쪽은 함정이 없었지만 여기까지 오며 난이도 상승으로 인한 변수는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상태였다.

분명 장난질을 쳐 두었을 터.

곧 입구 벽 위아래로 열고 닫을 수 있는 틈새가 있는 걸 발견했다.

아무래도 안으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닫히는 듯하다.

그리고 내부를 슬쩍 보니 양쪽으로 스핑크스 석상들이 있었다.

총 여덟 개.

이지 난이도에선 이런 석상 따윈 없었다.

오히려 덕분에 대충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됐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스핑크스의 입에서 무언가 쏟아져 나오거나 아님 직접 움직일 수도 있었다.

내부를 더 살펴보던 찰나.

다른 무언가를 찾아냈다.

스핑크스 석상들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붉은 옥구슬.

자세히 보면 옥구슬 안이 파랗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거였나? 그렇다면.’

난 하나 챙기고 온 화살을 어깨 위로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목표물은 15미터쯤 떨어져 있는 옥구슬.

팟!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전력을 다해 투구했다.

슈우우욱! 파삭!

옥구슬에 정확히 맞았다.

완전히 박살이 나, 구슬 파편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후우~”

나는 투구 폼 자세를 풀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뒤에 있던 문이 닫힌다.

하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시 열릴 테니까.

옥구슬을 부수지 않으면 석상들에게 둘러싸여 기습을 받아야 하는 타이밍이지만 미리 위협을 제거했기에 나는 유유히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기는 그르다.

남아 있는 함정들이 있었다.

무기 진열대가 있는 곳 가까이, 양옆으로는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기존에도 있던 함정들, 하나 그 개수가 조금 더 늘어났을 뿐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깨진 구슬 파편들을 주워 진열대에다가 던졌다.

슈슈슈슈슉!

재빠르게 화살들이 지나친다.

혹시나 구멍 이외에 함정들이 있나 확인한 것인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 보였다.

나는 마저 앞으로 다가서며 사람 키보다 큰 파란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슈슈슈슈슉!

그러며 다시금 날아드는 화살들을 피했다.

이미 정확한 위치들을 파악한 터라 맞을 일은 없었다.

그리고.

[마나 지팡이를 얻었습니다.]

[마나가 개안됩니다.]

[마나 지팡이에 각인된 스킬을 습득합니다.]

[마나볼트(Lv1)를 배웠습니다.]

“좋아.”

처음 마나를 개안하기 위해선 강제성이 부여된 매개체가 필요로 한다.

자연 습득이나 깨달음을 통해서는 얻지 못했다.

온몸에 흘러넘치기 시작한 마나 기류에 왠지 마나를 빼앗겼다 다시 되찾은 기분이었다.

난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무기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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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 마나 지팡이

효과: 마법 증폭률 10%

영구 습득: 마나+10, 마나 개안

스킬 습득: 마나볼트(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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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에는 없던 증폭률이 생겨났다.

“처음으로 주어진 무기치고는 괜찮은데?”

증폭률은 마법의 힘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무기가 가진 증폭률에 따라 차원이 다른 마법을 구사할 수도 있었다.

근데 여기서 만족하기는 좀 아쉬웠다.

내 마음을 이해라도 하듯, 아까부터 점지 스킬이 무기 진열대의 벽 너머를 가리키고 있었다.

팍!

주먹을 내지르자,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다.

그 너머엔 어둠을 가득 머금은 돌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꺼내 지팡이 위 끝 부분에 있는 둥근 빈자리에 껴 넣었다.

[마나 지팡이에 어둠석을 끼어 넣었습니다.]

[새로운 무기를 탄생시킵니다!]

[마나 지팡이가 어둠의 지팡이로 바뀝니다.]

딱히 옵션이 바뀐 건 없었지만 무기의 속성이 달라졌다.

한데 그것만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파직! 파지직!

허공에 마나볼트를 시전하자 파랗던 전기 구체는 곧 시커멓게 변했다.

다크볼트.

마나볼트에 비해 파괴력이 두 세배는 높은 마법이었다.

다만 시전 시간이 좀 긴 게 단점이었다.

드르륵!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 유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이준석! 빨리 나와!”

아무래도 보스가 움직인 듯하다.

난 유희에게 줄 검과 방패를 챙겼다.

[이미 다른 무기를 선택하였으므로 해당 무기에 있는 영구능력과 스킬습득이 불가합니다. 귀속 또한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곧장 무기 창고를 빠져나왔다.

“자! 받아!”

유희한테 검과 방패를 건넨 후, 골렘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우어어어!”

누군가가 이미 골렘과 결투 중이었다.

아까 전만 해도 보이지 않던 등반자들이 보인다.

“야! 가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유희의 물음에 나는 답했다.

“돕는 건 내가 할게. 너는 따로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뭔데?”

나는 내 계획을 짧게 설명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혹시 위험하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알았어.”

“어서 가봐!”

“응!”

나는 뛰어가는 유희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조심해!”

“너도!”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지만 부디 잘해 내리라 믿는다.

난 다시 골렘에게 집중했다.

골렘과 싸우고 있는 한 남자.

모르는 얼굴이다.

그 또한 무기 창고에서 무기를 꺼내 오는 데 성공한 듯, 마나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심지어 미숙하지만 그는 골렘에게 마법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펑! 펑!

연타로 마나볼트가 박혔지만, 공격한 곳이 잘못됐다.

‘마나핵을 노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골렘은 죽지 않는다.

계속해서 재생을 반복할 뿐이다.

물론 미친 화력이 있으면 재생을 반복하지 못하게끔 만들 수도 있지만 현재 등반자들의 힘으로 그런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그가 마법을 사용하며 한 가지는 알게 됐다.

‘더 단단해졌어.’

폭발로 흠집이 난 부분을 보면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보통은 움푹 파여야 정상인데.

마나볼트 한두 방으로는 마나핵은커녕 핵을 둘러싸고 있는 돌도 깨부수기 힘들 것이다.

거기다 재생까지 하니 공격 타이밍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됐다.

‘한 번에 가자.’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파직! 파지직!

다크볼트 하나를 완성시킨 뒤, 내 머리 위로 띄웠다.

그리고 다시 하나를 만들었다.

두 개.

마법 숙련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멀티 캐스팅이지만, 숙련의 차이에 따라 동시에 펼칠 수 있는 마법의 개수가 갈렸다.

[마법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마법컨트롤(Lv5)을 배웠습니다.]

스킬을 습득하자마자 단숨에 5레벨이다.

‘집중하자.’

그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마나의 총량을 계산해 봤다.

그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다크볼트 횟수는 총 열다섯 번.

그 횟수 안에 끝내야만 한다.

대신 시간을 끌어 주고 있는 남자에게서 서서히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지친 것도 지친 거지만 제대로 견제해야 되는데 마법의 파워도 부족하지만 명중률이 좋지 않아.’

미숙해도 너무 미숙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니 이해는 하지만…….

아무래도 어그로를 끌어 줘야 할 것 같다.

시전한 다크볼트 중 하나를 골렘에게 날려 보냈다.

슈우우욱! 콰아앙!

머리에 명중이다.

충격을 받은 골렘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흐름을 탄 김에 한 방 더.

그러며 마법컨트롤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연달아 떴다.

콰아앙!

“구워어어!”

이번엔 등을 제대로 맞은 골렘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이것으로 수 초의 시간은 벌었다.

나는 다시 다크볼트를 생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 사이 다시 일어서는 골렘.

“구와아아!”

녀석이 포효를 내지른다.

동시에 땅 밑에선 덩치가 작은 골렘들이 솟구쳐 올랐다.

수십 마리에 이르는 미니골렘들이었다.

난 유희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김유희! 지금이야! 써!”

유희가 가진 고유 스킬은 성역.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내, 일정 시간 동안 그 안에 있는 자들을 보호하고 자신을 강화하는 스킬이었다.

단 마나가 소모되는 만큼, 예상 유지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을 터.

그녀가 펼친 성역 안에는 수십 명의 등반자들이 같이 있었다.

내가 지시한 건 등반자들을 모아 들이닥치는 잡몹을 처리하라는 것.

성역 안에 있는 미니골렘들과 등반자들 간에 싸움이 시작됐다.

나는 성역을 펼친 곳의 상황과 골렘이 있는 곳의 상황을 같이 주시하며 마법을 계속 시전했다.

골렘이 있는 쪽에 추가적으로 등반자들이 붙으며, 골렘을 상대하던 남자에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하나 성역을 펼친 곳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특히 검과 방패를 다뤄 본 적 없는 유희는 힘을 가지고도 적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골렘 세 놈에게 둘러싸인 모습을 보곤.

나는 준비해 둔 다크볼트 중 세 개를 그곳에 날려 보냈다.

폭발력이 강하면 유희가 피해를 받을 테니 날려 보낸 다크볼트의 터지려고 하는 성질을 최대한 억눌렀다.

그런 것까지 조절하기는 쉽지 않으나. 탑정상까지 오른 짬밥이 그걸 가능케했다.

[마법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마법컨트롤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법컨트롤(Lv10)을 달성합니다.]

[마법컨트롤이 현재 최대치 레벨에 도달합니다!]

[최대치레벨을 돌파하려면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 주십시오.]

[마나 총량이 부족합니다.]

[마나 총량을 늘려 주십시오.]

잠시 후.

파지직! 파지직!

아홉에 달하는 다크볼트가 내 머리 위를 맴돌았다.

이 정도면 마나핵을 보호하고 있는 돌을 부수고도 남을 터.

“우워어어!”

이내 떨어진 거리에 있던 골렘이 나를 바라보며 뛰어오고 있었다.

쿵! 쿵! 쿵!

하지만 녀석의 발걸음이 여기까지 닿을 일은 없을 것이다.

다크볼트 아홉 개가 각자 따로 놀 듯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러자 혼란을 느낀 골렘이 여기저기를 쳐다봤다.

허공에 두 주먹을 허우적거린다.

하나 녀석의 주먹에 닿는 다크볼트는 하나도 없었다.

곧 따로 흩어졌던 다크볼트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자리로 모여든다.

내가 노리는 곳은 정확하게 골렘의 오른쪽 가슴.

콰아앙!

미사일 같이 생긴 다크볼트의 첫 타가 들어갔다.

그리고 연이어.

콰과가가가가가강!

폭격이 잇따른다.

[마법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마법컨트롤이 다음레벨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마나 총량이 부족합니다.]

[마나 총량을 늘려 주십시오.]

골렘 중심으로 자욱한 먼지가 피어난다.

나는 손으로 눈앞에 닥친 먼지를 걷어치우며 골렘의 행적을 쫓았다.

더 이상 골렘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마나핵이 부서진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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