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2화
2화 - 하드 난이도 (1)
어둑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바닥과 벽 곳곳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돌에는 미약하게나마 빛이 피어났다.
가까운 곳에 뭐가 있는지는 구별이 되지만 멀리 내다보기는 어려웠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는 시체가 있었다.
유희한테 조심하라고 했던 것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크게 바뀐 것이 없었다.
하드를 택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금방 머릿속에서 날아갔다.
‘다시 왔다. 이곳에.’
30년이면 오래전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 어제의 일들처럼 생생했다.
그만큼 탑에서 쌓은 기억은 강렬한 것들이었다.
잠시 후 나는 올라온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반자에게 상태창이 주어집니다.]
[등반자에게 고유 스킬이 주어집니다.]
상태창이 자동으로 시야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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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자
칭호: 없음
능력치
근력:4
민첩:7
체력:10
정신력:10
마나:0
스킬
점지(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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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스킬은 이지 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로였다.
“하아~”
다행이다.
혹시나 난이도가 바뀌어서 고유 스킬도 다른 스킬로 주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이다.
회귀 전에 나는 이 스킬 덕분에 수많은 히든피스를 차치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기존에 취했던 히든피스들을 제외한 새로운 히든피스들을 얻어내려면 점지 스킬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스킬이었다.
그리고 상태창에는 한 가지가 더 눈에 띄었다.
이명, 회귀한 자.
탑에서의 이명은 곧 이름으로 통했다.
대표적으로 층의 미션 순위가 정해졌을 때 이명이 쓰이고, 탑의 관리자들 혹은 우릴 지켜보는 신들과 접촉했을 때 이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날 회귀시킨 건 탑인가.’
왜 다른 이도 아니고 나일까?
의문이었다.
탑이 내게 빚진 것도 없을 텐데 말이다.
모르겠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답을 물어봐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
이런 생각은 당분간 접어두자.
난 곧 누워 있는 시체를 바라봤다.
시체 위로는 메시지가 떠있었다.
[시체를 파헤쳐 보자. 왠지 좋은 걸 얻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점지 스킬은 주로 무언가를 얻어 낼 수 있을 때 자동으로 발동한다.
물론 내게 유익한 걸 알려주는 만큼 단점도 있었다.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까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체에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케헤엑!”
힘없던 육신이 괴이한 자세로 일어서서 공격을 해왔다.
나는 접근해온 녀석의 공격을 부드럽게 피해 섰다.
그런데.
‘아직도 움직여?’
본래라면 방금 전의 일격을 날린 뒤, 다시 힘없이 풀썩 쓰러져야 할 터다.
‘그런 건가...’
이곳은 하드.
그로 인한 변화였다.
“캬하아아!”
시체, 아니 구울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한 나를 향해 다가섰다.
“흡!”
나는 급히 허리를 숙여 날아드는 공격을 피해내곤,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저곳에 이 공간에 유일한 통로가 있다.
현재는 싸울 수 있는 무기가 없는 상태.
그렇다면 녀석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카하악!”
접근 해오는 구울을 보며 나는 통로로 뛰기 시작했다.
십여 미터 정도 되는 공간 넓이의 통로에 들어서자.
철커덩!
어디서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시작됐구나.’
이 통로는 그냥 통로가 아니었다.
움직이는 벽을 가진 통로.
뛰지 않으면 압사가 되어 죽는다.
이전에는 당황해서 잠시 허둥댔었지만 이미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알고 있는 나는 망설임이 없었다.
동시에 메시지창이 올라왔다.
[1층 클리어 조건이 생성됩니다.]
[중앙광장에 있는 보스를 처치하십시오.]
[시간 제한은 없습니다.]
1층의 미션은 간단했다.
보스를 처치하는 것.
하지만 지금과는 별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다.
우선 뒤에 따라붙은 녀석부터 정리하는 게 급선무이니까.
쿠구구구…….
“헉, 헉…… 헉…….”
모든 능력치가 초기화되었다 보니 저절로 숨이 차왔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그냥 공간이동을 해버리는 건데.
“케헤에! 케엑!”
잠시 뒤를 돌아보니 구울은 네 발로 미친 듯이 추격 중이었다.
‘옳지. 그래. 잘 따라오고 있네.’
구울과 잠시 시선을 마주치곤 나는 다시 앞을 내다봤다.
‘이맘떄 쯤이었는데...’
나왔다.
양쪽 벽에 구멍이 뚫려 있는 구간.
나는 주변을 살피곤 몸을 낮춰 슬라이딩을 했다.
쉐에에엑!
바로 위로 화살이 지나쳐간다.
이지였다면 여기서 끝이지만 난 아래를 보며 몸을 튕겨 높이 점프해 앞구르기를 시도했다.
투훙!
아래서 튀어나온 화살이 아슬하게 머리 끝을 스쳤다.
보호막 같은 것이 없으니 맞는 순간에 즉사였다.
만약 아래를 보지 않았으면 지금쯤 난 죽었을 것이다.
“쿠헤엑…….!”
뒤따라오던 구울은 함정에서 날아든 화살들을 피하지 못한 채 몸에 두어 발이 박혔다.
“케헤! 케헤에에!”
그럼에도 죽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예상은 했다.
구울이라는 놈들이 원래 그런 녀석들이니까.
“허억. 헉. 헉.”
나는 잠시 거리가 벌어진 틈을 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화살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녀석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쿠구구구……
벽은 아까 전보다 더 좁아졌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었다.
“케헤엑!”
곧 구울이 날 향해 뛰어들었다.
나는 기다렸다가 뒤로 물러서며 구울이 착지하는 순간을 노렸다.
퍼억!
몸을 부딪혀 쓰러트린 뒤 움직이지 못하게 깔아뭉갰다.
“케헤에! 케헤에!”
이빨로 물려고 발버둥을 쳐댄다.
나는 그런 구울을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손에 든 화살을 심장에 박아 넣었다.
푹!
“커허억...!”
[민첩이 올랐습니다!]
이제 막 육체를 써먹을 뿐인데, 금방 능력치가 올랐다.
지금이야 능력치가 매우 낮은 상태이기에 비교적 쉽게 오른 것.
난 가볍게 메시지창을 무시하고 구울의 품속을 뒤졌다.
거기서 발견한 파란색 구슬, 흔히 블루베리라 부르는 급성장 아이템이었다.
이걸 먹으면 단번에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전에 본 블루베리와는 달랐다.
‘설마…….’
나는 곧바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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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블루베리
영구 효과: 근력+5, 민첩+5, 체력+5, 정신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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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블루베리가 아니고 빛나는 블루베리?’
하나의 능력치만 상승시켜 주는 블루베리와 다르게 빛나는 블루베리는 모든 능력치가 5씩 올랐다.
이지에선 나오지 않았던 것인데.
그리고 하드라 할지라도 빛나는 블루베리가 무조건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운이 좋았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난 빛나는 블루베리를 곧장 섭취했다.
“으윽.”
생긴 것이 맛있게 생겨서 맛있을 줄 알았건만.
과즙 대신 한약이 듬뿍 든 과일을 먹은 기분이다.
다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무겁게 느껴졌던 신체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직 몸이 적응을 마치지 못해 붕뜬 기분이 들기도 했다.
쿠구구구……
딴짓을 하는 사이, 양쪽 벽의 거리가 두 사람만 서 있을 수 있을 만큼 좁아져 있었다.
‘이만 움직여야지.’
탓!
첫발을 내딛자, 속도가 몰라 보게 달라진 게 육안으로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압사되는 통로구간을 벗어나 두 갈래 길이 나왔다.
한쪽은 중앙광장으로 향하는 방향이었고, 한쪽은 나와 함께 1층을 공략하게 된 등반자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보스를 상대하려면 중앙광장으로 향해야 하지만.
우선 도와줘야할 친구가 있었다.
‘이번엔 반드시 살려야지.’
* * *
세 번의 갈래 길을 지났다.
본래라면 이후에 처음 마주친 갈래 길에서 유희가 있었다.
하지만 위치 배정이 바뀌어 계속 허탕을 치는 중이었다.
이곳에 없을 리는 없었다.
탑은 가까이에 있던 인간들을 한데 묶어서 이곳에 초대를 하니까.
그렇기에 난이도가 바뀌어도 유희와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진 것이고.
‘이번이 네 번째인가.’
쿠구구구……
네 번째 갈래 길에 있는 통로에서 양쪽 벽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전에 지나왔던 통로들은 이미 모두 닫혀있었다.
그 의미는 즉 그 안에 있던 사람이 죽었거나 혹은 이미 탈출을 했다는 것.
통로가 닫히려면 저 통로의 시작점을 지나야 한다.
유희에겐 가만히 있으라 말했으니 움직일 리가 없지만.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
구울이 계속 달려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혹시나 저 통로를 지나고 있는 사람이 유희일지도 모르기에 나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저 멀리 누군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유희다.’
한데 유희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었다.
‘구울이군.’
분명히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했건만,
“야! 김유희!”
유희를 부르며 나는 양옆을 힐끔 쳐다봤다.
지금 서있는 곳이 안전라인.
여기서 한 발만 더 내뻗으면 화살이 쏟아져 나오리라.
유희는 이 화살들에 맞고 죽었었다.
혼자 오라고 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나는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슈슈슈슈슛!
점프해 앞구르기를 한 후 슬라이딩을 했다.
직후 나는 코앞까지 온 유희와 마주쳤다.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허헉, 헉!”
“케에에에!”
나는 곧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화살 두 개를 양손에 각각 하나씩 집었다.
“내가 서있는 데까지 오면 있는 힘껏 슬라이딩을 하고 앞구르기 점프를 하는 거야! 그리고 절대 급하게 몸을 들지 마! 알아들어!?”
숨을 쉬기가 벅찬지,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하며 공격을 준비했다.
“지금이야!”
내 외침에 유희는 몸을 뒤로 눕히며 한쪽 발을 앞으로 뻗었다.
“케에!”
퍽!
유희 뒤를 쫓아오던 구울 녀석은 내가 발로 걷어차 버렸다.
구울의 관심이 날 향했다.
“키이이…….”
“우쭈쭈! 여기야! 여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구울이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블루베리를 섭취해서 그런지 움직임이 느려 터져 보인다.
팍!
난 다가온 구울을 벽으로 밀쳤다.
그리고 양손에 들고 있던 화살 두 개를 곧바로 녀석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푸욱!
“쿠에에에…….!”
듣기 싫은 괴성이 이어지다 끝내 녀석의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구울의 품속을 뒤지지 않고서 곧바로 통로 밖으로 움직였다.
1층에서 지급되는 블루베리는 단 한 개.
무엇보다 녀석에겐 점지 스킬이 발동하지 않았다.
한편 유희가 여길 빠져나가지 않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고 있어!? 안 빠져나가고!”
“아니! 혼자 두고 어떻게 나가!”
그 모습에 난 멍한 표정을 짓다 피식 웃었다.
내가 왜 유희와 친구가 됐었는지,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야! 왜,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어! 빨리 나가야지!”
“그래. 나가자.”
유희가 먼저 앞을 뛰어갔다.
저렇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 새삼 체감이 된다.
내가 회귀를 했다는 걸.
무엇보다 미래는 반복되지 않는다.
유희와 난 같이 살아남으리라.
[체력이 올랐습니다!]
“후우~”
체력이 오르니 숨이 차던게 조금은 나아졌다.
위험한 통로에서 같이 빠져나온 유희는 숨을 고르더니 대뜸 내 몸을 팍 밀쳤다.
“야! 이준석!”
“뭐야. 갑자기?”
“시체를 보면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며! 근데 왜 시체가 갑자기 지 혼자 움직이는데!?”
“움직여? 네가 가까이 다가간 게 아니고?”
“아니거든!”
“그것도 변했나 보네.”
“뭐가 변해? 아까 전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생각해보면 네가 한 말들, 참 이상해. 네가 여기에서 벌어질 일들을 어떻게 미리 알고 있는 거야? 그것부터 설명해 봐!”
안 그래도 탑에 들어와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유도 모르고 내가 이곳 사정을 알고 있는 것처럼 설명을 했으니 유희의 입장에선 당최 이해가 되질 않을 것이다.
나는 유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가까이 가지 않았는데 시체가 움직인 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야. 일부러 잘못 알려 준 게 아니라고.”
“아니. 그것보다 앞에 벌어질 일들을 어떻게 알 수 있던 건데.”
“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난 게슴츠레하게 뜬 눈을 한 유희를 보며 미리 경고하고 나섰다.
“말하기에 앞서서, 앞으로 하는 말은 농담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야. 진짜 진실만 말하는 거니까... 웃지 마라.”
“뭔데 그래.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봐.”
“나 회귀했어. 그러니까 내 말은, 여기 온 게 처음이 아니라고.”
아마 안 믿길 것이다.
상식 따윈 저버린 말이니까.
“푸웁!”
“야! 웃지 말라고 했잖아!”
“지금 안 웃게 생겼어? 친구가 정신 나간 소리 하는데?”
“말했잖아. 농담 아니라고. 그래서 내가 앞일을 알고 있었던 거야. 물론 난이도 선택을 다르게 해서 약간의 변수가 발생했지만.”
“그럼. 네가 앞일들을 전부 알고 있다고?”
“전부는 아니고, 대략 30년쯤. 물론, 앞으로 달라지는 것도 있을 거야. 우리가 다른 난이도를 고른 것처럼.”
“으음…… 좋아. 네 말은 이 탑을 30년 동안 올랐다는 거지? 네가? 회귀 전에?”
유희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미친. 농담하는 거 아니라고. 웃지 말라니까!”
“미친놈. 이 상황에 어떻게 안 웃어! 너 같으면 친구가 회귀했다고 하면 바로 믿겠어?”
“으음. 하긴…….”
“흠. 그래도…… 아까 너 모습, 평소의 너랑 다르긴 했어.”
유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회귀했다는 말 믿어볼 게.”
“정말?”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탑에 초대된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그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아.”
“뭐. 금방 받아들인다고 하니 다행이긴 한데…….”
“근데 회귀 전에 나는 얼마나 살아남았어?”
난 난처한 표정으로 유희를 바라봤다.
하필 질문하는 게 그거라니.
“뭐야. 그 반응은? 보니까 오래 살아남지는 못했나 보네…… 아니지. 잠깐만……”
유희가 곧 자신이 지나온 곳을 바라보더니 말을 잇는다.
“나 설마. 여기서 죽어?”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희가 온몸을 떨었다.
“소름. 그럼 네가 나한테 그런 말들을 했던 게 전부…….”
“그래.”
“원래 오늘이 내 제삿날이구나…….”
“이렇게 살았잖아. 그럼 된 거지.”
퍽!
“뭐야! 갑자기 또 왜 때려!?”
“아니~ 그냥. 갑자기 구해 준 게 고마워서 그러지.”
“넌 고마운 표현을 이딴 식으로 하냐!”
“그래! 난 이렇게 한다! 더 때려 줘?”
유희는 두 주먹을 들어 나를 위협하다 이내 팔을 내리고 물었다.
“근데. 하나 더 물어볼게 있어.”
“뭔데?”
“회귀 전에…… 너 탑은 다 올랐어? 그래서. 우리가 살던 곳은 이전의 원래대로 돌아온 거야?”
“……다 오르지 못했어.”
“몇 층까지 올랐는데?”
“100층. 마지막 층에서 결국 막혔어.”
“그럼, 결국 실패한 거네...”
“한 가지 분명한 건 다시 오르면 할 수 있다는 거야. 아니. 이번에는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야. 내가.”
유희는 혼자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크게 소리쳤다.
“좋아!”
“뭐가 좋다는 거야? 뜬금.”
“정해졌어!”
“그러니까 뭐가?”
“아직 우리가 살던대를 원래대로 되돌려 준다는 말은 신뢰하기 어렵지만, 너랑 같이 탑 끝까지 올라보려고.”
“그거야. 들어올 때 이미 정한 거 아냐?”
“아니?”
마음을 정하지도 않고 들어오다니.
하여간 특이한 애다.
“그런데 있잖아. 계속 이런 분위기인 거야?”
“뭐가?”
“아니. 이렇게 위험하냐고.”
“보통은. 층마다 환경이 달라서 확실하게 말하긴 어려워. 그래도 대체적으론 위험하지.”
“뭐. 우리가 땅밑에서 살 때나 여기나 위험한 건 매한가지인 거네. 결국.”
유희가 이런 위험한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였다.
온난화로 인해 멸망한 세상에서 땅밑으로 숨어든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가 가진 것을 빼앗고 심지어 같은 사람을 잡아먹기도 했다.
그러니 그녀에게 있어 이곳은 그런 지옥의 연장선상일 뿐이었다.
오히려 나으면 나았지 더하진 않았다.
“그럼 질문 하나만 더.”
“또 뭐.”
“먹을 거 있어?”
난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유희를 쳐다봤다.
“지금 상황에 그게 궁금해?”
“아주. 아주아주 궁금해.”
눈을 빛내는 걸 보니 이 녀석 진짜다.
“줘.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먹을 수 있어.”
“오! 진짜!? 대박! 오를 이유 하나 추가요!”
“하~ 진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생각해 보면 원래 이런 애였다.
긍정적이고 밝고 약간 4차원적인 면이 있고.
그것이 난 좋았다.
내가 가지지 않은 부분이니까.
“그래서. 앞으로 뭐부터 해야 돼?”
유희의 질문에 나는 좌측 통로를 가리켰다.
“중앙으로 갈 거야. 그리고…… 일단 보스를 상대하기 전에 무기부터 얻을 거야.”